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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유머] 스키장에 놀러간 155명이 사망한 사건.JPG
오스트리아 카프룬의 스키장에는 푸니쿨라 라는 열차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케이블카의 일종인 이 열차는, 연료 없이 위에서 도르레로 끌어 올리는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쉽게 생각해보면 엘레베이터의 운전 방식 비슷하게, 단지 이게 옆으로 누워있고, 양쪽에 열차가 달려있다 보면 된다. 속도는 엄청 빨랐고, 한번에 100명 훨씬 넘게 산 위로 올라가다보니 기존의 케이블카보다 인기가 많았다. 문제는 연료 없이 움직이다보니 안전 장치 같은거 없어도 될거란 생각에 객실 내에 소화기는 구비 안했고, 도르레를 움직이는 기관실에만 비치했었다. 거기다 중간에 열차를 신형으로 바꿨는데도 안전 수칙은 기존의 구형에 맞춰진 안전수칙이었다. 여차하면 유압 브레이크 밟으라고 안에 직원 1명만 앉혀둔지라 스키장에선 별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던 2000년 11월 11일 열차가 승객 167명을 태우고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열차 내에서 갑자기 연기가 올라왔다. 당황한 승객들은 전화기를 꺼내 소방서에 신고하려 했지만, 열차가 터널에 들어가면서 전화가 끊겼다. 연료가 없는데 어떻게 연기가 났을까? 열차는 스키장에서 운영하는 만큼 내부가 엄청 추웠고 그래서 스키장에서 브레이크 담당하는 기관실 쪽에 히터를 설치했었다. 문제는 히터가 브레이크 윤활유가 흐르는 기름관과 엄청 가까웠고 윤활유는 불이 엄청 잘 붙는 재질이었다. 하필 경사를 오르는 도중 불이 붙어, 브레이크 윤활유가 아래로 고인 상태였고 윤활유가 공급되면서 불은 계속해서 타들어갔다. 불이 바닥을 뚫고 올라오고, 승객칸에서 문 여는 버튼도 없는 상황 몇몇 승객들은 스키 폴로 창문을 깼다. 깨진 창문으로 간신히 탈출한 사람들이 위로 올라가려는 찰나 마을에서 20년간 소방관으로 일했던 독일 관광객이 '연기가 위로 올라가니 아래로 가야한다.' 며 사람들을 이끌었다. 그렇게 12명은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얼마 안가 화재를 파악한 기관사가 문을 열었고, 사람들은 불을 피해 위로 올라갔다. 연기는 터널을 타고 위쪽으로 올라갔고, 열차가 도착하는 역 겸 쇼핑몰에까지 연기가 올라왔다. 사람들은 급히 빠져나왔으나, 못빠져나온 4명은 연기에 질식해 사망했다. 다른 열차마저 연기에 휩쌓였고, 기관사와 승객 1명이 목숨을 잃었다. 급히 구조대와 헬기가 출동했지만 불이 터널 안에서 났고, 터널 경사가 50도를 넘어서 걸어 올라가기도 힘든데다 만약 불 때문에 케이블이 약해져서 끊어지면 열차가 그대로 내려와 소방관들 목숨마저 위협할 상황이라 구조를 포기해야 했다. 결국 열차에 탔던 149명과, 다른 열차의 2명, 역에 있던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생존자는 겨우 12명, 소방관의 안내에 따라 아래로 이동한 사람들만 살아남았다. 위로 간 사람들 중 생존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열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한채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은 불에 너무 탄 나머지, 그들이 방에 남긴 짐에서 머리카락을 채취해 DNA를 대조해서 신원을 파악해야 했다. 사고 이후 푸니쿨라는 폐쇄됐다. 대신 스키장 측에선 케이블카의 속도를 올려 기존의 수요에 최대한 맞춰갔다. 비슷한 열차를 운영하던 다른 스키장들은 안전수칙을 강화, 터널 내에서도 전화기가 터질수 있게하고, 소화기를 구비하고, 안에서 문을 여는 계패장치를 설치했다. 현재 스키장에는 희생자 155명을 기리는 추모관이 설치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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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공일기장] 두가지 인생 - 101
Channel 1. 로키 우리 모두는 깜짝 놀랐지만, 정작 당사자는 뭔 일이 있었냐는 듯, 제 몸의 눈을 털고는 우리를 올려다보았다. “다들 남밭에서 뭐하는거래요?”“남…...뭐?”“아니 남밭이 뭔지 모르오?” 소녀는 자기 발 아래를 거칠게 가리켰다. 자세히 보니, 눈 속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았던 상추잎들이 눈에 들어왔다. ‘필그림’들은 자신들이 한 행동에 우왕좌왕 했다. 심지어 알샤인은 균형을 잃고 그대로 나자빠졌다. 그 모습을 본 소년은 끌끌 혀를 찼다. “급새바람도 안불었는데 없는 비얄에 강중백히니 애가 말라 죽겠네.” 그래도 나름 대륙 이곳저곳을 앞마당처럼 누볐던 나조차도 도저히 알아듣기 힘들었다. 하지만 소녀가 화가 났다는 것, 그리고 그 원인이 우리에게 있었다는 것은 확실했다. ‘필그림’들은 소녀의 손짓발짓을 보아가며 조심스럽게 상추밭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꼬마야, 여기 근처에 마을이 있다던데, 안내해 줄 수 있니?”“마을이야 있기는 한데…….” 소녀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짐짓 땅바닥을 긁으며 의뭉을 떨었다. …. 소박한 말투에 허름한 옷으로 덮고 있었지만, 능구렁이를 열댓마리는 뱃속에 담아두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나는 녀석의 비지니스 전략에 남몰래 혀를 찼지만, 주설은 그런 것 따위는 예상 했다는 듯, 주머니에서 지폐뭉치를 척 하니 꺼내보였다. 소녀는 혹시나 무를새라 휙 채가고는 앞장을 서서 필그림들을 인솔했다. “내 마침 집에다 잿노리를 두고왔으니 마카 따라오래요.” 소녀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눈들이 얼어 길이 미끄럽고, 우리는 가끔 허우적거렸지만, 소녀는 가끔 뒤를 돌아 우리를 쳐다볼 뿐, 손을 잡아준다거나, 허방다리를 알려준다거나 하는거 없이 이 눈길을 휙휙 날아다녔다. “와 씨….… 쟤는 발에 날개라도 달았나?”“그러게 말여. 나도 나름 산좀 탄다 싶었는디, 어우…….” 주설도 흐르는 땀을 닦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소녀가 데리고 간 곳은 골짜기에 취락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이었다. 산속의 마을이라고 해서, 운터브룩의 쓰레기 산을 연상할수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결이 달랐다. 쓰레기 산에는 도시의 모순과 사람들의 절박함이 안개처럼 흐르고 있었다면, 이 마을에는 투박함 속에 의지가 묻어있었다. “다녀왔어요.”“잉? 남밭에 벌써 다녀왔나?”“손님 델고 왔어요. 손님!”“손님?” 집안에는 곧 쪼그라들 것 같은 노인이 아궁이에 고개를 쳐박고 있었다. 그는 소녀의 말에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보았다. “여기는 어터오셨소?”“안녕하셔유?” 주설은 비지니스용 미소를 지어보이며 집안에 들어갔다. 노인은 그녀의 허물없는 태도에 움찔하긴 했지만, 딱히 제지를 하지는 않았다. 소녀는 나름 몰래 한답시고 주머니에서 돈뭉치를 슬쩍 꺼내 노인에게 보여주었다. 노인은 그 모습에 역정을 내며 소녀를 타박했다. “지지바가 또 작패질하네. 내가 손님들 오믄 거러지 맹키로 하지 말랬지 않나.”“아아아! 그만해요!” 노인은 소녀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고는 돈을 뺏어서 주설의 손에 쥐어주었다. 노인은 그녀에게 연신 고개를 수그렸다. “내가 손녀아라구 하나 키우면서 거러지 짓거리 하지말라구 했는데. 아가 말을 안듯소. 미안하요.”“아이고 아녀유. 괜잖아유. 지가 산속에 길을 잃었는디 마침 손녀분을 만났어유. 마침 잘 됐다 허구 길 안내를 부탁혔는디 맨입에 할 수 있겄어유? 그래서 안받는다는걸 억지로 쥐여준거니 너무 타박 마셔유.” 주설과 우리는 한입으로 손사래를 쳤다. 노인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소녀를 흘겨보더니, 돈을 자기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 모습에 답답이가 쿡 하고 웃었다가 아닌척 고개를 딴 데로 돌렸다.노인의 안내를 따라, 우리는 나름 사랑방이라고 할 만한 곳으로 들어왔다. 벽은 황토가루가 부스스 떨어지고, 바닥에는 지푸라기 멍석이 깔려있었지만, 바깥에 덜덜 떨던 것에 비교하면 궁전이나 다름 없었다. “먹잘건 없지만 많이 먹어보래요.” 노인은 김이 펄펄나는 국을 꺼내왔다. 안에는 각종 채소들이 푹 고와져 있었고, 군데군데 하얀 반죽들이 들어있었다. 우리는 국을 보자마자 새삼 배가 고팠다는 것을 깨달았고, 정신없이 고개를 쳐박고 국과 건더기를 들이켰다. Channel 2. 아이리스 할아버지는 투박했지만 친절했고, 우리는 덕분에 나름 안락하게 몸을 녹일 수 있었습니다. 허기가 해소되고 몸이 따뜻해지자 강팍했던 마음에 여유가 찾아왔지요. 노인은 입맛을 쩝쩝 다시는 우리를 보며, 빙긋 웃었습니다. “식사 하셨으니 한 잔 하래요.”“아 네네 감사합니다.” 아궁이에 걸린 찻주전자에는 메밀냄새가 몽글몽글 피어올랐어요. “워대서 오셨대요?”“아 저희는 라스알게티에서 왔습니다.”“아이구 도회지서 이런 구서케 오느라 음매나 고생이래요.”“사실 뭐……. 그동안은 기차로 오느라 고생이랄 건 없었는데.”“아 그랗게 보니끼니 여는 열차역이랄 것두 없는데 어터 오셨대요?” 노인의 말은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대충 우리는 눈치로 요지를 때려맞췄고, 알샤인씨가 우리를 대신해 사정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잘 가고 있던 열차에 갑작스럽게 눈사태가 덮친 일, (이유를 설명하자니 도저히 믿기 어려울 것 같아) 운이 좋아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열차는 돌아갔지만 우리는 이 곳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돌아가지 않고 이곳을 도보로라도 돌파하기로 했다는 것 까지 말이지요.노인은 ‘필그림’들의 사정을 듣고 나서는 혀를 끌끌 찼습니다. “아니 이런 급새바람 철에 가길 어딜간다 말이요. 사람들이 그래게 할 일들이 없소?” 노인의 말로는 이런 겨울철에는 어딜 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가만히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함부로 나다니다가는 큰일이 난다면서요. 하지만 주설씨는 특유의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선로가 완전히 개통되는데 4개월 남짓이 걸린다고하니, 어떻게든 그 전에 넘어야 한다면서요.노인과 주설은 한참을 옥신각신 했지만, 결국 주설씨의 고집에 두손을 내저었습니다. “가마이 보니 간데이가 음청 부었소. 장사한다구 들었는데 장사꾼이 아니라 장군감이오 그래.” 노인은 그래도 외지인들끼리 이 산을 넘는다는건 무리고, 안내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우리 모두는 안내를 해줄 사람이 있냐고 물었고, 아쉽게도 노인은 우리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습니다. “여 근처에 은광이 났다지 않소. 젊은이고 늙은이고 몸뗑이 성한 사람들은 죄다 거게가서 은캐느라 인제는 산을 넘을라는 사람이 없대요.”“은광이요?”“야.” 할아버지는 설명을 이어갔어요. 요지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최근에 이곳 산에 은광이 발견되었고, 그것을 캐느라 사람들이 죄다 몰려가는 바람에, 마을이 크게 퇴락했다는 것이었어요. 이 촌락의 사람들은 ‘세르파’라는 종족으로 예전부터 산을 넘는 가이드로서 생활을 영위했지만, 무르짐 산맥 횡단 철도가 생기면서 기존의 생활 근간이 흔들렸고, 새로 발견된 은광 덕분에 새로운 생활 기반이 생겼다는 거에요. 하긴, 사람 목숨은 하나고, 산악 가이드나 광부나 위험하기가 매한가지라면 돈을 더 주는 쪽을 선택하는건 당연지사일거에요. “그라믄 혹시 할배가 직접……?”“예끼!” 할아버지는 리겔의 질문을 단 한마디로 일축해버렸습니다. 우린 꽤나 난감해졌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일정에 크게 차질이 생길 판이니까요. 가이드를 구하지 못하면 이대로 갇혀있어야 할 판이고, 4개월 뒤에 선로가 열린다고 한들, 역이 없는 이곳에 열차가 우리를 태워줄 리가 만무했기 때문이었습니다.주설씨의 고집에 따랐건만 결과가 영 파이였습니다. “음…… 그런다구 이대로 손가락이나 빨 순 없쥬. 어떻게든 가이드를 구하는 수 밖에.”“다들 은캐느라 정신이 없다는데 방법이 없지 않아요?”“뭐…….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면 되쥬.” 주설씨는 돈을 더 벌리는 쪽으로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은을 캐는 것 보다 더 많은 임금을 제시한다면 누구든 따라오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만…….그 말을 듣노라니, 그냥 어떻게든 그녀를 기차로 끌어올려서 4개월 동안 기다리는 것이 더 나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후회가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Channel 1. 로키 1625년 1월 1일 “끄아아…….” 답답이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그녀의 피부는 푸석푸석하고, 두 눈은 터져버린 실핏줄 탓에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뭐……. 사실 답답이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주설도, 리겔도, 그리고 알샤인도 늘어져버린 정신줄이 육신에 간당간당하게 매달려 있는 형국이었다. “몇시에요?”“여덟시 십분.”“응? 그럼 진작에 해가 떠야 하는데 왜 아직도 안떳지?” 보이는 모든 것을 얼려버릴 기세로 부는 산골의 바람은, 결국 시간까지 얼려버린 것인가, 아무리 1월이라고 해도 분명 해가 뜰 것이 분명한 시간임이 분명했지만, 문 틈 사이로 햇볕은 그림자도 없었다. “와 진짜 춥네……. 잠은 좀 잤어요?”“그 질문도 벌써 열 일곱번째다.” 평소라면 나의 이런 지적에 답답이는 부끄러워하며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놨겠지만, 답답이의 육신을 지배한 피로 탓인지 그녀는 눈을 끔뻑거릴 뿐,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문제의 발단은, 노인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어차피 밤이라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마침 자신의 손녀가 광산에서 일하는 마을 청년들을 위해 위문품을 전달하기로 했으니, 하룻밤 이곳에서 머물다 가라는 것이었다. 호기롭게 열차에서 내렸다가 추위로 한참을 쥐어터진 우리로선,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었다만……. 이곳 산간 마을의 바람은 ‘바람’이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그런 귀여운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그래도 나름 이런 곳에서 살아보겠다고 이 집의 벽은 꽤나 두꺼웠고, 집안 한가운데 설치해둔 화덕은 안타까울 정도로 열심을 다해 온기를 내뿜고 있었지만, 산골을 지배하는 바람 앞에서는 그저 요식행위에 불과해 보였다.우리 필그림들은 미약한 온기나마 쐬어보겠다고 화덕에 옹기종기 둘러앉았지만,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서글픈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화덕의 불씨 보다는 바로 옆에서 웅크리고 있는 동료들의 체온이 내 몸을 따뜻하게 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거의 동시에 같은 내용의 깨달음을 얻은 필그림들은 그 이후부터 어떻게든 서로에게 붙어앉으려 애를 썼다. 몸은 덜덜 떨렸고, 그 덕에 잠을 자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그 와중에 대단한 것은, 집주인과 손녀였다. 그들은 잠결에 배를 까며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우리에게 있어선 뼈를 박살낼 듯 한 추위가 그들에게는 먼나라의 일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잘 잤소?” 억겁의 기다림에도 끝이 다가온다고, 손녀는 눈을 껌뻑이며 우리를 바라봤다. 그 천연덕스러움에 혀를 내두를 새도 없이 그녀는 화롯가 옆에 걸려있는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차를 만들었다. “아이 참 입벌리고 잤는지 입속이 데우 깔깔하오.” 소녀는 우리에게 뜨끈한 차를 건네주었고, 대답할 힘도 없는 필그림들은 말없이 차를 홀짝였다. “구서케 찬밥 좀 주래요. 내 얼른 뜨세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이 알아듣기 힘든 어휘의 향연 속에도, 어찌어찌 문고리 잡듯이 소녀의 지시를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우리는 구석에서 찬 밥 몇 덩이가 담긴 그릇을 건넷고, 그것은 화덕의 냄비 속으로 들어갔다. 손녀는 부엌에서 나물 몇가지를 가지고 와서 손질하곤 냄비 속에 던져넣었다. 이윽고 죽이 끓으며 냄새가 물큰이 피어올랐다. “급한대로 요것으로 에우고 얼른 가보래요.”“길이 먼 편인가?”“우리같은 산꾼이야 드래미 짜는 것 보담 쉬이 다녀오겠다만…….” 소녀는 우리를 위 아래로 훑어보곤 고개를 저었다. “정신줄 놓구 가믄 구녕에 갖다가 그대루 강중백힐거래요.” Channel 2. 아이리스 1625년 1월 1일 노인의 배웅을 뒤로하고, 우리는 광산이 있다는 ‘포토시’를 향했습니다. “우리가 좀 들어줘야 할거 같은데.”“아이 괜찮아요. 옥시기 열섬 드는 것 보담 훨씬 낫대요.” 소녀는 우리의 만류에도 씩 웃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녀가 그렇게까지 무리하는 이유를 알게된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이유요? 사실 저희가 소녀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지요. 그녀는 전혀 무리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평생을 산에서 보낸 그녀에겐, 이 모든건 무리가 아니라, 그냥 생활에 불과했던 거였어요. 소녀는 자신의 체구보다 훨씬 더 무거운 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고는 산길을 휙휙 다녔습니다. 반면 짐이랄 것도 없이 거의 맨몸으로 가는 우리는 몇 걸음 가지 않아서 가쁜 숨을 토해내야만 했답니다. “와……. 저거 그냥 괴물인디?” 멀어지는 소녀의 뒷모습에 리겔은 침을 질질 흘려가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아이구 저 화상을 그냥……. 그녀는 길을 개척하고, 우리는 거기를 간신히 따라잡는 것을 반복한지도 몇 시간, 소녀는 중천에 떠오른 해를 확인하고나서야 쉬어가자고 이야기 했습니다.우리는 완전히 퍼져서 자리에 주저앉았지만 소녀는 분주하게 땔나무를 구해와서 임시로 불을 피웠어요. “입 벌리지 말래요. 창자 튀어나온대요.” 그녀는 우리 ‘필그림’들의 꼬락서니가 제법 우스웠는지 낄낄거리며 불을 피웠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소녀의 말에 토를 달지 못했어요. 괜히 토달다가 토할것 같았습니다. “옥시기 죽이래요. 이기 한 그릇이믄 배가 뜨세질거래요.” 그녀가 건넨 옥수수죽을 우리는 말 없이 먹었습니다. 그녀 말대로 배가 제법 따뜻해졌어요.소녀는 꽤나 분주했습니다. 우리가 옥수수죽을 먹은 동안 신발을 벗어 불가에 가져가 놓고, 발을 말렸어요. 발이 마르는 동안에도 가만히 있질 않고, 짐을 정리했습니다. 저 작은 체구에서 그토록 넘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단 것이 새삼 놀라웠답니다. “포토시에 그렇게 은이 많아?”“나야 잘은 몰르지만 서두, 이야기는 많이 들려오드래요. 길가에 채이는게 은이라구. 또 온 산이 은색이라고 하드래요.”“온 산이 은색이라고?”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녀의 말을 종합해 보면, 포토시라는 곳은 노천 은광인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주설씨를 바라봤어요. 역시나 그녀의 눈은 탐욕으로 일렁거렸답니다. “그으래…….” 주설씨는 누가 볼 새라 눈을 모닥불 쪽으로 홱 돌렸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그녀의 눈은 앞에 있는 모닥불 보다 일렁거리고 있었고, 손가락은 쉴새없이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마치 보이지 않지만 주설씨에게만 보이는 주판을 만지작 거리는 것 같았어요. “그 많은 은들은 어떻게 헌다지?”“나랜들 알겠소? 그냥 시키는 대루 하겠지요. 반짝이는 돌맹이들 주워다가 비료포대기에 썩썩 담아가지구 감독관들 주면 끝이래요.”“......분명 그게 어디론가 유통이 될텐디 말여.” 주설씨는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노다지가 있다는걸 알았지만 그것이 이미 누군가의 소유물임을 알아차렸을 때의 허탈감이 적잖이 그녀를 언짢게 만든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혼잣말은 그녀가 이대로 입맛만 다시지 않고, 상인 특유의 현실감각으로 어떻게든 해먹을 건덕지를 만들어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담고있었습니다.하하……. 이거 라스알게티에서 꽤나 오랜 시간을 소모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여정이 더욱 길어질 것 같은 슬픈 예감이 드는 대목이었습니다. “저기 그럼 이 물건들은…….”“이건 울 오래비한테 줄거래요…… 웃차!” 소녀는 어떻게든 실마리라도 얻어보려고 말을 붙이는 주설씨의 말을 잘라먹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모닥불을 끄는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저 눈을 뿌려주면 되는 거였으니까요. 눈이야 이곳에선 지천으로 널려있으니 몇번 품을 팔 것도 없이 모닥불은 하얀 연기를 단발마처럼 내뿜고는 그대로 타다만 장작들의 잔해만 남겨놓았습니다. “으으….. 귀불알 얼겠소. 대충 에웠으면 일어나래요. 전번처럼 여버리 맨키로 갈기바람 맞다 낯바닥 삐끼지 싫음 서둘러야 할거라.” Channel 1. 로키 설산 한복판이었지만 눈의 하얀색과, 은의 하얀색을 구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소녀의 말은 틀림이 없었다. 눈이 흩날리는 산중에서, 포토시의 탁한 하얀색은 멀리서도 보였다. “여게부텀 포토시래요.”“응 그런거 같다.” 우리는 눈을 헤치며 포토시 입구를 지나 천천이 걸어올라왔다. 일단 길이 험한 것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숨쉬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머리는 띵하고 헛구역질이 났다. 소녀는 목적지에 다 왔다는 생각에 신이나서 치달리다가, ‘필그림’들을 돌아보곤 혀를 차며 우리가 그녀를 따라잡을 때 까지 기다려주었다. “아랫동네 치들은 왜서 비실거린대요? 작업장 간부도 그러드만.”“글쎄……. 우리 기준에선 네 쪽이 대단한 게 아닐까 싶다.” 소녀가 우리 앞을 한참을 가면 낑낑대며 따라잡고, 잠깐 쉰 뒤에 그녀가 다시 한 번 앞질러가면 우리는 그걸 다시 낑낑대며 따라잡기를 한참 동안 한 끝에,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포토시에 다다를 수 있었다.멀리서 볼때는 그저 은빛 산이었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이곳은 다양한 색채를 가지고 있었다. 눈 덮인 지붕은 은밀하게 형형색색을 품고 있었고, 거리에는 말끔한 옷을 입은 시민들이 가득했다. 광업이라는 1차산업을 기반으로 삼고있는 도시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우리 모두 적잖이 놀랐고, 소녀는 마치 이 도시의 모든것이 자신의 것이라도 되는양, 뻐기는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워매……. 냄시가 나는구먼.”“무슨 냄새?”“아따 눈치가 없구마잉. 돈냄시 몰……으윽!” 기운을 차린 리겔이 농지꺼리를 하려다가 코를 틀어막았다. 아니나 다를까 역한 냄새가 훅 끼쳐왔다. 모두들 리겔을 따라 코를 막았지만 이미 늦어버린 터라, 콧속으로 냄새가 파고들어왔다. 가만…… 이거 어디서 많이 맡아본 냄새인데…… “이거…… “ 알 샤인이 심상치 않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그래, 비하적인 의미가 담겨있긴 했지만, 부정하긴 어렵다. 해시시의 냄새였으니까. 알샤인에게서 눈길을 피하며 나는 냄새의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살펴봤다. 아니나 다를까, 말쑥한 상점가의 진열장에 말린 대마가 걸려있었다. “마약굴이여 뭐여?” 알 샤인은 미처 공무원 물을 다 빼지 못한 티를 내며 상점가로 걸어갔다. 그의 표정은 사뭇 비장해보이기 까지 했다. 하기사 왕도에선 금지하는 물품이 이렇게 백주대낮에 여보란 듯이 걸려있으면 전직이든 현직이든, 공무원으로서 도저히 못본척 하고 넘어갈 수가 없을 것이다. 알샤인은 진열장을 살펴보다가 무언가를 보곤 소스라치게 놀랐다. “야 이건…….”“오매 저거를 여그서 다 보네잉.” 알 샤인이 가리킨 것은 말린 나뭇잎 이었다. 일단 녀석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보아, 대마 못지 않게 공무원의 심기를 거스르는 물건임이 분명했지만, 안타깝게도 녀석의 감정에 온전히 공감할 수 없었다. 일단…… 나도 처음 보는 거였거든.하지만 ‘필그림’모두가 알샤인의 놀라움에 물음표를 띄운건 아니었다. 리겔은 어께너머로 알 샤인을 지켜보다가 그 역시도 놀랍다는 듯한 얼굴로 턱을 매만졌다. “이게 뭔데?”“코카잖어.” 녀석의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알샤인이 왜 그렇게 소스라치게 놀랐는지 그 곡절을 깨달을 수 있었다. 뒷골목의 속담에 ‘남녘의 대마, 북녘의 코카’라는 말이 있는데. 해당 지역에 주로 자라는 두 마약성 작물을 두고 만들어진 것이라 전해진다는군.둘은 식물에서 전래되었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라곤 하나도 없다. 대마에서 만들어진 ‘해쉬시’는 복용자를 쿨다운 시키는 반면, 코카에서 비롯된 ‘코카인’은 복용자를 흥분시킨다고 한다. 중독성의 경우는 ‘코카인’이 ‘해쉬시’의 몇배가 된다고 하던데……. 리겔 역시도 한때 마피아에 몸을 담았던 만큼 그 작물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무래도 이번에두 파인가 싶다.”“왜?”“왜긴 왜여. 하늘에 태양이 두개가 뜨것냐?”“되지도 않게 비유하지 말고 확실히 말하자?” 답답이의 퉁박에 리겔이 울그락 푸르락 해지자, 알 샤인이 대신 나섰다. “도시 하나를 두고 마약 카르텔이 둘씩이나 달라붙었다는 거지요. 어떻게 보면 그 두 세력을 아우를 만큼 이곳에 돈이 넘쳐난다는 것도 되겠지만……. 사람 욕심에 끝이 없다는게 문제일 겁니다. 분명 서로가 서로를 찍어내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을거란 이야기에요.”“아……. 야, 너도 이렇게 좀 확실하게 말하라 이거야. 알겠어?”“.......” Channel 2. 아이리스 알 샤인씨의 뒷목을 잡게 만드는 마약 소굴을 뒤로하고, 우리는 소녀와 함께 포토시 은광을 향해 다소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어요. 앞장선 소녀의 발걸음이 빠른 것도 있었지만, 솔직히 마약굴과는 가급적 엮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나름 성직에 한 발 걸치고 있다는 이유가 제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긴 했지만……. 아닌건 아니에요. 마약굴은 아닌 겁니다. 그래요, 마약자체도 문제지만, 문제의 핵심은 마약이 가져다주는 부, 그리고 그것을 쥐고서 놓을 생각이 없는 카르텔의 탐욕에게 물어야겠지요. 로키군과 함께 ‘하샤신’들울 피하기 위해 프로하기온으로 몸을 의탁했던 날들이 떠올랐어요. 그곳에서 조용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소일을 삼았고, 그로인해 나름 보람도 얻었지만…… 대차대조표를 따져보면 적자를 면치 못할 날들이었어요. ‘호랑이를 피하려고 늑대굴로 들어간다’라고 할까요? 그곳에는 하샤신도 하샤신이었지만, 카르텔들이 악질적인 일들을 벌이는 통에, 사람들이 숨도 제대로 못쉬고 살고 있었지요. 그러고 보니, 이곳은 프로하기온과 많이 닮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부가 모이고, 활기차지만, 음습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어요. 눈 덮인 프로하기온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계절과 기후는 정 반대인데, 그림자는 하나같았어요. 점심시간이 되었는지, 은광의 입구에는 광부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얼굴은 흙과 땀이 뒤섞여 얼룩덜룩해 보였습니다. 그들은 얼굴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피곤함을 닦아내려는 듯, 연신 얼굴을 소매로 훔쳤어요. 노력이 무색하게, 그들의 소매춤이 왔다갔다 할 때마다 얼룩이 더 번지는 통에, 얼굴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계속해서 얼굴을 닦아냈습니다. 주설씨는 광부들을 붙잡고 물어물어서 간신히 관리사무소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손님이 왔다고?” 관리소장이라는 사람은 굴에서 나오는 광부들과는 달리, 얼굴에는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피부는 포토시를 덮은 눈 만큼이나 하앴고, 두 개의 턱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씹고 있었어요. 광부들에 비하면 꽤나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는 것이 분명했음에도 그의 얼굴에는 짜증이 묻어있었습니다. 얼굴에 뭔가가 묻어있다는 점에선, 그나 광부나 마찬가지였네요. “안녕하셔유? 지는 삼민상단의 대표 주설이유.” 왠일인지 그녀는 라스알게티 때와는 달리, 자신의 고향색을 숨길 생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공손하게 명함을 내밀었고, 소장은 고분고분 명함을 받아들었습니다. 그는 장식장에 고이 모셔놓은 명함지갑에 그녀의 명함을 집어넣었어요. “삼민상단이면……. 아! 그 라스알하게에 있는……”“잉. 잘 알고 계시네유.”“이야! 만나서 반갑습니다. 멀리서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을 텐데 편히 앉으시죠.”“아녀유. 돈 벌디 찾는건디 고생이랄게 있남유.” 삼민상단이라는 네글자에 소장의 얼굴에 묻어있던 짜증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녹아내렸어요. 인간의 이중성을 목도하는 것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은광 입구를 나서며 얼굴을 벅벅 닦던 광부들이 떠올라서였을지는 몰라도 그의 모습이 상당히 역겹게 느껴졌습니다. 그런 제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리겔녀석은 짐짓 뻐기는 투로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아이고 이 화상아……. “라스알게티에서 소식 들었습니다. 그 콧대 높던 라스알게티 치들을 납작하게 만들었다면서요?”“에이 뭐 별거 있남유? 그냥 돈따라 가다보니…….” 주설씨는 소장의 말이 부끄러웠는지 연신 주억거리고나서야 비로소 목적을 이야기했습니다. 주설씨의 이야기를 들은 소장의 얼굴이 어두워졌어요. “허허, 이거 참 곤란하게 되었네요.”“무슨 일이라두…….”“제가 평소라면 도와드릴텐데, 최근에 이곳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바람에, 광산 일부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여기 인부들이 무너진걸 치우고, 구조를 하는 바람에 내어드릴 수 있는 여유인력은 커녕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구조요?” 소장의 말에 소녀는 화들짝 놀라서 그 자리에서 불쑥 끼어들었습니다. 그 모습에 소장의 얼굴이 잠깐 찌푸려졌다가…… 헛기침을 했습니다. “어른들 이야기 하는데…….”“아녀유. 마침 이 소녀두 자기 오래비에게 물건 갖다주러 온 참이라…….”“허허 참! 그래 그런 일이 있었구나. 가족이 일하고 있는 곳에서 사고가 났다니 많이 놀랄 만도 하지.”“어…… 지 오래비는…….”“일단 이름이 어떻게 되지? 팀장님!” 소장이 인사팀장을 부르자 문이 열리면서 한 여자가 들어왔습니다. 며칠째 퇴근은 꿈도 못 꿨는지, 그녀의 머리는 잔뜩 떡이 져 있었고, 눈 아래는 시꺼매있었어요. 그녀는 서류뭉치를 들고 있었습니다. “네 소장님.”“여기 인원 파악 좀 해 주시죠. 얘야, 니 오래비 이름이 뭐랬지?”“아……알비레오.”“알비레오……알비레오……. 아! 여기있네요!”
갑과을작성일
2021-06-07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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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쫄딱 망한 용병단 이라는 게임을 만들어서 감히 형님들께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쫄딲 망한 용병단 키우기'이라는게임을 만들었습니다. 2명이서 지지고 볶고 5개월을 만들었는데..유저분들 모셔오기가 정말 힘듭니다ㅠ 큰 꿈을 가지고 직원들 모아서 자그마한 게임개발 회사를 시작했는데 그동안 만들었던 게임이 시원치 않았어요.... 후우… 직원들 모두 떠나보내고 딱 두명이 남아서 진짜 마지막으로 게임 하나 더 만들고 안돼면 씨마이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게임 개발이라는 마음으로…꿈에그리던 택틱스게임을 접고, 그냥 방치형 열차에 탑승하기로 하고 5개월을 만들었습니다.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유저들로부터 재미있다는 반응이 나오고는 있는데..유저 유입이 안돼니..이건뭐 답이 없네요. 진짜 우리 용병단 쫄딱 망하는거 아닌가….이런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감히 이곳, 고퀄리티 콘솔게임이 난무하는 짱공유 게임 게시판에 인디게임 따위를 가지고 와봤습니다. 게임에 돈써달라고 가져온거 아니구요. 그냥 관심좀 가져달라고 가져왔습니다. 다운로드수 하나라도 늘려주시면 감사할따름이구요, 좋은 리뷰하나 올려주시면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간단한 게임 소개를 하자면, 말그대로 쫄딲 망해버린 용병단을 살려내고 키우는 게임입니다. 성장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무과금 유저분들이 갓겜이라고 할정도로 과금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수 있도록 기획 되었고,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방치가 베이스고, 어려운 스테이지는 중간 중간 캐릭터를 살짝씩만 컨트롤 해주면 충분한 게임이에요. 싸이버펑크2077이라던가 어쌔신 크리드 : 발할라, 레드 데드 리뎀션2같은 어마어마한 대서사시도 아니고, 멋들어진 그래픽으로 중무장한 게임도 아니지만, 그냥 핸드폰만 켜면 손쉽게 즐길수 있습니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똥싸면서도 할수있죠. 콘솔게임하려면, 우선 의자 세팅하고 티비앞에 앉아서 콘솔 부팅 기다렸다가...ssd가 아니면, 로딩하는데 거의 1분씩 걸리죠? 그리고 한참 하고 있으면, 와이프가 시끄럽다고 잔소리하고..그래서 헤드폰 끼고 있으면, 불러도 대답안한 다고 집구석에서 왜 헤드폰 끼고 있냐고 쿠사리 먹고. 어우..짜증나요.똥싸면서 게임? 후훗..어림없죠. 기냥 핸드폰으로 쫄딱망한 용병단 한번해보세요. 스트레스 안받습니다. 형님들! 자그마한 관심..부디 부탁드립니다. 와이프한테 이번엔 진짜 잘됄거라고 얘기했는데..상황이 좋지 않네요ㅠ 유튜브 광고는 또 왜그렇게 비싼지...가지고 있던 돈 전부 태우고나니 유저들 반짝 들어왔다가 광고 끝나자마자 뚝 떨어지더이다... 와...진짜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이 세계 쉽지 않네요ㅠ 특별한 이유로 이슈가 돼지 않는 이상..그냥 이렇게 몇개월을 방구석에 쳐박혀서 나름 야심차게 만든 게임이 쉽게 묻혀버리는거구나..이런 생각만 듭니다. 코로나 때문에 밖에도 못나가실텐데 쫄딲 망한 용병단 키우시면서 조금이라도 답답함을 해소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형님들...도와주십시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FF.PMG
김영한작성일
2020-12-19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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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공일기장] 두가지 인생 - 99
Channel 0. Finale 1624년 12월 25일 ‘필그림’들이 왕도에서 얻을 것은 대부분 얻었다. 그들의 신경을 거스르던 ‘인종차별주의 단체’를 해산시켰고, 그들의 여정에 필요한 기사단 쪽의 ‘유품상속자’도 합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곳에 온전히 발을 떼기까지는 한 달하고도 7일이나 더 걸렸다. 아직 하나가 더 남아있었거든. “오매 되다 오매 되어......” 리겔은 신음소리를 내며 대기실 소파에 몸을 묻었다. 대기실 천막 너머에는 밝은 햇살의 세계가 있었다. 주설은 멋들어진 드레스를 입고서...... 그녀와 알은체를 하는 사람들과 함께 악수를 하고, 술을 마시고, 포옹을 했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의 중심에 서 있었고, 모두들 그녀를 면죄부를 나눠주는 천사인양 대했다. “니미 정승집 개가 뒤졌나......” 그 모습을 보며 리겔은 입을 삐죽였다. 그의 비상한 기억력으로 주설을 모신 그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날들을 반추해 보아도...... 지금 저기서 ‘절친’이라도 되는 양 포옹을 하는 이들의 90%는 그녀가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본 사람들이였거든. ‘클라허 타히’에선 그가 승자였는데, ‘운터 브룩’에서는 주설이 승자가 된 것이, 영판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뭐하냐?”“별 귀경헌다.”“별구경?”“아따 니는 대학물 묵었다는 년이 메타포도 모르냐? 요년 이거 가짜 아녀?”“대충 하나 주워들으면 귀에 딱지가 앉을 때 까지 우려먹는구먼.”“그려야 내것이 되제.” 리겔은 껄껄 웃으며 아이리스를 매도했다가.......별안간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아이리스는 갸우뚱 하며 그에게 퉁을 놓았다. “오늘 상당히 센티멘탈하다?”“나는 늘...... 센치한 남자여. 내 취미 알제? 노을 봄스로 눈물 짓는거.”“뭐라는거지? 아 그리고, 주설씨가 슬슬 나오래, 리본 커팅 한다고.”“아따, 나 같은 넘이 뭐라고......”“그러게 말이다. 너 같은 놈이 뭐라고 주설씨가 ‘이사’까지 시켜주고 말이지.”“아 맞다. 나 인자 승진혔제?”“사장 1명에, 직원 2명인 회사에서 이사 달아봐야......”“잉? 외 사원이 두 명이여? 니랑 로키 갸는......”“우리? 우린 주주지.”“....... 진짜 디졌으면 좋겄다.”“자본주의의 꽃이 주식인거 몰라? 회사 망하고 싶냐?”“그냥 헌 소리여. 근디 말이여.”“응? 뭐?”“언제 디질겨?”“아 맞아. 근데 그거 알아?”“뭐슬?”“오늘 저녁이 선지국인데....... 재료가 너래.”“허허 좆같은 년이 죽여달라구 악을 쓰네잉.” 서로 훈훈하게 악담을 주고받은 둘은, 말없이 무대를 바라봤다. 아이리스는 무대를 보는 리겔의 눈에...... 동경과 슬픔의 감정이 공존하는걸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다. “부럽다 부러버.....”“뭐가?”“주사장 말여. 언제나 빛나는 별 같자네. 며츨 전만 허드래두 뭔 별거지 겉은년이 채용이다 뭐다 한다 싶었는디.”“뭐......너도.”“잉?” ‘언젠간 그렇게 되지 않겠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려 했지만, 괜시리 훈훈한 말을 했다간 며칠치 놀림감이 되겠다는 생각에, 아이리스는 그만 입을 다물기로 했다. “아냐.”“뭐여? 말을 시작을 혔으면 끝을 내야제.”“너한텐 과분한 덕담이라 안돼.”“씨벌련이......끝까지 지랄이네잉.” Channel 0. Prelude 1624년 11월 24일 “헉!”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뜬 그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적당히 삭은 나무냄새, 그리고 위태위태하게 삐꺽이는 천장, 그리고 이제 막 물에서 건져올린 것처럼 축축하게 젖은 시트. 그가 지금 있는 곳은 아케르날이었다. “잘 잤어?” 문이 삐꺽 열리면서, 여자가 들어왔다. 몇 달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이제 소녀티를 서서히 벗어가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를 보자 긴장이 풀어졌는지 그대로 드러누웠다. “긴 여행이었습니다.”“그래, 그런거 같더라. 꽤나 환영을 받은 모양이었나봐? 피가 장난 아니게 튀던데?”“걸리적거리는 놈이 하나 있었습니다. 예의도 없고.....”“뭐..... 예의 차릴 상황은 아니었겠지. 실제로 만나본 소감은?”“제 짧은 소견으론...... 파멸이 그중에선 제일 낫더군요. 위선은...... 솜씨 좋긴 한데, 좀 더 배워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만...... 어차피 다 아시잖아요?”“지켜본 거랑, 직접 느낀 거랑은 다르지 않겠니? 고생했으니, 식사라도 하지 그래.” 그가 돌아올 것을 알았는지, 식탁에는 2인분의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녀는 대충 떠 먹는 척만 하는 동안, 남자는 걸신들린 것처럼 정신없이 그릇을 비웠다. “더미를 좀 더 강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아 그래? 지켜보니까 그럭저럭 할 만 한 것 같더니.”“지금이야 그렇지만...... 그들이 더 강해질 것을 상정해 놔야 할테니까요.”“그래 그렇게 하자. 출발은 언제 할 거같디?”“일단..... 그들이 거기에 온 목적을 완전히 달성해야 할 것 같으니 대략 한달정도? 그정도 걸리지 싶습니다. 그 안에 더미를 좀 더 보강하고.....”“......” 남자가 말을 이어가는 동안, 여자는 슬그머니 숟가락을 내려놓고, 남자가 하는 말을 찬찬이 경청했다. 그녀는 그것이 퍽 즐거워 보였다. “신이 나나 보구나?”“아.....네?”“이제까진 책임감에 짓눌렸는지 얼굴이 펴질 날이 없었는데...... 지금은 신나서 계획도 다 세우고 있으니 말이야.”“어.....음..... 죄송합니다.”“아냐, 죄송할거 있니? 그..... 너희 조상들이 만든 말 있잖아. ‘소시지도, 먹을거면 웃으면서 먹어라.’였던가?” Channel 1. 로키 1624년 12월 31일 “와..... 로키군 봤어요?” 답답이는 사뭇 흥분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어왔지만, 안타깝게도 말 걸 상대를 잘못 찾은 것이 아닐까 싶다. 내 가슴팍에 박혀있는 이 종잡을 수 없는 피조물 때문에 나는 눈앞을 가득 메우는 숲을 보고도 아무런 감흥이 일어나질 않았거든. 그녀는 내게 우리 눈앞에 드리워진 숲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자신의 소감을 한참 동안 늘어놓았지만, 내 반응은...... 그녀의 마음에 썩 내키질 않았을 것이다. 답답이는 나의 이런 반응이 별로였는지 이내 자리를 떠나 다른 이들에게로 쪼르르 넘어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녀석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바는 없어보였다. 주설은 깃펜을 질겅질겅 씹으며 신경질적으로 서류를 넘겼고, 리겔의 경우에는..... “오지 마야!”“아니 왜 그리 성질이야?”“니가 열로 와부리면 무게중심이 무너지자네!” 그 덩치가 손을 파르르 떨며 답답이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허 참...... 고소공포증이라니, 저 물결치는 근육이 아까울 지경이로군. 하지만 모처럼만에 리겔놈의 약점거리를 찾은 것이 그녀에게는 퍽 즐거운 일이었는지, 답답이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리겔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그녀는 악의가 잔뜩 묻은 즐거움으로 달떠보였다. “덩치 값 좀 하자 근육 돼지야.”“뭐시여?”“에에? 화내는 거야? 여기서 한 번 뛰어볼까?”“하지 마라고!” 답답이와 알샤인은 신이 나서 리겔의 눈앞에서 발을 쿵쿵 굴렀고, 녀석은 손이 햐얘지도록 손잡이를 잡은 채, 도살장 앞의 돼지마냥 꺽꺽거리는 소리를 냈다. “진짜 내리기만 혀라. 너거들 모가지 따가꼬 선지국을 맹글랑께잉.” 다소 유치한 그들만의 잔치에 휘말리고 싶은 마음은 일절 없었기에, 나는 주설의 옆자리에 앉았다. 녀석은 내가 방해꾼이라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신경질적으로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방해할 생각 1도 없으니까, 하던거 해.”“그려.” 셋은 낄낄거리면서, 때론 화내면서 하다가 사이좋게 창가에 나란이 앉아서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무르짐 산맥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리겔도 나머지 놈들이 자리를 복도 쪽으로 옮겨가고 나선 부쩍 용기를 내게 된 모양이었다. “흐미...... 징허네. 귀도 먹먹허지구.”“성도 그렇소?” 알 샤인은 ‘기사단’이라는 짐을 내려놓고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는지, 어설프게나마 리겔의 말투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책임감에 억눌러왔던 ‘프로하기온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조금은 고개를 드는 모양인가보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내 알바는 아니다. “근데, 시원하게 산을 직선으로 타고 올라가면 될 것을 왜 이렇게 빙빙 돌아서 가나 몰겄네.”“철도는 노선이 일정 기울기 이상으로 가팔라지면, 제대로 올라갈 수가 없거든요. 크레인으로 끌어서 올리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다소 돌아서 가더라두 완만하게 선로를 놓는게 장기적으론 싸게 먹히제라.”“아아..... 그런 이유가 있었네요.”“왐마 우리 아우님이 기사단 들어감스로 돈찔러준건 아닌갑소잉. 생각보다 총명허네.”“셤보고 들어갔소 셤보고.” 셋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주설이 만지작거리고 있는 서류뭉치를 슬쩍 엿보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건 뭐 말이 ‘서류’지 낙서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지러운 낙서가 한 가득이었다. 서류의 한 가운데에는...... “아이템?”“그려.”“그게 뭐가 문제야? 팔건 많잖아?”“인자는...... 그런 식으로는 힘드니 그렇지 뭐......”“무슨 소린지 알 도리가 없군. 그냥 팔면 되는거 아냐?”“몰르는 소리 말어..... 이 바닥서 제일로 수요가 많은 시장이 어디겄어? 왕도 아니겄냐.”“음..... 그렇겠......지?”“나가 취급허는 물건이...... 암만혀두 사치품인디, 왕도에서나 먹히지 딴데서는 비비기나 할 수 있간?”“음......”“인자는 여그서 물건 팔아제낄 생각을 허지 말구...... 여그서 물건을 띠와서, 왕도에 판매하는 걸루다가 전략을 고쳐야 할겨.”“왜 그렇게 똥 씹은 표정을 짓나 했떠니 나름 이유가 있었군.”“근디 그...... 문제가 있다믄...... 기존 유통라인이란게 쫀쫀허게 자리잡구 있을 건디....... 요거를 뚤버내는 게 쉽지는 않겄지.”“.......”“그걸 못 뚫음, 삼민상단은 그냥 지역 브랜드로 끝나는 거여.”“......”“허...... 어디 갑자기 날벼락이나 안 떨어지나.” Channel 2. 아이리스 1624년 12월 31일 열차가 무르짐 산맥의 초입에 이를 때 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사람들에게 ‘가이드’가 빙의되어, ‘필그림’들에게 무르짐 산맥에 대한 이모저모를 소개했었어요. 마치...... 제 자신이 “와...... 이거는 뭐냐?”“어...... 음...... 그게.” 뭐라도 되는줄 아는 것 같은 낯 간지러운 우월감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휴, 정말 열차에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을 짓이었죠. 그래도 라스알게티 출신이라는 것과, ‘수사님’의 거처에 몇 번 왔다갔다 했던 경험을 가졌다는 어드벤티지로 처음에는 자랑스럽게 이것저것을 말해왔지만...... 문제는 저의 얄팍한 경험으로 커버를 치기엔 무르짐 산맥은...... 정말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창조물’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형’? 아니 있어봐...... ‘그릇’? 흠..... 생각을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이 거대한 스케일을 가진 장소를 한 단어로 묘사하려고 드는 것 자체가 ‘교만’하다는 절절이 느끼게 됩니다. 확실한건 그래요. 제가 이제껏 알고 있던 무르짐 산맥은 과장 좀 보태면 전체의 0.000001%도 안될거에요. “도가도 비상도여.”“그게 무슨 말이야?”“도를 도라고 말 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도라고 할 수 없다.” 우리의 모습을 더는 묵과할 수 없었는지, 주설씨는 질겅이던 펜을 서류철 안에 끼워두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어요. 오오, 참 타이밍이 좋아요. 그녀가 앉을 즈음에 우리를 실은 열차는 거대한 V자 협곡을 지나가고 있었거든요. 무르짐 산맥의 풍경들은 어느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 우리가 내려다보는 V자 협곡은...... 백미 중에 백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누군가가 뜨끈하게 김이 나는 피자에서 딱 한 조각을 떼어다 놓은 것 같은 풍경이었어요. 이런 모양으로 땅이 잘려나갈 수 있다는게 놀라울 뿐이에요. 세계를 창조한 ‘아버님’의 손길이 강력하게 역사하심을 이렇게 눈앞에서 볼 수 있다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한편, 어떻게 보면 엉뚱한 생각이 들었어요. “‘배교자 조르다노’가 화형을 당할 주장을 하기 전에, 지금 우리들이 보는 이 풍경을 봤더라면......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할 수 없었을 텐데.”라는 생각 말이에요.‘배교자’는 죽었지만, 그의 생각까지 죽은 것은 아니어서......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도 그의 사상이 담긴 찌라시가 학내에 알음알음 돌아다녔다고 했잖아요. 그런 ‘숨은 배교자’들은 자신들의 교조의 생각에 몰두하다보니, “이 세계는 ‘아버님’같은 절대자가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이 아니며, 단지 ‘우연’의 산물이었을 뿐이다.”라는 어이없는 소리를 하기에 이르렀다고 하더군요.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정말 ‘우연’이 이 세계가 만들어졌다면...... 수조안에 흙, 모래, 풀등을 넣고 백날 흔들어보라고 그래요. 과연 지금 제가 눈앞에서 목격하고 있는 이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 수 있기나 하겠습니까? 이 아름다운 풍경, V자로 잘려나간 거대한 지형...... 이건 ‘누군가’가 의도하고 만들지 않고선 도저히 설명할 방법이 없는게 당연해요.‘배교자’들은 우리들 보고 ‘신이나 믿는 머저리들’이라고 잘난 듯이 지껄이지만, 그들의 본질은, 그저 책상에 앉아 턱이나 괴면서 망상을 하는 멍청이들 일거에요. 안 봐도 뻔해요. “도가 뭔데요?”“도 몰러유?”“모르니까 묻죠.”“도는..... 말로는 못혀유.”“뭐에요? 말장난도 아니구.”“말로 설명할 수 있으면 그건 더 이상 도가 아니라구 혔잖아유. 내 생각에 도는...... 말로 이렇다 저렇다 허는게 아니라..... 보고, 느끼는거라 생각혀유. 쩌것처럼.”“야옹.” 으응? 언제 깨어났는지, 트렁크에서 냥사장이 고개를 빼꼼이 꺼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하하, 라스알게티로 돌아오고나선 한참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길래, 고향에 온 김에 아주 떠나버렸나 했는데...... 그래도 대접받는 경험을 완전히 떼어놓을 수 없었던 모양이에요. 저는 냥사장이 빠져나오면서 만든 트렁크 틈 사이에 손을 넣어 참치통조림을 꺼냈어요. 그리곤 냥 사장의 입에 넣어주었답니다. 냥사장은 오물거리며 참치 조각을 씹더니, 만족스러운 얼굴로 제 품안에 파고들어왔어요. “그루미엄으로 가야한다고 했죠?”“잉, 아케르날로 갈라믄 거서 가는기 질로 안전하다구 혔슈.”“거기까진 편도로 8일이다. 이런 풍경은 토하도록 볼 텐데 굳이 지금 감탄하...... 으윽!” 로키군이 퉁을 놓으려는 찰나, 우리 뒤쪽에서 우릉우릉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열차가 떨리기 시작했어요. 무슨 일인가 싶어 그쪽의 창문으로 가려는 차에...... “엎드려!”
갑과을작성일
2020-05-24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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