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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 노무현 대통령의 사법고시 합격수기
많은 사람들이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어떻게 그 힘들다는 사법고시에 합격했냐고 묻곤 한다. 젊은 사람들 가운데는 좀더 구체적으로 '공부를 어떤 식으로 했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1975년 내가 제 1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당시는 물론이고, 20년이 거의 다된 지금까지도 내게 묻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칭찬도 반인 것 같고 호기심도 반인 것 같다. 그런데 그때마다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워낙 오래 전의 일이고 또한 조금은 숙스럽기도 해서였다.그러나 혼자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뛰고 흐뭇해진다. 남들보다 많이 힘든 상황에서 공부를 했고 시험에 합격해서 그런지, 내 인생을 되돌아볼 때 사법 고시에 합격했던 그 순간만큼 행복했고 성취감을 느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수험 잡지인 [고시계] 75년 7월호에 '과정도 하나의 직업이었다'라는 제목으로 고시 합격기를 쓴 적이 있다.이번에 책을 내기 위해 [고시계] 75년 7월호를 어렵게 구해 오랜 만에 내 합격기를 읽어보았다.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 참으로 절망도 깊었고 일도 많았던 고시 공부 시절...... 어릴 때 쓴 것이라 여기저기 어색한 데도 많고 유치하게 느껴지는데도 있지만, 그 당시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하고 싶어 손보지 않고 그대로 싣는다. 그 동안 나의 고시 공부 시절에 대해 물어 보았던 분들께 만족스런 대답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과정도 하나의 직업이었다>1. 머리에지나간 일은 언제나 아름답게만 보인다지요? 산꼭대기에서는 힘겹게 올라온 가파른 산길마저도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이듯이 말입니다. 또 승자의 과거는 그것이 자서전이든 타인의 작품이든 가끔 신화적으로 수식되어 있음을 봅니다. 사법시험의 합격, 이것이 긴 여정에서 하나의 중간 목적지에 불과하지만 하나의 성취와 조그마한 승리로 평가될 수도 있기에, 막상 합격기라는 것을 쓰려 하니 자칫 어떤 승리감에 도취되거나 과거를 돌아보는 낭만적인 기분에 도취되어 힘겹고 괴로웠던 긴 수험 과정의 체험을 스스로 미화시켜 얘기하는 잘못을 범하게 될까 여간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졸 합격자라는 다소 특이한 제 입장이 독학도들에게 어떤 관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둔한 솜씨나마 될 수 있는 한 사실대로 기억을 더듬고 그때의 생생한 감정들을 살려서 몇 자 쓰고자 합니다.2. 동기-꿈을 키우던 시절나는 경남 진영라는 읍에서 약 10리나 떨어진 산골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위로는 형님이 두 분으로, 큰형님은 부산 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고등고시를 준비하였으나, 본래 가난한 살림에 벅찬 대학 공부 때문에 가세는 더욱 기울어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때쯤 끝내 응시도 해보지 못한 채 그마두고 말았다.당시 나는 형님을 따라 마을 뒤에 있는 봉화사라는 절에 가서 그곳에서 고시 공부를 하는 형님 친구들의 법 이론이나 시국에 대한 토론을 자주 듣곤 했으며, 또 형님은 자신의 좌절에서 오는 울적한 심정을 털어놓기를 좋아했던 모양으로 가끔 상기된 어조로 나에게 여러 가지 얘기를 들려주곤 했다.물론 나는 그때의 얘기들이 너무 어려워서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이 많았으나, 그들의 엄숙한 표정과 격한 어조의 토론은 만만한 젊음의 패기와 이상을, 그리고 격렬한 논쟁의 뒤에 주고받는 소탈한 웃음은 사나이들의 인간미와 호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느꼈고, 이것들이 고시 학도들의 속성이요 또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권으로까지 생각했다. 결국 이런 분위기는 나에게 고시를 해보겠다는 막연한 꿈을 갖게 해주었다.그러나 살림은 더욱 기울어 작은 형님은 학업을 중단했다. 부모님의 노동 능력은 차츰 줄어갔고, 마침내 최후의 명줄로 남아 있던 조그만 과수원마져 빚에 쪼들려 처분해야 했다. 나는 3학년이 되면서 일찌감치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5급 공무원 시험을 거쳐 독학으로 고등고시에까지 밀고 나가 보겠다는 결심으로 옛날 형님께서 보시던 누렇게 바랜 [법제 대의]와 [헌법의 기초 이론(유진오)]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그러나 그 해 10월에는 일자리를 찾아 나갔던 형님께서 돌아와 내가 하는 꼴을 보고 크게 나무라시며 진학을 권하셨다. 나도 가정 사정을 들어 고집을 부려 보긴 했으나 끝내 강권에 못 이겨 부산 상고에 장학생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예순이 넘으신 부모님들의 생활은 아무런 토지의 근거도 없이 자신들의 노동으로 해결하시도록 내버려 둔 채 작은 형님이 어렵고 힘든 직장을 전전하며 벌은 돈으로 내 숙식비를 부담해야 했으니, 대학 진학은 아예 엄두도 내어 보지도 못하고 취직 반에 들어갔다.그래도 역시 막연하게나마 길러 오던 고시에의 꿈을 버릴 수는 없었던지 3학년 말 농협에 취직시험을 치른 후 발표도 나기 전에 65년도 11월호 [고시계]를 한 권 샀다. 고시의 냄새를 알기 위하여......3. 출범, 그리고 표류농협에의 낙방에 이어 개인 회사에 취직했으나 생각보다 급료가 박했고 근무 시간이 많았던 것 은 고시로 향한 출범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야산 돌밭을 개간하여 심은 고구마와 영세민 취로 사업장에서 내주는 밀가루로 연명하시는 부모님들의 실망을 모른 체하고 직장을 그만두었다.한 달 반의 급료 6천원으로 몇 권의 책을 사고 마을 건너편 산기슭에 토담집을 손수 지어 '마옥 당(磨玉堂)'이라 이름 붙인 후, '사법 및 행정 요원 예비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당시에는 학력 제한이 있었다). 책값을 벌겠다고 울산 한국비료 공장 건설 공사장에 막노동을 하러 갔다 가 이빨이 3개나 부러지고 턱이 찢어지는 불운을 겪으면서도, 용케 11월에는 제7회 예시에 합격 하였다.4개월 정도의 준비로 예시에 합격하는 행운과 함께 이제까지의 나의 처절한 투쟁은 막을 내렸다. 나의 예시 합격에 자극받아 큰형님은 67년에, 작은 형님은 68년에 각각 5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67년에는 법률 서적을 살 형편이 못되어 예비 시험 과목을 새로 공부하고 있다가 68년에는 군에 입대했다. 군에 있는 동안에도 공부를 해 보려고 애썼으나 영어 단어 하나 암기를 못하고 3년을 표류하고 말았다.4. 열풍에 돛을 달고 - 그리고 좌초71년 제대를 하고 집에 오니 집안 사정은 상당히 호전되어 있었다. 4월부터 옛날의 '마옥당'을 수리하여 공부를 시작, 5월 2일에 3급 1차에 합격, 그리고 사법시험으로 전환, 처음 법률 책을 대하니 다소 흥분되기도 했으나 과연 이 어려운 것을 해낼 수 있을지 더럭 겁부터 났다.그러나 소설을 읽듯이 마구 읽었다. 생각보다 쉬웠다. 겉만 슬슬 핥으니 그럴 수밖에……. 전 과목을 무질서하게 읽었다. 행정법과 상법이 좀 어려운 듯했다. 민법을 모르니 그럴 수 밖에……. 소송법은 전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실체법을 전혀 모르니 그럴 수밖에……. 4개월에 걸쳐 오리무중을 헤매면서 전 과목 3회독을 마쳤다.「고시계」를 66년도부터 소급해서 샀다, 그러나 합격기 말고는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그 동안의 체험과 「고시계」합격기에서 읽은 것을 정리하여 얻은 것은 책을 읽는 순서 정도였다. 이 리하여 민법을 먼저 읽고 상법과 행정법에 들어가고 실체법을 먼저 읽고 소송법에 들어간다는 순서를 정하여 9월부터 시작했다. 새로 읽으니 과거의 3회독은 간 곳 없고 전혀 새로 읽는 기분이 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다시 어려워졌다.그러던 중 10월에 14회 공고가 났다. 외면하려 했으나 자꾸만 들떴고 마침내는 고시 사상 최단기 기록을 목표로 하여 무작정 덤볐다. 문제집을 샀다.1차의 합격은 나의 이러한 만용을 더욱 부채질했다. 이젠 문제집마저도 내 나름대로 밑줄을 긋고 그 부분만 골라 읽었다. 8개월 정도의 준비로 2차 시험에 응했다.시험장에서 고향의 중학교 후배를 만났다. 사법시험 준비는 나보다 훨씬 선배였다. 나의 공부 기간을 듣고는 "전 과목을 한 번 다 보지도 못했겠네요?" 했다. 어리석게도 나는 자신이 무시당하는 기분에 저으기 분개하면서 우습게 맏아 넘겼다. "두고 보라지……." 정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을 모르는 막강한 뱃심이었다. 이런 뱃심으로 시험에 응했다. 기막히게 더 잘 썼다. 내가 아는 건 다 썼고 또 아는 건 그 뿐이었으며 집에 와서 책을 대조해 보지도 않았으니, 기막히게 잘 썼다고 생각할 수밖에……. 점수는 50점 얼마였다.뒤에 읽어보니 문제집에 밑줄을 그어 두었던 부분이 모두 엉터리였다. 다른 색깔로 새로 밑줄을 고쳐야 할 형편이었다.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응시자를 젖히고(?) 과락 없이 300명 선 안에 들어갔으니 다음에는 틀림없을 거라고 또 한 번 낙관했다.그러나 발표 후 5~6개월을 이유 없이 허송했다. 제대 후 공부도 시작하기 전부터 마을 처녀에 게 마음을 뺏기기 시작하여 상대방의 단호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열을 올리게 되고 8개월에 걸쳐 집요하게 추근거려 1차 시험 직전에야 겨우 처녀의 마음을 함락시키고는 안도했는데, 이제 그녀 가 결혼 적령을 넘었다는 사실과 고시와 연애는 양립할 수 없다는 중론 사이에서 그녀와 나는 고 민의 연쇄반응을 일으켰고, 또 이틀이 멀다 하고 만나지 않고는 배길 수 엇는 애정의 열도에 비 례하여 공부를 위한 시간에의 집착이 강하여 심리적 갈등이 심했기 때문이다.그러다가 9월에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장유암이라는 절에 들어갔다. 국사의 추가로 부담이 늘었 지만 시험이 연기된 것을 다행으로 여겨 '수석 합격'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열심히 공부를 했다.73년 1월에는 예년의 시험 대신에 그녀와 결혼했고 5월에는 아들도 낳았으나 나는 여전히 절에 서 계속 열을 올리고 있었다.아! 그런데…… 글쎄 정말 이럴 수가! 그렇게 끔찍이도 나를 아껴주시며 자신의 못 다한 소망을 나에게 걸어 꿈을 키워 주시던 큰형님이 5월 14일 교통사고로 저 세상으로 떠나 버리셨다.한 줌 잿가루로 화해 버린 형님의 유해를 고향에 묻고 절로 올라 올 때는 길도 제대로 보이지 않 았고 이제부터 전혀 공부도 되지 않았다. 단지 타성에 의하여 책장을 넘기고 있는 동안에도 마음 은 삶과 죽음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생각들과 고시와 출세에 대한 회의로 가득 차 있을 뿐이었 다.그래도 결론은 하나, 형님의 꿈 그리고 나의 꿈, 어떻든 고시는 필연적이었다. 15회 시험까지 남 은 기간은 40여일 뿐, 차츰 초조해지기 시작하고 마침내 책을 읽기만 하면 가슴이 울렁거리며 답 답해지는 알지 못할 병에 걸리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시험을 한 달 앞두고 보따리를 싸 들고 집으로 내려왔다.그러나 아직 산고가 풀리지 않아 부자유스러운 아내와 핏덩이 신걸이, 자식을 잃은 부모님의 비 탄……. 공부가 될 리 없으니 병은 점점 더해지고……. 수석 합격이라는 화려한 표어와는 달리 응시조차 포기하고 싶은 것을 부모님의 시선이 두려워 마지 못해 상경하였으나, 시험 첫 날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목구멍에 무엇이 치밀어 올라 우유와 계란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그래 도 기를 쓰고 책을 볼라치면 몸에서 식은 땀이 배어 나왔다.「고시계」의 통계란에 따르면 결과는 90위 정도, 정리만 잘하면…… 하는 자신을 얻은 셈이었 다.5. 새로운 좌표 - 직업 의식그러나 좀 쉬어야 했다. 책을 잡기만 하면 예의 증세가 나를 괴롭혔다. 고시를 그만둘까도 싶었 다.학교 성적이 우수했다는 사실이 반드시 고시를 해야 할 필연적 이유로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도 되었고, 법을 공부하면서 차츰 정의의 이념을 배워 가는 동안 '고시=권력=출세'라는 과 거에 내가 생각했던 등식이 우스운 것임을 느끼게 될 무렵 형님의 뜻 아닌 타계는 예시 과목의 철학 개론을 공부하면서부터 어렴풋하게나마 생각해 오던 삶의 의미를 보다 깊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맹목적 출세주의와 '그 수단으로서의 고시'라는 과거의 생각에 결정적인 쐐기를 박았다.그러나 상고를 졸업한지 너무 오래되어 새로운 진로를 찾기는 어렵고 하여 고시를 그만두지는 못 했다.다만 이제는 고시 아니면 파멸이라는 배수의 진은 거두어 버리고, 하나의 직업인이 자기의 생각 에 충실히 종사하듯이 고시 공부도 평범한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려 했다. '수석 합격'이라는 표어 대신에 '천직=소명'이라 써 붙이고, 숙소를 마옥당에서 집으로 철수하여 직장에 출퇴근하는 기분으로 낮에는 마옥당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집에 와서 여유가 있을 때만 공부하기로 하였다.아기가 울면 달래기도 하고 기저귀도 갈아 채우고 밤이 늦도록 아내와 정담을 나누며 잠을 덜 자 면 이튿날 낮잠을 잤다. 그러나 가슴과 목의 증세는 쉽게 낫질 않아 16회 시험까지는 부담 없이 쉬었다.16회 시험도 주위의 시선이 두려워 응시한 정도였고 성적은 15회보다 내려 130위 안팎으로 생각 되었다.17회 준비 1년간은 정말 순조로웠다. 절에 있을 때 만들었던 독서대의 실용 신안 특허 출원 관계 로 9-10월에 조금 쉰 것 말고는 가금 아내와의 대판으로 선풍기 목이 부러지거나 문짝이 떨어져 나가는 활극이 연출되기도 하는 가운데에도 예전과 같이 재미있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10월 하순 부터는 풀었던 긴장을 바짝 조여 이때부터는 아내가 들 건너 마옥당까지 점심을 날라다 주었고 잠은 여전히 집에서 잤으나 신걸이가 잠들기 전에는 우리 방에 못 오게 하고 책을 보았다.그러나 17회 때에도 역시 정리가 다 되지는 않았다, 단지 다른 어느 때보다 정리 기간이 착실했 으니 훨씬 낫겠지……. 집을 나서면서 아내에게 "신문 기자들이 수석 합격자 인터뷰하러 올 테 니 당신도 피력할 소감 한 마디 준비해 두지 그래."하고 허풍을 쳤다.건강은 좋았고 시험은 순조로웠다. 집에 와서도 역시 출발 전의 호언장담을 되풀이했다. 3월 27 일 아침 먹고는 불안을 떨쳐 버릴 수 없어 진작부터 낮잠에 들어갔다. 꿈결에 "노무현! 노무현!"하는 친구의 떨리는 목소리, 그도 뒷말을 잇지 못했고 더 들을 필요도 없이 아내는 내 무릎 에 엎드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형님! 지하에서도 신문을 보십니까? 아버지 어머니도 형님 생각에 자꾸만 우십니다."6. 더하고 싶은 이야기공부 방법, 책의 선택, 공부 장소, 독서 방법 등에 관한 문제는 각각 제 것이겠지요. 그래도 일 반론이 있다면 이미 많은 선배님들의 합격기가 말한 것과 나도 같습니다.그래서 제 특이한 입장에 관한 것과 또 제가 따로 하고 싶은 얘기만 골라서 제 경험을 예로 들 어 쓰렵니다. 다만 개인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얘기하는 것은 객관성을 잃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마는, 어느 정도 참고는 되리라 믿습니다.1) 독학에 대하여응시자 중에 4년제는 물론 초급대학에도 안 간 사람들만을 독학도로 계산해도 그 수는 600명을 넘는데, 이 수는 서울대 출신 응시자 800명에 거의 육박하는 수임에도 합격자 수는 수년만에 하 나씩 나올 뿐으로 도저히 비교가 안된다. 이런 점을 보면 대학교에는 꼭 가는 것이 좋을 것 같 다.주로 경제 사정과 연령이 문제인 것 같으나, 경제 문제라면 요즘 일부 사립 대학에서 고시반을 편성하여 학비는 물론 숙식 일체까지 밀어 준다고 하니 오히려 독학보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가벼 울 것이다. 연령 문제도 생각 나름이 아닐까?2) 그래도 구태여 독학을 하겠다면 독학도들의 고시 합격률이 지극히 저조한데 반하여 대학 출신 자 중에는 법대 출신이 아니고도 고시에 합격하는 사람이 많고 17회에는 수석 합격자가 공대 출 신이다. 이러한 결과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연유하는 것이겠으나 나는 이 점을 대학에서 얻게 되 는 일반 교양 과정의 지식 탓이 아닌가 생각한다.나는 과거 예비 고시에 합격한 후에도 법서를 살 형편이 못되어 군에 입대하기까지 1년간을 예 시 과목의 책을 그대로 읽었고 이것이 제대 후 법서를 공부할 때 상당한 도움을 준 것 같았다. 이런 점에서 학력 제한이 철폐된 오늘의 제도보다 과거의 예비 시험 제도가 보다 합리적인 제도 가 아닐까?흔히 독학도들은 소위 공부 방법이나 수험 정보, 고시 기술론, 고시 분위기 등에 생소함을 걱정 하게 되나 그런 점은 고시 잡지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수험 기간 중 많은 사람들과 많은 얘기들을 나누어 보았으나, 수험 잡지의 합격기나 좌담회, 통계 기타 안내편에 나오는 이상의 아 무 것도 얻을 수 없었다.3) 병역 문제군에서 공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러나 어차피 가야 한다면 일찍 갔다 오는 것이 좋을 것이 다. 나는 현역 복무 중 가는 세월을 한없이 초조하게 생각했으나, 마치고 나니 부담이 없어 좋았 고 또 졸병 생활 자체가 하나의 수업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수험 과정 중에 필요했던 끈기 있 는 자세는 군에서 몸에 익힌 바 큰 것이었다.4) 연애와 결혼처음 8개월에 걸친 일방적 구애 작전은 시간과 정력의 손실이 너무 컸다. 그러나 일단 결혼한 후 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아내의 세심한 배려는 말할 것도 없고 점심을 가지고 올 때면 언제 나 따라오는 개구장이 신걸이의 재롱은 식사시간을 즐겁게 해 주었다. 붉은 낙조를 바라보며 집 에 건너오면 또 반겨 주는 신걸이의 고사리 손이 하루의 긴장과 피로를 깨끗이 잊게 해 주어, 나 는 침체기를 몰랐고 따로 휴식이나 기분 전환 거리가 필요 없었다.애타는 애인들 있으면 결혼들 합시다.5) 건강절대적 조건임은 두말 할 것 없고 다만 공부로 오는 정신적 육체적 피로보다 초조, 불안 등의 심 리적 파탄에서 오는 손실이 훨씬 더 심각하고 장기적인 것이다. '고시 아니면 파멸'이라는 생각 이나 출세에의 지나친 집착, '최단기' '수석합격' 등의 욕심은 사람을 견딜 수 없이 초조하게 만 들었다.오히려 하나의 직업인이 성실하게 직장에 임하듯 수험 생활에 임했더니 장기에 걸쳐 장소를 옮기 지도 않고 공백 기간도 없이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바꾸고도 곧잘 대성하 더라. 일정시까지 안되면 직업을 바꾸면 그만이다. 여하튼 다소간의 긴장은 필요하겠으나 지나 친 긴장 불안 초조는 금물이다.또 며칠을 허송했다 하여 갑자기 초조해지고 그를 보상하겠다고 급하게 열을 올리고 무리를 하 는 것은 잇달아서 또다시 며칠의 침체와 시간의 낭비를 강요하는 결과가 되기 십상이다. 지나간 시간은 아무리 아까워도 깨끗이 잊는 것이 좋다. 장기전에서의 며칠의 허송은 그리 문제되지 않 는다. 나는 최종 정리 기간에도 부부 관계는 억지로 금욕하지는 않았다.여하튼 나는 이런 느슨한 자세로 공부했다. 그러나 결코 남보다 노력을 덜하지는 않았다. 보통 10시간은 넘게 공부했고 일단 책상에 앉으면 무서운 집중력을 구사했다. 머리가 혼란해지고 잡념 이 생길 때에는 책을 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안정이 되었다. 그러나 일단 책을 떠나면 고시는 깨 끗이 잊었다. 이런 느슨하면서도 투철한 자세는 확고한 직업관에서 왔다고 생각되지만, 또 합격 에의 신념으로 보완될 때 더욱 안정적이라 생각된다. -------------------------------------------------------------------------------사시1차 근처도 못간 사람들이 고졸이라고 비아냥거리던게 생각나네요. 대통령 욕하는게 일상이고 스포츠였던시절에 그 때는 알지 못했던 참 대단한 사람이었음을 요즘에야 느낍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고 로스쿨제도의 비판이나 사시존치를 떠올리실 분들도 있을겁니다. 저도 근본적으로 로스쿨의 입학과 변호사시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개선 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과도기적 상황에서 로스쿨제도의 문제점들을 개선해나가는게 앞으로는 사법개혁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다들 좋은 하루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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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공일기장] 두가지 인생 - 44
Channel 1. 로키 조금 과격한 생각일 지도 모르겠지만, 달을 가리켜도 손가락만 보는 이 머저리에게 달을 보게 만들려면 “답답이를 살려놔도 네 목을 자를 손이 존재한다면, 그 손을 잘라버리면 되는거 아닌가?” 달을 가리키는 손마저 잘라버리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어쨌거나, 내 전략은 조금은 성공적이었는지, 답답이의 제거에 몰두해있었던 도로시가 내 말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무슨 말이지?”“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보잔 말이지. 너는 휠맨의 총책이 됨으로써, ‘우리’를 엿 먹일 생각에 가슴이 뛰겠지만, 엿을 먹인다손 치더라도 네 녀석을 고깝게 보는 사람들은 여전히 남아 있잖아? 그런 사람들은 당장은 대안이 없어 너를 총책의 자리에 앉혀놓겠지만, 굳이 답답이가 아니더라도 너를 대신할 존재를 계속해서 찾게 마련일거다. 그렇지?”“그럴 때마다 그런 놈들을 치워버리면 그만이야.”“언제까지 그럴 참이지? 관 뚜껑에 못 박힐 때 까지?”“그건......”“전임자 치울 때 니 차례가 오지 않을 거란 허튼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테고, 그 생각대로 너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전임자가 될 테지.”“그래서 나보고 어쩌란 거야?”“뭐긴 뭐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버리잔 거지.”“너..... 지금. 뭐야? 그러니까, 지금.”“지부장 치우고, 니 말 잘 듣는 애를 그 자리에 앉히자는 거지.”“........” 나를 보는 도로시의 얼굴이 아주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추리하는 것은 그닥 어렵지 않았다. 아마 녀석은 나의 이런 파격적인 제안을 듣고...... “이거......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을 작살낸다더니 이거 껍질 벗겨놓으니까 완전히 미@친놈이잖아?”“이 마당에 뭔들 못하겠냐.”“그래, 좋아....... 좋다고, 니 말대로 하자고 쳐보자. 그러면, 요원들이 가만이 앉아서, ‘아이고 우리 지부장님이 돌아가셨네? 그럼 이 도로시님에게 순순히 지부를 넘겨드려야겠다.’라고 할 거 같아? 일 저지르고,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는 거야?”“그래서 내가 너한테 온 거 아니냐. 이 석두년아.”“니가? 와서 뭘 어쩐다고?”“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나만큼이나 네 녀석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사람도 없지. 임무수행능력도 탁월하고, 몰인정함에서 오는 객관성, 그리고 크로스라는 네임 벨류까지. 만약 지부장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면, 지부에서 실권을 가질만한 사람이 누구겠냐? 바로 나 아니겠어? 그런 내가 너를 지지한다고 천명해봐라. 과연 누가 너를 함부로 건드릴 수 있을 것 같냐?”“......로키 너, 보기보다 제법 권력욕이 있는 놈이었구나?”“권력에 대한 추구라기 보단, 답답이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지, 녀석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때 까지, 나는 녀석을 최대한 돕기로 약속을 한거다.”“그 대가로, 지부를 팔아넘기면서 까지 말이지...... 이거 완전히 빼도 박도 못할 호로새끼인데?”“니가 남을 멋대로 재단하고 평가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고, 그 대상이 내가 될 줄은 더더욱 몰랐지만, 팩트에 대해선 굳이 부정하지는 않겠다.”“......” 도로시는 완전히 졌다는 얼굴로 어께를 으쓱했다. 지금 내게 닥치게 될 거시적인 상황과는 별개로, 녀석이 내게 할 말을 잃어버리게 된, 미시적인 상황 자체는 내게 말로하기 어려울 교묘한 승리감을 안겨다 주는 것 같았다. 물론, 그러한 감정을 녀석에게 들켜보았자 녀석을 설득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으니 티를 내지 않을 뿐이다. 어쨌거나, 만족스러운 결론이 났다. 저 머저리는 달을 보는데 성공했고, 나와 생각을 공유하게 되었다. 이로서 나는 답답이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그로인해 치를 대가가 있겠지만, 그건 지금 당장 생각하기엔 너무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생존에 급급한 이가 천국과 지옥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당장의 눈앞에 닥친 생존의 문제만 신경을 쓸 뿐이지. Channel 2. 아이리스 토라는 무슨 말인지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마지막 말을 읊조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그대로 곯아떨어져 버렸고, 저는 그녀의 손에 들린 카드키를 챙겨 방을 나왔습니다. 복도에 감돌고 있던 차가운 새벽공기가 폐부를 파고들어오는 바람에 정신이 퍼뜩 들긴 했지만, 정신에 비해 몸의 변화는 조금 느렸던 탓인지 머리는 여전히 지끈거렸고, 속도 울렁거리는 통에 몇 번이나 헛구역질을 하며 계단을 내려가야만 했었습니다. 4층에서 1층까지 그 영원과 같은 시간을 침잠해 가면서 제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빨간약을 반품하고 파란약을 먹어야 하는거 아닌가?’하는 내적 갈등이었냐고요? 하하, 아니에요. 저는 그렇게 복잡한 사람이 아니란 걸 그동안 봐와서 알지 않나요? 제 머릿속을 가득 메운 생각은 ‘대체 얼마나 더 내려가야 이 계단이 끝나는 거야?’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 또한 있는 것이라, 침잠도 끝이 나고 저는 비로소 마지막 계단을 밟을 수 있었죠. 혹시 지하에 도착했나 싶어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웬걸요? “그러고 보니까...... 이 건물에 지하가 있었던가?” 아무도 없는 1층 중앙현관만이 훵덩하게 저를 맞아줄 뿐이었어요. 한참 어리버리하게 주변을 둘러본 끝에, 이곳에 있는 한 달 동안 ‘지하층’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고, 가본 적도 없었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뭐지?” 토라가 그 순간 거짓말을 했던 걸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그 순간 토라는 정말로 진지했거든요. 마치 위험한 곳으로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는 어머니의 마음과 같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다면, 어딘가 지하층으로 가는 곳이 숨겨져 있다는 걸텐데...... 이거 참 숙취로 비틀대는 와중에 본적도 없는 지하층으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니, 이만저만 곤란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이면이란 녀석에 뛰어들기로 했으면 찾아야 하는걸요. 그래서 저는 지하층과 관련되어있을 만한 곳을 모조리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음...... 여기도 아니고.”“이것도.....”“여기도......”“.......아 진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저는 완전히 지쳐 나가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 딴에는 지하와 관련되어 있을 법한 장소를 다 찾아보았지만, 그곳은 결국 그 장소 자체였을 뿐, 지하와 관련된 곳은 아니었습니다. 이면에 몸을 던지기로 했는데, 벌써 여기에서부터 막혀서야 원...... 지독한 비유의 미로 속에 빠져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제 자신이 한심해지려고 합니다. 이제 제게 기댈만한 건 단 하나의 모호한 문장 밖에 없었습니다. ‘땅 속으로 들어가서 보라. 마음가짐을 바로하면, 숨겨진 돌을 찾을 수 있을지니.’ 대체...... 저게 무슨 귀신 시나락 까먹는 소리인걸까요? 잠깐만..... 저 말을 곱씹어보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데...... 설마 ‘땅 속으로 들어가 보라, 거기서 마음가짐을 바로 하면, 숨겨진 돌을 찾을 수 있을 지니.’라는 문장을 잘못 말 한건 아니겠죠? <Visita Interiora Terrae, Rectificando Ivenies Occultem Lapidem - 출처 : 베르나르 베르베르 '절대적이고 상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그 거라면 예전 대학 시절,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연금술 개론 첫 수업 때, 교수님께서 학생들을 앉혀놓고선 나름 멋들어지게 한답시고 말했던 괴상한 6행시였습니다. 그때 저희는 ‘무슨 개소리지?’라는 반응이었지만, 연금술에 심취하셨던 교수님은 ‘황산 임마! 연금술 배운다는 놈들이 황산을 몰라!’라며 오히려 역정을 냈었죠. 세상에, 남의 산에서 굴러다니는 조악한 돌도 우리 집의 옥돌을 가는데 요긴하게 쓰인다더니, 제 대학생활의 낭만을 산산이 박살낸 그 수업에서 이런 뜻밖의 힌트를 얻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토라가 읊조렸던 그 괴기한 문장은 그냥 술주정이 아니었어요. 지하층으로 가는 힌트였던 거죠. 황산. 그리고, 그것이 있는 곳은 바로...... “여기다.” 독극물 보관 창고. 이곳이었어요. 그동안 가볼일이 없었지만...... 이젠 아니겠죠. 저는 주변에 저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본 뒤에, 조심스럽게 그 안으도 들어갔습니다. 방은 이중 문 체제로 되어있었어요. 그러니까..... 방과 복도를 나누는 첫 번째 문을 열면, 창고와 소독시설을 나누는 두 번째 문이 있었어요. 참..... 이러는 거 보면, 일처리 하나는 정말 꼼꼼하게 하는 곳이라니까요. 어쨌거나, 저도 그다지 독극물과는 친하게 지낼 생각은 없었으니, 소독을 하고 방진복을 갖춰 입었습니다. 창고 안에는 정말 다양하고...... 많은 수의 독극물이 보관되어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자연과학을 선택해서인지 학교에서 ‘추상적인 단어’로만 들어왔던 물질들과 감격의 재회를 했다고 할까요? 천남성, 옻나무, 개나리 광대버섯 등 식물성 독초의 추출물로부터, 복어, 전갈, 화살독 개구리 등 동물성 독, 그리고 보톨리누스, 황색포도상구균 등 세균성 독등 다양한 종류의 독들이 나름의 체제대로 분류되어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생물선생님이 특히 독극물에 대해 비이성적일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계셔서 수업시간이 지루해질 때 마다 해주셨거든요. 그렇다면 제가 찾는 황산은..... 그래요, 제가 앞서 언급한 독극물들에서는 찾을 수 없을겁니다. 저건, 독극물을 크게 나누었을 때, ‘생물독’에 포함되는 범주에 속하는 것이거든요. 제가 찾는 황산은 생물에서 유래되지 않는 ‘무기물 독’에 속하거든요. 저는 무기물 독이 있는 범주를 찾아다녀야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았다.” 500 - 무기화합물 - S 항목에 잠자고 있던, 황산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Channel 1. 로키 미@친년을 설득하느라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긴 했지만, 결국 녀석을 내 쪽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첫 번째 단계는 성공했다. 이제 그 다음 단계인 실행단계로 넘어가야 할 텐데, 첫 번째 단계와 두 번째 단계를 매끄럽게 이어주기 위해서는 한가지 전제가 필요했다. 바로 ‘내가 도로시를 만났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한다는 것’ 일단 아무도 모르게 지부에서 ‘나오는’건 성공했다고 자평하지만, 위의 전제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아무도 모르게 지부로 ‘돌아가’는 것이 수반되어야 한다. 플랫폼에서 열차로 들어가기 직전에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는 7시 24분을 지나고 있었다. 어디보자...... 워터 프런트에서 라스알게티 까지, 전철로 1시간 라스알게티 역에서 운터 브룩까지 20분...... 그리고 업무시작은 9시 그러니까, 여유시간은 16분...... 16분 동안 운터브룩의 쓰레기 산을 기어 올라가 아무도 모르게 내 방으로 들어가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솔직히 말하면 그닥 자신은 없지만, 이건 자신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닌 건 확실했다. 만에하나 타인의 눈에 띄어 의심이라도 사는 순간 말짱 꽝이 되어버리는 거니까. 아무래도 체력을 넉넉히 비축해야겠다. 한가지 다행이라고 한다면, 라스알게티 역에서 워터 프런트로 가는 열차보단, 워터 프런트에서 라스알게티 역으로 가는 열차가 좀더 한산하다는 것 정도? “문이 열립니다.”“.......뭐 이래?” 정확한 출처가 기억나진 않지만, 내전기에 활약했던 라스알게티 출신의 군인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인생을 통틀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일은 10여 가지 중에 3~4가지에 지나지 않았다.’라고 아무래도 워터 프런트에서 라스알게티역에 가는 동안 체력을 비축하는 건....... 10여 가지 일 중 6~7가지 의 범주에 포함된 모양이다. 열차안은 워터 프런트로 갈 때보다 더했음 더했지 결코 덜 하다 할 수 없는 빽빽한 인간면발들이 괴로움과 고뇌로 가득한 표정으로 뒤엉켜있었다. 하아...... 어차피 지옥 갈 게 분명해 보이는 인생인데 굳이 이렇게 미리보기를 해주면 전혀 기대가 되질 않는데 말이지. Channel 2. 아이리스 황산은 500 - 무기화합물 - S 의 찬장에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그게 뭐 어쨌냐고요? 분류학적으로 보았을 때는 이상이 없었어요. 하지만, 황산을 통해 무언가를 발견하려는 제 입장에서는...... 이상이라기 보단 ‘곤란함’을 느낄 만 했죠. 왜냐고요? 찬장이 창고의 한 가운데에 있었거든요.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요? ‘한가운데’라고요. 상식적으로 비밀통로의 입구라고 한다면, ‘벽에 붙어’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야 뭐..... 황산을 찬장에서 꺼내거나, 제자리에서 빙글 돌린다거나 하면 벽이 움직이면서 숨어있던 비밀의 통로가 열린다거나 하겠죠. 그런데 말이죠. 이 500 - 무기화합물 - S 칸에는 그런 게 ‘아무것도’ 없어요. 이렇게 주변에 벽 이랄게 없는 곳 한가운데에 떡하니 있으면, 황산이란 걸 찾아도 그게 숨길 비밀의 통로라는 곳에 들어갈 방법이 전혀 없잖아요. 저는 새삼스럽게 주변을 살펴보면서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 제가 그동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그 한마디를 조심스럽게 꺼내 보았습니다. “씨.......발 어쩌라는 거야.” 일의 성패여부와 상관없이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긴 하네요.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어쩔 수 없지 뭐.’라고 중얼거리며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저는 캐비넷 주변을 좀 더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것을 발견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혹시 캐비넷 밑에 뭔가가 있나?’싶어 바닥에 엎드리다시피 하여 아래를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그곳도 꽝이었지요. 이제는 ‘혹시’라는 희망보단, ‘이 일을 어쩐다?’라는 절망스러운 마음만 들었어요. 그런데 모든 것을 포기하고자 하는 그런 시점에, 저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응? 뭐지?” 바닥에 엎드리다시피하는 그 무렵에, 저는 제 볼에 무언가가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바람이 불어왔지요. 창문이 없는 폐쇄된 창고에 바람이라니,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그리고 그건 아래에서 위로 불어왔다고요. 그 말인 즉슨....... 이 바닥 아래에 무언가 공간이 있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그래요, 그러고보니, 눈으로 볼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엎드려보니 이 부근의 바닥재질도 뭔가 달랐다는 것도 알 수 있었어요. 겉으로 볼 때는, 이 바닥도 여느 부분과 마찬가지로 시멘트 바닥인 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엎드려서 볼에 닿고, 손으로 더듬어보니 시멘트가 아니었어요. 이건...... 유리였다고요. 어떻게 색을 칠하고 갈아댔는지 눈으로 볼 때는 전혀 차이를 느낄 수가 없었는데, 손으로 만져보니 확실히 질감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저는 혹시나 해서 그 주변을 손으로 더 더듬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거 참...... 교묘하게 감춰 놓았네.” 유리는 하나가 아니라 두 개였습니다. 두 짝의 유리가 맞물려 있는, 그러니까...... 유리문이었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이제 이걸 얼어야 할 텐데, 아무리 주변을 더듬어 보아도 문고리는 보이지 않았어요. 흐음 그렇다는건, 손으로 돌려서 여는 건 아니란 소리겠죠. 그렇다면....... “이제 이 카드키를 사용할 때가 됐단 이야기겠지.” 황산, 유리문, 그리고 카드....... 퍼즐 조각은 모두 맞춰졌습니다.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황산이 담긴 시료병을 꺼내 보았습니다. 역시나, 시료병이 있던 곳에는 카드 리더기가 감춰져 있더군요. 이제 여행의 시간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Channel 1. 로키 내가 지부에 도착을 하고나서 건물에 걸려있는 시계를 쳐다봤을 때, 시계의 바늘은 8시 5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도 정신없이 뛰어오다보니 입에서 허파가 튀어나올 지경이었지만, 아직 모든 과제를 마친 것은 아니었다. 이제 남은 3분여의 시간동안, 관리인 아주머니 모르게 내 방안으로 잠입해 들어가야 하거든. 그러려면....... 계단을 사용하는 방법으로는 불가능 할 것이다. 지금쯤이면 요원들이 식당을 나와 과업수행을 위해 지부 곳곳을 움직이고 있을 터이니까..... 그렇다면 다른 길을 이용해야겠지. “에라이...... IATP 때나 하던 짓거리를 크로스인 지금 하고 앉았네.” 감정이란게 돌아오니 참 새로운 경험을 해본다. 여지껏 의뢰를 해오면서 단 한 번도 의구심이나 불만과 같은 심리적인 반응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 나는 벽을 기어오르면서 투덜거리고 있다. 이것 보다 더 한 행위를 해도 전혀 의식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이게 뭐하는 짓거리냐?’라는 생각뿐이다. 이래서 감정이란 건 참 거추장스러운 것이다. 감정은 몸을 무디게 만들고, 효율성을 떨어트린다. 어쨌거나 나의 노력은 결실을 맺어서, 내 방 창문으로 오기까지 아무도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제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늑한 나의 스위트룸이 기다리고 있겠....... “아이고, 힘들다.”“당연하지, 크로스까지 돼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게 쉽겠어?”“.......으응?” 이런 제기랄,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무도 없어야 할 내 방에 불청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니, 그것도 스벤이나 토라 같은 인물이 아니라, 자그마치 지부장이었다. 아니, 이 노인장은 나를 놀려먹는데 도가 튼 모양이지? 이 양반이 여길 왜 있는 거야? 그것도 하필 지금 이 순간 바로 이곳에서 말이다. “........”“뭐해? 안 들어오고?”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대로 모르는 척 문을 닫을까?’라는 생각으로 세상 진지한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지부장은 내가 고민하는 것이 마음 아팠는지, 창틀을 움켜쥔 내 손을 잡고 나를 방으로 데리고 와버렸다. 참으로 눈물날 정도로 눈치없는 양반임이 분명했다. 결국 나는 그의 손에 끌려서 내 방으로 들어왔어야 했다.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아주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리는구먼? 뭐 왜 창문으로 넘어왔냐고 물어봤자 내가 만족할 만한 대답은 하지 않을 테니, 그냥 묻지는 않을게. 대신에 나랑 좀 어울려줘야겠다. 너 혹시 장기 둘 줄 아냐?”“어떤 말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정도는 압니다.”“그럼 한판 두자.” 그는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장기판을 들고 있었다. Channel 2. 아이리스 문이 열리고, 그 아래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두컴컴했고, 제가 들어가자 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바람에 저는 아무런 빛이 없는 칠흑 속에 갇혀버렸습니다. 처음에는 이걸 어찌해야하나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제가 할 수 있는게 기도밖에 더 있겠습니까? 저는 손을 모아 지금 이 순간에 적절하다 싶은 기도문을 찾아 읊어보았습니다. “아드님께서 말씀하시니,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사람들은 어둠속에서 헤메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 기도문의 암송이 끝남과 동시에 제 옆에는 초록색의 빛이 일렁이듯 피어올라 제 앞을 밝혀주었습니다. 제 눈앞에는 꽤 깊이까지 내려가는 계단이 다시 한 번 펼쳐져 있었지요. 정말 토라의 말이 맞았어요. 땅 속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끝을 가늠하기 힘든 깊은 계단은 죽음과 지하세계를 연관시키는 인간의 문화적인 심상 때문인지 계단은 제게 두려운 마음을 가져다주었지만, 토라가 했던 다음 말이 제게 힘을 주었지요. ‘마음가짐을 바로하면 숨겨진 돌을 찾을 수 있을 지니.’ 그래요,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 어둠은 결국 제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이 걸음을 멈춰선 안 됩니다. 그래도......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달라서, 저는 두려움을 그나마 덜 느끼기 위해 계속해서 기도문을 읊조리며 계단을 내려갔어야 했어요. 그렇게 한참을 내려갔을까요? 저는 드디어 계단의 끝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끝에는 두꺼운 철문과...... “경고...... 이곳은 터미널...... 인스티튜트로, 인가받지 않은 자가 이곳을 출입하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낡게 바래버려 읽기 어려운 경고문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경고문은 한 달 전 지부장님께서 제게 해주셨던 말씀과 똑같아서 다시 한 번 제게 두려운 마음을 들게 만들었지만, 저는 다시한번 심호흡을 하고, 카드를 리더기에 가져다 대었습니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저는 터미널 인스티튜트의 첫 번째 구역으로 들어왔습니다.
갑과을작성일
2017-05-06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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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너의 이름은 (스포X?)
너의 이름은. 만약 아직 이 영화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다면... 이 트레일러만 보고 가면 된다: --예고편--다른 예고편이나 리뷰 영상은 절대, 네버 보지 말자!!! 위는 뻥이고... 진짜 리뷰(스포 거의 없음?) 비디오 레인저 007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보는 애니가 아닐까 싶다. 시각면에서 개인적으로는 디즈니의 판타지아(1940) 이후 극장에서 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극장에서 본 애니 없었다며... 판타지아는 음악 아닌가? 혹은 자네 노인이나 뱀파냐?등의 질문은 받지 않으렵니다.) 왜 애니를 그 동안 극장에서 보지 않았냐면 난, "극장에서 보는 영화라면 적어도 바다, 우주, 하늘, 광활한 대지가 있어야 해..." 하며... (아키라와 공각 기동대, 나우시카는 극장에서 보지 못했고, 픽사 등도 왠지 딱히 극장용으로는 끌리지 않아서... 아, '업'의 일부 장면은 아쉽기도...) 스케일을 따졌기 때문인데... 아래 장면 하나만으로도, 그것이 만회가 될 정도이다. (신카이의 실사같은 나머지 다른 배경 장면들도 꽤 보는 즐거움을 준다.) 즐김에 있어서는 신카이 마코토 리부트 혹은 시즌 2 같은 느낌이다. 그 동안의 신카이 작품이 왠지 하라 히데노리의 만화같은 뒤끝이 개운하지 않은 찜찜한 느낌이 있었다면 '너의 이름은'에는 그런 게 없다. (물론 엔딩으로 가면서 혹시 또... 하며 쪼이는 느낌은 준다.) 와중에 개그 코드도 꽤 괜찮았다! 즉, 신카이를 알던 사람들에게도, 모르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만족감을 준다. (단지, 그동안의 신카이 작품을 아는 사람에게는 소소한 선물같은 것들이 있다.) 그리고, 왠지 종합 선물 세트(청춘, SF, 코믹, 멜로, 판타지, ...)같은 느낌인데도 그 모두를 그냥 즐길 수 있을 만큼 잘 버무려졌다고 본다. 스토리를 굳이 일일이 따진다면... 오류가 있을 수 있으나... 그건, 중요하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감으로 보는 동안은 즐겁고, 보고 나서는 그런 오류는 잊게 만들만큼 다른 감정의 여운들에 충만해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시간 관련 소통과 그 변화에 따른 재구성이, 마치 꿈처럼 그려진 것으로는 영화를 따져도 탑 3에는 들만큼 좋았다.) 그래서, 어쩌면... 원래 의도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건축학개론의 느낌처럼 남성을 위한, 그것도 혼자 사는 남성을 위한 애니가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보고 나면, 왠지 환상 속에만 있다는 여자 친구와의 교감이 과거에 혹은 현재, 아니면 미래에 있.었.던.것.같.은... 여운이 느껴지기도 한다.(스스로는 프로포폴도 맞아 본 적 없고, 지극히 정신적으로는 정상이라 여깁니다만...) 암튼... 음악도 좋다고 하던데... 개인적으로는 영상에 잘 맞는 것이지, 영화를 보지 않고 따로 듣는다면... 와, 죽여!할 정도라고는... 글쎄... 같다. 하지만, 영상과 함께 하면 그 정도의 시너지를 주며 소위 죽여 준다. (극히, 개인적인 리뷰라... RADWIMPS 팬 분들에게는 죄송)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며 고작 여중생?정도로만 보이는 여주 미츠하보다 남주 타키 주변의 알바 고참 선배 오쿠데라가 더 취향이라고 여기며, 아... 난 역시 정상(로리는 아냐! 그래봤자, 20대 초중반)이야... 했지만, 결국 2D 영상을 보며 이런 고민과 고작 그런 것에 기뻐하고 안도하는 것에... 살짝 자괴감을 느꼈지만... 그것은 머... 이미 무뎌진 상태라... (아아, 오쿠데라...) 하지만, 이 영화를 보려고 할때 여러분에게 주어진 더욱 더 큰 문제와 필요한 것은... 애니를, 그것도 말랑말랑하다고 소문나 남녀 모두 많이 찾을 것 같은 멜로성 애니를... 혼.자. 보러가야할 용기... 바로, 그것이다. (조조에도 많을 수...) 앞서 말했듯... 왜 내가 그동안, 애니를 극장에서 보지 않았는가?의 답이... ㅠ.ㅜ(그냥 애니는 애들이 너무 많고... 이런 애니는... 흑...)
민지하작성일
2017-01-10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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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유머] 사법시험 합격자의 공부량
1차 시험 (헌법, 민법, 형법)하루 16~17시간씩 2년간 한 공부량이다.2차 시험 (헌법, 민법, 형법, 상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행정법)마찬가지로 하루 16~17시간씩 1년 4개월간의 공부량이다.그 후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에 들어가심.사법연수원 공부량1학기 : 민사재판실무, 형사재판실무, 검찰실무, 민사변호사실무, 형사변호사실무, 보전소송, 부동산소송, 수사절차론, 법률영어, 법조윤리, 선택과목2학기 : 민사재판실무, 형사재판실무, 검찰실무, 민사변호사실무, 형사변호사실무, 민사집행법, 영미법개론, 법조윤리, 선택과목, 외국법3학기 : 민사재판실무, 형사재판실무, 검찰실무, 민사변호사실무, 형사변호사실무(합격수기중 일부 발췌)6. 고시생의 공부시간1) 다른 고시생은 모르겠습니다만, 필자는 1주일에 117~118시간을 염두해두고 공부했습니다. 115시간은 너무 적고 120시간은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루 공부량은 수업듣는 시간을 포함해서 16~17시간입니다. 필자는 이렇게 3년 4개월을 공부했습니다.매일 먹고 공부하고 자고를 반복했더니 공부를 시작한지 1년만에 15kg가 쪘습니다. 필자는 원래 60kg 초반이었는데 고시공부를 시작하고 친구들이 살이 많이 쪘다고 하네요. 사진 속에서는 그나마 살이 빠졌을 때였습니다.2) 고시생은 명절이 없습니다. 학원에선 특강을 해주고 고시생들은 모자란 공부를 합니다. 365일 공부하는 것이 고시생입니다.(한울리카님이 고시생활을 회고하며 페북에 남긴 글)---------------------------------------------------------------------------길을 걷다 달을 보는데옛날 생각이 나더라~부모님한테 학원비 35만원 부탁하는게어찌나 죄송스럽던지..시간적 여유가 날때면학원 조교 생활을 하면서 공부했다.설날, 추석에도 늘 수업이 있었기 때문에할아버지 성묘를 늘 가지 못했다.저녁 먹고 수업들으러 가는길에 있던달은 어찌나 크고 예쁘던지..아직도 관악산에 걸린 달이 생각난다..아파도 공부를 해야했다.왜냐면 내가 짜놓은 계획을내가 어길수 없었기 때문이다.장염에 걸려 책상에 엎드렸다가정신이 들면 다시 공부를 하기를 반복..어떻게든 그날 공부는 모두 끝냈다..아팠던 것은 부모님께 무조건 비밀!한달을 넘게 목소리를 못낸 적이 많았다.한국어를 안쓰면 한국어를 까먹는다던가?아부지가 우유 사줄까? 하는데우유가 뭔지 기억나지 않았다.응 사줘 라고 하고 건네받은 것을 보고그것이 우유였단 것을 기억했다.목소리가 너무 내고 싶을땐편의점에 괜히 한번 가서'이거 얼마에요?'라고 말해봤던 시절..'니가 될 것 같아?'라는 말을수도 없이 들었다.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나는 내 머리를 믿지 않지만몸에 벤 성실함을 믿었다.공부를 하다가 기절을 해봤다.석달전부터 체력때문에숨을 헐떡이면서 공부를 할 때가 있었는데그날은 뭔가 생명의 불꽃이 희미해 지더라.나는 분명 공부하고 있었는데정신을 차려보니 머리는 책상에 박혀있고양팔은 아무데나 뒹굴고 있었다.너무 무섭고 소름이 돋아서세수를 하고 바람을 쐬고그리고 정신을 잃지 않도록친구와 문자를 하면서 공부했다.모든 식사는 고시식당에서 했다.싼 가격에 다양한 음식이 나온다.3년 내내 밥만 먹으면 배가 아팠다.특히 불고기가 나온 날이면바닥에 뒹굴고 싶을 정도로 배가 아팠다.나는 스트레스 때문에 이런줄 알았다.그런데 최종시험이 있기 직전에질 나쁜 음식때문에배가 아팠단 것을 알았다.그리고 나만 아픈게 아니란 것도 알았다.고시생의 배는 늘 아픈 것이었다.
LoMi작성일
2017-01-10추천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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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공일기장] 두가지 인생 - 30
Channel 1. 로키 지부장은 천천히 문서를 읽어 내려갔다. 어찌나 그것을 꼼꼼이 읽던지, 그가 마지막 장을 읽고서 한숨을 내쉬었을 때에는 찻잔속의 차가 4분지 1 정도가 사라질 정도였다. 나와 토라는 잠자코 그를 지켜보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정한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티 나지 않게 몰래몰래 손가락이며 발가락이며 꼼지락거리다가, 곁눈질로 서로를 보며 눈치를 살피기도 하다가, 그의 반응이 별다를 것이 없자 종당에는 하품을 하거나, 기지개를 켜는 등 대담한 행동도 서슴지 않고 했다. 하지만 지부장은 우리가 그러거나 말거나 코털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 눈을 종이에 쳐 박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마치...... 갓 글자를 떼기 시작한 어린 아이가 책을 읽어 내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어찌되었거나, 지부장실에는 엉겁과 같은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흥미로운 내용이구먼. 그런 점에서.” 지부장은 문서를 훌훌 넘기며 맨 앞장을 꺼내보았다. 맨 앞장에는 ‘판오디콘 습격 계획’이라는 표제 밑에 ‘파티 플래너’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 대단한 미친년이야.”“그녀 말고는 이런 생각을 할 사람이 없을 겁니다.” 토라는 ‘그녀 말고는’이라는 부분에서 유독 힘을 주어 말했다. 아마, 이런 식으로 강조를 한다면 지부장에게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리라고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뭐....... 심리적으로 괜찮은 접근 방법이라고 인정한다만 “무릎을 탁 칠만한 생각인건 인정해. 하지만....... 너희는 성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 내가 볼 때는 그닥 현실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데.”“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성공만 한다면 이 도시에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난.” 토라가 어물어물 딴 소리를 하며 말꼬리를 흐리자, 지부장은 찻잔을 기울이다 말고 눈을 치켜떴다.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서 물었다.” 토라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질렀다. 인간학 개론에는 ‘사람이 판단을 내릴 때는 의외로 이성적, 합리적인 기준에 의거하기 보다는, 감성 혹은 직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구절이 있다. 아마 토라가 접근한 방식은 이 명제에 근거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부장 정도 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과연 일반적인 사람들이 내리는 방식으로 판단을 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지부장이라면 직관, 감성적 요인보다는 성공 가능성과 같은 합리적인 기준에 의거해 판단을 내릴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우리’의 라스알게티 지부를 어께에 얹어놓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지. 그의 선택에 따라 지부의 운명, 명운이 결정된다. 나는 최근의 사건을 통해 ‘선택권자가 내리는 결정이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뼈가 저리도록 깨달았다. 일개 크로스인 내가 이렇게 뼈가 저릴 정도 느낄 정도라면, 하나의 지부를 맡는 지부장이라면 말해 무엇 할까. 그러기에 토라는 특정 어구에 힘을 주기 보다는 실제적인 수치를 가지고 승부를 냈어야 했다. 그걸 녀석도 뒤 늦게 나마 깨달았는지, 토라는 말을 잃고 고개를 떨궜다. “어때? 로키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선요원이 건재한 상황이었다면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았을 겁니다. 하지만, 선요원 조직이 사실상 궤멸된 지금 이 상황에서는 지극히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희박이라........” 지부장은 소파에서 자리를 고쳐 잡으며 ‘끄응’하는 소리를 내었다. 그는 내 이야기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다는 걸 깨닫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그의 모습은 꼭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어린아이와 같이 보였다. 아마 그는 거짓말이라도 ‘나쁘지 않습니다.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을 은연중에 바랬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거짓말을 할 수 없다. 게다가....... 아직 내 말이 다 끝난 건 아니었다. “그럼....... 포기하는 게 답이겠지?”“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희박하다며?”“성공 가능성이 낮으면....... 높이면 되는 거 아닙니까?”“.......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지부장은 내 말을 곱씹었다. 그의 미간이 찌푸려진 것이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한 거지?’라고 스스로 자문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론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진짜 승부수는 여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어떻게 높일 생각이지?”“간단합니다.” 내 말에 지부장은 눈이 가늘어졌다. 아무래도 내 말에 호기심을 느끼는 한편으로 ‘무슨 허황된 소리를 지껄이려는 거지?’라는 의구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모양이다. 일단 의구심까지 같이 들어오긴 했지만, 그의 관심을 끌었다는 점에서는 승부가 반쯤 성공한 것 같다. 이제 남은 절반을 따낼 차례다. “선요원이 없기에 확률이 희박하다면, 선요원을 재건하면 되는 겁니다.”“.........” 그는 실소를 터뜨렸다. 그 웃음 속에는 ‘그걸 누가 모르냐?’라는 힐난의 뉘앙스가 담겨있었다. 나는 마스터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있다. 마스터는 내가 곤란함을 겪을 때 마다 조언들을 해 주었고, 그것들은 내가 중대한 기로에 설 때 마다 그것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돼주곤 했다. 지금의 상황에 맞는 조언이라면.......‘큰 변화는 당연한 것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라는 것이다. “찰리 녀석이 11.17 사태 이후로 우리에 대한 협조를 끊은 걸 잊은 건 아니겠지?”“협조를 안 한다고 하면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다시 한 번 협조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던가, 그를 대체할 새로운 사람을 찾거나.”“........” 지부장은 내 말에 딴지를 거는 대신, 멍한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한참 동안을 정지화면 같이 그렇게 굳어있던 그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얼굴로 천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 운이나 떼어보자고.” Channel 2. 아이리스 “지금 뭐 하는 일 있니?”“아뇨. 없어요.”“그럼........킥킥.”“.......왜요?”“아...... 아냐 아무것도 아니야.” 사환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솔직히 저도 모르게 실소를 할 정도로 칠성이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꾀죄죄한 얼굴에는 마치 수염이라도 돋아난 것처럼 입가에 김 가루가 잔뜩 묻어있었거든요. 바다에서 건져온 그 수염들은 칠성이가 입을 움직일 때 마다 물결치듯이 사환아이의 얼굴에서 잔뜩 춤을 추어댔었습니다. 세상에나, 저 지경이 되도록 아무것도 모르고 먹어댈 줄이야. 저는 속으로 아버님의 이름을 중얼거리면서 사환아이의 입가에 묻은 김 가루를 닦아주었습니다. “아...... 진작에 말씀하시지.” 칠성이는 그제서야 깨달은 자신의 몰골이 퍽 부끄러워졌는지, 제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아이 힘이 별 수 있나요? 사환아이는 별 수 없이 얼굴이 깨끗해 질 때 까지, 제 손에 꽉 붙들려 있어야 했었습니다. 이렇게 발버둥치는 녀석을 보노라니, 이제야 제 나이 때로 돌아가는 것 같아 내심 흐뭇한 생각이 들었어요. “자, 세수 끝!”“고맙.......습니다.” 사환아이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맙다는 말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간신히 흘려보내고는 아무것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었습니다. 아, 세상에 이다지도 귀여운 아이가 또 있을까요? 저는 아이를 폭 안아주고 싶은 기분을 장난스럽게 칠성이의 볼을 꼬집어주는 걸로 대신하고, 사환아이를 데리고 연못으로 갔습니다. 1월의 강추위 탓에, 연못의 수면은 하얗게 얼어붙어있었습니다. “칠성아, 나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말씀하세요.”“음....... 이곳에는 무슨 이유로 오게 된거야?”“........” 제 질문이 사환아이의 아픈 구석을 찔렀던 걸까요? 칠성이는 제 질문을 듣자마자, 그대로 입을 꾹 다문 채 얼어붙은 연못을 바라보았습니다. 음...... 고작 한 달 본 것으로는 입을 열기가 쉽지 않은 화제였던 걸까요? 어쩌면 제가 성급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의 구성원 몇몇과 좀 친해진 것 같아서, 모두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거라고 제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던걸지도 모르겠어요. 아직 저와 흉금의 이야기들을 모두 털어놓을 준비가 아직 되지 않은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을 텐데........ 그래요. 확실히 제가 성급했습니다. “아.......음. 이야기하기 어려운 내용이면 말 안 해도 돼. 내가 너무........”“왔다기보단........ 팔려갔다고 해야 하는 게 맞을 거에요.”“.......팔려오다니? 무슨 말이니?”“제가...... 한 4년 전쯤이었을까요? 그때 아빠 손에 이끌려서 이곳에 왔었거든요. 그때 저희 집이 엄청 가난해서....... 밥 굶는 건 거의 숨 쉬는 것 보다 더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얼음을 보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았지만, 그 내용은 참....... 뭐라 말을 해야 할지....... 그 나이 대 어린아이가 겪기에는 너무 잔혹했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환아이가 풀어놓은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가정 형편이 어려워 가난에 허덕거리던 칠성이네 가족은 ‘내일은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와 같은 미래의 일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오히려, ‘오늘 아침을 어떻게 해야 하지?’와 같이 당장의 끼니를 걱정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이야기를 나눈 끝에, ‘입 하나 더는 게 모두를 위해 좋을 것 같다.’라는 결론을 내렸던 모양이에요. 그 다음날 부로 칠성이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이곳’에 오게 되었거든요. 실은 사환아이도 어느 정도 각오를 했던 것이, 아버지가 그날 아침에 어두운 얼굴로 ‘우리 칠성이도 굶는 거 싫지?’라고 물어보았다나봐요. 각오하고서 아버지 손을 잡고 갔지만, 그곳이 바로 여기 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암살자의 딜러와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눈 뒤에, 칠성이의 손을 그 사람에게 어거지로 쥐어주었다고 해요. 가족과의 이별이....... 그렇게 순식간에 끝나버린거지요. 칠성이는 눈꺼풀을 비집고 나오려는 눈물을 억지로 참다가....... 차라리 눈물에 가려 보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봐버렸다고 해요. 그건 바로........ “아버지의 손에 동전 몇 닢이 쥐어졌을 때, 저는 제가 딱 그 정도 값어치밖에 안 된다는 걸 절절히 실감했어요.”“........아니야. 너는.”“뭐....... 지금은 그것보단 낫겠지만, 당시엔 저는 딱 그 정도였겠죠. 그래도 그 푼돈은 우리 가족의 몇 끼 식사를 해결하는데는 충분한 값어치가 됐나봐요. 딜러에게 그 돈을 받으면서 저희 아버지가 어찌나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가며 인사를 하시던지....... 얼굴로 온 동네 땅바닥을 쓸고 다니려는 줄 알았다니까요.”“.......”“아....... 진짜 그 때만 생각하면.” 칠성이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지만....... 저는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칠성이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썹은 찡그려 있었고....... 눈가는 빨개진 채로 떨리고 있었거든요. 저는 사환아이를 보면서 문득 ‘로키군이 웃는다면, 저렇게 웃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갑과을작성일
2016-05-22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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