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 해군과 비행선
1914년 발발한 1차 세계대전에서는 이전의 전쟁에서 보지못한 여러 가지 신병기들이 속속 등장했었지만 그중에 꽤 유명한 것중의 하나가 그 유명한 체펠린 비행선이었습니다. 1917년에야 전쟁에 참가한 미국은 유럽대륙에서 접한 여러 가지 신기술들을 검토하게 되었는데 그중에는 비행선의 군사적 효용성에 대한 것도 들어있었습니다. 1917년 말에는 육군이 뉴저지주의 레이크허스트에 비행장 기지를 건설함으로써 비행선 실용화의 첫 테이프를 끊었고 1919년 5월에는 해군 역시 비행선 기지용으로 1700에이커의 토지를 구입함으로써 뒤늦게 비행선 도입에 참여합니다.
이 당시 해군이 비행선에 부여하려던 역할은 대양에서 작전중인 함대를 위한 장거리 정찰플랫폼이었습니다. 아직 도약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항공기로서는 항속거리나 공중 체공시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광대한 대양을 충분히 수색/정찰하기엔 성능이 부족했는데 반해, 비행선은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무한에 가까운 체공시간을 지닐 수 있는 등 정찰기로서의 잠재성이 충분했던 것이죠. 그리하여 1921년에 영국으로부터 경식 비행선 ZR-2을 도입하는 것을 시작해서 1924년까지 2척의 비행선을 추가로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1921년에 ZR-2가 영국에서 스로틀 풀가동 시험중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공중폭발하고 1925년에는 ZR-1 셰난도어가 폭풍에 휘말려 추락하는 등 비행선의 실용화는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 당시 비행선이란 단독으로 행동하는 정찰 플랫폼으로 쓰기엔 뭔가가 좀 부족한 물건이었죠. 즉, 비행선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대공화기도 장비하지 못했고 항공기에 비해 항속거리나 체공시간 등에서는 우수하나 속도 면에서는 토끼와 거북이 수준으로 차이가 나서 만약 공중전이라도 벌어진다면 추풍낙엽처럼 줄줄이 격추될 판이었죠. 실제로 1차대전 당시 독일의 체펠린 비행선이 항공기의 "폭탄투하"로 인해 격추된 사례도 있고 런던을 폭격하려던 체펠린 비행선들이 영국의 요격기에 큰 피해를 입는 등 공중전에서 비행선의 취약성은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제까지는 드넓은 대양에서 적군의 항공기를 마주칠 위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대 항공기 대책이 그다지 절실하지 않았지만 1920년대 초반부터 항공모함이라는 물건이 등장하면서부터는 이 천적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는 장차전에서 해군 비행선의 생존을 보장하기가 곤란한 실정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비행선에 대공화기를 달자는 등, 전용의 대공 호위함과 행동을 같이 하게 한다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이 강구되었고 결국 장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나온 결론은 바로 1차대전 말기 독일이나 영국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비행선에 자체 방어용 항공기를 탑재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공중항모"라는 계획이 이렇게 시작된 것이었죠.
(*주 : 독일이나 영국 역시 비행선의 항공기 탑재 실험을 수 차례 한적이 있으나 본격적인 운용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2. 미 해군 사상 최초의 공중항모
1930년 봄, 미 해군은 용적 650만 입방미터 급의 신형 경식비행선 설계에 들어갑니다. 이전의 비행선들보다 훨씬 대형화된 선체에 따라 해상의 함선 못지 않은 여러 가지 부대시설들도 충분히 갖추었고 선체강도 부족으로 공중분해됐던 ZR-2의 전훈을 되살려 기골보강에도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혁신적인 기술은 비행선 최초의 항공기 탑재였습니다.
3. 공중항모, 영원한 꿈
오늘날 밀리터리 매니아 사이에서 공중항모라는 것을 진지하게 언급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잘해야 "그런건 불가능해요." 정도의 말을 듣기 일쑤고 심하면 이상한 놈 취급 당하기가 일쑤죠. 분명 현재의 기술이나 전장환경으로는 공중항모가 실현될 가능성도 없고 필요도 없다고 하는 것이 맞을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애니 등 여러 가지 매체나 많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공중항모를 갈구하고 또 언급하곤 합니다.
사람이 날 수 없었던 시절, 하늘을 날아다니던 새는 동경의 대상이었고 그리하여 고대로부터 여러 사람들은 지금의 관점으로는 다소 엉뚱한 방법으로 하늘을 나는 방법을 생각해왔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꿈이자 동경, 로망이었기 때문이었을테죠. 그리고 그런 꿈은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들어내면서 비로소 실현되었던 것입니다. 비록 다른 형태였지만 말이죠.
공중항모라는 것도 지금은 허황된 것에 불과하지만 아크론이 그랬던 것처럼 기술이 뒷받침되고 시대와 주변환경이 그것을 필요로 한다면, 언젠가 우리의 상상과는 다른 형태로라도 현실화되지는 않을런지요. 그것 또한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로망이니까요.
[참고문헌 / 자료 출처]
- Naval Historical Center (http://www.history.navy.mil/)
- Navy Lakehurst Historical Society (http://www.nlhs.com/ussakron.htm)
- DJ's Zeppelin (http://www.airships.net/zepakrn.htm)
- Arlington National Cemetery (http://www.arlingtoncemetery.net/uss-akro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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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비운의 함선 (http://board-2.blueweb.co.kr/board.cgi?id=grim1980&bname=ship&action=view&page=1&unum=14&noInc=1&SID=df54bbcfacb22c958ab1cfa5b466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