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있는 글을 퍼옵니다.
기간제교사를 전부 정규직화!!!에 선뜻 동의가 되진 않지만 그렇다고 너네 임용고시도 안본 것들이 어디 선생인척해!!! 이러면서 까는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단원고 기간제교사 김초원?이지혜 선생님이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을 때 사람들은 말했다. 같은 교사인데 왜 차별하냐고, 기간제교사도 똑같은 교사라고. 불과 두세 달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정반대의 말을 한다. 임용시험도 통과하지 않은 사람은 교단에 설 자격이 없다고, 기간제교사는 교사로서 자격이 없다고.
자질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사람들이 착각하는 사실이 있다. 기간제교사 역시도 모두 교원자격증을 소지해야만, 그리고 공정경쟁시험을 거쳐야만 임용된다는 것이다. 기간제교사도 교원자격증을 구비한 상황에서 교육감이 정한 지침에 따라 서류 심사-(강의 시연)- 면접-임용심사위 결정을 거쳐야만 임용이 된다. 임용시험과 같은 필기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해서 자질을 운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필기시험인 임용시험을 교사의 자질을 가름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착각하지만, 임용시험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91년부터 임용시험이 시행되었고 그 전에는 사범대를 졸업해서 교원자격증만 취득하면 국공립학교 정규직교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사립학교 임용은 임용시험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우리가 임용시험라고 부르는 것은 국공립학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1991년이 되어서야 임용시험이 시행되었다는 것, 그리고 지금도 사립학교는 임용시험과 무관하다는 것은 임용시험이 교사의 자질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임용시험은 교사로서의 자격을 갖춘 사람들 중 극히 소수만을 정규직으로 대우하기 위해 만든 좁은 문일 뿐이다. 작금의 상황은 정부가 20명은 필기시험으로, 80명은 서류/시강/면접시험으로 뽑은 후 똑같은 일을 시키고 5년, 10년 계속해서 사용하면서도 그 20명에게만 정규직 자리를 주는 것이다.
잘못은 정규직교사 TO를 좁힌, 그래서 기간제교사를 양산한 국가에 있다. 기간제교사로 임용해서 5년, 10년 사용하면서도 계속 기간제로 남을 것을 요구하는 국가에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질을 운운하며 기간제교사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정규직과 동일한 일을 하면서 차별 받고 있는 것만으로도 억울한 일인데, 지금 기간제교사들은 스스로 자격 있음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게 참 슬프다.
사람들은, 기간제교사가 정규직이 되어야만 그 자리가 정규직 일자리가 된다는 사실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시험, 정확하게는 필기시험으로 사람을 나누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데 익숙해져버렸다. 비단 기간제교사뿐만 아니다. 기업도 공공기관도 모두 필기시험의 합격이 정규직의 요건인 것처럼 취급한다. 그 결과 좁은 문에 들어가기 위해 우리끼리 피터지게 싸우고 있다. 하지만 상시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사용한다는 그자체가 나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많은 비정규직법마저도 상시 업무에 계속해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대우를 해야 한다고, 정년을 보장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고 다른 노동자들로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희생양이 된 비정규직 노동자, 바로 그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8. 23. 전교조 중집은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에 유보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그 발표를 듣고 얼마나 가슴이 무너져 내렸는지 모른다. 전교조에 대한 그간의 믿음이 컸기에 실망도 더 컸던 것 같다.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전교조는 기간제교사에게 등을 돌리지 말았어야 했다. 임용시험을 교사의 자격을 가늠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전제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 논리라면, 현재 정규직교사들도 임용시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 자질의 유지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정규직이 된 이후에도 십 년 단위로, 이십 년 단위로 임용시험을 치러도 된다는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런 걸 다 떠나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그리고 이땅의 무수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렇게 큰 상처를 입혀서는 안되는 것이다. 내일 전교조 대의원대회가 있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글이 조금이나마 옳은 판단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오랜만에 페이스북에 글을 써본다. 전교조 대의원들께서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해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