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공평' 등 원칙 삭제 방침
"미국처럼 정치성향 드러내라"정권에 ‘쓴 소리’ 하는 방송은 보기 싫다?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송법 4조 개정을 두고 말이 많다. 4조는 △정치적 공평 △공공질서 선량한 풍속 △정확한 보도 △다각적 논점 제시 등을 방송프로그램 제작의 원칙을 담고 있는데, 이 같은 ‘방송 조화 원칙’을 삭제하겠다는 게 아베 정권 방송법 개정의 골자다.
일본 정부는 겉으로는 “규제를 철폐해 방송과 통신의 차이를 없애 매력적인 방송을 만들도록 업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고 있으나, 기존 방송업계는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실 아베 정권이 정권에 쓴소리를 하는 방송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적은 여러 번 있었다. 그럴때마다 오히려 ‘정치적 공평성’ 원칙을 내밀며 민영방송을 압박해왔다.
2014년 중의원 선거 때는 자민당이 ‘공평중립, 공정’ 제시하며 각 방송국에 ‘요청서’를 보내 논란이 됐다. 직전에 민영방송인 TBS프로그램에 출연해 “경기가 어려워서 힘들다”는 시민들의 거리 인터뷰를 본 아베 총리가 “(정부 정책이 좋다고) 평가하는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어있지 않다. 이상하다”고 반발했던 게 도화선이 됐다.그랬던 아베 정권이 아예 ‘공평 중립’을 없애겠다는 건 “미국처럼 아예 정치성향을 드러내는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신 정권에 우호적인 인터넷 방송의 영향력을 키우는게 바람직하다는게 아베 정권의 판단이다. 실제 아베 총리는 인터넷 방송에 상당히 호의적이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 때는 한 인터넷 방송에 1시간 가량 출연했다.
올 1월 31일 아베 총리는 한 경제계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인터넷 방송은) 쌍방향으로 여러 의견이 있어서 재밌다고 생각했다. 시청자 입장에선 지상파와 완전히 똑같다. (그런데) 법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친 인터넷 방송’의 성향을 드러냈다. 실제 일주일 뒤인 2월 7일 내각부의 규제개혁위원회 실무그룹에서 방송제도에 대한 검토작업이 시작됐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