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의 정치인'의 원조는 이회창이다. 그는 97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책 <아름다운 원칙>을 통해 청렴, 원칙, 법치를 강조했다. '대쪽'과 '법대로'는 그의 별칭이었다. 그런 이회창에게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은 두 차례에 걸친 대선 과정에서 지독한 골치거리로 떠올랐다. 그의 '원칙'에 비춰 봤을 때, "위법한 사실이 없는"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이 정치 쟁점화되는 것을 사실상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정치적 공세에도 불구, 군의 명예와 신뢰를 흔들만한 아무런 자료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은 안심하시리라 믿는다"며 "부정 의혹에 대한 확증도 없고, 자료에서 사실 관계가 드러났는데도 이 문제를 선거 전략으로 삼는 것은 참으로 부정적인 정치 행태"라고 말했다.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커녕 되려 야당을 따끔하게 훈계했다.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에게 주변 참모들이 "병풍 문제는 어떻게든 정리하고 넘어가야 합니다"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이회창은 "아니,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안인데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취지로 참모들에게 말을 돌려줬다고 한다. 그는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었으므로 전향적 입장을 내지 못했다. 원칙론의 한계다.
박근혜·이회창의 '데칼코마니'
2007년 신문 지면을 연일 장식했던 정수장학회 문제가 5년간 잠복기를 거친 후 다시 부활했다. 5년 전 박근혜 후보는 도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인다.
이사장 직에서 물러난 후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이해할 수 없는 정치 공세가 진행되고 있다는 투다. "법적으로 문제 없는데 왜 정치 공세를 하느냐"는 이회창의 태도와 오버랩된다.
박 후보는 오히려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정수장학회가 자신과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공보단은 김지태 씨의 '부정 축재'를 부각시키며 "민주당은 김지태 씨를 비호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가 전날 "야당의 정치 공세"라고 규정하자 당이 이를 그대로 따르며 '정공법'을 펴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의 핵심이 과연 '김지태 씨가 부정축재자냐 아니냐' 여부일까? 그가 부정축재자라고 하면 5.16장학회의 탄생은 정당성을 부여받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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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했습니다 전문출처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21022172318§ion=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