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너가 어쩌겠어?]라는 표정의 노처녀차장의 약간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분위기가 다시 냉랭해졌다는 것을 느꼈는지 사장이 급히 웃으면서 [그래그래~ 과장이 한잔 따라줘~] 하면서 어물쩡 넘어가려했다.
후우....
심호흡을 하고 두손으로 소주병을 들고 노처녀차장 소주를 따라주었다.
노처녀차장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한잔 받으라며 싸가지 없게 한손으로 술을 따랐다.
그런 모습에 사장은 [그래그래~ 얼마나 보기 좋아!! 과장도 너무 섭섭해 하지말게. 차장이 다 자네 잘 되라고 훈계한거니 말이야.]
사장의 말에 허탈하게 웃음이 나왔다.
갑자기 내가 허탈하게 웃자 사장과 노처녀차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별 상관없다는 듯이 자기내끼리 집안 이야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20살 경리는 통금시간이 있다며 슬며시 도망갔고 나혼자 외톨이 왕따가 되었다.
15년 동안 뼈빠지게 일했는데 결과는 이거였다.
사장은 내편이 아니였다.
아니 내편을 안들어줘도 상관없다.
바로잡을거는 바로잡아줘야 하는데 회사가 개판이었다.
결국 혈연관계가 더 중요한 것이었다.
무엇 때문에 내가 이 회사에 남아있어야 할까?
나중에 만약 누군가를 짤라야 한다면 일안하는 잉여부장일까? 노처녀차장일까? 아니면 조카인 대리?
아니다...
결국 나를 짜를 것이다.
소주를 연속으로 3잔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이 쓰다...
[오늘 술이 잘 안받네요.]하면서 먼저 일어났다.
집으로 가면서 [갑]회사인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그때 말한 자리 남은 곳에 들어갈 수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팀장님은 여전히 공석이며 내가 온다면 언제나 환영이라고 반겨주었다.
이직할테니 잘부탁드린다고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좆같아서 이직한다....
다음날 사무실로 바로 출근해서 사직서를 작성했다.
노처녀차장은 11시가 다되어서 숙취에 머리가 아프다면서 궁시렁거리며 출근했다.
노처녀차장에게 사직서를 내밀었다.
[지금 반항하는거야?]
노처녀차장은 도끼눈이 되어서 나에게 소리쳤다.
어이없는 싸가지 없는 년이었다.
[인수인계는 대리에게 하겠습니다. 사직서 싸인해주세요.]
나의 말에 노처녀차장은 코웃음을 치면서
[인수인계? 당신이 뭘 했다고 인수인계? 그딴거 필요없어! 바로 퇴사해!]
노처녀차장의 말에 나는 무덤덤한 무표정으로 그럼 퇴사절차에 따라 결재라인에 사인 받고 바로 나가겠다고 하자
노처녀차장은 바로 잉여부장에게 사직서를 가지고가서 싸인을 받았다.
잉여부장은 [어?어? 하면서 이러면 안되는데?] 했지만 잉여부장은 노처녀차장의 신경질에 못이겨 싸인을 했다.
사장은 아직 출근을 안했지만 노처녀차장은 지멋대로 사장자리에서 도장을 자리에서 꺼내서 결재라인에 도장을 찍었다.
그러더니 나한테 와서는 사직서를 나의 얼굴에 던졌다.
뭐 이런년이 다있지?
어이없다고 생각하는 사이 나는 담담하게 떨어진 사직서를 복사하고는 복사본을 경리에게 넘기고 원본은 혹시 몰라 내가 챙겼다.
대리 역시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라? 과장님... 그냥 가시면....] 이러면서 나를 잡으려 했지만
합법적으로 퇴사절차가 끝난 나는 그저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고생해. 내 컴퓨터에 문서자료 있으니 내 자리에서 일해]라고 말하고는
15년동안 근무했던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기분이 오묘했다.
홀가분하기도 하고 앞으로 이직 생각에 살짝 떨리기도 했다.
오후 2시가 되자 사장한테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지금 출근해서 내가 퇴사를 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나는 스마트폰 수신거부를 했지만 계속 걸려오는 전화에 결국 배터리를 빼버렸다.
하아~ 기분 정말 상쾌하면서 좆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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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좋아서 6시에 올립니다. ^^~
이제 반격의 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