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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수다] 희귀병 모음
트리처콜린스 증후군(Treacher collins syndrome)은 특정한 머리뼈 부위 (예: 안와위쪽의 가장자리 supraorbital rims, 광대뼈궁 zygomatic arches)의 발달부전으로 나타나는 머리뼈와 얼굴 부위에 뚜렷한 기형을 가지는 유전 질환입니다.https://www.youtube.com/user/irea219/featured 수포성표피박리증표피와 표피-진피 경계부 등을 구성하는 단백질의 유전자변이에 의해, 가벼운 외상에도 쉽게 물집이 발생되며 피부와 점막에 통증이 생기는 희귀한 유전성 질환으로 수포 및 쉽게 낫지 않는 만성적인 상처는 피부감염에 쉽게 노출되고 심각한 통증을 유발합니다.피부 뿐만 아니라 식도, 장기 및 근골격계 또한 영향을 줄 수 있어, 빈혈, 영양부족, 근골격계의 변형 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완치할 수 있는 약물이나 치료법의 부재로 진통제나 보호적 드레싱 등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이 이용되고 있습니다.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질병 입니다.최근에 줄기세포 수술을 통해 치료 효과를 봤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국내 미디어에 노출된 환자는 현아양,종혁군,도영군이 있습니다.유투브 검색으로 수포성표피박리증 볼 수 있습니다.검색해 보시면 환자와 부모님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습니다. 마델룽병허쉬스프룽병 (Hirschsprung’s disease)이란?정상적으로 장 내에 음식물이 들어오면 우리의 장은 이완과 수축을 통한 연동운동으로 장 내의 물질을 항문쪽으로 이동시킵니다. 이러한 연동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장에 위치하고 있는 신경세포(Ganglion cell)인데, 이 신경세포는 태아상태일 때 입에서부터 항문으로 하강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허쉬스프룽병은 이 신경세포의 하강이 항문까지 진행하지 않고, 장의 어딘가에서 멈춰서 발생하는 무신경절로 인한 연동운동의 장애로, 아이는 복부팽만, 변비, 구토를 보입니다.발생 빈도는 약 4500명당 1명이며, 남녀의 비는 3:1입니다. 80%는 직장 및 에스결장에 국한되며, 5%에서 전결장 무신경절을 보입니다.치료치료의 원칙은 무신경절부의 절제입니다. 1차 수술로 근치수술을 하거나, 인공항문을 만들고 발육을 기다려 2차적으로 근치수술을 시행하는 법이 있습니다. 이는 무신경절부의 범위, 장염 합병의 유무, 환아 발육의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환아는 병동에 입원 후 관장을 시행하는데, 이는 복부 팽만을 완화시키고, 장염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수술 전 조직검사를 통해서 신경세포(Ganglion cell)의 유무를 판단 후 신경세포가 없을 때에는 수술적 교정이 필요합니다. 이 때 대부분의 경우에는 복강경적으로 교정이 가능하며 위 그림과 같이 절개를 하여 복강경으로 수술을 시행하게 됩니다. 수술 시간은 대략 2~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https://playissue.tistory.com/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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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글터] 여덟살의 공포
여덟 살의 공포 1 93년의 봄, 초등학교를 입학했다. 온실 속에 화초처럼 자랐기 때문에 사십여 명이 되는 교실에서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온갖 개성을 가진 녀석들이 떠들어 대는데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그러는 와중에 담임선생님이라고 들어 온 여자는 인상이 썩 좋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학부모가 자리를 떠나자 기선제압이 시작됐다. 교탁을 회초리로 세게 치며, 자신에게 주목하라고 했다. 앞으로 말을 듣지 않는다면 뜨거운 맛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이후에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거나, 떠들어대면 가차 없이 싸대기를 날렸다. 웃긴 것은 그것이 사랑의 매라며 포장이 된 것인데, 사랑이 조금이라도 첨가 되었는지 의문이다. 입학을 하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바로 짝꿍 선정이다. 실제로는 관심이 없는 척 하지만 누구와 될지, 떨리는 기분이었다. 사내 녀석들은 저마다 ‘지혜’라는 아이와 짝이 되고 싶어 했다. 나 역시 이하동문이었다. 지혜로 말할 것 같으면, 긴 생머리가 잘 어울리는 인형처럼 예쁜 아이였다. 우리시대의 남자라면 다 안다. 지혜는 헬로강시에 나오는 여주인공 염염을 닮았었다. 반면에 꺼려하는 아이도 있었다. 진숙이었다. 진숙이는 색이 다 빠진 허름한 옷을 입은 아이였다. 얼굴도 까맣게 타서 촌스러운 모습이었다. 어떤 녀석이 침 냄새가 난다며 놀린 탓에 마치 병균이라도 있는 것처럼 꺼렸다. 부끄럽게도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다. 초미의 관심사였다. 누가 지혜와 짝이 될 것인가? 또는 누가 진숙이와 짝이 될 것인가? 드디어 나의 차례였다.상자에 손을 넣어 종이 하나를 꺼내었다. 마음속으로 지혜의 이름만 백번은 외친 것 같다. 담임은 머뭇거리는 내 손을 ‘탁’하고 치며, 쪽지를 뺏어 읽었다. “한성윤, 곽진숙이랑 짝이네? 어서 저리 가서 앉아!” 담임 입에서 진숙이 이름이 나올 때, 모든 것을 다 잃은 기분이었다. 풀이 죽은 채로 자리에 앉았다. 녀석들은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놀려댔다.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내 모습에 눈치를 보며 진숙이가 조심스레 앉았다. 나는 고개를 팍 숙였다. 우리 반에는 짝이 되고 싶지 않은 세 명이 있었다. 침 냄새 진숙이, 울보 도영이, 성격 더러운 원일이었다. 나도 나지만, 두 녀석과 짝이 된 여자 아이들이 울기 시작했다. 동병상련이란 감정을 아주 이상한 상황에서 느낀 것이 부끄럽다. 2 첫 입학이란 굉장히 힘든 것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한 숨이 나왔다. 그런데 교실 뒷문에서 한 할머니가 고개를 쑥하고 내밀었다. 절에서 스님들이 입는 회색 옷을 입고 있었다. 할머니는 진숙이를 보며 웃으며 다가왔다. “진숙아... 학교 어떻드노? 별일 없었나?” 진숙이는 아무 말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할머니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니가 진숙이 짝이가? 아따 마... 눈이 맑은 것이 참말로 선하다. 인상이 좋다.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인데, 우리 진숙이 잘 부탁한다이? 혹시라도 애들이 괴롭히면 니가 꼭 지켜줘야 한데이...” 어른의 일방적인 부탁에 고개만 끄덕이고 나와 버렸다.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교문 밖에서 엄마가 기다렸는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학교 가기가 싫어졌다. 그날 밥도 안 먹고 하루 종일 누워있던 기억만 난다. 다음 날, 학교 가기 싫어서 생떼를 썼지만 소용없었다. 매 앞에 장사 없다고 그렇게 학교에 등교했다. 여전히 짓궂은 녀석들이 놀려댔다. 진숙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화는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싸움을 더럽게 못하거든? 녀석 중에 ‘허보’라는 놈이 진숙이랑 같은 동네를 사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진숙이를 ‘무당’이라고 놀려댔다. 당시에 무당이 뭐하는지 잘 몰랐기에 처음에는 놀리는 줄도 몰랐다. 하지만 이내‘무당’의 뜻을 알게 되자, 소름이 돋았다. 갑자기 반이 소란스러워졌다. 아이들 각자가 확대해석과 쓸데없는 상상력으로 인해 진숙이를 귀신 취급했다. “침 냄새 우리 동네 살아서 잘 안다. 즈그 할매 무당인데, 매일 귀신한테 기도한다 아이가? 침 냄새, 말해 봐라.귀신쟁이야.” 그날 진숙이의 별명은 ‘침 냄새’에서 ‘귀신쟁이’로 바뀌었다. 진숙이는 울먹였지만 울지 않았다. 철이 없었다.왠지 아이들의 놀림에 동참하지 않으면, 비아냥거림이 나에게 확산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진숙이에게 손가락질 하며 같이 놀려댔다. 이윽고 진숙이가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당황했지만 놀림감으로부터 제외되었단 사실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허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악!” 우리 반에서 가장 성질머리 고약한 원일이가 주먹으로 허보의 얼굴을 내려 친 것이었다. 또래 보다 머리 하나 더 큰 허보를 단숨에 날려 버렸다. 반 아이들 전체가 주목했다. 원일이는 뭘 보냐며 고함을 질렀다. 아무도 녀석의 날카로운 눈빛에 대꾸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원일이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행여나 녀석한테 맞을까봐 눈길을 마주치지 않았다. 원일이가 조용히 자기 자리에 앉자, 허보의 울음소리가 그제야 크게 들렸다. 어찌나 서글프게 울어대는지, 마귀 같은 담임이 금세 뛰쳐나왔다.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진숙이를 놀린 허보새끼는 담임에게 야단도 받지 않았다. 왜냐하면 허보 엄마가 담임한테 봉투 좀 찔러 줬거든? 이미 소문이 파다했다. 결국 원일이만 싸대기 두 대를 맞고 벌을 서야 했다. 원일이는 울지 않았다. 더욱 더 담임을 노려봤다. 원일이의 눈빛에 담임도 부담이 되었는지, 밖에 나가서 손이나 들고 있으라고 했다. 뒤에 있는 녀석에게 들었다. 놀이터에서 서너 살 많은 형들이 원일이의 할아버지가 경비라며 놀렸는데, 그 자리에서 형들을 때려 눕혔단다. 그 사실을 알고 원일이를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하교 길에 누구보다 빠르게 집에 가려고 하는데, 원일이가 길을 막아섰다. 무서웠다. 뒷걸음질이 절로 쳐졌다. “진숙이한테 잘해줘라. 치사한 새끼야!” 이 말만 남기고 자신의 집으로 갔다. 원일이가 무서웠다. 이젠 사방이 적이라고 생각하니, 학교에 더욱 가고 싶지 않았다. 당장 엄마에게 말했다. 그러나 통하지 않았다. 얌전히 학교만 잘 다니라고 했다. 눈에 보이는 문제만이 문제라고 판단하는 어른들의 시각이 미웠다. 3 난리가 났다. 며칠 시달리다보니 정신이 없었다. 준비물을 전혀 챙겨오지 못했다.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스케치북도 없었고 크레파스도 없었다. 당황했다. 진숙이가 친절하게 스케치북 한 장을 찢어 줬지만 무시했다. 다시 아이들의 비아냥거림이 내게 올까봐 두려웠다. 그러나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담임이 알게 된다는 것도 무서웠다. 온 몸이 화끈거릴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 바로 그때, 원일이가 눈앞으로 뭔가를 툭 던졌다.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이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자기 자리로 갔다. 녀석은 항상 뾰로통해서 고맙다는 말도 붙이기 힘들었다. 다행이 담임에게 혼나지 않았지만, 원일이가 대신 혼이 났다. 단지 야단정도였지만 말이다. 다른 녀석들은 뺨을 맞았고, 허벅지를 꼬집혔다. 담임이 원일이의 눈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 신기했다. 쉬는 시간에 원일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녀석은 내 말을 들은 채도 하지 않고 화장실로 가버렸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느꼈다. 원일이는 나쁜 녀석이 아니구나? 그 뒤로 녀석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말은 가라고 했지만, 오다리를 나누어주었고, 짭짤한 옥수수과자도 손에 쥐어줬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본 허보가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하교 길, 허보 일당에게 잡혀 버렸다. 녀석들은 나를 언덕 위 공터로 끌고 갔다. 얼굴 몇 대를 맞고, 복부도 몇 대 맞았다. 엄청 아팠다. 울어버렸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녀석들은 나를 때리면서 웃고 있었다. 원일이와 붙어먹는 것이 기분 나쁘다고 했다. 그러더니 대뜸 나를 어디론가 데려 갔다. 달동네로 불리는 곳이었다. 재개발 때문에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로 귀신이 나온다는 집도 몇 채 있는 곳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이름 모를 집에 나를 넣어버렸다. 그리고 문을 걸어 잠갔다. 무서운 마음에 문을 마구 두드렸지만 열어주지 않았다. 엄마가 말하기를 달동네의 재개발 지역만큼은 가지마라고 했다. 화장터와 가까울 뿐만 아니라, 흉흉한 소문이 많이 나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에 누군가가 이 근처에서 귀신을 봤다며 난리를 친 적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무서워서 엄마아빠랑 같이 잔 기억이 있다. 무서웠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조용함이 무서웠다. 보통, 사람이나 차가 지나가는 소리라도 들리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 저기 멀리서, 귀신에게 잡혀가라며 녀석들이 악담을 퍼붓는 소리만 들렸다. 나쁜 새끼들... 그 뒤로 아무런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다. 그날따라 왜 날씨는 또 흐린지, 본능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그 집을 탈출해야만 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잠긴 문이 아닌 약간 높은 벽을 뛰어 넘으려고 했다. 방으로 들어가서 의자 같은 것이 없는지 찾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 된 단층 주택이었다. 파란색 슬레이트집 집으로 거실에는 온갖 생활용품들이 쏟아져 불규칙적으로 나돌아 다녔다. 벽에는 집주인으로 추정되는 남자의 사진들이 엄청 붙어 있었다. 얼굴이 우락부락하게 생긴 배나온 중년 아저씨였는데, 뭔가 인상이 무서워보였다. 한참 사진을 보다가, ‘아차’ 싶어서 의자를 찾았다. 그런데 갑자기 현기증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귀에서 이명이 ‘지이잉’하고 나더니 어지러웠다. 한시라도 빨리 의자를 찾기 위해 다음 방문을 열었다. “으아악!” 까무러치고 말았다. 사진 속 아저씨가 팬티만 입고 나를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를 본 아저씨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다가왔다. 너무 놀라서 자리에서 오줌을 싸버렸다. 도망은 가야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힘이 풀린 다리로 대문까지 걸어 나왔다. 아저씨의 눈에서 검은 눈물이 ‘주륵’하고 나왔다. 흡사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처럼 느껴졌다. 더욱 무서운 것은 아저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느껴지는 것이었다. “아가야, 뭐 좀 찾아줄래? 제발 좀 찾아줘...” “네?” 나와 아저씨의 거리가 1미터 정도 되었을 때였다. 대문이 ‘벌컥’하고 열렸다. 누군가가 내 책가방을 잡아 당겼다. 영문을 몰랐지만, 당장 뛰쳐나갔다. 한참을 달릴 때 즘, 앞에 진숙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숙이는 달리기가 참 빨랐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뛰어라!” 그저 살기위해 진숙이만 쫓아갔다. 불빛이 보이고 학교 앞 사거리가 보일 때 즘 진숙이가 멈췄다. 그제야 안전하다며, 숨을 고르는 진숙이였다. “야, 한성윤... 니 진짜 위험할 뻔 했디... 거기 들어가서 왜 빨리 안 나왔는데?” 억울했다. 빨리 안 나온 것이 아니라, 허보새끼가 문을 잠갔다고 했다. 하지만 진숙이는 고개를 저었다. “바보가? 밖에서 잠그는 문이 어디 있는데? 니는 느그집 대문을 밖에서 잠그나?”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묘하게 진숙이에게 ‘바보’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나빴다. “이게 돌았나? 침 냄새 니는 조용히 해라!” 진숙이는 내가 허보일당에게 끌려가는 것을 보고 뒤를 밟았다고 했다. 하필 할머니가 가지 말라는 곳을 가기에 걱정이 된 것이었다. 허보일당은 나를 그 집으로 밀어 넣고 문을 잠그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나올 줄 알고 문 앞에서 기다린 것이었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자, 걱정이 된 것이었다. “니 도대체 왜 아는 척 했는데? 귀신한테 아는 척 하면 큰일 난다!” 진숙이 말로는 아저씨가 귀신이란다. 오싹했지만,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 진숙이는 못 믿겠으면 자신의 할머니와 그곳에 같이 가보자고 했다. 무서웠다. 다시는 그런 공포를 겪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이유인지 부끄럽고 화가 났다. 정작 구해준 진숙이에게 고맙다는 말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4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나는 화장실에 끌려가 허보에게 또 괴롭힘을 당했다. 다행히 원일이가 화장실에 들어오자, 모르는 척하며 악당들이 교실로 들어갔다. 원일이가 무섭긴 무서운가보다. 그런데 더욱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어제 학교근처에서 어떤 아줌마가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봤다며 미친 여자처럼 비명을 지른 일이 있었단다. 학교에 소문이 쫙 퍼졌다. 귀신이란 진정 있는 것일까?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바로 그때, 허보의 졸개 중 하나가 나에게 다가왔다. 마치고 남으라는 것이었다. 여덟 살 어린 나이에 복잡한 심경을 처음 경험했다. 말할 기운이 없어서 고개만 끄덕였다. 제발 시간이 느리게 가길 바랐다. 하지만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원일이에게 말해도 볼까 했지만, 우리 반 최대 약골 도영이와 재빨리 어디론가 가버렸다. 하는 수 없이 또 끌려갔다.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다며 주먹으로 복부를 때렸다. 너무 아팠다. 양 팔을 잡히니 꼼짝도 하지 못했다. 녀석들은 또 다시 달동네로 나를 끌고 갔다. 그런데 진숙이가 앞길을 막아섰다. “느그들 또 한성윤 괴롭히나? 빨리 놔줘라!” 그걸 본 허보가 가만히 둘 리가 없다. 둘이 애인이라는 둥 사랑하는 사이라는 둥 비꼬기 시작했다. 유치하기 짝이 없게도 얼레리꼴레리 노랫소리가 들렸다. 당시까지만 해도 부끄러워서 내가 진숙이에게 비키라고 했다. 하지만 진숙이는 물러나지 않았다. 허보가 억지로 진숙이를 밀쳤다. 진숙이가 버티며, 허보의 팔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내가 뭐라고? 화가 난 허보새끼가 주먹으로 진숙이의 머리를 강하게 몇 대 내려쳤다. 진숙이는 끈질겼다. 그걸 본 졸개들이 강제로 진숙이를 잡고 때어냈다. 화가 머리까지 난 허보가 진숙이의 뺨을 세게 때렸다. “부모도 없는 게... 어디서 지랄하노?” 나는 또 왜 그랬을까? 그걸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의지와 상관없이 달려 나가 이마로 허보의 코를 찍었다.허보의 코에서 쌍코피가 주르륵하고 흘렀다. 이번에는 내가 진숙이의 팔을 잡고 뛰었다. 일단 살고 보자는 생각이었다. 허보의 울음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속이 시원했다. 반면에 내일이 또 무서웠다. 졸개 중 두 명이 우리를 쫓아왔다. 꽤 충성도 높은 녀석이라 그런지 끝까지 쫓았다. 우리는 의도하지 않게 달동네까지 도망쳤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다시 그 집으로 들어갔다. 녀석들도 동네가 무서운지 재빨리 떠났다. 한숨 돌린 것이다. 진숙이가 고맙다고 했다. 왜 그렇게 쑥스러웠을까?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진심이 부끄러움을 뚫고 나와 버렸다. “저... 저번에 고맙다...” 한 동안 우린 말이 없었다. 한참을 서로 쳐다보다가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어릴 적 처음으로 느껴본 묘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도 잠시, 진숙이가 떨리는 손으로 팔을 툭툭 쳤다.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듯 동공이 매우 커져 있었다. 빨리 나가야 한다며 재촉했다. 도대체 왜 그러냐며 말하려고 하는 순간, 또 다시 이명이 지이잉 하고 들렸다. 눈을 의심했다. 그 집에서 셀 수 없는 많은 귀신들이 우리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하나 같이 새하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괴기했다. 대낮에 귀신을 본 적이 있는가? 선명한 모습때문인지 더 무섭다. 겁이 나서 그 자리에서 온 몸이 굳어 버렸다. 진숙이가 내 손을 꽉 잡았다. 바로 그때, 집 주인으로 보이는 팬티만 입은 아저씨가 문을 벌컥 열고 튀어나왔다. “아아아악! 아아아악! 찾아내, 어서 찾아내!!!” 요란한 고함을 지르며 우리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집 안에 있던 새하얀 귀신들이 우릴 쫓아왔다. 진숙이가 내 손을 잡고 대문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평 소 저질 체력이던 나는 금세 지쳐버렸다. “이러고 있을 시간 없다... 한기윤, 좀 뛰어라!” 뒤를 돌아보니 새하얀 귀신들 무리가 우리를 쫓아왔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웅얼웅얼 머릿속을 맴돌았다. 정말 희한했다. 청각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듣는 소리였다. 새하얀 귀신들이 시커먼 입을 벌리며 빠르게 뛰어오는데,당장 그들에게 잡히면 죽을 것 같았다. 자신 없었다. 그래서 진숙이에게 너만이라도 도망치라고 했다. 하지만 진숙이는 오히려 내 앞을 막아섰다. 바로 그때였다. 요란한 방울소리가 마구 들렸다. 새하얀 귀신들이 귀를 막았다. 뒤를 돌아보니, 진숙이 할머니가 인상을 팍 쓰며 방울을 흔들어댔다. 귀신들이 할머니께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을 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그 집으로 줄줄이 들어갔다. 귀신들이 모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할머니가 우리 둘을 노려봤다. 나는 겁을 먹고 어깨가 굳어버렸다. 혼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숙아 어떻게 된 기고? 여기는 오지 말라 안했나?” 진숙이는 허보에게 괴롭힘을 당했는데, 내가 구해줬다고 했다. 녀석들로부터 도망치다보니 이곳까지 왔다고 조곤조곤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썩 옳다고도 못하겠다. 그것이 나의 본심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의 결정은 똑같았을 것이다. 할머니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연거푸 고맙다고 했다. 부모를 일찍 여읜 진숙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했고, 자신의 직업이 직업인지라 신경을 많이 못 썼다며 눈물을 보이셨다. 그런 진숙이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안아주셨다. 이런 분위기에 어떻게 대할 줄 몰라서 쭈뼛쭈뼛 서 있었다. 그러나 할머니의 뜬금없는 말에 다시 소름이 돋아버렸다. “그런데... 짝궁아, 니 눈에도 귀신 보이제?” 그러고 보니, 그 집에 들어간 이후로 두 번째였다. 진숙이야 혈통이 무당인지라 귀신을 보는 것이 이상하지 않지만, 천주교인 내가 잡귀를 보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했다. 귀신을 보기 전에 이명이 들리면서 현기증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하니, 영안(靈眼)이 열리는 것이라며 걱정하셨다. 진숙이네 할머니는 어린 나이부터 귀신을 보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했다. 자칫 무당의 길로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의 영안을 닫기 위해서 진숙이네 할머니가 잘 아는 노인을 만나러 갔다. 학교 근처 아파트에서 경비를 하고 있는 노인이었다. 여덟살의 공포 完 여러분 덕분에 저의 책이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같은 온라인매장에서 판매되게 되었습니다. 저의 책은 <짱공유 : 무서운 이야기>에서 독자께서 좋아해주신 작품으로 선별했으며, 미공개 작품 다섯개가 첨부 되어 있습니다. <문화류씨공포괴담집:저승에서 돌아온 남자>,<문화류씨공포괴담집:무조건 모르는 척 하세요>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옛날귀신 편>과 <현대귀신 편>으로 테마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매우 떨리고, 걱정도 많이 됩니다. 한 가지 죄송한 점을 전하자면, 지금까지 쓴 이야기 중 책에 들어간 글들은 내렸습니다. 기회를 준 출판사에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죄송하지만 이해하여 주셔요. 하지만 차마 여러분들이 써준 응원과 격려는 삭제하고 싶지 않아서 내용 자체를 삭제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진짜 작가로 만들어 주신 많은 독자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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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글터] 여름방학 어느 날
단 한 번도 여름방학이 즐거웠던 적이 없었다. 늘 그 시기가 찾아오면 고민과 고뇌의 나날을 보냈다. 왜냐하면 ‘다음 학기에도 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학비가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학비를 모두 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집안이 넉넉한 아이들은 ‘해외여행이다’, ‘피서계획이다’ 두 달을 즐겁고 알차게 보내겠지만, 나처럼 삶이 혼수상태인 가난뱅이들에게는 ‘이번에는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나?’ 초조함의 시작이었다. 최저시급이 올랐다고 하지만, 그것으로는 터무니없이 비싼 등록금을 내기가 부족했다. 그래서 시급을 많이 주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했다. 그것이 비록 더럽고 위험한 일이라도, 근무 시간이 엄청나게 길지라도 말이다. 누군가는 아르바이트를 할 시간에 공부나 더 하라며 학자금대출을 권하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그런 선택을 섣불리 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미 집에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시점에서 ‘또 다른 빚’이란 마음의 족쇄였다. ‘여름방학 아르바이트’는 그런 학자금대출의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수단이었다. 당시에는 휴학을 하지 않고 학교를 다니고 싶었다. 매년 오르는 학비를 감당할 자신도 없고, 무엇보다 어린 나이에 졸업한 청년들을 기업에서 원한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말고사가 시작 될 무렵,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뒤지며 매일 일거리를 찾았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지인이 운영하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그곳은 가정용 폐기물을 수거하고 처리하는 업체였다. 일당 10만원에 일이 끊이질 않고 넘쳐난다는 이야기에 당장 승낙했다. 이후 걱정 없이 기말고사를 끝내고 곧 바로 합류했다. 처음에는 운이 좋았다. 의뢰인이 가구, 장판, 타일 등을 정리하여 집밖에 내어놨기에 단지 그것들을 트럭에 싣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 앞으로 모든 일이 그럴 것이라 생각해서 쉬운 일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력이 무너져갔다. 찌는 날씨에 머리부터 온 몸을 뒤덮는 위생용 작업복은 고문에 가까웠으며, 폐기물에서 나오는 먼지나 냄새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한 마스크는 오히려 숨 쉬기 힘들 정도로 답답했다. 무엇보다 처음과 같은 일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대부분이 집 안으로 직접 들어가서 폐기물을 수거하고 청소하는 일이었다. 의외로 대한민국에는 가정용 쓰레기가 엄청나게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일째 되던 날, 봉천동에 위치한 원룸에서 갑작스런 의뢰가 들어왔다. 20대 남자가 월세를 오랫동안 내지 않더니, 급기야 쥐도 새로 모르게 나가버렸다는 것이다. 집주인은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에 청소를 하러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시궁창이 따로 없었다고 했다. 도저히 치울 용기가 나지 않은 집주인은, 결국 우리 업체로 전화를 한 것이었다. 원래는 연락한 순서대로 방문하는 것이 맞지만, 비용을 두 배 정도 더 준다는 말에 서둘러 나갔다. 남자가 떠난 자리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답답해서 벗어 놓은 마스크를 다시 썼다. 음식물 쓰레기와 곰팡이 등 온갖 악취들이 뒤섞인 불쾌한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신발장에는 온갖 플라스틱 용기들이 가득 쌓여있었고, 그 사이에 컵라면 용기로 높은 탑을 만들어 놓았다. 바닥에는 치킨박스, 피자박스, 택배박스를 비롯한 쓰레기가 가득 담긴 비닐봉지더미들 때문에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웠다. 이불은 또 왜 이렇게 누렇게 색이 변했는지 눈살이 찌푸려졌다. 쓰레기더미들을 먼저 처리해야만 했는데, 엘리베이터도 없는 집이라서 꽤 애를 먹었다. 5층을 여러 번 오르락내리락 하니,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 남자가 남긴 흔적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살았던 것일까? 20대 중반이 무엇 때문에 집을 이렇게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떠난 것일까? 집세도 꽤 오랫동안 밀려서 버티고 버티다가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나 역시도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실패자 새끼, 넌 끝났다. 장담하건데 앞으로도 가치 있는 인생을 살기 힘들겠다.” 그렇게 혼자서 모르는 남자의 삶을 비평하며 쓰레기더미를 치우다가 생활용품들이 하나, 둘 발견되었다. 값비싼 구두에 명품으로 보이는 옷들이 몇 벌이 보였다. 꽤 깨끗이 보관이 되어 있었고 대부분은 뜯지도 않은 새것이었다. 버리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써 본적이 없는 물건들이 소리 없이 강하게 유혹하기 시작했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김실장이 어깨를 툭하고 쳤다. “어혀, 상자에 담아라. 가지면 안 되는 물건이여.” 김실장은 사사로운 마음 하나 없는 듯 보였다. 그것들을 상자에 담은 뒤,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다. 나중에 주인이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후 신발, 옷, 시계 등 귀중품을 넣은 상자에 스티커를 붙이고 날짜, 업체 명, 내용물 내역 등을 적었다. 남자의 귀중품은 경찰서에 맡긴 뒤 신고를 할 예정이라 했다. 스스로도 모르게 갖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지라, 머쓱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하던 일을 계속해서 진행했다. 그러던 중 남자가 모아둔 우편물들을 발견했다. 카드 값부터 핸드폰 요금청구서까지 돈 달라고 독촉하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이미 뜯어진 종이의 내용이 얼핏 보였다. 카드 값은 이백삼십 몇 만원이었고, 핸드폰 요금도 삼십칠만 몇 만원이었다. 필히 뜯지 않은 청구서에는 더 많은 빚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카드사가 달랐으니깐 말이다. 탕진잼의 말로가 겨우 도망이라니, ‘노답인생’을 사는 도망간 남자를 비웃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면 될 것을 이렇게까지 사치를 하며 살 이유가 있나? 남자는 분명, 자기 분수에 맞지 않게 살았음이 틀림없다. 명품으로 치장한 뒤 클럽에서 한번 비벼 볼 심정이겠지, 허세와 허풍으로 살다보니 결국 골로 가는 것은 본인이겠지,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의 삶은 남자의 삶 보다 훨씬 가치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남자의 흔적을 모두 치울 때 즈음, 김실장이 말했다. “참말로 불쌍한 사람이여, 별 일이 없어야 할 텐데.” 원래 김실장이란 사람이 마음씀씀이가 착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가끔 보면 오지랖이 넓어서 나와는 맞지 않았다. 비난 받을 녀석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다니, 절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가 그렇게 불쌍한지 벽지를 뜯어내며 한 숨을 쉬었다. “집세 때먹고 도망간 남자 말이야, 아마도 살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야. 살 마음이 있었더라면 비싼 신발이며, 옷들을 가져가지 않았을까? 아마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저렇게 비싼 물건도 버려두고 떠나지 않았을까, 싶네?” 함께 일하던 몇몇은 동조했지만 나는 코웃음을 쳤다. ‘어휴, 아저씨들 웬 오지랖이에요? 그냥 일이나 하세요. 어차피 인간 안 될 놈이었어. 어디 가서 또 그렇게 살겠지.’ 바로 그때, 사장님이 다급하게 올라왔다. “잠깐 중지, 경찰이 찾아왔어. 아마도 도망간 남자가 자살을 했나봐.” 그 말을 듣는 순간, 온 몸이 얼어버렸다. 마치 군대에서 야간 경비를 서다가 미확인 물체를 발견한 것처럼 혼돈에 휩싸였다. 태어나서 그렇게 놀라본 적이 얼마나 되었던가? 죽기를 바라고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었는데, 괜히 고인(故人)에게 실례를 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마음을 움켜잡았다. 잠시 후, 경찰들 서넛이 들어와서 남자의 물건을 찾았다. 주인집 아줌마가 올라와서 상세하게 설명하는 듯 했으나, 한다는 소리가 집세가 밀린지 3개월이 넘었다며 밀린 돈은 못 받는 것이냐며 하소연 했다. 사람이 죽었는데,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경찰은 아줌마를 진정시키고 남자의 신원이 맞는지 확인부터 했다. “권도영씨, 27세 맞습니까?”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핸드폰을 열어서 ‘카카오톡’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확대해서 경찰들에게 보여줬다. “정말 이 사람이 맞나요?” 경찰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멍하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나의 동공이 심하게 팽창되었다. 사진 속에 있던 환하게 웃던 인물은 같은 학교, 같은 학과의 선배였기 때문이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재빨리 핸드폰을 열어서 선배가 맞는지 확인했다. 틀림없었다. 아줌마가 경찰에게 보여준 프로필 사진은 학교선배 ‘권도영’이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처음 경험했다. 한때 친했지만 함께 조별과제를 준비하다가 의견이 맞지 않은 뒤, 사이가 멀어졌다. 졸업 후에는 보험회사에 취직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따로 연락하거나, 안부를 묻지 않았다. 나 살기도 바쁜 마당에 궁금하지도 않았다. 왜 그제야 ‘권도영’이란 이름이 생각났는지, 스스로가 한심했다. 방을 청소하며 나온 무수한 우편물에 ‘권도영’이란 세 글자를 봐놓고도 왜 그리 무심했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선배는 왜 목숨을 끊었을까? 적어도 내가 알고 있던 선배, 아니 도영이 형은 사치를 하거나 신뢰를 저버릴 위인이 못 되는 인물이다. 그 역시도 집안이 어려워서 검소하게 살아왔지만, 자신의 생활비를 아껴가며 후배들 밥을 사주는 사람이었고, 조별과제 때 온갖 핑계를 대며 참여 하지 않는 새끼들까지 챙기며 궂은일을 묵묵히 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참여도 안한 놈들도 점수를 받는다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대하다가 형에게 대들었다. 무른 형이 싫었다. 과제를 끝내는 동안 형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성적에서 'A+'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형과 대화하기 싫어서 내가 먼저 연락을 끊었다. 형에게 모질게 했던 것이 하나 둘 생각났다. “형은 바보야? 그렇게 살다가 뒤통수 크게 당하지. 세상에는 좋은 사람은 별로 없어. 과제하기 싫어서 온갖 핑계 대는 저 새끼들이 이런다고 고마워 할 것 같아? 어차피 어려운 처지에 우리 둘만 학점 잘 받고 장학금 받으면 될 것을...” 내가 화를 낼 만큼 착한 형이었다. 그 성품이 어디 가겠나? 취업을 한 이후에 동기 놈이 어디론가 같이 가자고 했지만, 왠지 도영이 형이 부른 것 같아서 거절했다. 까칠하게 대하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사실, 투정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이후 정말 도영이 형을 볼 수 없었다. 졸업식 때 본 형의 모습이 마지막일 줄은 꿈에도 몰랐으며, 이런 방식으로 형의 죽음을 알게 된다는 것은 끔찍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경찰에게 다가갔다. “죽은 권도영씨의 학교 후배입니다만...” 경찰과 대화 중에 형이 한강에 뛰어들어 익사(溺死) 한 것을 알게 되었다. 부검 결과 죽은지는 3일 정도 되었다고 했다. 문제는 유서도 핸드폰도 없어서, 단서라도 있을까? 집으로 찾아 온 것이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혹시 모아 둔 쓰레기 속에 증거라도 있을까봐 사장님께 부탁했다. 사장님은 흔쾌히 허락했다.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를 경찰들과 정신없이 뒤졌다. 그런데 놀라운 점을 한 가지 알게 되었다. 쓰레기봉투마다 내용물들이 모두 달랐다. 어떤 봉투에서는 스타킹이나 생리대처럼 여성용품이 나왔고, 어떤 봉투에서는 다른 호수에 사는 사람의 우편물 조각들이 나왔다. 각기 다른 집의 쓰레기로 보였다. 내가 아는 한, 형이 쓰레기를 수집하는 그런 요상한 취미는 전혀 없었다. 그제야 뭔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 의심이 들었다. 월세가 그렇게 밀렸는데 돈이 어디 있어서 배달음식을 시켰을까? 이 사실을 경찰에게 알렸다. 단지 형의 유서를 찾기 위해 온 경찰들이 일이 커지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순식간에 본청에 연락을 했다. 이후 경찰은 형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가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자신들이 보겠다고 했다. 나는 형의 죽음을 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러던 중 도영이 형과 친했던 형들에게 어떤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영이 형은 보험회사에 들어가면서 가족부터 온갖 친척들에게 부탁을 하며 영업전쟁에 뛰어들었으나, 곧 한계에 부딪혔다. 아무도 형에게 보험을 들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실적이 내려가자, 얼굴에 철판을 깔고 동기들과 교수님을 찾았다. 그러나 캠퍼스로 맺어진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보험이라는 이야기에 모두 난색을 표한 것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이자, 도형이 형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초짜인 형을 가르친다며 이것저것 지적을 했다고 말했다. “도영씨, 지금 자신을 좀 봐. 누가 도영씨한테 보험이나 자산관리 상품을 들겠어? 행색이 그렇게 초라한데?” 그 사람들은 형에게 치장도 하고, 고급스럽게 보여야 한다며 명품을 구입하라고 재촉했다.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같은 업종에 있으면서 수준이 맞지 않는다며 비아냥댔다.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명품 구두를 시작으로 양복과 시계를 연이어 구입한 형은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것을 갚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된다는 녀석들의 꼬임에 빠진 것이다. 명품으로 치장을 한다고 상품을 잘 파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영업이란 일은 형에게 맞지 않았다. 고객을 구워삶아서 뭐라도 팔아야 하지만, 아마도 형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지 못 한 것 같다. 하지만 취업이 안 되는 마당에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상품을 많이 팔면 팔수록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달콤한 덫에 걸려버렸기 때문이다. 권도영의 동기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난 뒤, 한 동안 머리가 복잡했다. 주인 없는 형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고 있어?” 사실 처음에는 주인집 아줌마가 돈 때문에 형을 어떻게 한 줄 알았다. 그래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서 일을 꾸몄다고 생각했다. 일부러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알리바이를 만든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원룸 건물 한 채에서 월 2,400만원을 버는 아줌마가 고작 3개월간 집세가 밀린다고 살인을 저지른다는 건 평탄한 인생을 흔들어 놓는 리스크(risk)가 아니겠는가? 물론 독촉은 했겠지만, 보증금에서 까면 그만이었다. 이미 그 사실을 주인집 아줌마도 알고 있었다. 경찰이 CCTV를 확인한 결과 형이 스스로 물에 빠졌다는 단서가 나왔다. 빚 독촉에 허덕이다가 견디지 못한 ‘자살’로 수사종결을 했다. 그렇다면 주인이 다른 쓰레기더미는 무엇이며 빚에 허덕이면서 온갖 배달음식의 흔적은 무엇인가? 501호 남자가 찾아와서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권도영의 죽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실적이 바닥을 내려치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같은 원룸에 사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좁은 원룸에 살지 않았겠지. 그래서 ‘명의’만 빌린 뒤에 자신이 보험료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가입을 권유 할 예정이었다. 대상은 권도영과 같은 층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자주 인사하며 서로 안면이 익숙해지자, 권도영은 사람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서 친해지기를 시도했다. 노력에 노력을 거듭한 결과, 5층에 있는 사람들 모두와 친해졌다. 권도영을 포함한 8인이 함께 식사도 하고 농담도 하는 사이가 되었다. 권도영은 왠지 자신의 생각대로 되는 것 같아서 이참에 실적도 올리고,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서 더욱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자, 권도영은 보험상품을 가입해달라는 권유를 부탁했다. 그러나 역시 형편이 썩 좋지 않은 7인이라, 거절을 하고 말았다. 당연히 그럴 줄 알고 준비한 플랜B를 꺼내어 연이어 진행했다. 명의만 빌려 달라고 말하자, 이전 반응과 다르게 꽤 고민을 하며 시간을 좀 달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 사람들에게는 어렵지 않은 부탁이었다. 가입한 뒤 일, 이 년 뒤에 해지를 해도 상관없었고 자신의 돈이 드는 것도 아니었으며 권도영이 알아서 잘 해주리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혹시나’라는 변수가 문제였을 뿐이었다. 매일을 얻어먹고 신세를 진 것이 있었고, 그래서 함부로 거절 할 수 없는 요인도 작용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기간 동안 권도영은 열심히 노력했다. 그들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까지 치워가며 어떻게든 부탁을 했다. 그 결과 7인의 동의를 모두 얻어낼 수 있었다. 고마움의 대가로 앞으로 쓰레기는 자신이 대표해서 버릴 테니, 걱정 말라는 말을 내뱉었다. “바보...” 처음에는 부담스럽게 느끼더니, 어느 순간 5층에 있는 사람들은 1층까지 내려가기 귀찮아졌다. 권도영의 말도 있었고, 자신들이 권도영의 은인이라 여긴 나머지 도영의 말대로 집 앞에 쓰레기를 놓아두었다. 권도영은 두 말 없이 그것들을 치웠을 것이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에 자주 밥도 사줬을 것이다. 하지만 권도영의 삶은 나아지는 것이 없었다. 빚은 점점 쌓여만 가고 또 다시 상품을 팔아야 할 시간이 돌아왔다. 같은 회사에 있는 누구는 ‘보험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한 달에 ‘억’ 소리 날 만큼 돈을 버는데, 겨우 보험 7개를 자신의 돈으로 등록한 스스로가 초라했을 것이다. 누구보다 바쁘고 노력하며 살지만 그것이 이득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위기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카드빚을 비롯한 집세, 학자금 대출 등을 갚아야 했다. 특히 일곱 명 분의 보험료를 매달 자신의 돈으로 납부하는 바람에 생활비가 빠듯했다. 어느 하나 쉽사리 돈을 갚을 처지가 못 되었다. 신용불량자는 되고 싶지 않았겠지, 평생 신뢰로 살아온 자존심 때문에 집세는 미룰 수 없었지,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보내는 것은 사치일까? 분명 이런 고민을 했을 터이다. 더욱이 문제는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터졌다. 같은 층에 사는 7인이 권도영에게 ‘밥을 사라줘라’, ‘간식을 사줘라’하는 행위가 정도가 지나친 것이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했던가? 점점 그들은 쓰레기뭉치를 권도영의 집에 가져왔고, 은인이라는 명목으로 바라는 것들이 많았다. 일곱 명 전체의 부탁이 되기도 했고, 개인의 부탁이 될 때도 있었다. 그런 생활이 길어지자 권도영의 삶은 피폐해졌을 것이다. 특히나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 아니던가? 권도영이라면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층에 있던 사람들은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요구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보험을 해약하게 되면 환급금을 자신들에게 달라는 말이었는데, 그것이 진심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으나 멘탈이 붕괴 된 상황에서 그런 말은 메마른 마음에 불을 붙였을 것이다. 어느 덧 정신을 차렸을 때는 쓰레기가 가득 쌓인 아수라장이었다. 카드빚이며 월세며 어느 하나 해결되는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 계약 한 건 따내지 못했기에 수입이 없었다.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고, 무슨 일이든 자신에게 칼날을 내미는 현실이 고통스러웠다. 여전히 7인은 한 사람의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고 쓰레기를 집 안으로 넣어두고 있었다. 결국 그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린 나머지, 삶을 포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누가 봐도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었다. 기본급여도 없고, 퇴직금도 없고, 4대 보험도 불가한 직업을 선택한 권도영의 실수였다. 하지만 그런 실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권도영에게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발...” 더 이상 권도영, 아니 도영이 형의 죽음을 알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럴수록 스스로가 비참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에 아르바이트를 갈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모든 것이 피곤했다. 정신적인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다음 날에도 일을 해서 돈을 벌었다. 유난히 2013년 여름방학은 잔인하고 무섭게 느껴졌던 시절이었다. PS : 본 내용은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s/?novel_post_id=46392 에서 개정 된 이야기로 곧 만나실 수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히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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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글터] 두려움을 먹는 귀신
※ 당감동에 사는 제도영군이 겪은 실제 경험담입니다. 8살 소년의 성장통(成長痛)은 공포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아버지와 어머니는 매일같이 성격차이로 다투었다.두 사람은 매일 서로에게 분노를 겨누었다.어렸던 나는 둘의 싸움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물건이 부서지는 소리, 분노가 뒤섞인 욕설...그것을 들을 때마다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쿵쾅거림 때문에동심과 정서 같은 것은 무참히 부서졌다. 참다못해 둘의 싸움을 말려보려고 112에 전화를 걸었다.결국 순경 몇 명이 찾아와서 현관문을 두드렸고둘은 이야기를 하다가 언성이 높아졌다며 사과했다.그렇게 순경을 보내고 기분좋게 마무리 되는 줄 알았다.하지만 표정이 싹 바뀐 아버지는 나의 뺨을 인정사정없이 내려쳤다.부모를 신고하는 자식이 세상에 어디 있냐며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어머니는 냉소적인 표정을 지으며 도움도 안 되는 짓을 했다며어두운 방 안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그리고 잠깐 동안 조용했던 집은 다시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런 밤을 지새우고 나면 아침은 늘 몽롱한 상태다.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의미가 없어지고그러다보면 학습 능력은 자연스레 떨어지기 마련이었다.하필이면 담임선생님도 마녀(魔女)같은 사람을 만나서준비물이라도 챙겨오지 않는 날이면 면박은 주기 일쑤였다.특히 그녀는 새빨간 매니큐어가 발라진 긴 손톱으로나의 허벅지나 옆구리를 어찌나 세게 꼬집는지,단 1분도 안 되는 시간이지만 지옥 같았다.늘 그 사람에게 나 같은 아이는 문제아였고 싹수가 노란 떡잎이었다. 하교 시간이 다가올 때면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집으로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특히 전날 부모님의 심한 다툼 때문에발걸음도 집으로 가는 길을 허락하지 않았다.몇 번의 고민 끝에,결국 집 반대편으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굽은 길이 나오면 굽은 길로 걸었고 오르막길이 나오면 쉬지 않고 계속 올랐다.용케도 한 언덕의 꼭대기까지 당도했다. 그곳에서 한 폐허와 마주하게 되었다.그런데 대다수 허물은 집들이 태반이었고사방이 콘크리트 더미와 철근들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었다.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에 다시 돌아가려 했다.하지만 언덕 아래를 보자 마음이 편해졌다.온 동네가 한 눈에 모두 보였기 때문이었다.이렇게 보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고 신비한 곳인데왜 그 속에서 있는 우리집은 매일같이 폭력이 난무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한참을 멍하게 마을 구경을 하다가하늘에서 빗방울 몇 개가 떨어지는 것을 맞았다.우산이 없었기 때문에 당황하며 서둘러 언덕을 내려가려 했다.그런데 내려가는 길목 한복판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네다섯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검은 옷을 입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비를 막아주려고 책가방을 아이 머리 위로 올렸다.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아이의 부모님을 찾았으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빗방울은 더욱 거세게 내렸다.아이에게 부모님이 어디계시냐며 물었지만 고개만 숙일 뿐 말이 없었다.제발 아무나 지나가길 소망했다. 그러나 이상하게 아무도 없었다.폐건물에 들어가 있자며 아이의 팔을 잡아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야, 이러다가 감기 걸린디.. 빨리 들어가자.”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이를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얼굴이 궁금해서 눈을 마주치려고 했다.그런데 아이가 피식피식 웃으며 어깨를 들썩이는 것이었다. “오빠야, 내 얼굴이 그리 궁금하나?” 말을 할 줄 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다.아이는 그런 모습이 우스꽝스러운지 고개를 숙인채로 웃어댔다.그런데 아이의 웃음소리가 참으로 괴이(怪異)했다.남자의 목소리와 여자의 목소리가 섞인 듯 했고그럼에도 불구하고 몹시 낯이 익어서 불안했다.아이는 히죽히죽 웃으며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순간 아이의 얼굴을 보고 동공이 아플 만큼 흔들렸다.왜냐하면 아이의 얼굴은 매일 어머니와 싸우고나에게 폭력과 욕설을 일삼던 아버지였기 때문이었다.아이의 몸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버지의 얼굴이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전갈의 독에 급소를 찔린 먹이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야이 씨이발꺼, 부모를 경찰에 신고하는 자식새끼가 어디 있어? 낄낄낄낄...” 아이는 목을 쭉 빼며 아버지의 얼굴을 나에게 가까이 댔다.비에 젖은 긴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아버지의 얼굴은평소 나를 때릴 때처럼 인상을 찡그렸다.도망치고 싶었지만 자갈밭이 늪처럼 발을 놓아주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책가방도 던져놓고 엉금엉금 기어서 애를 썼다. “야이 씨이발꺼, 부모를 경찰에 신고하는 자식새끼가 어디 있냔 말이다. 이 좀만 한 새끼가 콱 죽을라고? 마, 일로 와, 안와? 낄낄낄낄...” 목소리도 소름끼치도록 아버지와 똑같았다.자갈밭을 포복 하듯 기었지만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 했다.아버지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두려움에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더욱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다.그러나 그것의 손이 나의 발목을 ‘턱’하고 붙잡았다.놀란 마음에 뒤를 돌아봤다. 분명 조금 전까지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는데키와 덩치가 나보다 커져 있었다.여전히 그것은 아버지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 눈이 마주치자일부러 겁을 주려는 듯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그것의 표정에 숨통이 조일 만큼 무서워서 울음을 터트렸다.서러움에 자갈을 비롯하여 돌멩이들을 잡아 세게 던졌다.그 중에 꽤 큰 돌멩이가 그것의 이마에 정통으로 맞았다. 이마에서 검은 피가 순식간에 쏟아졌고 엄청 고통스러운지 울부짖었다.미약하지만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큰 돌멩이를 움켜쥐고 머리를 향해 던졌다.정확하게 머리에 맞자, 요란한 울음소리를 낸 뒤 겁을 먹었는지 수그러들었다.나는 재빨리 일어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리막을 달렸다. “으아악... 감히 어린놈의 새끼가 버릇없이 아버지를 돌로 찍어? 오늘 네놈 가만히 안 둔다... 콱 지기삔다.” 뒤에서 녀석이 아버지를 흉내 내는 소리가 들렸다.검은색 피를 철철 흘리며 비 오는 내리막으로 나를 쫓아왔다.헐레벌떡 뛰어 내려와서 곧장 큰길을 향해 달렸다.다행히 거리에는 사람들 몇몇이 지나다녔다.안도의 한 숨을 쉬며 가장 먼저 눈에 보인 사람에게 달려갔다. “저.. 저기 아줌마, 저.. 저기에 누가 저를 쫓아와요. 이.. 이상한 사람이 저를 계.. 계속 쫓아와요. 무서워요...” 다급한 마음에 마구 손가락으로 그것이 따라오는 방향을 가리켰다.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아줌마는 그래도 걱정스러운 마음에 내가 손짓하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그리고 트럭 뒤편에서 멈췄다. 한 동안 그곳을 응시했다.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트럭 뒤로 들어갔다. “꺄아악!!!!!!” 무엇을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아줌마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비명을 질렀다.우산도 버리고 질색을 하며 어디론가 도망갔다. 느낌이 썩 좋지 않았다.도움을 청하려고 했더니, 지나가는 사람이 하나 없었다.무작정 앞을 향해서 달렸다. 녀석이 뒤에서 따라 오는 것이 느껴졌다.필사적으로 팔을 흔들었고 발을 굴렸다. 하지만 나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뒤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도영이 너 이 새끼, 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맨날 엄마 말도 안 듣는 새끼가 말이야... 쌍놈의 새끼야, 거기 안서? 너 거기 안서면 엄마 죽어버릴 거야, 엄마 죽는 꼴 볼래?” 돌아보고 싶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위태로운 어조에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그리고 곧 후회했다. 녀석에게 속은 것이었다.녀석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해졌다.무엇보다 어머니의 얼굴을 하며 미친 듯이 비웃고 있었다.순식간에 다가온 그것은 어머니처럼 눈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쯧쯧쯧쯧... 쓸모없는 새끼... 어째 사는데 도움도 안 되니? 너 같은 게 태어나서 짜증나... 낄낄낄... 그냥 너랑 나랑 같이 죽자.. 낄낄낄.. 아니, 너만 죽을레? 낄낄낄...” 평소에 어머니가 아버지와 다투고 나면 나에게 했던 말이었다.그것이 희롱하는 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댔다.녀석은 내가 두려움과 공포심을 느낄수록 몸집이 커지는 것 같았다.처음에는 서너 살로 보였던 여자아이였지만어느 덧 농구선수처럼 거대해져서 도망가기도 어려웠다. 그것은 끊임없이 겁을 줬다.자신의 얼굴을 바꾸어가며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투는 모습을 재연했고그토록 싫어하던 담임선생님의 얼굴로 변해서 면박을 주기도 했다. “이 쓰레기 새끼야, 낄낄낄... 아주 너 같은 새끼는 글러 먹었어, 크면 뻔하지... 낄낄낄... 차라리 죽어버려라, 죽어버려...” 담임선생님이었던 얼굴이 다시 고양이처럼 변했다.마치 사람의 얼굴과 뒤섞인 얼굴은 흉측했고 요괴처럼 보였다. “낄낄낄... 가정교육도 못 배운 새끼가 학교에서 무얼 배우냐? 떡잎부터 노란 쓰레기 새끼... 그냥 죽어라, 아니 이 몸이 죽여줄까? 낄낄낄...” 그것은 날카롭게 손톱을 내밀고 나를 향해 ‘휙’하고 덤벼들었다.요망한 것이 가슴팍에 손톱을 들이밀자, 결국 나는 혼절(昏?)해버렸다.이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신이 들었을 때, 좁은 사무실 안의 낡은 소파에 누워져 있었다.누구의 것인지 모르겠지만 옷도 갈아입혀져 있었고무엇보다 따뜻한 군용 담요가 몸을 덮어주었다. “오, 일어났나? 어데 아픈 데는 없고?” 신문을 보던 60대 노인이 안경을 콧등까지 내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노인은 정신이 없어서 이곳저곳 두리번대는 나에게 따뜻한 코코아 한잔을 건네었다. “걱정마라, 여기는 갱비실이다, 갱비실... 큰일 날 뻔 했데이, 비 오는데 길에 쓰러져 있어서 깜짝 놀랐다 아이가?” 희한하게도 낯선 곳이었지만 노인의 친절함 때문인지 불편하지 않았다.다만 자고 일어나서 그런 것인지, 부끄러움 때문인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노인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창밖을 지긋이 바라봤다. “타다다닥... 철커덩” 경박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나더니 이내 경비실 문이 활짝 열렸다. “할배, 빵이랑 과자 사왔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같은 반 친구인 원일이를 만났기 때문이었다.사실 친구라고 하기도 뭣한 것이 녀석도 아웃사이더라서 함께 놀지 않았다.다만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싸움을 잘해서 아이들이 괴롭히지 않았고마귀 같은 선생님도 녀석의 저돌적인 성격에 혀를 내둘렀다. “여어~ 또영이... 몸은 좀 괜찮나? 아나, 빵이랑 우유 무라.” 그날 알게 되었지만 노인은 원일이의 할아버지였다.본인이 사는 아파트에서 경비 일을 하고 있었다.할아버지는 나에게 매우 따뜻하게 대했다.사람다운 대우를 받아본지 얼마만인지, 기분이 설레는 것처럼 이상했다. 그렇게 빵과 우유를 한참을 먹다가 시계를 보니 오후 5시였다.순간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에게 혼날 것 같아서 재빨리 일어나서 인사를 하고 나가려는데할아버지와 원일이가 내 팔을 붙잡았다. “에헤이, 에헤이... 으데가노 또영이? 와이리 급하노... 요오 앉아봐라. 앉아봐...” 원일이는 할아버지 같은 말투로이렇게 늦게 집에 가면 분명 어머니께 혼날 것이라고 했다.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전화를 해준다며 집 전화번호를 가르쳐달라고 했다.흔쾌히 번호를 알려주자 할아버지는 당장 우리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도영이랑 같은 반 친구 원일이 할아비입니다. 다름이 아이고... 도영이가 마 정신없이 놀다보니까, 집에 전화도 못 드렸네요. 걱정하실까봐 이제야 전화 드리는데 죄송합니다. 도영이는 저녁까지 먹이고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혹시 걱정이 되시면 XXX아파트 3동 209호입니다. 한번 오시지요.” 혼나지 않게 집에 전화를 해준다면서 저녁까지 먹이겠다니 당황스러웠다.무엇보다 집에서 절대 허락할 리가 없는데 흔쾌히 허락까지 받았다니 놀라웠다.그러면서도 혹시 둘이 싸우느라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것이 아닌지 걱정됐다.할아버지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었다. “도영아, 혹시... 여기 오기 전에 기억나나? 그... 시커먼 거... 말이다.” 할아버지의 말을 듣는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잠깐의 편안함 때문에 좀 전에 겪었던 일들을 잊은 것이었다.무서웠던 조금 전의 일들이 연기처럼 떠올랐다.검은 옷을 입은 그것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로 변한 것부터담임선생님의 얼굴을 하며 나를 조롱하던 것을 잊을 수 없었다.나도 모르게 온 몸이 부르르 떨려왔고 불안함이 밀려왔다.할아버지는 그런 나에게 괜찮다며 토닥이셨다. “도영아, 세상에는 사람이나 동물, 식물만 사는 게 아이데이. 믿을 수 없는 존재들이 곳곳에 있어요. 예를 들자면 도깨비나 귀신같은 것도 있기 마련이고 말이야. 그러니까 때론 사람을 해치는 나쁜 것들도 있고... 그 중에서 아주 영악한 것들은 사람의 두려움을 먹고 자라는 놈들이 있는데.. 특히 사람의 약한 마음을 이용해서 결국 목숨을 빼앗아가기도 한단다.” 어렸지만 할아버지의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나 또한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도망치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할아버지는 그것을 ‘그슨대’라고 불렀다. “예전에 이 동네가 화장터라서 다른 동네보다 쪼매 귀신들이 많다. 화장터로 들어가는 시신들 전부가 순리대로 죽은 시신이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사정들이 생기는 법이지... 그래서 그 중에 몇몇은 원혼이 되는 경우도 있고 악귀가 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특히 그슨대라도 되면 골치가 아픈 일 아이가? 그것들은 끝끝내 사람의 목숨을 끊어 놔야 직성이 풀린데이.” 그슨대라는 것은 살아생전에 조직폭력배나 연쇄살인범처럼 누군가를고의적으로 해친 자들이 죽어서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할아버지는 그슨대에 대해서 매우 자세하게 아는 듯했다.요즘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냐고들 하지만, 직접 겪어 본 나로서는할아버지의 말이 진실 같았다. “원일아, 니는 집에 할매보고 오늘 귀신 잡는다고 도목검(桃木劒) 꺼내고 부적 쓰게 준비 좀 해라고 전해라. 그라고 오늘 저녁은 통닭 한 마리 묵자. 배부르게 잘 먹어야, 든든하지...” 원일이는 통닭이라는 말에 신이 나서 뛰쳐나갔다.겁에 잔득 질린 나에게는 조금만 기다리라며 자신과 함께 나가자고 했다.할아버지는 잠시 자리에 앉아 조그마한 책을 꺼내더니 뭔가를 찾았다.그러더니 한 숨을 쉬면서 책을 덮고 주문(呪文) 같은 것을 외웠다.왠지 말을 걸면 실례일 것 같아서 그저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도영아... 그슨대는 오늘밤 니를 찾아 올 거다... 그래서 니를 차마 집에 보낼 수 없었다... 할아버지 이해 할 수 없겠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모든 이야기를 할아버지께 듣게 되었다.할아버지는 그날도 어김없이 아파트 주위를 청소하고 있었다.그런데 한 아주머니가 겁에 질려서 살려달라며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한 것이었다.죽은 시어머니가 나타나서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이었다.그녀의 눈을 보니 귀신에게 홀린 상태여서 일단 할아버지는 진정을 시켰다. “보소, 아지메요. 죽은 시어머니를 어데서 봤습니까?” 손을 벌벌 떨면서 담벼락 뒤를 가리켰다.아마도 아주머니는 나를 도와주려고 했던 그 분이 틀림없다.나의 말을 듣고 트럭 뒤편으로 갔다가 그것이 구석에서 시어머니의 얼굴로 분명 위협을 했을 것이다.분명 그녀의 공포를 먹이로 덩치가 커진 것이다. 할아버지는 불안한 마음에 당장 담벼락 뒤로 뛰쳐나왔다.그런데 2미터가 훌쩍 넘는 시커먼 무언가가 나를 해치려고 달려들고 있었다.소스라치게 놀란 할아버지는 나를 구하기 위해평소에 악귀를 내쫓는 부적에 불을 붙여서 그슨대를 향해 휘둘렀다.비가 많이 내려서 불이 제대로 붙지 않아 부적의 기능을 제대로 못했지만그것에게 충분히 위협이 되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그것은 나를 해쳤을 것이다.다행히 나는 기절했지만 다친 곳이 없이 멀쩡했다.그러나 그슨대는 한동안 할아버지를 노려보더니 빠른 속도로 언덕으로 올라갔다.결국 나를 경비실로 데려온 할아버지는 손자인 원일이를 시켜서 입을 옷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하필 내가 원일이 친구였던 것이었다. “도영아, 할배 말 잘들어레이... 그슨대는 이 할배가 잡아주거나, 없애 줄 수가 없어요. 아무리 찾아봐도 그슨대는 홀린 사람 본인이 두려움을 이겨내서 없애는 수밖에 없구나... 도영이 니가 그 귀신을 잡아야 해... 그래야 그것이 앞으로도 니 앞에 영영 나타나지 않을끼다... 이 할배가 도와줄테니 시키는대로 해야 한다. 할 수 있겠제?” 선뜻 말하지 못했다. 매우 무서웠다. 그것을 또 봐야 한다는 현실이 가혹했다.하지만 할아버지께서는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은 그것 밖에 없다고 했다.하기 싫어도 해야만 했다. 할아버지는 나의 두 어깨를 잡고 눈을 마주쳤다. “도영아, 꼭 이겨 낼 수 있데이... 귀신 그거 아무것도 아이다.” 할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그곳에는 원일이 할머니가 계셨는데 처음 뵈었지만 매우 따뜻하게 맞이 해주셨다.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 양념치킨에서 닭다리를 꺼내어 손에 쥐어주셨다.친할머니를 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계셨더라면 이런 예쁨을 받지 않았을까?원일이 또한 매우 좋은 녀석으로 긴장한 나를 다독여 주었다.괴팍한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재밌는 녀석이었고 이상하게 큰 의지가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긴장감이 돌았다.할아버지는 집에 도착한 후 식사도 하지 않고 부적을 그렸다.그리고 오래 된 책들을 뒤져가며 주문 같은 것을 외웠고집안 곳곳에 부적을 붙였다. 꼭 홍콩영화에 나오는 강시선생 같았다.본인만의 의식을 끝낸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오라며 손짓을 했다. “도영아, 곧 녀석이 이곳에 올 거다. 지금 니를 찾으러 온 동네를 뒤지고 있을 거야. 이제부터 니는 이 방에 혼자 들어가야 한다... 할 수 있겠제?” 할아버지는 나보고 미끼가 되라고 했다.그리고 그슨대를 방 안으로 불러드려서 복숭아나무로 만든 목검을그것의 가슴팍에 꽂으라고 했다.반드시 그것이 가까이 다가 올 때 겁을 먹지 말고 냅다 꽂으라고 했다.나의 두려움을 먹고 자란 녀석을 없애지 못한 다면멀쩡한 사람을 해칠지도 모르는 노릇이기 때문이었다.할아버지는 방 문 앞에 검은 커튼을 쳐서 나를 지켜보기로 했다.안에서 거실을 볼 수 없었지만 거실에서는 방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 방은 평소 할아버지가 명상을 하는 곳으로 아무것도 없었다.단지 모든 창(窓)이 열린 베란다가 으스스한 공기를 방 안으로 들이고 있었다.사방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 혼자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무서웠다.그럴 때 마다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할아버지가 주신 목검이 가지 말라는 듯 나의 몸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나는 베란다 창틀에 앉아 조용히 숨을 죽이며 밖을 봤다.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문을 열어놔서 그런지 빗방울이 방 안까지 튀었다.한 동안 그것을 멍하니 보고 있었는데 엄마가 ‘스윽’하고 지나가고 있었다. “엄마?” 엄마를 알아보고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불렀지만, 나는 곧 깨닫고 말았다. 그곳이 2층이라는 것을 말이다.엄마의 얼굴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엄마의 얼굴이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그리고 열린 창문을 통해 스멀스멀 기어들어왔다.연체동물처럼 검은 옷을 입은 그것이 요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들어왔다.녀석의 몸집은 엄청나게 커져있었다. 여전히 나를 조롱하는 듯 야비한 표정을 지으며 비웃고 있었다.그러나 이내 곧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겁을 주며 다가왔다. 무서운 마음에 눈을 질끈 감았다.분명 할아버지가 코앞까지 오면 목검으로 찌르라고 했는데 차마 움직일 수 없었다.녀석은 내 앞에서 엄마의 얼굴을 하며 혀를 마구 놀렸다.보이지 않았지만 입을 쩍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영아, 엄마야.... 어서 눈 떠봐... 너 그렇게 엄마 모르는 척 하면 엄마 확 죽어버린다?” 그렇게 오래 살지 않았지만 그 동안 엄마가 했던 말과 행동들이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났다.아버지와 싸운 뒤 엄마는 늘 나에게 죽어버리고 싶다고 했다.본인은 아버지가 지긋지긋하게 싫으니말이나 행동 그 어떤 것도 닮지 말라고 매일 당부했다.혹시나 그로 인해 엄마가 잘 못될까봐 너무 무서웠다.그래서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자랄수록 얼굴이나 행동이 아버지와 닮을 수밖에 없었다.웃는 모습이 닮아서 싫다고 하면 웃지 않았고 젓가락질이 아버지와 똑같다며 짜증이 난다고 하면 숟가락만 썼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아버지가 있는 날이던 없는 날이던죽고 싶다며 먼저 저 세상에 가면 안 되겠냐고 했다.우는 날이 계속 잦아지고 힘들다며 같이 죽자는 이야기를 했었는데그 눈빛이 곧 일을 저지를 것 같아서 방에 몰래 숨어들어서 어머니를 지켜 본 적도 있었다.녀석이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어머니를 따라했다.그래서 목검으로 찌를 생각도 못하고 결국 얼굴을 보고 말았다. 그것은 다시 한 번 담임선생님의 얼굴로 변해 나를 흘겨보고 있었다.눈이 마주치자 이내 고양이 얼굴로 변해서 조롱하듯 괴상한 표정으로 겁을 줬다.무서워서 다시 눈을 감고 말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스윽’하고 다가와서 나의 목에 손을 댔다. “너 같은 쓰레기는 말이야, 아주 싹수부터 노랗기 때문에... 낄낄낄... 아주 목숨을 끊어 놔야해... 낄낄낄.. 알겠어?” 그것은 나의 목을 사정없이 졸랐다.고통스러움에 눈을 떴을 때, 계속해서 나를 비웃고 있었다.부모님의 얼굴로 변했다가,평소 나를 괴롭히는 친구들의 얼굴로 변했다가,마귀같은 담임선생님의 얼굴로 변했다.멸시와 희롱이 뒤섞인 눈빛들이 꼭 현실에서 그들이 나에게 짓는 것과 똑같았다.문득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녀석의 행위에 동조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그슨대는 ‘옳거니’하며 더욱 강하게 내 목을 졸랐다. “안 돼!!!” 방문에 설치되어 있던 검은 커튼이 열렸다.정신을 잃어갈 때 즈음 눈을 떠보니 어머니였다.어머니는 필사적으로 그슨대를 나에게서 때어내려고 했다. “안 돼, 차라리 날 데려가... 이 귀신아.” 그때 갑자기 방과 베란다의 통로가 ‘탁’하고 닫혔다.순식간에 창문에는 누군가가 부적을 붙여댔다.그리고 할아버지가 실 같은 것을 그슨대의 몸 일부에 감았다.녀석은 당황했는지 여기저기 나갈 곳을 찾기 위해 두리번 거렸다.하지만 실 같은 것이 몸에 엉켜있어서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애써 탈출하려고 크나 큰 몸짓을 마구 흔들어 몸부림을 쳤다. “도영아 빨리 찔러레이, 지금 안 찌르면 평생 못 찌른다...” 어머니가 괜찮다며 나를 일으켜 세웠다.모처럼 느낀 어머니의 따뜻함에 용기를 내어 품속에서 목검을 빼내었다.할아버지가 시킨 대로 그것의 가슴팍에 목검을 꽂으려는 순간, “으헤헤헤... 야이 새끼야, 니가 자식새끼야? 감히 니가 이 아버지를 찌를라고? 낄낄길... 찌르기만 해봐라, 아주 네놈의 새끼를 아작을 내버릴 기다... 낄낄낄...” 그것은 아버지의 얼굴로 변해서 위협했다.다시 눈을 질끈 감고 얼굴을 돌려버렸다.그때 누군가가 내 손을 잡고 어깨를 감쌌다. 바로 아버지였다. “도영아, 정신 똑바로 차려라. 진짜 아버지다... 그러니까 겁먹지 말고 할아버지가 시킨 대로 해보는 거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의 양옆에 있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목검을 빼어 들어 그것의 가슴팍에 세게 꽂았다.그것은 엄청난 굉음을 지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할아버지는 계속해서 가는 실로 그것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두었고안주머니에서 부적을 꺼냈다. 할머니가 라이터에 불을 켠 뒤, 부적에 불을 붙였다.그야말로 여러 명이 귀신하나를 잡기 위해 나선 것이었다.할아버지는 까맣게 탄 부적의 재를 그것의 머리에 비비며 주문을 외웠다.녀석은 원망스러운 눈으로 식식거리며 나를 흘겨봤지만곧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할아버지는 안심이 되었는지 털썩 자리에 앉아서 한숨을 쉬었다. “원일아 고마 베란다에서 나온나...” 그슨대가 도망이라도 칠까봐 원일이는 베란다 박스에 숨어 문을 닫았고창에 부적을 붙인 것이었다.그리고 그날 어머니와 아버지는 나를 안고 펑펑 울었다. 어김없이 내가 없던 시간에도 부모님은 싸우고 있었다.그러던 중 내가 집에 올 시간이 지나자 불안함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때마침 원일이 할아버지가 전화를 주셨지만 당장 화를 내며 나를 보내라고 했다.그러나 할아버지가 할 말만하고 끊어버리자, 당황 한 것이었다.결국 부모님은 원일이 집을 찾아왔다.사실 부모님이 할아버지에게 화를 내려고 했지만 정작 혼난 것은 부모님이었다.할아버지는 도대체 아이를 어떻게 키웠으면아이가 매순간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냐고 호통을 쳤다.그때까지만 해도 나의 부모님은 자신들이 아무 잘못 없다고 했다.답답한 마음에 할아버지는 한 숨을 쉬며 방 안에 있는 나를 가리켰다.방에서 홀로 경계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부모님은 그런 나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할아버지가 막아섰다. “잠시만 기다려 보이소.” 할아버지의 강경한 태도에 부모님들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슨대가 나타나자 부모님은 경악했다.자신들의 얼굴을 하고 자신들이 평소에 쓰던 말로자신의 아들을 협박하는 모습을 보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저것은 그슨대라고 하는 귀신입니다. 인간의 두려움을 먹고 사는 악령(惡靈)같은 것이지요. 지금 보이는 것은 도영이가 두려워하는 것들을 녀석이 알고 겁을 주는 것입니다. 사실 도영이는 그슨대가 무서운 것보다 평소 당신들이 도영이에게 심어 놓은 공포심이 무서운 것이지요. 부모인 당신들 책임이 매우 큽니다...” 부모님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나는 8살 성장통을 이겨내고 성장했다.이후 할아버지가 써준 부적 때문인지 훈계 때문인지부모님은 더 이상 싸우지 않게 되었고우리집은 원일이 집안가 매우 친해져서 자주 왕래하는 사이가 되었다.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절대 입 밖으로 내지 말라고 했지만누군가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지는 것은 괜찮다고 했다.믿거나 말거나 방식의 이야기로 말이다... 두려움을 먹고 사는 귀신 完 PS : 좀 늦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3월부터 조금 바빠졌습니다.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습니다만... 한 번에 14페이지를 쓰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표현력과 문장력이 딸려서 애 좀 먹었습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환절기 조심하시고요. 다음 이야기는 '설녀 4부'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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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글터] 펌'꿈얘기, 1997년,시골동네 묘지
제 꿈얘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체험담고지사랑|조회 275|추천 0|2012.01.14. 22:42http://cafe.daum.net/nde1/7qge/7129 국내최대 공포커뮤니티 잔혹소녀의 공포체험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저작권리 : 글쓴회원) 때는 1997년쯤 됐을겁니다. 그때 저희집은 경기고 고양시 일산구에 위치한 시골동네(?)였구요...지금이야 일산신도시가 들 어서 있지만 그당시만해도 진짜 오리지날 시골같았어요...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는 길에 옆에 묘지같은것도 있고, 가로등도 고장났는지 가끔 깜박거리다가 하필 그 앞을 지나갈때 쯤이면 딸칵 꺼져버리고.....ㅡㅡ;; 한번은, 제가 꿈을 꾸게 됐어요 제가 평소와 마찬가지로 퇴근하는길이었는데, 밤이었어요... 길옆 묘지에서 누군가 스르륵 나오더니(귀신이겠죠?), 절 ㅁㅊ듯이 막 쫓아오는겁니다.'도와달 라고!' 제가 워낙에 용기도 별로 없는데다가 겁도 많아서, 꿈에서도 집으로 무조건 내달았죠.... 문제는, 그런식의 같은 꿈을 연달아서 3일을 꾸게 된겁니다. 그런 꿈을 계속 꾸고 나서, 얼마뒤 아침 출근하는 길에 아무래도 이상해서 꿈에 나왔던 무덤 쪽을 슬~쩍 봤더니, 도로 확장공사중이라며 무덤있던 자리가 온데간데 없이 싹! 밀려있는 겁니다. 때는 여름이었는데도 아침 출근길에 온몸에 소름이 쭉 돋았던 기억이 나네요.... 도와달라던 그 귀신이 정말 그것 때문이었나? 하구요.... 댓글 9 | 손님댓글 0 0마이피플트위터페이스북▼SNS 더 보기0스크랩▼0인쇄|신고 12.01.14. 23:26으아 눈아퍼답글 | 신고 경기고속 12.01.14. 23:47진짜 하는군요답글 | 신고 도영마로 12.01.15. 15:41헐~정말로 도움이 필요했었던 거군요..근데 글씨 배경색을 왜 흰색으로 하셨나요? 눈 아프게..ㅋㅋ..아님 글씨라도 검은색으로 하시지..ㅋㅋ답글 | 신고 따블-K 12.01.15. 15:57그러게답글 | 신고 칼리스토 12.01.16. 11:43즐감해요답글 | 신고 그라시아스 12.01.16. 15:00헐;;;; ㅋㅋ답글 | 신고 공감하는녀자 12.01.16. 16:17오..정말 그거 때문이였나보네요..답글 | 신고 수희 12.01.22. 10:37왜 님의 꿈에 나타나서 도와 달라 했을까요?답글 | 신고 고지사랑 12.01.26. 09:27그당시 저희 동네가 인가가 매우 드문 곳이어서 그 중 찍었던게 저 아니었을까요?ㅎㅎ생각해보니 그 점도 좀 오싹하네요...^^답글 | 신고 +
자뭅작성일
2017-11-22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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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유머] 너는 내운명 앞으로의 전개 예상도
[OSEN=김국화 기자]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KBS 1TV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의 10회 연장이 최종결정 됐다. ‘너는 내 운명’ 제작 관계자는 “처음엔 120회로 11월 중순쯤 끝날 예정이었다.
이후 20~30회 연장이 결정돼 12월 중순쯤 종영하는 것으로 조정됐으나
10회 추가 연장이 결정돼 12월 말 종영된다”고 전했다.
12월 말 종영....
9월 10월 11월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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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월별 전개 예상도>
<9월>
새벽이 쭉쭉 잘나가는 한달.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술술 잘풀리는 새벽.
호세 아빠 새벽을 좋게 보기 시작하지만 호세엄마는 완고하다.
태영과 소영은 계속해서 안웃기고 재미도 없는 임신소동 코믹설정.
하지만 태영의 음식수완이 발휘되면서 산들바람손님들로부터 인정을 받게됨.
한편 수빈은 찌질이 경우에게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위안을 받으며
또하나의 거지같은 러브모드가 시작되는데..
<10월>
"나영이가 죽은건 다 새벽이 때문이다!!"파문.
괴로와하던 경우,행인의 정체에 대해 태풍에게 말하게 되고,
태풍은 새벽을 위해 꾹 참으며 경우에게 침묵할것을 종용하지만,
'우연히' 이를 듣게된 수빈은 큰집에 달려가 사실을 폭로한다.
(전형적인 kbs일일드라마 설정....)
'장새벽.내가 가만두지 않을거야.내가 꼭 복수하고 말거야'
라던 수빈의 복수는 결국 이렇게 이루어진다.
새벽에게 칼을 갈던 홍여사도 큰집에 와서 쌍으로 ㅈㄹ....
"어무니~형님~조년때문에 우리조카 나영이가 죽었는데에에에에~~~"
할망구 뒷목잡고, 엄마아빠 쇼크쓰나미,태풍은 '으어어어'창문을 깨부수는등...
집안은 개판 5분전..
큰아버지내외가 괴로와하는 모습을 보며 '와 ㅅㅂ내가 촘 너무했나?'
수빈은 순간 후회하지만,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싸늘해진 집안분위기와 나영을 죽게했다는 죄책감,미안함을 견디지 못하고
새벽은 회사마저 사표를 내고 가출, 어딘가로 떠나는데....
<11월> ㅅㅂ이제겨우 11월.....
호세는 새벽을 찾아 수염을 기른채 전국을 헤매고,
그사이 로하스에서는 새벽이 남기고 간 쏠사와의 합작프로젝트
(또는 그 괴상한 덜덜이 싱크대)가
어이없이 개왕초대박힛트를 치면서
(작가의 역량으로 보자면 유럽판매 1위 설정도 가능할듯....)
호세아빠와 직원들은 안타까움에 새벽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아 장새벽씨~이런날 이자리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
이 와중에 찌질이 경우와 점점 잘돼가는 수빈.
뱃속편해지니까 슬슬 새벽이와 강호세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
태영은 본격적으로 처갓집에 들러붙어 산들바다경영을 시작하고,
태영의 음식솜씨와 서비스마인드 덕택에 점차 순풍궤도에 오르게 된다.
소영의 시나리오는 영화제작에 들어간다.
한편 할망구는 아직도 임신타령만 하고 있는데....
<12월>
그시각 어느 바닷가 마을, 혼자사는 아주머니 집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 새벽....
할망구는 아직 정신 못차리고...
맘속으로 새벽을 원망했던 엄마와 아빠는 이제서야 새벽에 대해 진정으로 사랑을 느끼고...
결국 할망구만 제외하고 모든 식구들이 새벽의 빈자리를 느끼고 그리워하는 와중
호세와 새벽, 어느 해뜨는 아침 바닷가에서 운명적 재회...
그리고 호세에 의해 가족들과 다시 만나게 된 새벽....
식구들은 이제그만 돌아오라는둥...넌 아직 내동생이고 우리딸이야...신파작렬...
새벽은 이렇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데....
<마지막주>
다시 한가족이 된 대진네 식구들.
간만에 업되어 방청소를 하던 엄마는 새벽의 꼬마때 신발을 발견.
"아니!이건 우리 도영이 신발~~~!!~~그렇다면?
아이고 도영아아아긓ㄹ긓흑흑흐긓흑흑르르가그흐ㄹㄹㄹㄹ~~~"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도영.
모두 오해풀고 사과하고 행복하게 엔딩을 향해 가는데...
<마지막회>
설날 or 크리스마스를 맞아 온식구가 한자리에 모인다.
천재 고졸인 새벽을 위해 호세네 집안에서는 둘이 함께 유학을 보내줄 예정....
할망구 : "이렇게 온식구가 모여앉아~~~블라블라블라.."
낯짝두꺼운 수빈과 경우커플도 큰댁에 인사를 오고,
시장이된 대구와 대구마누라,
새벽의 시부모가 될 호세의 엄마아빠도 함께 자리잡은 가운데...
유리와 복주는 태풍을 사이에 두고 티격태격...괜히 코믹하고 화목한 분위기 연출....
그리고 마지막, 소영이 음식을 집어먹다 헛구역질을 하고...
장손의 임신사실에 신난 할망구와 똘마니들.
온가족이 시청자에게 인사하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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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난 이제 그냥 다 건너뛰고12월달에 결말만 볼란다....휴...
9닥작성일
2008-09-03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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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 짝퉁HID- 에 대한 소회
'짝퉁HID' 에 대한 소회!!
한마디로 정치깡패라고 보면 된다
HID 유족동지회 프레스센타 기자회견시 발표한 명단 7519명 명단..
여기에는 시청광장에서 개.짓.거리한 용역새끼들의 위패에 나온 이름..
'당선증' '동방윤호' ㅋㅋㅋ 이 이름은 어디에도 없따..
▲ 북파공작원 희생자 명단
김창식 김홍부 문만수 박동을 박수봉 박정유 배경옥 서정일 송인준 안성남 오경만 유병철 윤일봉 이기철 이상우 이영진 이정군 이학노 임종철 전남수 정수양 조광윤 진경남 최병은 최철수 한태정 황병호 김창식 김홍식 문만순 박동호 박수웅 박정일 배금영 서종연 송일대 안성항 오길웅 유수향 윤재성 이길만 이상은 이영진 이정근 이학문 임창성 전동희 정수헌 조기덕 진민근 최병직 최춘기 한 훈 황상규 김창열 김홍철 문민아 박두상 박순백 박제현 배기영 서진수 송정규 안세형 오동근 유신영 윤영근 이능수 이상진 이영철 이정무 이학성 임춘기 전문해 정순태 조기선 진성택 최병찬 최 혁 한희상 황선인 김창애 김희남 문병권 박두상 박순봉 박종남 배동수 서창식 송창수 안순근 오동술 유연구 윤종우 이대복 이상철 이오영 이정서 이학성 임한우 전봉근 정신택 조기행 진세관 최병필 최현국 함석호 황성붕 김창옥 김호석 문병로 박두선 박순천 박종남 배봉기 서천석 송청학 안승락 오동영 유영규 윤주곤 이대수 이상호 이옥상 이정석 이해송 임호용 전병호 정영소 조남섭 진수이 최병환 최현원 함송강 황수풍 김창종 김흥갑 문승현 박두원 박 승 박종덕 배영우 서청수 송청학 안양일 오동영 유영훈 윤진영 이대우 이서산 이완규 이정수 이해영 장경일 전병희 정영채 조남일 진회신 최봉백 최현철 함진웅 황순규 김창호 김흥용 문윤태 박만석 박승도 박종범 배태기 서화석 송태식 안인재 오두환 유용환 윤태산 이덕현 이석기 이완성 이정식 이 현 장경호 전선종 정용덕 조대수 차기복 최봉준 최형규 허무봉 황순익 김창호 김희경 문은정 박만수 박승채랑 박종석 백경호 서흥업 송현섭 안재세 오상태 유원향 윤형기 이도재 이석봉 이완수 이정오 이 현 장관식 전수덕 정용벅 조대호 차기수 최봉직 최화덕 허 석 황승로 김천삼랑 김희성 문인복 박망엽 박승희 박종성 백광열 선영화 신강수 안정국 오석근 유인술 윤홍수 이동근 이선구 이완수 이정용 이형원 장관용 전수벽 정우섭 조두현 차동춘 최상근 최화용 허선영 황승연 김천수 김희정 문인수 박민수 박신남 박종순 백규석 선우집 신대원 안정산 오성규 유일웅 윤화선 이동섭 이선권 이완식 이정의 이호근 장길남 전영대 정원일 조면제 차동휘 최상봉 최흥식 허성택 황연수 김천호 김희종 문재식 박명수 박영민 박종완 백남위 설상삼 신대원 안종성 오세철 유재억 윤 흥 이동식 이선규 이 용 이정의 이호생 장대걸 전영우 정윤식 조병국 채규선 최상환 최희국 허재얼 황옥태 김철동 김희철 문재웅 박명식 박영상 박종은 백남주 설치원 신덕수 안진덕 오순옥 유재원 이가원 이동우 이선배 이용길 이정하 이호식 장만수 전영종 정인관 조상태 채낙원 최생금 추복수 허중화 황용경 김철수 나경찬 문정환 박명학 박영섭 박종태 백대수 성낙구 신명칠 안창현 오연옥 유정모 이갑수 이동윤 이선중 이용덕 이정화 이호영 잔모현 전영남 정인봉 조영보 채승석 최석암 추장화 허창수 황의문 김철수 나종만 문종완 박무남 박영수 박준철 백술진 성낙조 신동운 안판식 오용갑 유종운 이갑현 이동윤 이선풍 이용선 이재만 이환기 장문길 전인섭 정인수 조용성 채용병 최선식 추학호 허한돈 황정하 김철현 남궁찬용 문창섭 박문강 박영안 박지수 백영규 성대영 신무용 안학삼 오용순 유창근 이강선 이동일 이선행 이용승 이종구 이황용 장민형 전장열 정일만 조용식 채인주 최순신 태종길 허한모 황종환 김청용 남상열 문태충 박민근 박영욱 박진덕 백영복 성명환 신병송 안학준 오윤택 유창수 이강성 이동한 이선호 이용운 이종규 이효상 장복수 전정수 정임채 조우성 채정일 최순영 편정섭 현영림 황형열 김청원 남수히 문학두 박명수 박영일 박진영 백영태 성주철 신상용 안현구 오일록 유태수 이강숙 이동찬 이성관 이용탁 이종근 이 훈 장수용 전종건 정재수 조우식 천기남 최순철 하락호 현용팔 황형영 김춘배 남승문 문화발 박민제 박영준 박찬옥 백완기 성형남 신성웅 양경석 오재길 유태식 이건재 이동호 이성구 이용혁 이종문 이후영 장식인 전종기 정재영 조원제 천동수 최승일 하명용 현종억 황희순 김춘악 남 철 문광일 박범선 박영준 박창보 백용운 소규환 신영호 양경섭 오정길 유하준 이경순 이두범 이성대 이용호 이종백 이홍화 장세환 전직작 정정복 조재규 천성우 최승호 하봉수 현천수 황희순 김춘웅 노대성 민병길 박병기 박영철 박창일 백원기 소수경 신오조 양광융 오정용 유학렬 이경식 이두선 이성도 이우영 이준범 이홍호 장수복 전진용 정종석 조정의 천수욱 최양보 하영정 현학현 강용수 김춘재 노병두 민병용 박병묵 박영학 박천명 백한열 소진흥 신용도 양기옥 오중환 유학석 이경철 이명호 이성일 이운영 이준숙 인기형 장수태 전진표 정종순 조정일 천용복 최양준 하영희 현광양 박종승 김충열 노봉수 민영반 박병수 박영호 박청평 변동진 손광석 신장환 양기철 오진기 유해영 이경춘 이명호 이수광 이웅길 이준영 인락배 장연식 전창근 정종화 조정현 천창준 최영길 하용호 홍광표 변흥우 김치근 노상대 민창기 박병욱 박영호 박춘성 변재평 손동배 신재영 양만석 오창조 유 혁 이계환 이명호 이수복 이원대 이중원 임계창 장영석 전태선 정종훈 조종윤 천형조 최영도 한강휘 홍대희 유병선 김치하 노영환 민해진 박복용 박완식 박춘용 변주현 손영교 신창균 양만욱 오철용 유호림 이공배 이무송 이수정 이원랑 이지화 임규혁 장영실 전항윤 정주진 조 준 최갑조 최영돈 한공연 홍달수 정정수 김태권 노재용 민현기 박복화 박용기 박타관 변창균 손영식 신충웅 양봉우 오학선 윤경균 이 광 이무용 이수철 이원무 이진백 임동규 장영호 전호인 정증구 조중순 최갑출 최영철 한광석 홍도근 최진욱 김태선 노정섭 민형식 박봉진 박용남 박태상 변홍수 손이연 신현석 양승환 오현모 윤공식 이광남 이문규 이수행 이원백 이진백 임동회 장왕석 정관호 정지무 조중운 최강은 최영철 한기호 홍문명 한우근 김태인 노주봉 박경래 박봉춘 박용대 박태수 복홍순 손취금 신현익 양은남 오형석 윤광덕 이광수 이문홍 이수홍 이원영 이진우 임병기 장우영 정관희 정진복 조찬주 최경남 최옥선 한동근 홍병식 황선인 김태호 노준규 박경석 박부석 박용범 박태호 봉원석 송갑진 신호연 양은복 왕기석 윤광식 이광수 이배원 이순천 이원호 이찬수 임병주 장윤종 정국기 정진택 조창대 최경일 최옥섭 한동수 홍봉식 이영웅 김택선 노충기 박경수 박부춘 박용석 박표원 부성천 송관석 신흥성 양재춘 우만수 윤광택 이광춘 이범호 이순철 이유조 이찬욱 임병호 장응호 정기상 정찬흥 조철중 최고봉 최용수 한만영 홍성대 장수원 김하룡 노후근 박경열 박삼진 박용운 박한구 부행규 송기남 신환우 양종진 우성수 윤금복 이교원 이병모 이순필 이육랑 이창일 임봉길 장이순 정기석 정창혁 조픙작 최관옥 최용우 한병훈 홍성우 박승배 김학상 도기옥 박경옥 박상구 박용주 박한순 서영식 송기언 심대봉 양창호 우수정 윤기용 이규문 이병문 이승만 이윤표 이창한 임상원 장익곤 정대용 정창호 조한용 최관일 최월규 한상욱 홍수용 송수웅 김학윤 도영일 박계순 박상묵 박용흠 박해원 서상문 송기열 심성태 양태영 우윤제 윤동한 이규섭 이병원 이승순 이윤헌 이창헌 임상학 장익주 정동영 정청수 조 혁 최관회 최육열 한상주 홍순구 전운성 김한식 도진현 박광승 박상백 박운학 박헌경 서상용 송기청 심재만 양학술 우종수 윤명수 이규봉 이병호 이 실 이응욱 이창호 임성관 장인환 정동예 정충남 주광림 최균호 최은식 한상철 홍순철 전기봉 김항동 동성웅 박광태 박상열 박원규 박헌모 서상우 송병석 심정보 어명용 우종술 윤명종 이규석 이복남 이안세 이인배 이 철 임성빈 장장환 정만식 정태만 주기홍 최기만 최을수 한선수 홍승태 김해남 동춘연 박귀복 박상원 박원보 박현국 서성국 송수길 심주용 엄이문 우치명 윤부길 이규용 이복룡 이양규 이인철 이철민 임수은 장재호 정명규 정태원 주만영 최기창 최의경 한성철 홍신표 김해동 라병옥 박규익 박상철 박원식 박형린 서성권 송수남 심진섭 엄영석 원석귀 윤석년 이규율 이복만 이양섭 이일열 이춘남 임용기 장점백 정명수 정하연 주명열 최남기 최이호 한수남 홍용분 김해식 라상규 박규철 박상철 박유봉 박형선 서세원 송수현 심천심 엄영섭 원용수 윤석이 이근서 이복선 이연근 이장래 이충른 임용선 장주용 정무웅 정하용 주명희 최남호 최인배 한수일 홍용표 김혁주 라설민 박기연 박상철 박유식 박홍수 서영도 송시대 심철영 엄익순 원용인 윤성용 이근성 이복진 이 열 이장만 이충현 임용운 장주할 정문고 정학기 주성원 최대길 최인선 한시웅 홍운기 김현기 라영식 박기열 박선일 박 윤 박화백 서의수 송양호 안가근 엄정일 원유권 윤세명 이근호 이복현 이영교 이장원 이칠성 임용택 장준규 정문모 정해성 주영희 최덕수 최일남 한용상 홍재복 김현수 라일산 박길석 박성구 박윤철 박효석 서인송 송영경자 안간복 엄학주 원정득 윤수종 이근남 이봉구 이영구 이재갑 이칙남 임운석 장진석 정문용 정해조 주운현 죄동수 최일남 한용현 홍재용 김현호 라점성 박길오 박성규 박인선 박회섭 서인식 송영현 안고산 여재웅 위동섭 윤승일 이금만 이봉근 이영규 이재규 이태구 임이빈 장창석 정문태 정해진 주윤상 최동윤 최재덕 한우현 홍종철 김형갑 마병호 박노동 박성동 박인석 박회식 서일석 송용만 안고삼 여정섭 위일남 윤영덕 이금차랑 이사남 이영근 이재민 이태복 임익순 장천용 정봉식 정 현 주현배 최동준 최재윤 한윤상 홍찬섭 김형균 마영일 박달순 박성찬 박인신 방기복 서일선 송용선 안기만 여정일 위훈량 윤영석 이기남 이삼천 이영근 이재성 이택근 임재록 장현식 정봉세 정현진 지권국 최두린 최정남 한이출 홍창조 김형천 맹휘강 박대승 박성천 박인택 방용송 서재연 송원무 안무웅 연태철 유관명 윤영수 이기복 이상길 이영기 이재욱 이판기 임재호 장흥안 정봉영 정휴무 지대순 최린선 최정복 한재식 홍태표 김호경 명양길 박대원 박성칠 박장원 방우권 서재완 송윤덕 안병기 염수영 유광선 윤영재 이기선 이상덕 이영병 이재웅 이판세 임정관 전갑신 정상철 정흥원 지동순 최만호 최제천 한재호 황광연 김호성 명정남 박대철 박성하 박재화 박인홍 서재웅 송윤호 안복만 염장산 유근태 윤오중 이기수 이상락 이영섭 이재청 이팔복 임정남 전관필 정석조 조건민 지영환 최명호 최종덕 한종원 황기련 김호준 모상호 박덕창 박세규 박정구 방정일 서정모 송의웅 안복선 염재복 유몽열 윤 용 이기열 이상범 이영일 이점산 이필현 임종태 전근봉 정성운 조계환 지창수 최무웅 최종명 한차얼 황명익 김홍구 목성균 박동용 박송칠 박정순 배경덕 서정언 송인섭 안상우 예창복 유방문 윤이용 이기웅 이상순 이영주 이정균 이하노 임종인 전남선 정성환 조광래 지칠남 최무용 최종철 한태선 황병일
전경이랑노네?
-위령패등 기타등등 행사물품 버리는 짜가 HID(용역)-
촛불집회가 열리는 시청광장에서 위령제를 진행하며 칼라TV 스탭을 비롯한 시민들, 중재하러 간 변호사에게 까지 폭행한 자칭 HID 회원들이 철수하면서 위령제에 사용한 대형 위패 등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갔다. 유족들에게도 폭언을 퍼부었던 이들은 과거 청계천 복원 공사시에도 용역처럼 투입돼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들의 진심과 정체를 의심케 하는 현장 사진을 그냥서민님이 포착.
'특수임무수행자'가 무대 위에 올려두었던 대형 추모 입간판을 내다 버렸습니다. 앞서도 전해드렸던 것처럼, 이미 이 사람들은 위패 옆에 두었던 대형 태극기도 쓰레기통에 버리고 간 상황입니다. 한편, 이들이 버린 추모 입간판은 고물상에서 와 철거하고 있다는군요. 애초에 고물상을 도울 생각이었나 봅니다.
[뷰스앤뉴스펌]
서울광장을 기습점거했던 북파공작원들이 6일 오후 철수하는 과정에 시민들과 변호사를 폭행하고, 이들중 한명의 신원 확인결과 27살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져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6일 오후 북파공작원들 모임인 '특수임무수행자회'가 서울광장에서 철수하는 과정에 일부 시민들이 야유를 보내자 이들은 시민들을 폭행했다. 시민들을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한 민변 변호사가 신분을 밝히며 이들을 막아서자, 이들은 변호사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다. 이를 보며 분개한 수많은 시민들이 북파공작원들을 에워쌌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수많은 경찰에게 그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라고 요구했으나 경찰들은 "112에 신고하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에 시민들은 '112'에 신고를 했으나 경찰차는 곧바로 오지 않았고 이 과정에 또 다시 난입한 '특수임무수행자회'의 또 다른 회원들과 시민들이 두 세 차례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참후 도착한 경찰차에 폭력을 행사한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들을 인도됐으나, 경찰을 믿지못한 시민들이 경찰차를 에워싸고 북파공작원들을 남대문경찰서로 함께 호송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남대문경찰서에서는 민변 변호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조사가 진행중이다. 한편 이 과정을 현장에서 촛불집회를 생중계하던 진중권 중앙대겸임교수에 따르면, 폭력을 행사한 북파공작원들 중 1명의 주민등록증을 보니 1981년생으로 기록돼 있어 네티즌들 사이에선 과연 이들이 북파공작원인지에 대한 강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이와 관련 논평을 통해 "오늘과 같은 상황은 다신 일어나서도 안되고 또한 일어나서도 안 될 불행한 사건"이라며 "국민대책회의는 비극적인 상황을 불러일으킨 '특수임무수행자회'와 안일한 대응으로 더 큰 피해를 입힌 경찰조직을 비판한다"고 질타했다.
========================= 뉴시스 펌===============================================
이날 충돌로 진보신당 대학생 당원 이모씨(25)는 코를 다쳐 인근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현장에 있던 모 시민단체 간사 천모씨(31)는 오른쪽 어깨가 탈골됐고 시민 김모씨(43)는 무릎에 찰과상을 입었다. 또 폭행 당사자를 찾으러 나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설창일 변호사를 HID 회원 10여명이 둘러싸고 폭행했다. 설 변호사는 안경이 깨지고 허리와 어깨 등에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어 문화제 의료단의 응급처치를 받았다.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 씨는 "HID 요원들이 뒤쪽에서 마구잡이로 달려와 때렸다"고 말했다. 설 변호사는 "HID 사람들이 시민들을 때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장에 와서 말리던 중 다른 HID 회원들이 나를 비롯해 다른 시민들도 마구 폭행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시민들은 HID 회원들이 빠져나가려 하자 이들을 막았으며 '폭행범을 체포하라'며 경찰에 강하게 항의했다. 경찰은 HID 회원 10여명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천 씨, 설 변호사, 김 씨 등 3명을 상대로 일방적인 폭행 사건인지, 쌍방 폭행인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가자서작성일
2008-06-07추천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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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글터] 핏빛거탑
이건 정말 큰일이다.
배고픈 인턴시절, 부원장이 아끼던 800만 원 짜리 도자기를 깼을 때보다 더 아찔하다.
물론, 그 도자기보다 비싼 건 아니지만, 욕실에 나뒹굴고 있는 이 육체는 자칫하면 내 인생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
9시 뉴스와 조간신문 헤드라인을 채울 내 기사와 조만간 내가 차지할 외과과장자리에 앉아 비웃는
노민국 교수와 이주완과장의 비웃음이 뒤섞여 오버랩되기 시작한다.
외과과장 후보인 나와 노민국 교수의 팽팽한 경합이 어찌될지 모른다.. 편히 잠을자본게 언제인가..
엄청난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여간다.. 이대로 간다면 정말 미쳐버릴거 같다..
그때문인지 오늘 제약회사 김과장의 접대자리에서 많이마신걸까.. 옆에 앉아 섹시함을 풍기는 아가씨가 매력적이다..
무슨뜻인진 모르겠지만 과장말이 텐프로라더라.. 텐프로건 템버린이건 난 별로 여자에겐 관심이 없다..
지금 내 머릿속엔 온통 과장 장준혁의 명패뿐이다.
내 아내 민수정.. 비록 민원장의 딸이라서 결혼했지만 점점 사랑스럽다. 그런 수정에겐 좀 미안하지만 오늘같이
취한밤은 애인 강희재와 함께 보낸다. 그녀는 나를 편하게 해주고 병원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카페주인이라 뜻밖의 정보를
주는 괜찮은여자다. 물론 우리관계는 우리둘밖에 모른다. 그런 희재가 있어 아무리 취해 매력있는 호스티스와 잠자
리를 대접받아도 뿌리친다. 내야심을 위해선 여자관계에 있어 깨끗해야한다.
하지만 사람인생은 새옹지마라했던가.. 집에 들어가면 장난기 많은 수정이 귀찮게 할거같고 요즘 부쩍 참견이 많아진 희재와
다툼이 있어 그녀집에 가기도 그렇다.. 그래서일까.. 옆에서 술따르며 안기는 그녀가 참 예뻐보인다.. 역시 텐프로라 그런지
유머뿐 아니라 정치 경제에 대한 지식까지 해박하다. 어느새 난 그녀의 입모양에 빠져 들고 있었다. 외로운 오늘 이여자와 밤
새도록 대화를 나누고 싶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내 고민을 좀 덜어보고싶다.. 텐프로는 자기손님과의 대화나 비밀을
절대 지켜 준다고 하더라..
눈치빠른 김과장이 술자리를 정리하고 차를 대기시킨다..나와 그녀를 호텔로 데려가려
했지만 사양한다. 난 철두철미한놈이다. 혹시나 호텔에서 나를아는 누군가가 보면 안된다.
과장선출을 앞둔 시점에서 혹시라도 말이 나오면 귀찮아질수 있다.
대리기사를 불러 가까운 모텔로 간다. 파라다이스?? 좀 허름해보인다.
얼마나 지났을까..
깜빡 잠이든거 같은데 그녀는 보이지않고 샤워기 물소리가 들린다.꽤 지난거 같은데 아직도 씻고있나??
아니다. 투명유리사이로 그녀는 안보이고 물만 틀어져 있다
문을열어보니 그녀가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게 아닌가!
주는 술을 다받아먹더니.. 샤워하다 잠이들었나보다. 흔들어 깨워보는데 순간 정신이 번쩍든다..
미동이 없다.. 숨을 쉬지 않는다.. 맥박이 뛰지않는다.. 순간 미친듯이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을 시전해보았다..
이기분 아주 오랜만이다..주치의시절 내 환자.. 아니 그 병신같은 놈이 사망했을때와 비슷하다.
사망한지 좀 되보이는 전혀 가망이 없다... 사인은 후두골 함몰로 인한 뇌진탕으로 보였다. 바닥에 미끄러져 세면대에
부딪친 것 같았다. 잠결에 희미하게 쿵하는 소리가 들리는거 같았지만 그땐 신경쓰지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욕실 바닥에 주저앉아 이 이름도 모르는 여자애의 시체를 망연히 바라보고 있다.
처음엔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지갑안에 있던 그녀의, 아니 이 시체의 주민등록증이 이 애가
미성년자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종합병원 유력한외과과장 후보인 나 장준혁이 말만들기 좋아하는
언론에서 원조교제중 사망이라는 기사라도 나가게 된다면, 내 앞날은 끝장이다.
아니, 그게 아니라도 이 여자는 사망했고 난 유일하게 현장에 같이 있던 최초목격자다.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하자, 생각을... 명석한 두뇌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내가 아닌가.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욕실 안에서 이여자애의 담배를 태어나처음 피우며, 30분쯤 고민하니, 흥분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생각을정리해 보자.
우선, 이 파라다이스란 모텔의 위치는 신도시이다. 초저녁이었지만, 인적도 드물었고, 내가 아는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모텔촌이 형성된 이근처에 올사람이 없다. 내가 아침방송에 몇차례 출연했지만 밤낮을 바꿔 일하는 이지역 유흥가
사람들이 과연 나를 알아볼수 있겠는가..
물론, 나와 이 여자애가 모텔로 들어서는 걸 본 사람이 있다.
모텔 프런트에 혼자 앉아있던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빨간 머리의 20대 초반의 청년. 하지만 양아치삘이 나는 저놈이
애 학교보내고 남편출근시킨뒤, 아줌마들이나 보는 아침방송을 보지 않으리라는 것이 내 판단이고 ..
내가봤을땐 알아봤으면 아는척 했을놈이다. 또한 유리창역시 짙게 썬 팅이 되어있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래, 달아나자.
이대로 시체를 두고 달아나 버리면 되는 일이다. 시체를 발견한다고 해도 같이 투숙했던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잠시 동안 생각한 후 나온 대답은 '찾을 수 있다'였다. 난 빨간 머리에게 주차를 맡겼었다. 자동차 키를 건네주는
나에게 녀석은 분명 이렇게 말했다.
'와우, 저 바이마흐가 정말 손님 차예요? 한 번 꼭 몰아보고 싶었는데.'
'조심해서 부탁해요.'
'마음 푹 놓으세요.'
빨간 머리는 내 차를 기억하고 있다. 내가 왜 그녀석에게 차를 맡겼을까?
아니 내가 왜 대리를 불러 차를 가지고왔을까.. 정말땅을치며 후회할 일이었다. 바이마흐 특히 장인이 선물해준
저모델은 국내에 몇대 되지않는다. 지금 이대로 시체를 두고 달아난다면 분명 잡히고 말겠지. 다른 방법은 없을까?
그래, 업고 나가면 된다.
어디가 갑자기 아픈 것같이 해서 급하게 업고 나가면...
갑자기 철없던 인턴시절 도영이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재수씨랑 연예시절 도영이가 재수씨와 러브호텔에 갔었는데,
그때, 제수씨가 갑자기 복통을 일으켜서 급하게 응급실로 데리고 간적이 있다고 했다.
'와, 말도 마. 진땀 뺐다니까. 옷을 벗기고, 침대에 눕히는데, 갑자기 배를 잡고 뒹구는데, 환장하는 줄 알았어.'
'하하, 재미보러 갔다가 그게 웬 봉변이냐.'
'급하게 들쳐업고 모텔을 빠져 나오는데, 프런트에서 나를 막 붙잡는거야.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말이야. 나더러
주민등록증을 내 놓으라고.'
'아니, 왜?'
'생각해봐라. 그 여자애가 죽기라도 하면, 내가 죽였는지, 아니면 진짜 아파서 죽었는
지 모르잖아. 모텔 같은 숙박업소에선 살인사건도 많이 일어나고, 도피중인 수배자들
도 많아서 그런지 그런 경우엔 되게 민감하더라.'
도영이를 곤경에 빠뜨렸던 재수씨는 분명, 도영이의 등에서 신음도 하고, 꿈틀거렸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도
프런트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꼼짝도 하지 않는 여자를 업고 나가면 빨간 머리는 어떻게 할까?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남자의 등에 업혀 나가는 여자... 이것만큼 이상한 광경도 없을 것이다.
희미하게 보이던 빛이 사라져 버렸다. 이대로 여기서 끝나는 것인가.
난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체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다 죽어가는 환자를 수도없이 살리는 나 장준혁이 지금은 아무것도 할수가없다.
어쨌든 이 시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면 방법이 있을거 같은데..
장준혁 생각하자.. 넌 정말 똑똑한 놈이잖아.. 가만.. 가만......
데리고는 못 나가지만, 가지고 나갈 순 있다.
그래, 어차피 이 여자는 지금 시체가 되어 있고, 시체란 건 결국 의사인 나에겐 고깃 덩어리하고 마찬가지다.
그럼, 가지고 나가면 된다. 난 시체의 허벅지, 팔을 만져 보았다. 아직 살아있는 사람의 근육과 같은 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물이 계속 틀어져 있어 욕실의 온도가 따뜻해 아직 체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워 있는 시체를 돌려 등을 살펴보았다. 혈액응고가 시작되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반(屍班)도 보이지 않았다.
사후경직도, 혈액응고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나에겐 정말 큰 행운이다.
이 시체를 분해한 다음, 큰 가방에 담아 가지고 천연덕스럽게 나가면 된다.
혹시 프런트에서 빨간 머리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여자 분은요?'
이렇게 되면 곤란해진다. 이 모텔의 프런트는 현관의 정면에 위치해 있고, 프런트의 눈을 피해 현관으로 나가는건
불가능하다. 가지고 나간다는 것도 방법이 안 되었다. 결국, 이 큰 키의 시체가 일어나서, 성큼성큼 걸어 나가주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는 것이다.
큰 키... 큰 키...
난 거울을 한 번 보았다.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룸으로 들어가 모텔의
뒤 쪽으로 나있는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상가들만 좀 있을 뿐, 주택은 거의 없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내예상 대로다.
모텔이란 곳은 건물의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쓴다.
이 파라다이스 모텔도 마치 궁전같이 보이게 짓느라 벽돌을 돌출 시키게 하는 형식으로 지어져 있다.
내 머리 속은 퍼즐을 끼워 맞추듯 작전에 필요한 여러 조건을 검토하고 있었고, 결론은 이 시체를 걸어나가게 할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자, 그러자면 일단 수술도구들이 필요한데... 어떤 것들이 필요하지?
톱과 여러 크기의 칼들, 남자용 가방과 여자용 빽 몇 개, 그리고, 쓰레기 봉지와 청테이프와 모자.....
준비는 끝났다. 상점들이 서서히 문이 닫기 시작하는 시내를 정신 없이 돌아다녀, 겨우 장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쁨보다도 더 나를 휘감고 있는 건 이대로 달아나고 싶다는 욕망이다. 저 모텔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약해지는 의지를 붙잡았던건, 대학시절 해부학 첫 시간, 교수님이 해주셨던 이야기였다.
'의사는 인간이 아니다. 의사는 강철이다.'
그래, 나에게는 강철과 같은 의지가 있다.
이대로 달아난다면 내 야망은 물거품이 될것이다.
이런 재수없는 년이 내 앞길을 막을순없다. 난 당당하게 파라다이스 안으로 들어섰다.
프런트 안에 있는 빨간 머리가 나를 보았다.
난 내 한 쪽 어깨에 들려져 있는 좀 크다 싶은 쌕에 대해 녀석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뭇 궁금했다.
이 가방 안에는 여자용 빽이 들어가 있고, 그 안에는 다른 도구들이 들어가 있다.
키를 건네준 녀석은 도로 프런트에 있는 TV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 내 예상은 들어맞았다.
내가 왜 이런 걱정을 하느냐 하면, 호텔에서는 무거워 보이는 짐을 벨보이들이 항상 들어준다.
하지만, 빨간 머리는 이 정도 크기의 짐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에게서 미리 차키를 받고 룸으로 돌아온 나는
바삐 욕실로 들어갔다. 사람이란 참 간사한 생물이다. 욕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난 시체가 없었으면 하는 어린아이
같은 상상을 했다. 헛것을 보았기를.. 하지만, 시체는 그 모습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쓰러져 있었다.
그래, 현실은 받아들여야지. 난 작업에 착수했다.
욕실 안에서 작업에 필요 없는 모든 것들을 룸으로 옮겼다. 뭐, 비누나 휴지, 샴푸, 타월,어느 욕실에나 있는 그런
것들을 말이다. 피가 튀면 닦기 짜증나니깐..
그리고, 옷을 모두 벗은 채, 여자애가 하고 있던 브래지어로 시체의 양 발목을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시체를 물구나무
세운 뒤, 발목에 묶여있는 매듭을 욕실 벽의 옷걸이에 걸었다. 옷걸이의 높이가 낮아서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었지만,
그런 대로 만족할 만했다.서서히 경직되기 시작한 무거운 시체를 거꾸로 세우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어차피, 좀 기다려야 하니까, 여유 있게 앉아서 담배나 태우자. 담배 두 대를 태운 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온수를 틀었다.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우선, 온도의 문제. 어쨌든 시체가 경직이 되면 작업이 힘들어질 것이다.
두 번째는, 소리의 문제. 방음시설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돌다리도 두들겨 가며 건너야 할때니까.
난 철두철미한 놈이니까...
세 번째는, 뒤처리의 문제다. 욕실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으면 습도가 높아 피나
오물이 튀어도 쉽게 응고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밑 준비는 모두 끝났다. 나는 톱을 들었다. 이런 젠장,...
손이 풍걸린 사람처럼 떨린다. 좋아.. 간단한 수술이라고 생각하자.. 여기는 수술장이다..
하지만, 떨림은 좀처럼 멈추려 하지 않았다. 그래, 명인대학병원 외과과장실에 앉아 있는 나를 떠올리자.. 그
리고 노민국교수와 이주완과장의 얼굴을.. 따지고보면 그놈들 때문에 취하지 않았던가..
나는 시체의 몸에서 목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지금이 몇 시지?
새벽 세 시. 피비린내와 배설물의 냄새를 맡으며, 이 곳에서 다섯 시간이나 있었구나. 내 온몸은 피와 오물로 가득했다.
어서 빨리 끝내고 목욕이나 했으면 좋겠다. 우선은 좀쉬자.
내가 지금까지 도대체 뭘 했지? 시체의 머리는 미장원에 있는 가발 마네킹처럼 세면대
위에 잘 모셔놓았고, 그 뒤에 어깨와 대퇴부에 있는 경동맥에서 피를 대충 뽑아냈다.
부피를 최대한 줄여야 하니까... 그리고, 지금 욕실 바닥엔 인간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고깃덩이와 뼈들이 늘어져 있다.
자꾸 바닥이 미끌거려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자칫하면 여자애가 그랬듯, 내가 뇌진탕으로 죽었을지도 모른다.
자, 다시 시작하자. 난 피로 물들어 있는 커터를 들었다. 그리고, 얌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머리를 집었고, 두피를 벗기기
시작했다. 어깨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 10kg이 넘는 쓰레기 봉지를 수백 바퀴는 돌렸으니...
뼈는 의외로 차지하는 부피가 적다. 문제는 피와 수분을 잔뜩 머금고 있는 내장들.
구멍을 뚫은 쓰레기 봉지에 그것들을 넣고 쥐불놀이를 하듯이 돌린 탓에 욕실의 천장이고, 바닥이고 할 것 없이 온통
피가 튀었다. 원심력의 원리를 이용한 인간탈수기가 된 것이다. 진짜 탈수기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두 개의 빽에 들어가기에는 부피가 커 보인다. 피나 오물들은 배수구나 화장실 변기에
쏟아 버리면 그만이지만, 내장은 그럴 수도 없다. 결국, 그 방법까지 써야 한단 말인가. 피하고 싶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옥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내가 몸안에 있는 또 하나의 빽. 사람의 위는 상당히 많은 양을 담을 수가 있다. 난 두 눈을 감고, 한 손으로 코를 막았다.
그리고, 쓰레기봉지에 손을 넣었다. 물컹한 것을 한 웅큼 집어냈다.
느낌으로는 간(肝) 인거 같은데... 얼마큼 내 위에 담을 수 있을까.
새벽 다섯시. 욕실 청소를 끝냈다. 선반과 세면대, 욕조, 구석구석 단 한 방울의 피도 남기지 않기 위해서 닦고 또 닦았다.
이 곳에서 인체 분해가 일어난 것은 나와 시체만이 알 것이라는 확신 이 들었을 때, 청소를 멈추었다.
그리고, 피바다에서 헤엄이라도 치고 나온 듯한 내 몸을 씻었다. 피비린내와
구역질나는냄새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몇 번이고 비누칠 을 했다. 그리고, 양치질도... 상쾌하게 샤워를 끝낸 나는 룸으로
돌아왔다. 엄마의 품같이 한없이편해 보이는 침대가 나를 유혹했지만, 아직 할 일이 많았다.
우선, 여자애가 하고 있던 커다란 링 귀걸이를 이용해 귀를 뚫어야 했다. 학창실절때 한 번은 귀를 뚫어보고 싶었는데,
그걸 이제와 이런식으로 하게 되다니... 날카롭게 갈긴했지만, 귀를 뚫는 순간, 너무나 아파서, 눈물이 나왔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되다니. 거울에 비치는 커다란 링 귀걸이를 한 내 모습은 처량하기 짝이 없었다.
이 다음에 할 일은... 화장대 위에 곱게 올려진 천연 가발. 시체의 머리에서 벗겨낸 두피를 머리에 써 보았더니, 약간 작긴
했지만,그런 대로 괜찮아 보였다. 이것이 바로 시체를 걸어나가게 하는 방법이다.
왜 이런 방법을 생각해 냈는가 하면, 그녀의 키가 나만큼이나 크다는 것에서 시작했다. 사람의 눈과 기억은 참 편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눈은 피사 체의 특징적인 부분만 잡아내고, 기억은 그 특징적인 부분만 자신의 뇌에 각인시켜 둔다.
데자뷰(dejavu)라는 현상 역시 이런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는 대학시절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처음 접하는 것을 보고,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은 그것과 비슷한 것을 보고 인간의 뇌가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모텔에 들어올 때, 빨간 머리는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내 뒤에 멀찍이 서 있던 여자의 무엇을 보았을까,
첫째는 늘씬하게 큰 키다.
둘 째는 긴 머리칼, 세 번째는 눈에 띄는 귀걸이. 이 세 가지라고 난 확신한다.
그리고, 난 이 세가지로 빨간 머리의 눈을 속일 것이다.
여자의 키가 커서, 분해하는데는 힘이 들었지만, 나와비슷한 큰키가 다행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두 개의 빽에는 시체가 나뉘어져 담겨 있고, 귀걸이와 가발도 준비되었다.
난 핸드백에서 립스틱을 꺼내 처음으로 화장을 하는 여대생의 기분으로 그것을 입술에 발랐다.
전체적으로 화장을 하는 게 변신에 더욱 유리하겠지만, 일단은 내가 화장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어설프게 되기가
십상이다. 그리고, 나중일도 생각해야한다. 화장을 지울 일을... 그래서, 입술만 바르기로 했다. 강렬한 빨간색을 바르면,
시선은 그곳으로 모아지기 마련이니까. 두피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청테이프로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붙였다.
그리곤 모자를 썼다. 완벽하다. 자세히 보면 이런 어설픈 변장은 눈에 띄겠지만, 지금은 새벽녘이고, 대개의 모텔과
마찬가지로 이 모텔의 조명도 그리 밝지는 않다. 그리고, 여자들이 이런 곳에 드나들면서 수줍어하는 건 당연한 일.
모자를 눌러 쓰고, 고개를 숙이고 정문을 나간다 해도, 빨간 머리는 눈치를 못 챌 것이다. 자, 이제 나가볼까??
복도를 걷는데, 자꾸 다리가 휘청거린다. 그러고 보면, 여자들은 참 대단하다. 이런높은 하이힐을 신고 잘도 걸어다니니...
하이힐 뿐 만이 아니다. 키는 비슷했지만, 이 여자의 코트와 치마가 나에게는 맞지가 않았다. 하기야, 남자와 여자는 어깨,
골반의 뼈의 모습이 현저히 다르다. 하지만, 겨울이라는 계절이 그걸 카바해줄 것이다. 코트로 감싼 몸을 보고, 남자니
여자니 관찰해 내기는 쉽지 않다. 1층으로 내려 왔다.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빽 안에 있는 것들은 터지지 않을까. 혹시, 넘어지기라도 해서 가발이 떨어지면 어쩌지, 갑자기 옷이 투두둑 하며
뜯어지면 ... 아니야. 불길한 생각은 하면 안 돼. 프런트 앞을 지날 때, 빨간 머리가 고개를 내민다.
'저, 몇 호 손님이시죠?'
심장이 금새 폭발할 듯 뛴다. 대답을 하면 눈치를 채버릴 것이다. 내가 여자 목소리를 낼수 있을까? 한 번 해 봐?...
'아, 203호 손님이시죠?'
녀석은 다행히 기억을 하고 있었다. 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룸키는요?'
난 조심스레 오른손으로 계단 위를 가리켰다. 이 가리킴의 의미를 알아야 할텐데...
'남자 분이 가지고 나오실 거지요? 예,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녀석은 다행히 손짓의 의미를 알아채 주었다. 허둥대지 않고 천천히 프런트를 지나, 현관을 향해 걸었다. 차가운 공기가
너무나 상쾌하게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차가 있는 곳을 향해 갔다. 그리고, 차안에다 빽과 코트, 그리고, 하이힐을 던져
넣었다. 그리고, 프런트에서 보이지 않는 쪽으로 여관의 뒤로 돌아갔다.
울퉁불퉁한 벽돌을 잡고, 등반을 시작했다. 시간이 없어, 시간이.
하지만, 겨울의 한기에 얼어붙은 벽돌들은 너무나 차가웠고, 난 한 번도 등반 따위를 해본적이 없었다. 겨우, 창틀을 잡았고,
있는 힘을 다 내보았지만, 아까 쓰레기 봉투를 돌리느라 힘이 너무 빠져버렸다. 시간을 길게 끌면 안 된다.
아직은 새벽녘이라서 어둠에 쌓여있지만, 혹시 누군가가 이 장면을 본다면,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 이 고생도 물거품이다..
쿵하고 머리를 찧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우선, 청테이프를 뜯어내며, 인모를 벗었다. 투두둑. 이런,젠장.너무 따갑다.
다음은 귀걸이. 귀가 찢어지는 듯 아팠지만, 어쨌든 귀걸이 두 개도 무사히 빼냈다. 그리고, 난 입고 있는 옷 위로 내 옷을
겹쳐 입었다. 겨울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여름의 가벼운 옷차림으로는 절대 이런 차림으론 의심을 피해갈수 없을것이다..
화장도 지우고, 가발이랑 귀걸이, 이 따위 것들은 정장 안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완벽하게 다시 남자로 변신한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가방을 집어 들고 룸을 나왔다. 프런트가 보였다. 여기만 빠져나가면 완전한 탈출이다. 룸키를 프런트에 놓았다.
'수고하세요.'
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빨간 머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룸키를 받았다.
'다음에 또 오세요.'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현관을 여는순간 나의 눈에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갑자기 나타났다. 우리는 격렬히 부딪쳤고,
난 가방을 놓쳤다. 가방이 공중에 뜬 그 1초도 안되는 순간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저 가방이 땅바닥에 떨어져서 쓰레기 봉지가 터진다면, 핏물이 조금이라도 흐른다면 그러면, 나의 눈물겨운 노력도 야망도
모두 허사가 된다. 탁! 나와 부딪친 남자가 공중에서 가방을 낚아채 주었다. 그리고, 능글능글한 웃음을 지었다.
'어이구, 손님 이거 죄송합니다.'
이모텔 관계자인 모양이다.
' 괜찮습니다 '
가방을든 나는 종종 걸음으로 현관을 빠져나왔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시동을 걸고 모텔을 빠져나왔다.
성공이다. 나의 완벽한 계획이 자칫 망가질 뻔한 내 인생을 지켜냈다. 감격의 눈물이 흘렀다.
오늘 밤 나는 시체를 분해했고, 인육을 먹어야 했고, 귀를 뚫어야 했고 두피를 써야했다. 저 모텔 안에서 일어난 일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시체와 나밖에..
쓰레기 봉투에 담겨져 있는 시체는 어디 야산에라도 버려버리면 그만이다.
워낙 분해를 잘해놔서 신원확인조차 어려울 것이다.
'저 사람, 왜 저렇게 허둥지둥 나가냐?'
'이런데 오는 사람들이 다 그렇죠, 뭐.'
'그건, 그렇고 오늘은 돈 될만한 상품이 좀 있었어?'
'말도 마요, 나이 많은 아저씨, 아줌마들만 버글거렸다니까요.'
'에이, 오늘도 공쳤네.'
'아, 방금 나간 저 남자 손님이랑 같이 온 여자가 끝내 주더라구요. 키도 훤칠한 게,
재미있게 찍혔을 거예요.'
'너도 아직 못 봤어?'
'예. 좀 바빠서요. 근데, 저 사람들 룸이 없어서 203호에 묵게 했거든 요. 203호에는
카메라가 모자라서 욕실에만 설치를 했잖아요. 그게 좀 아쉽네요.'
'괜찮아, 괜찮아. 아까복도 지나가보니깐 욕조물소리만 나더라 얼른 한 번 틀어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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