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나를 발견하지 못하자 긴장이 풀렸는지 그대로 잠이 들었고 아침 햇살에 눈을 떠야만 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차에 놓아둔 부적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 이 부적 때문에 나를 찾지 못한건가?' 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 무당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시동을 걸고 무당을 내려준 지방에 시내를 쉬지도 않고 달려갔다.
시내에 도착하자 마자 동네 사람들에게 무당의 인상착의를 물어보며 수소문 했고 생각보다 빨리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그 지역에서는 꽤나 유명한 무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당은 시내가 아닌 한적한 조용한 곳에 옛날 기와집에서 살고 있었다.
물불 안가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묘한 분위기에 무당이 한복을 입고 마치 나를 기다렸단 듯이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용케 살아있구나. 쯔쯔쯧...' 라는 말에 나는 지금 귀신이 나를 밤마다 찾아온다는 말을 했다.
이제는 믿을 테니 도와달라고...
'아직 정신이 남아있는거 보니. 집으로 들어오라는 허락을 안한 모양이군.'
무당은 그렇게 말하고는 나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독한 년한테 걸렸어. 아니 이런 독한 년이 갑자기 어디에서 나타난거야?' 이러면서 한숨을 쉬었다.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무당이 나를 보면서 '태웠으니 내려줘야지. 그때 거기로 가서 독한 년이 원하는 곳에 내려줘. 그리고 부적은 절대 몸에서 떼어내지말고! 마지막으로!! 내려주고 닭이 울기 전까지 움직이지마!! 절대로!!'
라며 쫓아내듯이 나를 내쫓았다.
방법이 없었다. 부적을 잘 갈무리하고 차에 올라타고는 무당 말대로 새벽에 그 귀신을 태운 곳을 향해 운전했다.
어두컴컴한 도로가 오늘 따라 더욱 을씬하고 공포스러워 보였다.
한참을 달리는 사이 저 멀리 그 때처럼 검은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손을 흐느적 거리며 서있었다.
무당말대로 차를 세우자 마치 기다렸단 듯이 뒷좌석에 앉았다.
차를 출발시켰고 예전 기억대로 시내를 향해 차를 몰았다.
- 여기서 왼쪽으로...
갑작스러운 을싼한 말에 나는 비포장도로인 곳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한참을 비포장도로를 들어가자 산도 아닌 그렇다고 밭도 아닌 애매한 언덕을 타고 타고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저 끝에 거의 무너져가는 을씬한 폐가가 보였고 그곳이 목적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차를 폐가 앞에 세우고 시동을 OFF하자 귀신은 아무말없이 뒷좌석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는 앞좌석을 한번 쓰윽... 하고 훓어보는데 아쉬운 소리를 했다.
- 여전히 안 보이네. 아쉽네.. 아쉬워....
그러고는 폐가로 스윽 하고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등뒤로 땀을 한바가지는 흘린 것처럼 축축했다.
아무 생각없이 시동을 다시 걸려는 사이 무당의 말이 생각났다.
움직이지 말라고 했던 생각에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었지만 무당의 신신당부에 시동을 걸려는 손가락을 멈추었다.
- 지이잉.
그 순간 문자가 한통 왔다.
[야! 지금 XX 어머니 사고 나서 돌아가셨어! 어디야! 당장 XX병원으로 와라!]
라는 친구의 메세지에 깜짝 놀라 시동을 걸려다가 멈추었다.
무당의 말이 생각난 것이었다.
친구에게 문자로 지금 못가고 내일 새벽아침 일찍 올라가겠다는 문자를 보내자 바로 답장이 왔다.
[개-새-끼야! 네가 그러고도 친구냐!!]
라는 문자에 화가 났다. 지금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수 없기에 더욱 짜증이 밀려왔다.
너무 화가나서 전화를 걸자 친구가 전화를 받자마자 화를 내자 친구는 황당하게 반응했다.
무슨 소리냐고 XX한테 그런 소리 못 들었다고...
그 소리에 또 다시 소름이 확 하고 올라왔고 그제야 자신의 차 주위를 어슬렁 거리는 귀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 악물고 손으로 귀를 막고 아무런 소리도 듣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전화는 계속해서 문자와 전화가 울렸지만 신경쓰지 않았고 어서 이 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나중에는 차에 창문에 노크하는 소리 친구의 목소리.
별의별 소리가 다 들렸지만 절대 반응하지 않고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렸다.
- 꼬끼오!!!
저 멀리서 들리는 닭의 울음소리와 함께 동이 트기 시작했고 긴장감이 풀려 그대로 엎어져 잠이 들었다.
햇살에 눈을 뜨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여긴 어디야??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제의 밤과는 다른 곳이었다.
을씬한 집도 보이지 않고 아슬아슬한 차한대 들어올 정도의 언덕 위에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언덕은 상당히 높아 차를 움직였다가는 아래로 떨어져 즉사할 정도로 낭떨어지같은 곳이었다.
차에서 내려 기어를 풀고 차를 뒤로 밀어 아슬아슬하게 차를 빼고는 시동을 걸고 그곳을 벗어났고 그 날 이후 더 이상 귀신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당이 준 부적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버릇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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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