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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일진과 학교폭력이 생기는 이유

바켄뢰더 작성일 17.06.30 11: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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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과 왕따가 생기는 이유가 궁금한가?

 

군말 덧붙이지 않고 정답만 말하겠다. 그건 전부 당신 때문이다. 

내가 겨냥하고자 하는 당신은 교복 입은 소년 가운데 군림하던 머리 하나 큰 폭군도, 구질구질하게 짓밟혀 온 안경잡이 찐따도 아닐 것이다.

 

나는, 합쳐봤자 한줌도 안 되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두고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해왔던 구태의연한 도덕론을 설파 하려는 것이 아니다. 

미리 밝혀둔다. 이 글은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아 스스로를 평범한 축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당신이 불편할만 한 이야기다. 

개심을 유도한다거나 교훈을 준다거나 하는 성현이 될 마음은 추호도 없다. 어설프게 꼰대 흉내 내봤자 씨알도 안 먹힐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신은  옳고 그름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라 원론적인 가르침을 받을 이유가 없다. 

예컨데, '약한 사람을 괴롭히면 안 된다.' , '남의 것을 빼앗으면 안 된다.' 등 

전부 진학 이전에 배운 새삼스럽기 짝이 없는 것들. 말로는 몇 시간이고 읊어댈 수 있다.

 

이를테면 학교폭력에 따라 벌어진 흉악한 사건들이 종종 뉴스에 올라오면 분노에 치를 떨며 뉴스 속 모자이크 된 일진을 향해 맹렬한 비난을 퍼 붓는 당신이 그러하 듯이.

하지만 당신은 몇 시간 전에 현실의 일진과 농담 따먹기를 주고 받고 엊그제는 같이 볼도 찼다. 일전에 페이스북에서 눈 여겨 본  여자를 소개시켜주겠다는 그의 말에 들뜨기까지 했다.

 

또한 당신은 훗날 일진이었던 사실이 밝혀진 여자 연예인에 대해 '어떻게 이런 애가 데뷔할 수 있냐, 절대반대다.'라는 댓글 정도는 얼마든지 남길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당신은 요즘 힙합 동아리 소속의 잘생긴 일진 오빠에게 푹 빠져 있기도 하다. 감히 나같은 건 가질 수 없는 그 오빠는 언제나 당신의 망상 속 백마탄 왕자님이다.

 

이 쯤되면 불행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현실의 일진은 90년대 성장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 반항아가 되 버린 교실 뒤 편의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 뽐내고 다니는 것처럼, 또래 아이들이 선망할만한 것들을 하나 이상 가진 '잘나가는 존재'들이다.

가장 단순하게는 육체적인 완력, 주변 학교를 꿰둟고 있는 넓은 발, 심지어 요사이는 선생에게까지 인정을 받기도 한다.

속된 말로 가오가 철철 흘러넘치고 여기저기서 잘 먹어준다. 

근데 그 가오, 바로 당신들이 인정해 주니까 먹어주는 거다. 자세한 것은 후술하도록 하겠다.


 

두번째 불행의 씨앗은 당신이 입력된 새삼스러운 것들을 따르기보다 잘나가는 그들이 자신에게 제공해줄 것만같은 편의를 믿는 인간 오작동들이라는 데 있다. 

'싸움 잘 하는 그 놈이랑 친해지면 남들이 나를 함부로 못 건들겠지', '따르는 동생들 많은 그 언니랑 친해지면 나도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

실제로 무언가를 받진 못해도 일단 친해지는 건 밑질 것 없다 생각한다. 하여튼 손익 따지는 머리 하나는 엄청나게 잘 굴러가는 당신이니까.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그들이 그 힘에 취해 폭주해도 당신은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볕이 강하다고 해바라기가 태양을 외면하겠는가. 당신은, 그저 무뎌질 뿐이다. 철저하게 힘의 논리에 굴복해 침묵한다. 힘 가진 이들이 저지르는 패악질에 손이라도 안 거들면 다행이다.

 

 

당신이 덤덤한 이유? 침묵한다해서 손해 보는 거 몇 없고 저항해서 잃을게 많은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예컨데 교활한 일진들은 중간자인 당신들을 건드려봤자 좋을게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중간자의 민심도 그들의 무기 중 하나다. 

대신 그들은 가장 밑바닥의 존재 몇명을 선택해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효과적이다, 한마디로 나 건드는 놈들은 이렇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살아있는 시청각 교육이니까. 안 그래도 가오가 철철 흐르는데 이젠 넘치기까지. 그런데 그저 침묵만 하기엔 입력된 새삼스러운 것들이 걸린다, 양심에 찔린다는 것인데 생물학적으로 최소한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에 속하는 당신에겐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근데 이 반응, 한마디로 불편하기 짝이 없다. 가능한 외면 하거나 멀리 떨어트려 두고 싶은 마음이 끓어 오른다. 그래서 당신은 합리화 단계에 이른다. 이를테면 괴롭힘 받는 약자에게서 그래야 응당 마땅한 이유를 찾는다. 그 이유를 핑계로 덩달아 괴롭히기 시작하면 이미 당신은 이미 쓰레기에 이른다.

 

 

또한 반대로 약자를 억누르는 일진의 행동에 억지로 당위성을 찾는다.

그러니까 당신이 내리는 결론은 예컨데 '저 찌질이는 냄새나는 오덕이니까 일진한테 좀 두들겨 맞아도 되지.'

입력된 '새삼스러운 것들'엔 분명 없는 내용이다. 몰라 씨1발, 지우면 그만이다. 순리에 따를 자신이 없으니 새로운 순리를 찾는 것이다. 멋진 돌파구다. 문서 수정 작업이 대충 끝이 보이는가? 축하한다, 당신은 이제 곧 인간이 아니다. 솔직히 포유류 범주에도 안 들어갈 것이다.

 

 

당신과 똑같은 시간에 적당히 힘에 굴복해 소악당이 되기보다 이따금씩 입력된 순리를 따르고자 하는 소위 인간다운 인간이 나온다.

평소 선생이랑 친한 일진이 교사랑 농담 따먹기 하면서 은근슬쩍 한 사람 병1신 만드는 왕따분위기를 조장할 때,

단지 살이 쪘다는 이유로 수많은 검지 손가락들이 한 사람만을 향해지고 조롱기 가득한 웃음이 여기저기 터져나올 때,

살집 많아 때릴 때 많은 어리숙한 장애인을 일진이 재미삼아 샌드백 치 듯 두들길 때,

하여튼 강자에 의해 벌어지고 다수의 당신들이 동조해서 벌어지는 구역질 나는 부조리에 대항할 용기를 지닌 사람들이다.

당신이 내일 죽어도 상관 없는 시시한 잡놈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만큼 이 인간다운 인간에게 어울려 마땅한 찬사도 찾기 힘들다.

 

당신은 이 인간다운 인간의 용기가 불편하다. 가만히 있다간 나만 순리 안 지킨 쓰레기가 될 것만 같아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래서 그 용기를 새로운 순리에 반하는 일탈, 그리고 그 일탈 행위자를 싸이코로 만든다. 역시나 멋진 돌파구다.

이 인간다운 인간은 부조리에 괴롭힘 받는 한줌의 약자를 지키기위해 우선 힘 가진 강자들과 등을 졌다. 

누구도 동조해주지 않는 것처럼 당신 또한 이 인간다운 인간의 편에 서지 않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당신은 손익계산 하나는 정말 잘 한다. 우리나라가 수학 잘하는 데 이유가 있다.

 

영예로운 필즈상의 수상자는 그 가운데 앞잡이가 되어 인간다운 인간을 싸이코로 지목한 첫번째 손가락이 되었다.

수상자는 일진들이 보고 매우 흡족해하셨으므로 앞으로 학교 생활 트였다. 축하한다.

비열하면 비열할 수록 얻는 게 많다는 것을,  

남들 다 헤롱헤롱 하는 가운데 인간다움을 지켜봤자 헛짓이라는 것을,  

악랄한 강자들은 언제나 득세하고 불쌍한 병1신은 언제나 불쌍하다는 것을 보고 듣고 맛보고 즐기다 당신은 곧 어른이 될 것이다.

 

당신들같은 사람들이 어른이 된 세상? 이전 시대가 그랬던 것처럼 답이 없다. 어차피 나는 당신들에게 희망을 걸지 않는다.

졸업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양아치들 앞에서조차 모노톤으로 찌그러져 온 당신들이 어른이 된 더 센 강자 앞에서 제 색깔을 낼 수 있을 것 같은가?

못 한다, 당신들은 어차피 뭘 바랄 수 없는 무력한 존재들이다. 한 가지 바란다면 그 별볼일 없는 씨는 세상에 뿌리지 말고 고이 간직해만 두자.

 

인간 다운 인간의 토양 위에 선 이 다음에 올 세상이 조금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오래된 소원이다. 

[출처] <퍼온글>일진과 왕따가 생기는 이유|작성자 사피엔스 K149879079363660.jpg

 

많은걸 생각하게 되는 글입니다.

이미 어른이 되었지만 과거의 나도 불의에 침묵하는 인간이 아니었나 되돌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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