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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가난을 팔게 된 나라

제생각에는 작성일 25.10.12 10: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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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가난을 팔게 된 나라

 

 저는 약 1년 동안 캄보디아에 거주한 경험이 있습니다. 사진은 캄보디아 시엠립의 서바라이, 쁘사, 똔레삽 호수 입니다. 
현재도 캄보디아 현지에 계신분과 소통하고 있기에, 그곳의 현실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한국인 납치 사건과 불안한 치안 문제가 잇따르면서,
캄보디아라는 나라의 구조적 현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캄보디아는 폴포트 정권의 킬링필드를 겪은 이후,
지금까지도 깊은 상처와 함께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주요 수입원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① 수도 프놈펜의 외국계 섬유·화학 공장,
② 시엠립의 앙코르와트 관광업,
③ 보이펫 등 국경지대의 카지노,
④ 메콩강과 똔레삽 호수의 식량 자원,
⑤ 그리고 시아누크빌의 온라인 카지노 산업.


 이처럼 외국 자본과 불안정한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한 번의 외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캄보디아는 흔히 ‘가난을 판매하는 나라’라 불립니다.
국제 원조금과 외국 환전이 끊임없이 들어오지만,
그 자금의 상당 부분이 부패한 행정 체계 속에서 사라집니다.
빈민구제 사업이나 도로건설, 인프라 확충 같은 프로젝트들은 명목상 ‘발전사업’으로 포장되지만,
현장에서는 형식적인 완성 후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시엠립은 한국 수원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도로와 도서관을 지원받았지만,
포장도로는 5km 남짓, 품질은 국내 농로보다도 좋지 않았습니다.
기부라기보다는 ‘사업 실적’에 가까운 일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가난한 나라이다 보니,
사람들은 “이것이라도 감사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때 시엠립의 앙코르와트 관광사업은 캄보디아 경제의 핵심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익의 대부분은 외국 자본의 몫이었습니다.
항공사, 호텔, 식음업 등 고수익 산업은 모두 외국기업이 운영했고,
캄보디아인들은 낮은 임금으로 단순 노동만 맡았습니다.
관광객이 늘면서 성범죄와 치안 문제도 심각해졌고, ‘관광을 통한 발전’이라는 구호 뒤에는
불평등한 착취 구조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무너뜨렸습니다.
연간 200만 명 이상 방문하던 한국 관광객이 사라지자 시엠립은 순식간에 유령도시로 변했습니다.
항공편이 줄고 노선이 폐지되자, 관광업 전반이 마비되었습니다.
대형 호텔과 식당은 문을 닫고, 가이드와 운전기사들은 생계를 위해 주변국으로 떠났습니다.
‘관광도시’였던 시엠립은 이제 조용한 농촌 마을로 되돌아갔습니다.

 

시아누크빌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접한 도시로, 

정부와 투자자들은 더 큰 수익을 위해 중국 중심의 카지노 관광지로 개발했습니다.
 한국인은 법적으로 도박이 불가능했기에, 자연스럽게 중국 자본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카지노가 멈추자, 산업은 불법 온라인 카지노로 전환되었고,
이 과정에서 각종 프로그램 개발과 인터넷 인프라 구축을 명목으로 인력을 납치·감금하는 범죄가 급격히 확산되었습니다.
최근 발생한 한국인 납치 사건들 역시 이 구조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결국 평범하고 가난한 캄보디아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생존을 위해 착취당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때 찬란했던 크메르 제국의 유산은 킬링필드를 거치며 무너졌고,
그 잔해 위에 남은 것은 교육도, 문화적 기반도 부족한 현실뿐입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혜적인 원조나 일시적 기부가 아니라,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교육의 기회와 성장의 환경입니다.
진정한 도움은 ‘불쌍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는 것을 그곳에서의 시간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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