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으로 꽃을 피운 배꽃음악회

음악이 있는 배꽃과 시가 있는 피아노.
제 3회 배꽃음악회가, 4월 17일
충남 아산시 음봉면 의식리 윤씨농원에서
펼쳐졌습니다.

아직 꽃샘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이상기온 속에서도 수 많은 가족 분들이
정성의 손을 들고 한분 한분 도착하십니다.

정호승 시인이 악기도 연주도 없이 시를 노래합니다.
“마음속에 박힌 못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지켜보는 관객들의 마음에는 무엇이 심어질까요?

시를 통해 마음에 심어진 꽃들에게,
강찬주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선율의 물을 뿌립니다.
촉촉한 마음과 촉촉한 꽃이 기타 현 위에서
춤을 추는 것 같습니다.

이분들 오늘 고생 깨나 하셨습니다.
공연은 이미 중반으로 치닫는데
관객의 행렬이 멈추지 않습니다.

예상을 한참 뛰어넘은 2,000여명의 인파.
가족이, 친구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고 당신이 여기서 낭만의 꽃을 마시는 공간입니다.

도종환 시인입니다.
다룰 수 있는 악기는 없나 봅니다.
가창력도 고만고만 하신가 봅니다.
하지만 18번은 있으시답니다.
이 분의 18번은 시(詩)입니다.
모두 시인의 18번에 귀를 기울입니다.

여러분을 맞아 준 것은 시와 음악만이 아닙니다.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꽃송이와 달짝지근한 배
한 조각도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배꽃 음악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큰 아름다움은
바로 이 사진 속에 있습니다. 음악보다도, 시보다도,
꽃보다도 여러분을 서로 이어주는 사랑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요시다 케이코의 노래가 이어집니다.
당장 그 자리에서 상당수의 CD가 팔려나갈 정도로,
찾아오신 분들의 감성에 살포시 내려앉는
멋진 노래입니다.

화창한 봄날의 음악회에 저희가 준비한 예술과 감동에
지지않는 관객 분들이 많습니다. 거칠고 불편한 자리에
앉아서도 애정과 따스함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옵니다.
이런, 여러분의 사랑이 저희가 준비한 공연보다
더 멋지려고 합니다.

주최측으로서의 자존심이 있지
관객들의 아름다움에 질 수는 없습니다.
나카무라 유리코 피아니스트가,
무대가 꺼지지 않을까 염려되는,
450kg짜리 그랜드 피아노로 역주 합니다.

몸 깊은 곳에 숨어 있는 한민족의 피를
다시 맥동하게 만드는 전통가락도
감동의 승부에 이기기 위해 울려 퍼집니다.

감동을 느끼고 사랑을 나누는데 나이도 성별도
국가도 인종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따뜻한 마음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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