안녕하세요.
회사 열심히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 30대 중반에 남자입니다.
지금까지 우연히 들어왔었던 판에서 글 몇개만 보곤 했었는데..
저희 부부 이야기를 해볼려고 이렇게 되지않는 글솜씨로 몇 자 적어봅니다.
저희 부부는 결혼한지 2년 됐습니다.
아내와 저는 나이차이가 꽤 납니다.
저와 9살차이로 올해 26살이고 회사를 다니다가 작년 임신을 하게 되어 휴직내고 집에서 쉬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8일 전에 그렇게도 기다리던 딸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사실,아내가 원하던 임신이 아니였지만 전 아이를 빨리 가지고 싶었기 때문에
지우자는 아내를 달래고 달랬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딸아이가 태어나고부터 시작되었네요..
아내는 딱 적당하게 마른편입니다.
제 친구들이 봐도 제수씨 밥 좀 잘 먹이라고 얘기할 정도니까요..
전 지금의 아내의 모습을 사랑합니다. 여기에서 더 살이 찐데도,더 빠진데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임신하고 난 후부터 배가 점점 나오고
먹고 싶은게 많아지고 살이 불어나면서 스트레스가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회사에 있을때 뭐가 먹고싶다고 전화와서 다른 지역에까지 가서
겨우 먹고싶다는 걸 사오면 몇입 먹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왜 그러냐고 달래면 '이거 먹으면 또 살찔꺼 아니냐'면서 계속 울더군요...
아침마다 체중계에 올라갔다가 울다가 하는 일상이 반복될 정도였습니다.
혹시 우울증인가 싶어서 병원에 가보자 하니까
소리지르면서 다 싫다 홀몸이 아닌 몸으로 뛰쳐나갔던게 생각나네요..
지역센터에서 임산부를 위한 요가활동이 있다길래 알아봐서 신청을 했었는데
처음 몇주는 임산부들이랑 같이 얘기하고 그러다가 또 요가를 해도 체중이 줄지 않으니까
그것마저 때려쳤었습니다..
아내는 원하지 않았던 임신이였는데 저 때문에 그런거같아 많이 죄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더욱 잘해주고자 저딴에는 집에 일찍가고 회식도 피하곤 했었습니다..
먹고 싶다는건 어떻게서든 사다주었고 친정가고 싶다면 기꺼이 보내주고
장모님도 많이 만나뵙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8일전 딸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고나서 모유수유를 해야하는데
아내가 싫다고 싫다고 계속 울었습니다..
출산 후 많이 울면 시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어서 걱정도 되고해서 그럼 하지 말자고
우선 다독인다음에 진정 되고 난 뒤에 얘기해보았습니다.
모유수유하기가 싫답니다..
왜냐고 물어보니까 몸매 망가지고 가슴이 쳐질까봐 걱정이라더군요..
그래서 혹시나하고 아이가 싫으냐 물어보니까 그건 아니랍니다..
근데 만약 아이를키우다가 자기 몸을 살찌우거나 보기 좋지 않게 만든다면 미워할 수도 있다네요..
모유수유 안해도 괜찮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몸매 관리에만 너무 신경을 치우치는 아내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사실
임신전에는 그냥 이쁘게 보이고 싶어서 "아~살빼야겠다~"정도 애교였지
그렇게 심각하게 다이어트하겠다고 그랬던 적은 없습니다.
또 아내는 임신전에 마른 모습에 자신감도 가지고 있었어요..
출산 바로 직전에도 진통이 오는데 체중계부터 올라가고는 몸무게가 10kg이상 찐걸
또 실감하고는 아파서 우는게 아니라 살때매 울면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아이 아빠 입장으로써, 또 아내의 남편으로써 아내도 걱정되고
아이의 태교에도 많은 안좋은 영향을 끼쳤을까봐 걱정 됩니다..
지금은 출산 후 얼마 되지 않아서 크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아내를 매일매일 달래고 모유의 중요성과
살은 저절로 빠진다는 연구결과..같은 자료들 뽑아다주면서 달래고 있는데 그래도 싫다네요..
아이는 장모님께서 아내를 겨우겨우 달래서 매일 조금씩만 짠 모유랑 분유를 섞어서 먹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심장박동수가 다른 신생아보다 너무 빠르고 황달기도
너무 심해서 지켜보자는 의사선생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도네요..
저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아내말대로 아이를 지워버렸으면
이렇게 불행하진 않았을텐데 라는 위험한 생각까지 듭니다..
아이를 낳고 나면 아내도 체중계와 떨어지고 아이와 가정에 집중할 줄 알았습니다..
제 생각이 틀린걸까요?
이번주 일요일에 아는 정신과 의사분과 출산 우울증 검사를 해보자고 얘기가 오고갔는데
아내가 또 어떤 발악을 할지 걱정됩니다..
아내를 매일 달래기도 너무 힘들고 지칩니다. 회사 업무도 빠듯하고 부진이 이어지네요...
많이 힘듭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모유수유는 엄마가 아기를 폭 안고 젖을 물리면 아기가 행복해하며 젖을 먹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광고에도 드라마에도 그어디에도 모유수유의 고통은 없었지요.
모유수유를 한 앞선 선배들도 그냥 "모유수유가 편해 !"라는 정도만 말했어요.
저도 그런줄 알았지요.
그래서 모유수유 결심했고 1년휴직했지요.
그런데, 인권이 유린되고 한마리 돼지 같았던 출산의 고통이 끝나고 바로 찾아온 모유수유는 출산이상의 고통이었습니다.
출산은 하루안에 끝났고, 위급시 마취를 이용한 제왕절개로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모유수유는 적어도 100일 이상을 고생해야 하며
유선이 터지기 전까지는 출산시 버금가는 비명을 지르며 가슴을 쥐어짜야 하는 고통이었습니다.
의사샘들이 2년 모유수유를 권장하지만, 그들은 모두 남성의사였습니다.(예외도 있을 수있겠지요)
만약, 제 옆에 1년을 분유를 젖병에 타서 멕여줄 수 있는 조력자가 있었다면,
출산후 집에 돌아와서는 젖병와 분유와 따뜻한물이 준비되어 있었다면 저는 당연히 분유멕이기로 돌아섰을 것입니다.
옆으로 누워 젖을 멕이는 돼지가 연상되는 제모습과, 온통 젖으로 얼룩진 옷,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직수를 하면서 싸워야 하는 고독, 외로움, 실존에 대한 회의,
무너지는 몸매에 대한 두려움, 이 모든 것이 모유수유의 성공뒤에 숨어있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엄마들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나중에는 다 까먹고 행복한 기억만 남으니까요.
저는 모유수유를 성공했지만 감히 모든 분들에게 모유수유를 권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