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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 오승환 나왔다.이거 치자!' 때가 된 것인가? 7, 8월 '배팅볼' 투수처럼 난타당해, 세이브 2개, ERA 10점대
주니치 드래곤스 '레전드'로 일본 프로야구 최다 등판 및 통산 세이브 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좌완 이와세 히토키.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 대표팀 마무리로 뛰었는데, 이것이 그의 흑역사가 됐다.본선 리그 한국전 첫경기에서 동점 상황에 등판했으나 대타로 기용된 좌타 김현수에게 적시타를 맞고 격침됐다.이어 다시 만난 한국과의 4강전. 8회 2-2 1사 1루 상황에서 좌타자 이승엽에게 투런포를 얻어맞았다.훗날 인터뷰에서 윤석민은 "이와세 공이요, 되게 치기 쉽대요. 근데 마침 이와세가 나와주는 거예요. 그래서 '야, 이와세 나왔다. 이거 치자'라고 말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한국의 '이와세'로 불리는 삼성 라이온즈의 '끝판왕' 오승환. 최근 KBO 최고령 세이브 기록을 세워 '노익장'을 과시했다. KBO 타자들은 여전히 42세의 '노병' 오승환을 마운드에서 완전히 끌어내리지 못했다.하지만, 흐르는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마무리 투수 오승환도 이제 자신의 야구 인생을 마무리해야 할 때가 온 듯하다.오승환만 나오면 기가 죽었던 타자들이 이제는 "야, 오승환 나왔다. 이거 치자'라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가 등판할 때 마다 '배팅볼' 치듯 하고 있는 것이다.기록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올 6월까지만 해도 오승환은 24세이브로 이 부문 1위를 유지했다.3, 4월 평균자책점(ERA)은 1.80이었고 5월과 6월은 각각 2.25와 3.86이었다. ERA가 오르는 추세를 보였지만, 그래도 마무리 투수로 책임을 지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그런데 7월이 되자 다른 사람이 됐다. 세이브는 2개에 그쳤고 ERA는 12.15로 치솟았다.그때까지만 해도 '그럴 수도 있다'고 여겼다.하지만, 8월 들어서도 그는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이브는 없고 ERA는 7월보다 더 나쁜 13.50을 기록 중이다.9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는 0.1이닝 동안 4피안타 2실점으로 블론세이브와 함께 패전 투수가 됐다.7, 8월 오승환은 8이닝 동안 무려 18안타를 허용했다. 마무리답지 않은 성적이다.삼성 팬들은 이런 오승환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마크42작성일
2024-08-10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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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프로야구 삼성, 송은범 영입…"최근 테스트서 만족할 만한 투구"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베테랑 투수 송은범(40)을 영입한다.이종열 삼성 단장은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송은범은 지난달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며 "최근 테스트에서 만족할 만한 투구 내용을 보였고, 이에 계약하게 됐다. 금명간 계약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아울러 "송은범은 2군에서 몇 경기를 뛴 뒤 1군에 합류해 불펜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덧붙였다.프로통산 680경기에서 88승 95패 27세이브 57홀드 평균자책점 4.57을 기록한 송은범은 지난해 11월 LG 트윈스에서 방출됐다.이후 새로운 팀을 찾지 못했고,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았다.이런 가운데 이종열 단장은 지난 6월 임창민, 김재윤, 오승환 등 주축 불펜 투수들이 체력난을 보이자 송은범에게 연락해 복귀 의사를 물었다.이종열 단장은 "송은범의 경험과 경력을 높게 평가했다"라며 "다시 훈련을 시작해 몸을 만든다면 후반기에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송은범은 다시 글러브를 꼈고, 한 달 동안 몸을 다시 만들었다.그리고 최근 삼성 2군에서 테스트를 거쳐 '합격점'을 받았다.이종열 단장은 "전성기 구위는 아니지만, 충분히 1군에서 통할 만한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송은범은 2군에서 쓰려고 영입한 것이 아니다. 1군에서 지친 불펜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삼성은 최근 주축 불펜 투수들의 부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필승조 김태훈은 부상으로 엔트리 말소됐고, 7월 이후 김재윤은 평균자책점 4.91, 임창민은 11.25, 오승환은 12.79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
라저스작성일
2024-07-25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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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이럴수가' 금 간 돌부처, 또 와르르...오승환, 한 시즌 최다 6패+7월 ERA 12.79 굴욕
영원히 단단할 줄만 알았던 돌부처에 금이 가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 오승환(42)이 이틀 연속 같은 상대에게 무너졌다.오승환은 2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 9회 말 구원 등판해 ⅔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했다. 이틀 연속 오승환이 뒷문을 지키지 못한 삼성은 한화에 2-3으로 끝내기 패를 당하며 2연패를 기록했다.전날(23일) 삼성이 5-4로 앞선 8회 말 2사 만루에서 요나단 페라자에게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맞고 시즌 5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던 오승환은 이날(24일) 역시 가장 중요한 순간 페라자를 넘어서지 못했다.2-2로 양 팀이 팽팽하게 맞선 9회 말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선두타자 황영묵에게 중견수 키를 넘기는 타구를 맞아 3루타를 허용했다. 순식간에 끝내기 위기를 맞은 오승환은 최재훈에게 몸에 맞는 볼까지 내줘 무사 1, 3루 위기를 자초했다.오승환은 장진혁을 상대로 병살타를 유도해 겨우 한숨 돌렸다. 타구가 안주형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 심판이 아웃을 선언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바운드 타구로 인정돼 병살타로 이어진 것이다. 한화 김경문 감독이 1루심이 아웃콜을 하지 않았다면 주자들이 움직일 수 있었다며 어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비디오 판독 결과에 대한 항의로 퇴장을 당했다.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경기는 이어졌다. 2사 1,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것은 전날 오승환에게 뼈아픈 블론세이브를 안겼던 페라자였다. 오승환은 페라자를 상대로 2구 연속 볼을 던져 2-0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다. 결국 3구째 141km/h 패스트볼이 페라자의 스윙이 걸렸고, 타구는 우중간으로 날아가 3루 주자를 불러들이는 끝내기 안타가 됐다. 오승환이 시즌 6패째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2024시즌을 앞두고 삼성에는 김재윤, 임창민 베테랑 불펜 투수들이 합류했지만, 마무리는 변함 없이 오승환의 자리였다. 3월 5경기서 오승환은 1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50으로 주춤했지만, 이내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았다. 4월 7세이브 평균자책점 '0', 5월에도 8세이브 평균자책점 2.25로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며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올 시즌 가장 먼저 20세이브 고지를 밟는 등 6월 14일까지 1승 1패 21세이브 평균자책점 1.67로 순항했다. 이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 오승환은 7월 들어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8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은 무려 12.79에 달한다. 어느덧 시즌 평균자책점도 4점대를 돌파했다(시즌 2승 6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4.01). 6번의 패전은 지난해 5패를 넘어 개인 한 시즌 최다 패전이다.지난해 오승환은 전반기 2승 3패 10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80의 부진한 성적을 거뒀지만, 후반기 2승 2패 20세이브 평균자책점 2.20으로 부활에 성공하며 에이징 커브 우려를 극복했다. 올해 1월 삼성과 2년 총액 22억 원의 계약을 맺은 오승환은 6월 중반까지만 해도 끝판왕의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줬다. 그러나 무더위와 함께 부진이 시작됐고, 단단했던 돌부처는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재서엉작성일
2024-07-25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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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158km 파이어볼러, 곧 전역증 들고 돌아온다…삼성, 천군만마 얻는다
삼성 라이온즈가 전역 후 돌아오는 김윤수(25)의 활용 방안을 두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선발로 쓸 계획을 세웠지만, 이미 국내 선발 3자리가 모두 채워졌기 때문이다. 삼성의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김윤수는 북일고를 졸업하고 2018년 2차 6라운드 전체 52순위로 라이온즈에 입단한 오른손 투수다. 150km 중반대 패스트볼을 뿌리는 파이어볼러로 각광을 받았다. 김윤수는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오승환의 뒤를 이어 삼성의 마무리 투수를 꿈꿨지만, 제구 난조에 시달렸다. 그러다 박진만 감독이 임시로 지휘봉을 잡았던 2022시즌 김윤수는 상무 입대 전 마지막 등판 때 선발 기회를 받았다. 두산을 상대로 4⅓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상무에서 첫 해는 수술대에 올라 시즌을 통째로 재활에 매진해야 했다. 김윤수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2023시즌 퓨처스리그 기록이 없는 이유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김윤수는 더욱 강력한 투수가 됐다. 꾸준히 선발로 뛰었고, 13경기 71이닝 8승 3패 평균자책점 2.41을 기록했다. 탈삼진은 82개를 잡아냈다. 최고구속은 158km를 찍었다.김윤수가 돌아오면 삼성의 투수진은 보다 더 강해질 전망이다. 다만 김윤수의 활용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선발 투수로 기용하기에는 이미 국내 선발 자리가 모두 찼기 때문이다. 삼성은 우완 에이스 원태인과 베테랑 좌완 백정현, 좌완 파이어볼러 이승현으로 국내 선발진을 꾸렸다. 김윤수가 돌아와도 들어갈 자리가 없는 실정이다.선발진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지만, 불펜 사정은 좋지 않다. 임창민과 김재윤, 오승환 등으로 이뤄진 필승조를 제외하면 경기 후반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들이 사실상 없다. 때문에 삼성은 김윤수를 불펜으로 기용해 뒷문을 강화하는 방안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박진만 감독은 "김윤수의 몸 상태를 먼저 확인하려 한다. 그 이후에 투수 파트 코치들과 김윤수의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를 해야겠지만, 지금은 불펜이 힘들기 때문에 김윤수 중간계투로 기용할 생각이다. 지금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불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여름 기간 동안 선발 투수들의 힘이 떨어지면, 김윤수가 또 선발로 투입될 수도 있다"며 김윤수를 다양하게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김윤수가 전역 후에도 상무 때와 같은 기량을 보여준다면, 상위권 경쟁 중인 삼성에 천군만마가 될 전망이다. 1군과 2군의 경기력 차이를 고려해야 하지만, 지금 삼성 퓨처스팀에도 김윤수만큼 좋은 성적을 보여주는 투수도 없다.퓨처스팀 감독 시절 김윤수의 피칭을 직접 봤던 정대현 코치는 "김윤수의 활용 방안을 두고 나와 박진만 감독님, 프런트 모두 고민 중이다. 지금 선발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고, 불펜진이 부족한 상황에서 김윤수가 강한 구위로 공을 던져준다면 더 큰 힘이 될 것이다. 김윤수가 전역 후 돌아오면 함께 상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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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4연패→5연승→4연패→5연승→3연패...삼성, 공포의 롤러코스터 행보 도대체 왜?
삼성 '공포의 롤러코스터' 행보, 도대체 왜?삼성 라이온즈팬들은 최근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연승, 아니면 연패다. 선두 싸움을 할 듯 희망을 주다, 갑자기 처진다. 그래도 다시 연승을 해 상위권 자리는 붙들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개막부터 뭔가 심상치 않았다. KT 위즈와의 개막 2연전, 엘도라도의 부활과 함께 2연승을 달리며 '올해 삼성은 진짜 다르다'며 팬들을 흥분시켰다. 그러더니 거짓말같은 8연패에 빠졌다.'올해도 똑같다'고 하고 있을 때, 깜짝 5연승. 죽다 살아났다. 이후 완벽한 상승 페이스였다. 4연승 후 1패, 그리고 또 4연승. 9경기에서 8승을 쓸어담아버리니 개막 후 당했던 8연패 아픔이 단숨에 사라졌다.하지만 5월 말부터 극단적 롤러코스터 행보다. 4연패, 5연승, 4연패, 5연승을 반복했다. 그리고 18일 SSG 랜더스에 패하며 다시 3연패다.도대체 왜 이렇게 불안정한 야구를 하는 것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먼저 선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올시즌 삼성 선발진, 무난하지만 강하다는 인상은 주지 못한다. 기록이 말해준다. 외국인 원투펀치인 코너와 레예스는 이닝 소화력이 떨어진다. 레예스 80⅔이닝으로 10위, 코너 80⅓이닝으로 11위다. 토종 에이스 원태인이 어깨 불편함으로 인해 지난 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것도 뼈아팠다. 13경기 74이닝을 소화하며 기둥 역할을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이닝은 그렇다 쳐도, 선발 투수의 핵심 평가 요소인 퀄리티스타트를 보면 힘이 빠진다. 레예스 7번으로 리그 공동 14위, 코너는 4번으로 공동 22위다. 공동 1위인 KT 위즈 쿠에바스와 롯데 자이언츠 윌커슨이 11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걸 비교하면 확실한 차이가 난다. 원태인 역시 초반 승운이 따르며 6승을 따냈지만, 퀄리티스타트는 6회에 그친다. 좌완 이승현, 이호성 등 젊은 선수들이 로테이션을 열심히 지켜주고 있지만 아직은 경험의 한계가 있다.선발 투수들의 기복, 팀에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1번 요소다. 팀 분위기가 좋아 '으쌰'할 때는 연속 호투가 나오거나 타선이 터져 연승이 나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연패에 빠지기 충분한 구조다. 장기 레이스는 누가 뭐라 해도 안정된 선발진이 가장 중요하다.그리고 선발진이 불안하면, 결국 그 부하가 불펜으로 간다. 불펜 피로도가 쌓일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은 오승환-김재윤-임창민 베테랑 필승조가 승리를 지키는 팀이다. 연승할 때는 이 선수들이 버텨주다, 힘이 빠지면 한두경기 뒤집어지며 연패 흐름을 타고, 또 연패를 하는 동안 이 선수들이 힘을 쌓으면 다시 연승 기반을 마련하는 식이다.기본 전력과 올시즌 팀 분위기를 볼 때 상위권 싸움을 계속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다만, 이 '갈지자' 행보가 계속되면 1위 경쟁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결국 가을야구다. 압도적인 선발, 그리고 시즌 후반 힘을 유지하는 불펜이 있어야 큰 꿈을 꿔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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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선발전환+구종개발’ 모범사례, 삼성 이승현을 보라
삼성 라이온즈 좌완투수 이승현(22)은 올 시즌 선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3시즌(2021~2023년) 동안 147경기에 모두 구원등판해 4승13패28홀드6세이브, 평균자책점(ERA) 4.90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단조로운 투구 패턴과 기복이 아쉬웠다. 불펜투수는 강력한 직구와 확실한 변화구 하나만으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상대 타자들의 힘이 떨어졌을 때 힘으로 누르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그러나 팀이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선발투수는 다르다.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선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다양한 구종을 던지며 상대 타자의 노림수도 빼앗아야 한다. 이승현은 시속 150㎞ 안팎의 빠른 공을 지녔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종이 슬라이더와 커브였는데, 커브의 구사율이 11.9%로 높지 않았다. 사실상 직구(59.7%)와 슬라이더(28.1%)의 투 피치 패턴에 가까웠다.그렇다 보니 선발 경험이 전무했던 이승현의 보직 변경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에 그는 주어진 상황에 맞춰 비시즌을 보냈다. 삼성도 이승현이 실전감각을 유지하며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호주야구리그(ABL) 애들레이드 자이언츠로 파견했다. 이 기간 선발투수로 변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답을 찾았다. 기존 투구 패턴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구종을 개발했다.비시즌은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이승현은 그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구종 개발에 몰두해 커터와 체인지업을 장착했다. 이제는 직구, 슬라이더, 커브에 체인지업, 커터 등 5개 구종을 던지는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올 시즌 9경기에 선발등판해 4승3패, ERA 3.66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노력의 결실을 맺고 있다. 구원에서 선발로 보직을 바꾸는 투수들에게 모범사례가 될 만하다.이승현은 “호주에서 커터를 연습했고, 사실 체인지업보다 투심패스트볼을 던지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며 “스프링캠프 기간 정민태 투수코치님께서 ‘체인지업을 연습해보자’고 제안하셨고, 연습하다 보니 어느 순간 감이 잡히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팔을 조금 내리면서 편하게 던질 수 있게 됐는데, 그 때부터 감을 잡은 것 같다. 일본(오키나와) 캠프 때 커터의 로케이션을 가다듬고, 체인지업을 많이 던졌다. 실전에서 던지면 던질수록 더 좋아졌다”고 덧붙였다.체인지업 구사에 능한 선배 원태인(24)의 조언도 큰 힘이 됐다. 원태인은 올 시즌 13경기에서 6승3패, ERA 3.04를 기록 중인 팀의 에이스다. 이승현은 “체인지업은 지난 시즌 한두 개 정도만 던졌다. 거의 안 던진 것”이라며 “예전에 (원)태인이 형에게 체인지업을 던질 때의 팔스윙 등을 배운 적이 있다. 올해는 한결 편안하게 던지다 보니, 태인이 형에게 배웠던 체인지업이 잘 통하는 느낌”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이승현이 선발로 잘 적응하고 있다.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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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공일기장] 사랑하는 남자 / 사랑하는 여자 (5)
- 여자 이야기 - 서러움에 실컷 울고 잠에서 깨어났을 땐 오히려 개운한 기분이었다. 언제 집에 왔는지 인기척도 없던 언니는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었고 깨지 않게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 전날 많은 눈물을 쏟아낸 눈가가 붙지는 않았는지 거울 앞에서 양옆으로 살짝 살짝 도리질을 하며 살펴봤다. 이미 바짝 메말라버린 눈가에는 예상과 달리 눈물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얼굴을 살펴보다 그 오빠를 만나기 위해 몸을 깨끗이 씻고 욕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화장대 앞에 앉아 도대체 왜 그 오빠는 그렇게도 마음의 상처를 남기려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야속하던 오빠를 막상 본다는 생각에 괜히 만나는 건 아닌지 고민도 되었지만 만나기로 약속도 했고 물어볼 것이 많았기에 도망칠 생각은 없었다. 오빠를 만나면 내게 왜 아린 상처를 줬는지, 꾸밈이나 거짓으로 나를 대하는지, 나를 얼마나 가벼이 여기는지, 몇 마디 대화를 해보고 오빠에게 조금이나마 열려져 있던 마음을 정리하려 했다. ‘오빠가 오해라던데 무슨 오해인지 들어나 봐야겠다. 그나저나 왜 자꾸 어제 그 기억만 머릿속에서 잘려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설마 그 오빠 괜히 나 때문에 대구에 가는 건 아니겠지?’ 아주 짧은 동안에 또다시 오빠 걱정을 하는 거울 안의 내 모습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왠지 오빠와의 인연은 쉽게 비켜가지 않고 앞으로 점점 깊숙이 들어올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묘했다. 정신을 차리려고 고개를 살짝 가로저으며 약해진 마음을 다시 독하게 고쳐먹고 정성스럽게 화장을 했다. 밋밋한 모습으로 오빠를 만나는 것보다 예쁜 모습으로 당당히 오빠를 만나 도도하게 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내 모습을 바라 볼 오빠의 놀랄 모습도 상상하며 한동안 바르지 않았던 손톱의 매니큐어까지도 정성스레 발라 입김을 불어 말렸다. 자신감 있게 내가 할 말도 하고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만남에 더 당당하게 행동하기 위해 더욱 화장에 신경을 썼다. 여러 외출복 중 고르고 고른 검은색 정장치마와 연한 노란색의 블라우스를 입고서야 나갈 준비를 마쳤다. 바퀴가 달린 짐 가방을 가지고 언니 집에서 나서려다 곤히 자고 있는 언니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봤다. 삶에 찌들려 있는 언니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다가 악몽 같던 지난 기억이 대구에서도 떠오를 것 같아 얼른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리고 화장대 위에 그 동안 고마웠다는 메모지를 남기고 조용히 현관문을 나섰다. ‘안녕 언니, 그 동안 고마웠어.’ 전날에 비가 왔다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눈부신 봄 날씨는 불어오는 살랑바람에도 촉촉한 기운이 남아있었다. 큰길로 이어진 보도블록을 신고 있던 하이힐로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걸었다. 걷다보니 몇몇의 보도블록에 작은 물웅덩이가 군데군데 있었고 신고 있는 하이힐을 적시지 않으려 조심히 걷던 중 택시 한 대가 내 앞을 막아섰다. 내 몸을 실은 택시는 금세 오빠와 만나기로 했던 약속장소에 도착을 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휴대폰 시계를 보니 만나기로 했던 시간보다 10여분 지나있었다. 저 앞에 보이는 오빠는 언제부터 나를 기다렸는지 말갛게 웃으며 내게로 다가왔다. 점점 다가올수록 선명하게 보이는 오빠의 얼굴은 마치 밤을 새운 사람처럼 남루해 보였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나? 정말 내가 오해하는 걸까?’ 또다시 약해지려는 마음을 독하게 고쳐먹으려고 어제 속상해 울컥거리며 울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나 매섭게 쏘아보는 내 기분을 다 이해한다는 듯이 오빠는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은주야, 안녕 잘 잤니?” 전날 저녁을 같이 먹었을 때보다 낯설어 보이는 얼굴로 말을 건네던 오빠는 내게 주려고 했던 건지 음료수 두 개가 손에 쥐여있었다. 평범히 건넨 인사에도 가슴속에서 욱하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맺혀 있던 감정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오빠 같으면 잘 잤겠어!’ 목구멍 바로 밑까지 올라왔던 말이었지만 그렇게까지 말하기는 싫어 간신히 삼켜버렸다. 그러나 잔인할 만큼 독한 말을 뱉었던 오빠에게 화가 난 표현 정도는 하고 싶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냥…… 뭐. 울어서 기운이 없으니 잠은 잘 오더라.” “아침 안 먹었지? 자 이거 받아.” 오빠는 미안한 눈빛으로 잠시 내 얼굴을 쳐다본 후 다정한 미소를 곁들이며 손에 든 두 개의 쌀 음료 중 하나를 살며시 내밀었다. ‘이렇게 보면 자상해 보이는데…… 어제는 왜 그렇게 날 아프게 했을까?’ 서운함과 섭섭함은 여전했지만 일단 건네주는 쌀 음료는 새침한 척 받아 쥐었다. ‘날 울리지만 않았어도 정말 좋았을 건데.’ 자상하게 챙겨주는 이런 행동이 고맙기도 하고 또 이 친절한 모습 이면에 다른 모습이 숨겨져 있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자상한 모습에 어제의 설움은 조금씩 밋밋해져 가고 이제는 약간의 서운함만 가슴에 남아있었다. 그래도 당장 화가 풀려가는 모습을 보이긴 싫어 아주 짧고 사늘하게 들릴 수 있도록 대답을 했다. “고마워.” “고맙긴…….” 미안한 표정과 불안한 시선으로 눈조차 제대로 마주치는 못하는 오빠에게 더 이상 심하게 쏘아붙일 수가 없었다. “내가 무조건 미안해…….” 그저 갈퀴눈으로 째려보며 화가 난 척을 했고 그런 내 눈에 시선을 겨우 걸치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오빠는 사과를 했다. 움츠려있는 오빠의 그런 모습에 마음이 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마지막으로 쏘아붙일 기회를 놓칠까 싶었고 또 미안하다는 말 한 번에 서운한 기분을 풀고 싶지도 않았다. “어제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랬는데!” “아니, 그냥 너 도와주려고.” 지금 상황과 맞지 않는 엉뚱한 말이 이상하게 들렸지만 무시한 채 계속 신경질을 부렸다. “내가 그렇게 쉽게 보이는 여자였어?” 눈썹과 눈썹사이에 근심이 가득하던 오빠는 한참을 주저하다 입을 열었다. “쉽게 보이는 여자였으면 오늘 나오지도 않았어. 지금도 난 네가 상당히 어려워.” 아무리 화를 내고 쏘아붙인다고 해도 내가 너무 어렵다는 말이 그렇게 좋은 말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다그칠수록 오빠는 심리적으로 불안해져오는지 입술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고 그런 모습이 또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오빠, 진짜 오늘 대구 가는 거야?” 내 마음을 약하게 만드는 오빠의 모습에 더 이상 따질 수가 없어 말을 돌렸고 오빠는 기다렸다는 듯이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일도 있고 은주도 보고 싶고 해서.” “치! 말만 잘해. 에이그!” 분위기가 바뀌자 다행이라는 듯이 짧은 한숨을 내쉬던 오빠는 입가에 환하게 번져가는 미소를 내게 보였다. 그래서일까, 어제 밤 잠들기 전부터 불편했던 마음은 조금씩 안정되었고 더구나 장난까지 치고 싶어 오빠 뺨을 살짝 꼬집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속 썩이는 남자가 내가 뭐 좋다고 이러는지.” 오빠도 내 행동에 마음이 놓였는지 미소 뒤편에 조금 남아 있었던 옅은 그늘이 사라졌다. “여기도 꼬집어주라. 이렇게 꼬집어서 은주 화가 풀린다면.” 환하게 웃으며 반대쪽 뺨을 내밀던 오빠의 능청스러운 애교에 까르르 한바탕 크게 웃었다. “오빠, 지금 대구 갈 건데 시외버스 타고 갈 거지?” “응, 안 그래도 너 나온다고 해서 10시30분 차표 2장 끊어 놨어.” 대수롭지 않게 건네던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다정한 미소가 머물러있는 오빠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럴 때 보면 되게 생각이 깊고 자상해 보이는데…….’ 감동을 자아내려고 했던 행동은 아니었겠지만 아주 조금 남았던 서운함마저 다 녹아내리고 말았다. “그래, 오빠. 고마워. 그렇다고 내가 화가 다 풀린 건 아니야!” “알아. 앞으로 우리 은주 만나면서 어제 쌓였던 서운함 내가 조금씩 다 풀어줄게.” 화가 완전히 풀린 모습을 벌써부터 보이기가 싫어서 여전히 새침한 척 말을 건넸지만 나를 칭하는 우리 은주란 말에 얼굴에 묻었던 도도한 표정마저 녹아내리고 말았다. ‘우리 은주? 예전에 엄마가 나를 부를 때 하던 말인데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네. 그러고 보니 앞으로 나를 만나면서?’ 오빠의 달달한 더 듣고 싶어서일까, 그 대답을 유도할 수 있는 물음이 엉겁결에 생각났고 그 기대하는 말들이 다시 한 번 오빠 입에서 나오기를 바라며 넌지시 말을 꺼냈다. “오빠, 이젠 대구에서 여기 안 오는데 우리가 어떻게 만나려고 앞으로 나를 만난다고 그래?” 단지 나를 보러 대구에 자주 온다는 말을 듣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오빠는 제법 긴장을 한 것처럼 얼굴은 빨갛게 변해버렸고 몸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어제 가만히 생각해보니깐…… 나 진짜 너 많이 좋아하는 거 같더라.” 수줍은 듯 매끄럽지 않은 오빠의 말투와 또다시 일렁이는 괜한 설렘 때문인지 목소리가 제법 높아졌다. “정말? 그래서?” “그 동안 여기 포항에서 주말 내내 있었는데 부모님에게도 죄송하고 해서 이젠 자주 대구에 내려가려고…….” 지금 내 뱉는 말이 나를 만나기 위해 대구에 온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치! 대구 오면 내가 만나준데?” “만나줄 때까지 계속 전화 할 꼬야.” 새침한 내 콧소리를 흉내 내는 오빠의 애교가 귀여워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 “꼬야는 뭐야, 치. 알았어. 대구에 있을 때 오빠가 전화 오면 시간 봐서 한 번 만나주던가.” 오빠는 손가락으로 찔린 옆구리를 움찔거리곤 따뜻한 눈빛으로 내 얼굴을 주시하며 다정스럽게 내 이름을 불렀다. “은주야.” “응?” 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곤 살짝 눈을 내리깔고 뭔가를 망설이던 오빠는 다시 내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진짜 나쁜 뜻 없이 말하는데…….” 심각한 표정으로 꺼내려는 말이 또 상처로 다가올까 무섭기도 하고 긴장도 되어 떨리고 있는 오빠의 입술만 빤히 쳐다보았다. “한 번 안아 봐도 될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내 눈이 커진 듯 오빠 얼굴이 내 시야에 가득 차 들어왔다. 요동치는 심장 뜀박질과 묘한 흥분을 들키지 않으려고 태연한 척 말하며 양팔을 벌렸다. “응, 안겨.” 잠시 머뭇거리던 오빠는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었고 그 때 풍겨오는 오빠의 살 냄새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 동안의 남자들은 가슴이나 만지려하고, 키스나 하려하고, 잠자리만 생각했었는데 이 오빠는 여느 다른 남자들보다 다르긴 달랐다.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따스함이 온 몸으로 서서히 퍼져나가는 순간 다리에 힘이 빠져 조금 휘청거렸다. “미안해. 은주야.” 온몸에 힘이 빠져 거의 내 몸을 맡기 듯 안겼었고 그 때 들려오는 자상하고 낮은 목소리에 아침부터 이성적인 기분은 감상적으로 바뀌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했다. 지분지분 스며오는 눈물이 오빠 얼굴을 가릴 것만 같아 눈물을 꾹 참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오빠, 앞으로 나 아프게 하지 마. 앞으로…….” 오빠는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그저 부드러운 손길로 머리칼만 쓰다듬어 주었다.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거리에 오고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데도 세상은 너무 조용했다. - 남자 이야기 - 은주의 서럽게 흐느끼는 소리를 들은 후에는 잠을 잘 수가 없어서 거의 뜬눈으로 지새우다가 새벽에 알람을 맞추고 간신히 잠이 들었다. 하지만 근심이 제법 컸던 탓인지 알람시간 보다 조금 더 일찍 눈이 떠졌다. 간단하게 부모님 집에 갈 채비를 하고 은주와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보다 1시간 일찍 집을 나섰다. 밖으로 첫발을 내딛었을 때 밤새 내내 내리던 비가 어둠을 다 쓸어갔었는지 너무나 환한 아침이었다. ‘오늘 안 나오는 건 아니겠지?’ 불안한 생각은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손쉽게 잡은 택시는 시외버스터미널에 금세 도착을 했고 매표소에서 10시30분 차표 두 장을 사곤 다시 바쁘게 움직여 다시 약속장소로 출발했다. 일요일 오전에는 도로가에 차가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또 금세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서두른 만큼 은주를 만나려면 20분이나 더 있어야 했다. 잠시 서성거리다 인근 편의점에서 쌀 음료 두 개를 사고는 가슴을 졸이며 은주를 기다렸다. 어느새 약속시간은 지나가고 있었고 아무리 주위를 살펴도 은주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다. 한참을 불안한 시선을 여기저기 던지다 한숨을 폭 내쉬고 맥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은주가 안 나오면 어쩌나? 만약에 나온다면 어떻게 은주를 달래야 하지?’ 은주가 나와도 고민이었고 나오지 않아도 고민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고민 할 것이라면 은주가 나와서 고민하는 것이 훨씬 나을 듯 했다. 그렇게 초조하게 시계만 보면서 은주가 모습이 드러나길 기다렸다. ‘정말 은주가 경제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주고 싶은데 자연스럽게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고민에 벌써 약속 시간은 5분이 더 지나가고 있었다. 그 때 저 앞에서 택시 한 대가 정차를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방향으로 걸음을 떼며 유심히 쳐다보자 어떤 여자가 날 보며 도도하게 서 있었다. ‘어, 은주랑 많이 닮았는데? 진짜 은주 맞나?’ 아침 햇살을 정면으로 받은 은주의 얼굴은 유난히 예쁘고 청순하게만 보였다. 몇 번이나 눈을 찔끔 감고 뜨기를 반복해도 예쁜 은주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가까이에서 그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을 은주가 서 있는 곳으로 향해 재촉했다. 눈초리가 싸늘한 은주의 얼굴이 선명히 보이기 시작했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더 다가가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정색을 하는 은주의 모습도 너무 예쁘게만 보였지만 이내 입가에 묻은 웃음기를 털어냈다. ‘내가 이런 여자에게 상처를 줬던 거였구나.’ 서로의 시선이 뭉쳐졌을 때 어떤 말을 꺼낼까 잠시 망설이다 아무 일 없다는 듯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은주야, 안녕 잘 잤니?” “그냥…… 뭐. 울어서 기운이 없으니 잠은 잘 오더라.” 기분이 상한 듯 시큰둥하고 토라진 말투조차 가슴을 떨리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나와 줘서 그리고 이렇게라도 반겨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일부러 차갑게 대하려는 은주였지만 뭔지 모를 애틋한 감정에 제대로 눈을 마주 칠 수가 없었다. “내가 무조건 미안해…….”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지만 은주는 어제 일이 떠올랐는지 북받쳐 오르는 흥분에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쳤다. “어제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랬는데!” 그녀가 차갑게 소리를 질러대도 어제처럼 또다시 울어버릴 것만 같아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아니, 그냥 너 도와주려고.” 시선을 내리깔며 뱉은 작은 목소리는 은주에게 전달되지 못했는지 혼잣말이 되어버렸다. ‘정말, 난 정말, 널 도와주려고 그랬었는데…….’ 은주는 지그시 입술을 깨문 채 그녀 본인도 아프겠지만 나 역시 무척이나 아파오는 말을 꺼내며 언성을 높였다 “내가 그렇게 쉽게 보이는 여자였어?” 은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내 의사를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쉽게 보이는 여자였으면 오늘 나오지도 않았어. 지금도 난 네가 상당히 어려워.” 계속 화를 낼 줄 알았던 은주는 심적 동요가 일었는지 다시금 따지듯 묻지도 않았다. 여전히 눈을 흘기는 은주였지만 입가에 웃음기가 돌아오기 시작했고 더 이상 싸늘한 표정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가슴속의 불안함을 쓸어낼 수가 있었다. 너무나 떨렸던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고 있을 때 은주는 내 뺨을 살짝 꼬집었지만 그 느낌은 꼭 얼굴을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속 썩이는 남자가 내가 뭐 좋다고 이러는지.” 들으라고 했던 말인지 아니면 혼잣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겨우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였다. ‘은주도 정말 날 좋아하긴 하는구나.’ 그제야 가슴속의 불안함을 쓸어낼 수가 있었다. 그 검고도 맑은 눈동자를 지그시 쳐다보던 중 홀린 것처럼 그녀를 안으려다가 또 실수할까 싶어 움찔했다. 안아보고 싶다는 말도 허락을 받아야 할 정도로 은주는 너무 쉽게 상처를 받고 너무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은주야.” “응?” “진짜 나쁜 뜻 없이 말하는데…….” 은주의 가냘픈 어깨를 안으려는 생각에 마른 침을 삼켰고 그 때 은주의 시선은 내 목울대를 스치듯 지나 다시 내 눈자위로 돌아왔다. “한 번 안아 봐도 될까?” 멀뚱히 나를 쳐다보는 모습이 무척이나 불안해 보였다. 그러나 이내 다행이라는 표정과 긴장된 모습을 감추려는 표정을 번갈아 지으며 대답했다. “응, 안겨.” 은주의 좁은 어깨를 안고 가만히 있는 순간에 어렴풋한 떨림이 감싸고 있던 내 팔로 전해졌다. 그리고 은주에게 꼭 해야 할 말 같아서 안겨 있는 그녀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미안해. 은주야.” “오빠, 앞으로 나 아프게 하지 마. 앞으로…….” 그 동안 포항에서 은주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안겨 있는 은주의 촉촉하게 젖은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안타까웠다. 지금 눈가에 어려 있을 눈물을 내게 들키지 않고 말릴 수 있도록 한참을 포근히 안아주었다. 한참을 그렇게 따뜻하게 안고 있을 때 택시 한 대가 아침 햇살을 환하게 반사시키며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그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향하던 중 은주 손에 쥐어진 휠 백을 문득 건너다봤다. 별 생각 없이 시선을 던진 가방 하나에 창식이 어제 했던 말이 떠올랐고 또 어제부터 마음먹고 결심했던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정말 은주 도와주고 싶은데…….’ 아무리 도와주고 싶어도 무턱대고 말한다면 은주는 자존심에 상처를 받을 것이 분명했다. 또다시 바보 같은 실수를 한다면 은주는 이번엔 영영 떠나갈 것만 같았기에 터미널에 다다를 때까지 마냥 망설이기만 했다. 그렇게 여전히 마음에만 담아둔 채 대구행 시외버스에 올라탔다. 언제부턴가 내 옆에서 나란히 걸어왔던 은주의 왼손이 내 오른손에 쥐어져 있었다. 여전히 모르는 척 손을 꼭 잡으려 했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은주는 내 손에 맡긴 손을 거둬가며 때 묻은 시외버스 커튼을 활짝 젖혔다. 버스 기사가 통로를 다니며 좌석을 확인한 후에야 버스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은주는 무슨 생각을 그리하는지 처연히 창밖만 보며 아무 말도 없었다. ‘정말 은주가 대구에 팔려가는 걸까? 그렇다면 혼자 가지는 않을 건데…….’ 주체할 수 없는 궁금증을 내색도 하지 못하고 창밖을 보는 은주의 옆모습만 쳐다봤다 시외버스가 고속도로에 막 올라 포항을 빠져나갈 때 손에서 따스하고도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창밖을 보던 은주가 내 손을 잡았던 것이었다. 흠칫거리며 손을 내려 보고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은주는 창밖을 보던 시선을 내 얼굴로 옮겼다. 그리고 몇 가닥의 머리칼을 귀 위로 조심스레 쓸어 넘기곤 쑥스럽게 웃었다. “내가 그렇게 예뻐? 계속 쳐다보네?” 내 얼굴로 향해 있던 눈을 마주하며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은주는 민망한 듯 살짝 고개를 돌려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웃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내게로 고개를 돌려 보일 듯 말 듯 한 나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과해줘서 고마워.” “잘못했으면 사과를 하는 게 당연하잖아.” “최근 몇 년 동안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사람이 오빠가 처음이야.”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맥없이 속삭인 말에 가슴속에 맺혀있던 안타까움을 자극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동안 마음고생을 한 모습이 상상이 되는 순간 뾰족한 바늘 하나가 내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그런 내 표정을 오히려 걱정스럽게 보던 은주가 뭔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오빠, 나 사실…….” “사실 뭐?” 슬그머니 꺼내려는 말이 왠지 너무 불안해서일까, 듣기 싫은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듯 은주의 입술에 손가락을 살며시 갖다 대는 상상을 했다. 그런 불안한 예감은 전혀 아니라고 힌트를 주고 싶었는지 은주의 입가에 짧은 미소가 스쳤다가 지나갔다. “나 사실 지금 집에 가는 거야.” “응? 집에?” “나 오빠 처음 본 날 그 날이 마지막이었어.” “마지막?” “응. 이제 난 이제 그런 일 안해.” 아무리 미소를 보이고 있어도 은주가 어떤 말을 꺼낼지 조금 긴장은 했었다. 하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에 조금 전까지 나 혼자만의 상상에서 고민을 했던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미안했다. 그런 내게 은주는 뜬금없는 말로 잠깐의 정적 사이에서 먼저 말문을 열었다. “오빠, 내가 선물 줄까?” 그저 입술만 물끄러미 쳐다보다 은주의 목소리에 흠칫거리며 눈자위로 시선을 옮겼다. “무슨 선물?” “오빠가 사과를 했으니깐 내가 선물을 주려고.” 은주는 좌석 위쪽 선반에 올려놓은 가방에서 모래시계를 꺼내며 대뜸 내 앞으로 내밀었다. 주먹 두 개 크기의 모래시계는 주황색에 가까운 분홍색 모래알을 품고 있었고 언뜻 처음 은주를 보던 날 화장대 위에 있던 모래시계도 떠올랐다. “내가 아끼던 모래시계야. 포항에 와서부터는 모래시계를 모으는 게 취미였거든.” 왜 은주가 포항에서 모래시계에 집착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건네 준 모래시계는 그저 받아 쥐었다. 그리고 별 생각 없이 모래시계를 뒤집어 모래알을 흘러내렸다. “그럼 대구가면 뭐 할 거야?” 그 모래알들을 보며 잠시 감상에 빠진 듯 보이는 은주에게 슬쩍 물었고 내 물음에 흠칫거리던 은주는 살며시 내 팔짱을 끼며 웃어보였다. “공부할 거야. 공부해서 전문대라도 졸업해서 취업해야지.” “오빠가 뭐 도와줄게 있을까?” “그냥 지금처럼 자상하게 아니 편하게만 대해주라.” “알았어. 그 정도쯤은…….” 슬그머니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 은주는 또다시 아무 말이 없었다. 또 얕은 감상에 빠진 듯 보이는 은주를 방해하지 않으려 그저 옆모습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때 천천히 내게로 고개를 돌리던 은주는 무슨 결심을 한 듯 그리고 무슨 말을 꺼내려는 듯 입술이 무척이나 떨리고 있었다. “오빠…… 오빠는 내 과거를 알잖아…….” 다소 긴장한 은주에게 편안하게 말을 꺼낼 수 있도록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과거를 다 알지만…… 나랑 사귈 수 있을까?” 먼저 말하려고 기회를 보던 중에 오히려 더 먼저 말을 꺼내는 은주가 얼마나 사랑스럽게 보이는지 요동치는 심장과 함께 나 역시 입술이 떨려왔다. “나 지금 대구 너 때문에 가는 거야. 네가 너무 좋아지고 있거든…….” 은주는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었다는 듯이 팔짱 낀 팔을 당겨 몸을 붙이곤 내 왼쪽 어깨에 머리를 살며시 얹었다. 그리고 차창 밖에 저 멀리 떠있는 흰 구름으로 시선을 던지며 나지막이 말했다. “타임머신이 있었으면 좋겠다.” 귓가에 나긋하게 들려오는 은주의 말에 살짝 웃음을 터트리며 농담처럼 물었다. “왜? 그 때로 돌아가서 오빠 안 만나려고?” “아니, 오빠 만나기 10분 전으로 돌아가서 그랬던 모습 안 보여 주려고…….” 별 생각 없이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여러 번 생각을 했던 것처럼 눈빛이 너무 쓸쓸했다. 마냥 안타까운 마음에 왜 그토록 은주가 모래시계에 집착을 했는지도 약간이나마 알 것 같았다. ‘모래시계를 돌려놓으면 시간이 거꾸로 흘러 갈 것 같아서 그렇게 집착을 했던 거니? 항상 타임머신을 떠올릴 만큼 포항에서의 생활을 되돌리고 싶었던 거구나…….’ 그 순간부터 은주의 시선을 붙들고 있는 창밖의 흰 구름에 나도 같이 시선을 묻었다. 여전히 은주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진짜킹카작성일
2022-04-13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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