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joins.com/article/23587661
(요건 관련 기사 링크)
로맨스 스캠이라는 건 외국인(주로 영국인이나 미국인을 사칭한다고 한다)이 피해자에게 호감을 보이면서
선물을 보낸다고 하거나 혹은 한국으로 이주할 건데 자기 재산을 맡긴다고 하고는 피해자에게 금전적인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말해.
과거 유행했던 나이지리안 스캠의 변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주로 외로운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오랜 시간을 들여서 정을 주고 받은 다음
그 정을 이용해서 피해자를 등쳐먹는 수법으로, 피해 복구를 하기도 쉽지 않은 사기 수법이지.
https://en.wikipedia.org/wiki/Romance_scam#Impersonation_of_military_personnel
영문 위키에 따르면 미군을 사칭하는 수법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주로 이런 식이야.
자기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중인 군인인데, 부모도 얼마전에 돌아가시고 지금은 천애고아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너 밖에 없다. 내 의무가 끝나면 한국에 가서 너와 함께 살고 싶다.
복무 기간 중 모은 돈을 너에게 우편으로 보낼 생각이다. 그러니 연락처와 집주소를 알려줘라.
통관에 문제가 발생했다, 혹은 수수료가 발생했는데, 얼마 정도를 입금을 해줬으면 한다.
대화의 시작 부분인데, 한 달 정도 전에 팬팔 앱에서 메시지를 받았어.
'내 카카오톡 아이디야. 이쪽으로 연락해.'
그렇게 대화를 시작했지. 그리고 자기 이야기를 해주더라고.
'자기는 아프간에 파병중인 미군이다. 아버지도 군인이셨는데 이라크에서 전사하시고 어머니는 얼마 전에 다른 이유로 돌아가셨다.'
중간 중간에 메일도 받고, 며칠간 대화를 이어가다가 지난 주말에
전역 전 마지막 정찰 미션을 나간다고 하더라고.(이 친구가 말한 전역 날은 바로 다음날)
그리고 이틀인가 지나고 나서 자기가 부상을 당해서 입원 중이라고 하네?
그렇게 동정심 유발하는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나도 이 친구한테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지.
그리고 오늘
'내가 이제까지 복무한 돈을 받으려고 했더니 미국의 자기 계좌가 동결돼서 받을 수가 없다.
바로 한국으로 가려고 하는데, 혹시 네 계좌로 돈을 보내도 되겠냐?'
라고 그러더라고.
나는
'한국에서 계좌 빌려주는 건 불법이다. 도대체 얼마나 되길래 그러냐? 급한 일이냐? 법적인 부분을 검토해 봐야 한다.'
라고 이야기 했지만, 어차피 안 쓰고 비어있는 계좌도 있고 애가 사정도 딱하니까 도와주지 하는 생각에 계좌를 알려줬어.
다른 개인정보를 알려준 건 아니고 계좌 잔고도 없는 통장이니 돈이 들어와서 경찰 볼 일이야 있어도 돈이 나갈 일이야 있겠냐 싶었지.
잠시 후에 다시 그러더라고.
'여기 현지 은행이 테러리스트 때문에 영업을 못하고 있다. 부대 사령관 말로는
유일한 대안은 자기 부인을 통해서 믿을 수 있는 외교관을 거쳐서 한국으로 보내는 수 밖에 없다.'
이때까지도 나는 이 친구 걱정에 그 외교관은 어떻게 믿냐 뭐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
어차피 공공재인데 하는 생각에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려주었어.
그렇게 오늘의 대화를 끝냈지.
자, 이쯤되니 아무리 어리석은 개붕이라고 해도 의심이 들기 시작할거야.
나도 마음 한 구석에 불안감이 솟아오르더라고.
그래서 구글링을 해봤지.
짜잔. 로맨스 스캠!
하아... 왜 나는 이제서야 의심을 하고 검색을 해봤을까.
피해 사례들에서 보이는 스토리가 지금의 내 상황과 너무나도 비슷하더라고.
전화번호랑 주소를 알려주기 전에 검색을 해볼 생각을 못했다니... ㅂㄷㅂㄷ
그래서 지금은 얘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 건지 지켜보려고 그래.
알려줘버린 정보는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 거지만,
아마도 로맨스 스캠의 전형적인 흐름을 따라갈 것 같으니, 우리 개붕이들이 흥미가 있다면 앞으로도 종종 보고를 하도록 할게.
세 줄 요약.
1. 개붕이 좋다고 접근하는
2. 외국인들은
3. 사기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울알바가 이 사기로 600만원 당해서 내가 경찰서 신고하라 했더니
경찰서에서 못잡는다고 신고 안받았다고 함... ㅆㅂ 견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