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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석특집] TV방영 영화 한눈에 보기
2015년 추석!!TV에서 방영될 특집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9월 25일 25일 달고의 추천작 : 관상 사람의 얼굴에는 세상 삼라만상이 모두 다 들어있소이다!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천재 관상가 내경. 처남 ‘팽헌’, 아들 ‘진형’과 산속에 칩거하고 있던 그는관상 보는 기생 ‘연홍’의 제안으로 한양으로 향하고, 연홍의 기방에서 사람들의 관상을 봐주는 일을 하게 된다. 용한 관상쟁이로 한양 바닥에 소문이 돌던 무렵, ‘내경’은 ‘김종서’로부터 사헌부를 도와 인재를 등용하라는 명을 받아 궁으로 들어가게되고, ‘수양대군’이 역모를 꾀하고 있음을 알게 된 그는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한다. 9월 26일 달고의 추천작 : 피끓는청춘 예고편 "요즘 연애는 연애도 아니여~~!!"청춘은 원래 뜨겁고 힘이 남아돈다! 1982년 충청도를 뒤흔든 전설의 대박 사건! ‘영숙’(박보영)은 충청도를 접수한 여자 일진이지만, 홍성농고 전설의 카사노바 ‘중길’(이종석)을 바라보며 애만 태운다. 한편 홍성공고 싸움짱 ‘광식’(김영광)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영숙이 야속하기만 한데, 서울 전학생 ‘소희’(이세영)의 등장이 이들 관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다. 소희 꼬시기에 여념 없는 중길 때문에 속상한 영숙의 마음을 알아챈 광식은 급기야 소희에게 손길을 뻗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선 중길을 지키기 위해 영숙은 눈 하나 꿈쩍 안하고 자신을 던지는 중대한 결심을 하는데…… 1982년 충청도를 뒤흔든 불타는 농촌로맨스! 청춘의 운명을 뒤바꾼 뜨거운 드라마가 지금 시작된다! 9월 27일 (추석 당일) 달고의 추천작 : 기술자들 예고편 뛰어난 두뇌의 금고털이이자 작전의 설계는 물론 모든 위조에 능한 멀티플레이어 지혁, 절친한 형이자 인력 조달 전문 바람잡이 구인과 함께 어떤 보안 시스템도 순식간에 뚫어버리는 업계 최연소 해커 종배와 손잡고 기막힌 솜씨로 철통 보안을 자랑하는 보석상을 털며 순식간에 업계에 이름을 날린다. 이들을 눈 여겨 본 재계의 검은 손 조사장은 자신이 벌일 큰 판에 지혁 일당을 끌어들인다.조사장이 설계한 작전은 동북아 최고의 보안 시스템을 자랑하는 인천 세관에 숨겨진 고위층의 검은 돈 1,500억. 주어진 시간은 단 40분. 클래스가 다른 기술자들의 역대급 비즈니스가 지금 시작된다! 9월 28, 29일 달고의 추천작 : 허삼관 예고편가진 건 없지만 가족들만 보면 행복한 남자 '허삼관'이,11년간 남의 자식을 키우고 있었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되면서 펼쳐지는 웃음과 감동의 코믹휴먼드라마달고의 추천작 : 명량 예고편 1597년 임진왜란 6년, 오랜 전쟁으로 인해 혼란이 극에 달한 조선. 무서운 속도로 한양으로 북상하는 왜군에 의해 국가존망의 위기에 처하자 누명을 쓰고 파면 당했던 이순신 장군(최민식)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건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가득 찬 백성, 그리고 12척의 배 뿐. 마지막 희망이었던 거북선마저 불타고 잔혹한 성격과 뛰어난 지략을 지닌 용병 구루지마(류승룡)가 왜군 수장으로 나서자 조선은 더욱 술렁인다.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배가 속속 집결하고 압도적인 수의 열세에 모두가 패배를 직감하는 순간,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를 이끌고 명량 바다를 향해 나서는데…! 12척의 조선 vs 330척의 왜군 역사를 바꾼 위대한 전쟁이 시작된다!올해 추석에도 볼만한 영화들이 한가득 >_<추석에도 방콕하는 달고는 영화나 실~컷 봐야겠네요(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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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결혼·육아] 소개팅에서 성공할 수 있는 대화주제
?소개팅에서 성공할 수 있는 대화주제- 남자소개팅성공법 2탄소개팅에 관한 일반상식을 QnA로 풀어봤던 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는 소개팅에서 성공할 수 있는 대화주제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 봅시다. 먼저 대화주제에 관한 본격적인 조언에 앞서 기본적이지만 너무나도 중요한 상식부터 점검해보겠습니다. 1. 소개팅에서 성공할 수 있는 대화주제? 말보다 분위기가 중요하다!-> 흔히 소개팅을 앞두고 있는 남자의 경우 크게 세가지를 걱정합니다. - 어디 가지? or 뭐먹지? (소개팅 코스)- 뭐 입지? (소개팅 복장)- 무슨 얘기하지? (대화주제)이것들을 구상하느라 머리가 복잡하죠. 근데 본인이 구상을 열심히 해서 성심성의껏 소개팅에 임하고 있는데도 계속 잘 안되고 있다면? 아마 문제는 다른 곳에 있을 겁니다. 그게 뭘까요. 본인 자신의 분위기 혹은 이미지죠. 사람들은 흔히 분위기나 이미지를 얘기하면, 이탤리언 레스토랑이나 아니면 깔끔한 옷차림 정도를 떠올립니다. 그렇지만 지금 하려는 얘기는 그것보다 훨씬 본질적인 차원의 것이예요. 학교 친구나 회사 동료 중 무작위로 세명만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사람에 대해 말로 설명을 해준다고 상상해봅시다. 가령 이런 식이겠죠. "음.. 그 친구는 좀 샌님같은 이미지야. 말투도 조용조용하고 점잖거든. 말로 설명하긴 어려운데.. 좀 엉뚱한 느낌이 있어서 가끔 빵터져 ㅎㅎ" 그사람을 떠올릴 때, 말로 쉽게 설명이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사람 특유의 버릇이나 행동거지, 말버릇, 말투, 목소리 등에서 풍기는 어떤 분위기나 이미지 같은 게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걸 분위기/느낌/이미지 라고 말하죠. 호감은 여기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여자가 만약 "그남자 옷도 깔끔하게 입었고, 크게 모난 부분은 없는데 그렇다고 딱히 끌리지는 않아"라고 말한다면 바로 이런 부분에서 매력이 부족한거죠. 아무리 심사숙고 해서 소개팅에서 성공할 수 있는 대화주제를 리스트업을 하고, 핸폰메모장에 저장해놨다고 해도 이런 분위기/이미지 상으로 매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잘 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매력을 어떻게 만들어낼 지는 제 블로그의 다른 글에서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으니 패스하고, 다음 얘기로 넘어가죠. (출처 : 듀오)2. 소개팅에서 성공할 수 있는 대화주제? 뻘짓부터 피해야...-> 애프터는 무슨 대단한 매력어필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월계관 같은 게 아닙니다. 적당한 수준에서 사교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하하호호 대화좀 하면 큰 무리가 없으면 애프터는 가능합니다. 그게 뭐 별겁니까. 그냥 사람 얼굴 한번 더 보자는건데요. 그래서 더욱 중요한 건 "그남자는 절대 아냐"라고 여자가 부정적인 확신을 가질 법한, 그런 뻘짓을 피하는 겁니다. 위의 사진을 한번 보세요. 상위권에 언급되어 있는 남자의 뻘짓은 사실 소개팅이 아니라도 일반적으로 남자가 여자를 만났을 때 저지르는 그런 것들 입니다. - 잘 보이려는 의욕이 과해서 허세/과시를 함- 여자가 난처해 할만한 질문을 던짐 (과거사 etc.)- 여자의 자존감을 위협하는 화제를 계속 언급함 (나이/외모/자기의 옛여자)특히 '자기 과시'의 경우 너무 흔한 실수라 말하기도 입 아픈데, 최근 친구특집 '아빠어디가'를 보니 윤후도 지원이 앞에서 그러는 걸 보면 남자의 본능 같기도 합니다. 근데 스스로를 윤후로 착각하면 곤란해요. 다 큰 어른이 그러면 좀 이상해 보입니다. 여자가 직업에 관한 질문을 하나 던졌다고 해서 "내 능력을 어필할 기회는 이때다!" 하면서 여자는 잘 알지도 못하는 자기 직업과 관련된 얘기를 길게 하는 건 큰 실수입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사회경험 좀 있는 남자의 경우에 여자가 좀 어리면 자기가 뭘 좀 안다는 투로 계속 가르치려고 들고, 훈수놓는 실수를 자주 범하는데 밥맛이니 자제합시다. 3. 소개팅에서 성공할 수 있는 대화주제, 뭐 별거 없다?-> 진짜로 별 거 없습니다. 그냥 서로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내용이면서, 둘 다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면 족합니다. 만약에 한 사람만 잘 알고 있는 내용이더라도 그게 상대방도 흥미있어할 만한 내용이라면 훌륭한 대화주제가 되는 거죠. 가령 여자가 여행에 관심있는데 그녀는 못가본 울릉도에 나는 다녀왔다고 하면, 그건 훌륭한 얘기꺼리가 될 수 있는거죠. 소개팅에서 성공할 수 있는 대화주제 몇가지를 랜덤하게 리스트업 해봅시다. - 주선자를 알게된 계기/주선자와의 재밌는 에피소드 (소개팅 초반에) : 주선자는 둘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죠. 바로 성감ㄷ...아니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주선자와 관련된 과거의 재밌는 에피소드는 훌륭한 ice-breaker 역할을 합니다.?- 첫인상에 대한 칭찬 (이것도 초반) : 누구나 사람은 "남이 자기를 어떻게 볼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옷차림이나 인상 등에 가벼운 칭찬을 담아서 언급하는 것은 나쁘지 않죠. 예를 들자면..남 :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괜찮으신데요?여 : 감사합니다 ㅎㅎ남 : 영숙이는 저한테 잘 안나온 사진 위주로만 보여줬나봐요여 : 그래요? 남 : 예, 저한테 오빠..괜찮겠냐고...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나왔는데, 괜찮으셔서 마음을 다시 좀 채워 볼려구요 ㅎㅎ- 직업에 대한 가벼운 수준의 대화 (중반) : 오바금지. 가벼운 수준으로 질문하고 답합시다. 상대가 관심을 보일 때, 그때 더 얘기하면 됩니다. 대신 요새 힘들어 죽겠다느니.. 등의 엄살은 빼시고.- 영화/드라마/가수 (중반) : 무겁지 않은 주제로 흥미도 있으면서, 동시에 상대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 영화나 음악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사람이 어떤 스타일인지 짐작해볼 수 있죠. - 좋아하는 이성상 (중후반) : 좋아하는 연예인 얘기를 하다가 연타로 이어가기 좋습니다. 가령 "전 더테러라이브가 설국열차보다 재밌었어요. 하정우를 좋아하거든요"라고 여자가 말하는 경우에, "하정우같은 스타일 좋아하세요? 좀 얼굴 큰 스타일이요?" 라고 되물으면 여자는 자기가 하정우를 왜 좋아하는지 등에 대해 말할 겁니다. 이때 "그럼 남자 볼 때도, 그런 스타일 좋아하세요?" 라고 이어가기가 괜찮죠. 이때, 여자가 "난 이러이러한 남자가 좋다" 라고 말을 했을 경우에, 자신이 그에 부합하기 때문에 어필해 볼 수 있다 싶은 부분이 있어도 그냥 그때는 잠시 묻어두는 게 낫습니다. 그냥 분위기 좋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나중에 그 화제를 벗어났을 때 아까 생각해뒀던 자기 얘기를 꺼내는 게 더 좋은 방식이예요. 여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 그래요? 내가 그렇거든요. 제가 사실은 어쩌구 저쩌구.." 하면 자기어필의 의도가 좀 과해 보이니까 쿨타임 한번 갖고나서 나중에 스윽 흘려주듯 말하는 게 더 낫습니다.- 취미, 관심사, 여행 (중반/후반 아무때나) : 상대가 흥미를 보인다고 해서, 너무 과시하는 투로 말하면 곤란합니다. '그냥 그런 것도 있는데, 너하고 한번 공유해보자' 정도로 가볍게 얘기하되, 과거의 경험은 좀 리얼하고 세세하게 묘사해서 마치 그런 경험을 그 여자도 하는 느낌이 들게 얘기해주면 더 흥미진진한 대화가 될 겁니다. 서로 자기 취미나 여행 경험 한두개만 풀어놓고 얘기해도 30~40분은 후딱 가요. 소개팅에서 성공할 수 있는 대화주제가 여기서만도 몇 개씩 나올 수 있는거죠.기력 떨어져서 이쯤에서 마무리지어야 겠네요. ㅎㅎ 제가 써놓은 부분만 잘 읽어보셔도 큰 틀은 잡고 시작하는 거니까, 크게 나쁘진 않을 겁니다. 이상 남자소개팅성공법의 제 2편, 소개팅에서 성공할 수 있는 대화주제에 대해 얘기해봤습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서, 다들 건강하고 행복한 남자의 삶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New 훈애정음 ( http://blog.naver.com/terrytsts )
해송월작성일
2013-10-02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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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글터] 모텔탈출기
이건 정말큰일이다.초등학교 때,엄마가 아끼던 200만 원 짜리 도자기를 깼을 때보다 더혼이 날 것 같다.물론, 그 도자기보다 비싼 건 아니지만,욕실에 나뒹굴고 있는 이 육체는 자칫하면내 인생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어쩐지 너무 쉽게 모텔까지 데리고 오나 했는데,사람일이란 새옹지마라고 말도 안 되는 일이 터져 버린 것이다.엄마의 화난 얼굴과 이제 한 달 후면 결혼하게 될 나의 피앙세(fiance), 정화의 실망한 얼굴이 오버랩 되기 시작한다. 두 시간 전,채팅에서 만난 가출소녀와 20만원으로 밤을 같이 보내기로 하고,약속장소로 갔다.자동차의 히터를 틀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긴 머리를 찰랑거리며,내 키 정도 되 보이는 훤칠한 여자애가 나타났다.여자애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링 귀걸이를 하고 있었고그 것이 더욱 그 애를 섹시하게 보이게 했다.차에 여자애가 타자마자,요즘 성업중인 신도시 주변의 모텔들을 찾았지만,룸이 없어 한참이나 헤맨 후,허름한 '파라다이스'라는 이름의 모텔 203호 로 들어왔다.그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먼저 샤워한다며 욕실로 들어간 애가 한 시간이 넘어도 나오지 않아 들어가 봤더니,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게 아닌가.인공호흡도 10분이나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의학도인 내가 보았을 때, 완전한 사망이었다.전혀 가망이 없는...사인은 후두골(後頭骨) 함몰로 인한 뇌진탕으로 보였다.바닥에 미끄러져 세면대에 부딪친 것 같았다.뭔가 소리가 났겠지만,난 그 때 방에서 한창 에로비디오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욕실 바닥에 주저앉아 이 이름도 모르는 여자애의 시체를 망연히 바라보고 있다.처음엔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애는 미성년자다.그렇지 않아도 요즘 원조교제에 대해 말이 많은데,큰 종합병원 원장의 아들인 의대생이 그랬다는 게언론에라도 나오게 된다면, 내 앞날 은 끝장이다.그리고, 엄마는 얼마나 화를 낼 것인가,금이야, 옥이야 키워놓은 아들이이런 쓰레기와 밤을 보내려고 했다는 걸 아신다면...생각만 해도 몸서리 쳐진다.그리고, 정화.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결혼 준비가 착착 진행중인데,신랑 될 사람인 내가 다른 여자랑 모텔 에 들어왔다는 걸 안다면우리의 혼사는 그걸로 끝장이다.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하자, 생각을...명석한 두뇌라면 누구에게 도 지지 않는 내가 아닌가.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욕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며, 30분쯤 고민하니,흥분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생각을 정리해 보자.우선, 이 파라다이스란 모텔의 위치는 신도시이다.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초저녁이었지만, 인적도 드물었고,내가 아는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물론, 나와 이 여자애가 모텔로 들어서는 걸 본 사람이 있다.모텔 프런트에 혼자 앉아있던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빨간 머리의 20대 초반의 청년.그 녀석도 잠시동안 나를 본 걸로 내 얼굴을완전히 기억하지는 못할것이다.그래, 달아나자.이대로 시체를 두고 달아나 버리면 되는 일이다. 시체를 발견한다고해도 같이 투숙했던 나를 찾을 수 있을까?잠시 동안 생각한 후 나온 대답은 '찾을 수 있다'였다.난 빨간 머리에게 주차를 맡겼었다.자동차 키를 건네주는 나에게 녀석은 분명 이렇게 말했다."와우, 저 빨간색 재규어가 정말 손님 차예요? 한 번 꼭 몰아보고 싶었는데.""조심해서 다뤄 줘요.""마음 푹 놓으세요."빨간 머리는 내 차를 기억하고 있다.내가 왜 나의 귀중한 애마를 녀석에게 맡겼을까?정말 땅을 치며 후회할 일이었다.빨간 색의 재규어를 가지고 있는 20대 후반의 청년은 국내에 몇 명되지 않을 것이다.지금 이대로 시체를 두고 달아난다면 분명 잡히고 말겠지.다른 방법은 없을까?그래, 업고 나가면 된다.어디가 갑자기 아픈 것같이 해서 급하게 업고 나가면...갑자기 우리 클럽 멤버중의 한 명인 재찬이의 말이 떠올랐다.작년 겨울인가, 재찬이가 여자를 꼬셔서,러브호텔에 갔었는데, 그때, 그 여자애가 갑자기 복통을 일으켜서 급하게 응급실로 데리고 간적이 있다고 했다."와, 말도 마. 진땀 뺐다니까. 옷을 벗기고, 침대에 눕히는데, 갑자기 배를 잡고 뒹구는데, 환장하는 줄 알았어.""하하, 재미보러 갔다가 그게 웬 봉변이냐.""급하게 들쳐업고 모텔을 빠져 나오는데, 프런트에서 나를 막 붙잡는거야.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말이야나더러 주민등록증을 내 놓으라고.""아니, 왜?""생각해봐라. 그 여자애가 죽기라도 하면, 내가 죽였는지,아니면 진짜 아파서 죽었는지 모르잖아.모텔 같은 숙박업소에선 살인사건도 많이 일어나고,도피중인 수배자들도 많아서 그런지 그런 경우엔 되게 민감하더라"재찬이를 곤경에 빠뜨렸던 여자는 분명,재찬이의 등에서 신음도 하고, 꿈틀거렸을 것이다.그런 경우에도 프런트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꼼짝도 하지 않는 여자를 업고 나가면 빨간 머리는 어떻게 할까?모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남자의 등에 업혀 나가는 여자..이것만큼 이상한 광경도 없을 것이다.희미하게 보이던 빛이 사라져 버렸다.이대로 여기서 끝나는 것인가.난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체가 원망스럽기만 했다.영화나 소설에서 보니까,마법사들이나 주술사들이 시체를 소생시키는 마법을 쓰던데, 내게 지금 그런 힘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그러면, 이 시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면 되는데...가만, 가만... 이거 흥미로운걸...데리고는 못 나가지만, 가지고 나갈 순 있다.그래, 어차피 이 여자는 지금 시체가 되어 있고,시체란 건 결국 고깃덩어리하고 마찬가지다.그럼, 가지고 나가면 된다. 난 시체의 허벅지, 팔을 만져 보았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의 근육과 같은 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목욕을 한다고 욕탕 안에 온수를 받아 놓아서 욕실의 온도가 따뜻해아직 체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누워 있는 시체를 돌려 등을 살펴보았다.혈액응고가 시작되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반(屍班)도 보이지 않았다.사후경직도, 혈액응고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나에겐 정말 큰 행운이다.그리고, 나의 해부학 성적이 A+라는 것도. 열심히 공부하길 잘했다니까.이 시체를 분해한 다음, 큰 가방에 담아 가지고 천연덕스럽게 나가면된다.혹시 프런트에서 빨간 머리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여자 분은요?"이렇게 되면 곤란해진다. 이 모텔의 프런트는 현관의 정면에 위치해있고, 프런트의 눈을 피해 현관으로 나가는 건 불가능하다.가지고 나간다는 것도 방법이 안 되었다.결국, 이 큰 키의 시체가 일어나서, 성큼성큼 걸어 나가주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방법이없는 것이다.큰 키... 큰 키...난 거울을 한 번 보았다.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룸으로 들어가 모텔의 뒤쪽으로 나 있는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상가들만 좀 있을 뿐, 주택은 거의 없었다.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내예상 대로다.모텔이란 곳은 건물의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쓴다.이 '파라다이스' 모텔도 마치 궁전같이 보이게 짓느라 벽돌을 돌출 시키게 하는 형식으로 지어져 있다.내 머리 속은 퍼즐을 끼워 맞추듯 작전에 필요한 여러 조건을 검토하고 있었고, 결론은 이 시체를 걸어나가게 할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는 것이었다.자, 그러자면 일단 수술도구들이 필요한데...어떤 것들이 필요하지?톱과 여러 크기의 칼들, 남자용 가방과 여자용 쌕 몇 개, 그리고, 쓰레기 봉지와 청테이프와 모자. 자, 그럼 모텔 탈출 작전을 시작하자.준비는 끝났다.상점들이 서서히 문이 닫기 시작하는 시내를 정신 없이 돌아다녀, 겨우 장만할 수 있었다.난 정말 천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이런 기쁨보다도 더 나를 휘감고 있는 건 이대로 달아나고 싶다는 욕망이다.저 모텔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약해지는 의지를 붙잡았던건,해부학 첫 시간, 교수님이 해 주셨던 이야기였다.'의사는 인간이 아니다. 의사는 강철이다.'그래, 나에게는 강철과 같은 의지가 있다.이대로 달아난다면 난 평생 파렴치한이라는 낙인이찍힌 채 살아야 할 것이다.고작 이런 일로 핑크빛 미래를 어둡게 할 수는 없다.난 당당하게 파라다이스 안으로 들어섰다.프런트 안에 있는 빨간 머리가 나를 보았다.난 내 한 쪽 어깨에 들려져 있는 좀 크다 싶은 쌕에 대해 녀석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뭇 궁금했다.이 쌕 안에는 여자용 쌕이 들어가 있고,그 안에는 다른 도구들이 들어가 있다.키를 건네준 녀석은 도로 프런트에 있는 TV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내 예상은 들어맞았다.내가 왜 이런 걱정을 하느냐 하면, 모텔 같은 데서는 손님이 무거운짐을 가지고 있으면 들어 주려고 할 수가 있다.하지만, 빨간 머리는 이 정도 크기의 짐에는 움직이지 않았다.룸으로 돌아온 나는 바삐 욕실로 들어갔다.사람이란 참 간사한 생물이다. 욕실에 들어가기 전까지,난 시체가 없었으면 하는 어린아이 같은 상상을 했다.하지만, 시체는 그 모습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쓰러져 있었다. 그래, 현실은 받아들여야지. 난 작업에 착수했다.욕실 안에서 작업에 필요 없는 모든 것들을 룸으로 옮겼다. 뭐, 비누나 휴지, 샴푸, 타월, 어느 욕실에나 있는 그런 것들을 말이다.그리고, 옷을 모두 벗은 채, 여자애가 하고 있던 브래지어로 시체의양 발목을 단단히 묶었다.그리고, 시체를 물구나무 세운 뒤,발목에 묶여있는 매듭을 욕실 벽의 옷걸이에 걸었다.옷걸이의 높이가 낮아서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었지만,그런 대로 만족할 만했다. 서서히 경직되기 시작한 무거운시체를 거꾸로 세우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어차피, 좀 기다려야 하니까, 여유 있게 앉아서 담배나 태우자.담배 두 대를 태운 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우선, 온수를 틀었다.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우선, 온도의 문제.어쨌든 시체가 경직이 되면 작업이 힘들어질 것이다.두 번째는, 소리의 문제. 방음시설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돌다리도 두들겨 가며 건너야 할 때니까.세 번째는, 뒤처리의 문제다. 욕실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으면 습도가 높아 피나 오물이 튀어도 쉽게 응고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밑준비는 모두 끝났다 나는 톱을 들었다.이런 젠장... 이제 와서 손이 떨리다니...해부학 시간이라고 생각하자. 지금은 해부학 시간이다.하지만, 떨림은 좀처럼 멈추려 하지 않았다.그래, 엄마와 정화를 생각하자.엄마의 화난 얼굴과 정화의 실망한 얼굴을...나는 시체의 몸에서 목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지금이 몇 시지?새벽 세 시. 피비린내와 배설물의 냄새를 맡으며,이 곳에서 다섯 시간이나 있었구나.내 온몸은 피와 오물로 가득했다.어서 빨리 끝내고 목욕이나 했으면 좋겠다. 우선은 좀 쉬자.내가 지금까지 도대체 뭘 했지? 시체의 머리는 미장원에 있는 가발마네킹처럼 세면대 위에 잘 모셔 놓았고, 그 뒤에 어깨와 대퇴부에 있는 경동맥에서 피를 대충 뽑아냈다.부피를 최대한 줄여야 하니까...그리고, 지금 욕실 바닥엔 인간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고깃덩이와 뼈들이 늘어져 있다.자꾸 바닥이 미끌거려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자칫하면 여자애가그랬듯, 내가 뇌진탕으로 죽었을 지도 모른다.자, 다시 시작하자. 난 피로 물들어 있는 커터를 들었다. 그리고, 얌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머리를 집었고, 두피를 벗기기 시작했다. 어깨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 하긴,10kg이 넘는 쓰레기 봉지를 수백 바퀴는 돌렸으니...뼈는 의외로 차지하는 부피가 적다.문제는 피와 수분을 잔뜩 머금고 있는 내장들.구멍을 뚫은 쓰레기 봉지에 그것들을 넣고쥐불놀이를 하듯이 돌린 탓에 욕실의 천장이고, 바닥이고 할 것 없이 온통 피가 튀었다. 원심력의 원리를 이용한 인간탈수기가 된 것이다.진짜 탈수기가 있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기야, 탈수기가 있었다고 해도 이런 것들을 넣고 돌릴 순 없는 일이지.나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두 개의 쌕에 들어가기에는부피가 커 보인다.피나 오물들은 배수구나 화장실 변기에 쏟아 버리면 그만이지만,내장 은 그럴 수도 없다.결국, 그 방법까지 써야 한단 말인가. 피하고 싶지만, 선택의 여지가없다. 천국으로 비상하기 위해서는...내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쌕. 사람의 위는 상당히 많은 양을 담을수가 있다. 난 두 눈을 감고, 한 손으로 코를 막았다.그리고, 쓰레기봉지에 손을 넣었다. 물컹한 것을 한 웅큼 집어냈다.느낌으로는 간(肝) 같은데... 얼마큼 내 위에 담을 수 있을까. 새벽 다섯시. 욕실 청소를 끝냈다.선반과 세면대, 욕조,구석구석 단 한 방울의 피도 남기지 않기 위해서 닦고 또 닦았다.이 곳에서 인체 분해가 일어난 것은 나와 시체만이 알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청소를 멈추었다.그리고, 피바다에서 헤엄이라도 치고 나온 듯한 내 몸을 씻었다. 피비 린내와 구역질나구역질나는 냄새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몇 번이고 비누칠 을 했다.그리고, 양치질도... 상쾌하게 샤워를 끝낸 나는 룸으로 돌아왔다. 엄마의 품같이 한없이 편해 보이는 침대가 나를 유혹했지만,아직 할 일 이 많았다.우선, 여자애가 하고 있던 커다란 링 귀걸이를 이용해 귀를 뚫어야 했다.언젠가 한 번은 귀를 뚫어보고 싶었는데,그걸 이런 식으로 하게 되다니...날카롭게 갈긴 했지만,귀를 뚫는 순간, 너무나 아파서, 눈물이 나왔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되다니.거울에 비치는 커다란 링 귀걸이를 한 내 모습은 처량 맞기 짝이 없었다.이 다음에 할 일은... 화장대 위에 곱게 올려진 천연 가발. 시체의 머리에서 벗겨낸 두피를 머리에 써 보았더니,약간 작긴 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이것이 바로 시체를 걸어나가게 하는 방법이다.내 천재적인 머리가 어떻게 이런 작전을 생각해 냈는가 하면,그녀의 키가 나만큼이나 크다는 것에서 시작했다.사람의 눈과 기억은 참 편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사람의 눈은 피사체의 특징적인 부분만 잡아내고,기억은 그 특징적인 부분만 자신의 뇌에 각인시켜 둔다.데자뷰(dejavu)라는 현상 역시 이런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처음 접하는 것을 보고,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은그것과 비슷한 것을 보고 인간의 뇌가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이 모텔에 들어올 때, 빨간 머리는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내 뒤에 멀찍이 서 있던 여자의 무엇을 보았을까,첫째는 큰 키다.둘 째는 긴 머리칼, 세 번째는 눈에 띄는 귀걸이. 이 세 가지라고 난확신한다. 그리고, 난 이 세 가지로 빨간 머리의 눈을 속일 것이다.여자의 키가 커서, 분해하는데는 힘이 들었지만,그것은 나에게 유리한 점이기도 했다.그리고, 우리 엄마의 노력이 크다.워낙 곱게 자란 탓인지, 내 피부는 여자 못지 않다.철없던 대학 1학 년 때, 잠깐 머리를 기른 적이 있었다.그 때, 참 이런 경우를 많이 당했다. "영숙아, 어디 가니?""예?""어머,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봤어요." 그 때는 여성스런 내 외모가 불만스러웠지만,지금 나는 그것 덕분에 탈출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두 개의 쌕에는 시체가 나뉘어져 담겨 있고,귀걸이와 가발도 준비되었다.난 핸드백에서 루즈를 꺼내 처음으로 화장을 하는여대생의 기분으로 그것을 입술에 발랐다. 전체적으로 화장을 하는 게 변신에 더욱 유리하겠지만, 일단은 내가화장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어설프게 되기가 십상이다. 그리고,나중일도 생각해야 한다.화장을 지울 일을... 그래서, 입술만 바르기로 했다. 강렬한 빨간 색을 바르면, 시선은 그 곳으로 모아지기 마련이니까.천연 가발을 머리에 뒤집어쓰고,청테이프로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붙였다. 나중에 떼어낼 때, 얼마나 아플까. 모자를 썼다. 완벽하다.자세히 보면 이런 어설픈 변장은 눈에 띄겠지만,지금은 새벽녘이고, 대개의 모텔과 마찬가지로이 모텔의 조명도 그리 밝지는 않다.그리고, 여자들이 이런 곳에 드나들면서 수줍어하는 건 당연한 일. 모자를 눌러 쓰고, 고개를 숙이고 정문을 나간다 해도, 빨간 머리는 눈치를 못 챌 것이다.자, 이제 출동 준비 완료다.복도를 걷는데, 자꾸 다리가 휘청거린다.누가 하이힐이란 걸 만든 거야!그러고 보면, 여자들은 참 대단하다. 이런 걸 신고 잘도 걸어다니.. 하이힐 뿐 만이 아니다. 키는 비슷했지만, 이 여자의 코트와 치마가나에게는 맞지가 않았다. 하기야, 남자와 여자는 어깨, 골반의 뼈의모습이 현저히 다르다. 하지만겨울이라는 계절이 그걸 막아줄 것이다.코트로 감싼 몸을 보고, 남자니 여자니 관찰해 내기는 쉽지 않다.1층으로 내려 왔다.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쌕 안에 있는 것들은 터지지 않을까. 혹시, 넘어지기라도 해서 가발이 떨어지면 어쩌지, 갑자기 옷이 투두둑 하며 뜯어지면...아니야. 불길한 생각은 하면 안 돼.프런트 앞을 지날 때, 빨간 머리가 고개를 내민다."저, 몇 호 손님이시죠?"심장이 금새 폭발할 듯 뛴다. 대답을 하면 눈치를 채버릴 것이다.내가 여자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한번해봐?..."아, 203호 손님이시죠?"녀석은 다행히 기억을 하고 있었다. 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룸키는요?"난 조심스레 오른손으로 계단 위를 가리켰다.이 가리킴의 의미를 알아야 할텐데..."남자 분이 가지고 나오실 거지요? 예,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녀석은 다행히 손짓의 의미를 알아채 주었다.허둥대지 않고 천천히 프런트를 지나, 현관을 향해 걸었다.차가운 공기가 너무나 상쾌하게 나를 반겨주었다.나는 내 애마가 있는 곳을 향해 갔다. 그리고, 차안에다 쌕과 코트,그리고, 하이힐을 던져 넣었다.그리고, 프런트에서 보이지 않는 쪽으로 여관의 뒤로 돌아갔다.울퉁불퉁한 벽돌을 잡고, 등반을 시작했다.시간이 없어, 시간이.하지만, 겨울의 한기에 얼어붙은 벽돌들은 너무나 차가웠고,난 한 번도 등반 따위를 해 본적이 없었다.겨우, 창틀을 잡았고, 있는 힘을 다 내보았지만, 아까 쓰레기 봉투를돌리느라 힘이 너무 빠져버렸다. 시간을 길게 끌면 안 된다. 아직은 새벽녘이라서 어둠에 쌓여있지만,혹시 누군가가 이 장면을 본다면,경찰에 신고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엄마, 힘을 줘요. 정화야, 힘을 줘.쿵하고 머리를 찧으며 방으로 들어왔다.우선, 청테이프를 뜯어내며,가발을 벗었다. 투두둑. 이런, 젠장.너무 따갑다.다음은 귀걸이. 귀가 찢어지는 듯 아팠지만, 어쨌든 귀걸이 두 개도무사히 빼냈다. 그리고, 난 입고 있는 옷 위로 내 옷을 겹쳐 입었다.겨울이라서, 정말 다행이다.여름의 가벼운 옷차림으로는 절대 이런트릭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화장도 지우고, 가발이랑 귀걸이,이 따위 것들은 무스탕 안 주머니 에 쑤셔 넣었다.완벽하게 다시 남자로 변신한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가방을 집어 들고 룸을 나왔다.프런트가 보였다. 여기만 빠져나가면 완전한 탈출이다.룸키를 프런트에 놓았다."수고하세요."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빨간 머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룸키를 받았다."다음에 또 오세요."다음엔 절대 안 올 거야.이제 저 현관을 빠져나가면 다음엔 절대 안올 거야.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현관을 응시하고 있는 나의 눈에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갑자기 나타났다.우리는 격렬히 부딪쳤고, 난 가방을 놓쳤다.가방이 공중에 뜬 그 1초도 안 되는 순간이 나에게는 10년처럼 느껴졌다.저 가방이 땅바닥에 떨어져서 쓰레기 봉지가 터진다면...그러면, 나의 눈물겨운 노력도 모두 허사가 된다. 탁! 나와 부딪친 남자가 공중에서 가방을 낚아채 주었다.그리고, 징그러운 웃음을 띄며 그것을 나에게 건네주었다."어이구, 이거 죄송합니다."그 남자는 나를 순식간에 지옥으로 끌고 내려갔다가다시 천국으로 올려주었다.가방을 든 나는 종종걸음으로 현관을 빠져나왔다. 내 애마에 올라타자마자,시동을 걸고 모텔을 빠져나왔다. 성공이다!나의 완벽한 계획과 엄마와 정화의 정신적인 도움으로자칫 망가질 뻔 한 내 인생을 지켜냈다.눈물이 났다. 오늘 밤 나는 시체를 분해했고,인육을 먹어야 했고, 귀를 뚫어야 했고, 두피를 써야했다.저 모텔 안에서 일어난 일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쓰레기 봉투에 담겨져 있는시체는 어디 야산에라도 버려버리면 그만이다. 워낙 산산이 분해를 해 놔서, 신원확인조차 어려울 것이다.나의 모텔 탈출작전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저 사람, 왜 저렇게 허둥지둥 나가냐?""이런데 오는 사람들이 다 그렇죠, 뭐.""그건, 그렇고 오늘은 돈 될만한 상품이 좀 있었어?""말도 마요, 나이 많은 아저씨, 아줌마들만 버글거렸다니까요.""에이, 오늘도 공쳤네.""아, 방금 나간 저 남자 손님이랑 같이 온 여자가 끝내 주더라구요.키도 훤칠한 게, 재미있게 찍혔을 거예요""너도 아직 못 봤어?" "예. 좀 바빠서요. 근데, 저 사람들 룸이 없어서203호에 묵게 했거든요. 203호에는 카메라가 모자라서 욕실에만 설치를 했잖아요. 그게 좀 아쉽네요." "괜찮아, 괜찮아.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어서 한 번 확인해 보자"
온리원럽작성일
2013-07-11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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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글터] 다시보는 모텔탈출기
이건 정말 큰일이다. 초등학교 때, 엄마가 아끼던 200만 원 짜리 도자기를 깼을 때보다 더 혼이 날
것 같다. 물론, 그 도자기보다 비싼 건 아니지만, 욕실에 나뒹굴고 있는 이 육 체는 자칫하면 내 인생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 어쩐지 너무 쉽게 모텔까지 데리고 오나 했는데, 사람일이란 새옹지마 라고 말도 안 되는
일이 터져 버린 것이다. 엄마의 화난 얼굴과 이제 한 달 후면 결혼하게 될 나의 피앙세 (fiance),
정화의 실망한 얼굴이 오버랩 되기 시작한다. 두 시간 전, 채팅에서 만난 가출소녀와 20만원으로 밤을
같이 보내기 로 하고, 약속장소로 갔다. 자동차의 히터를 틀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내 키 정도 되 보이는 훤칠한 여자애가 나타났다. 여자애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링 귀걸이를 하고
있었고, 그 것이 더욱 그 애를 섹시하게 보이게 했다. 차에 여자애가 타자마자, 요즘 성업중인 신도시 주변의
모텔들을 찾았 지만, 룸이 없어 한참이나 헤맨 후, 허름한 '파라다이스'라는 이름의 모텔 203호 로 들어왔다.
그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먼저 샤워한다며 욕실로 들어간 애가 한 시 간이 넘어도 나오지 않아 들어가
봤더니,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게 아닌가. 인공호흡도 10분이나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의학도인
내가 보았 을 때, 완전한 사망이었다. 전혀 가망이 없는... 사인은 후두골(後頭骨) 함몰로 인한 뇌진탕으로
보였다. 바닥에 미끄러져 세면대에 부딪친 것 같았다. 뭔가 소리가 났겠지만, 난 그 때 방에서 한창
에로비디오를 보느라 정 신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욕실 바닥에 주저앉아 이 이름도 모르는 여자
애의 시체를 망연히 바라보고 있다. 처음엔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애는 미성년자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원조교제에 대해 말이 많은데, 큰 종합병원 원장 의 아들인 의대생이 그랬다는 게
언론에라도 나오게 된다면, 내 앞날 은 끝장이다. 그리고, 엄마는 얼마나 화를 낼 것인가, 금이야,
옥이야 키워놓은 아 들이 이런 쓰레기와 밤을 보내려고 했다는 걸 아신다면... 생각만 해도 몸서리
쳐진다. 그리고, 정화.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 이다. 결혼 준비가 착착 진행중인데, 신랑 될
사람인 내가 다른 여자랑 모텔 에 들어왔다는 걸 안다면 우리의 혼사는 그걸로 끝장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하자, 생각을... 명석한 두뇌라면 누구에게 도 지지 않는 내가 아닌가.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욕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며, 30분쯤 고민하니, 흥분이 조금씩 가라앉 기 시작했다. 생각을 정리해 보자. 우선, 이
파라다이스란 모텔의 위치는 신도시이다. 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초저녁이었지만, 인적도
드물었고, 내가 아는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물론, 나와 이
여자애가 모텔로 들어서는 걸 본 사람이 있다. 모텔 프런트에 혼자 앉아있던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빨간 머리의
20대 초반의 청년. 그 녀석도 잠시동안 나를 본 걸로 내 얼굴을 완전히 기억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 달아나자. 이대로 시체를 두고 달아나
버리면 되는 일이다. 시체를 발견한다고 해도 같이 투숙했던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잠시 동안 생각한
후 나온 대답은 '찾을 수 있다'였다. 난 빨간 머리 에게 주차를 맡겼었다. 자동차 키를 건네주는
나에게 녀석은 분명 이렇게 말했다. '와우, 저 빨간색 재규어가 정말 손님 차예요? 한 번 꼭 몰아보고 싶
었는데.' '조심해서 다뤄 줘요.' '마음 푹 놓으세요.'
빨간 머리는 내 차를 기억하고 있다. 내가 왜 나의 귀중한 애마를 녀 석에게 맡겼을까? 정말 땅을
치며 후회할 일이었다. 빨간 색의 재규어를 가지고 있는 20대 후반의 청년은 국내에 몇 명되 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대로 시체를 두고 달아난다면 분명 잡히고 말겠지. 다른 방법 은 없을까?
그래, 업고 나가면 된다. 어디가 갑자기
아픈 것같이 해서 급하게 업고 나가면... 갑자기 우리 클럽 멤버중의 한 명인 재찬이의 말이 떠올랐다.
작년 겨울인가, 재찬이가 여자를 꼬셔서, 러브호텔에 갔었는데, 그 때, 그 여자애가 갑자기 복통을
일으켜서 급하게 응급실로 데리고 간 적이 있다고 했다. '와, 말도 마. 진땀
뺐다니까. 옷을 벗기고, 침대에 눕히는데, 갑자 기 배를 잡고 뒹구는데, 환장하는 줄 알았어.'
'하하, 재미보러 갔다가 그게 웬 봉변이냐.' '급하게 들쳐업고 모텔을 빠져 나오는데,
프런트에서 나를 막 붙잡는 거야.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말이야. 나더러 주민등록증을 내 놓으 라고.'
'아니, 왜?' '생각해봐라. 그 여자애가 죽기라도 하면, 내가 죽였는지, 아니면 진
짜 아파서 죽었는지 모르잖아. 모텔 같은 숙박업소에선 살인사건도 많이 일어나고,
도피중인 수배자 들도 많아서 그런지 그런 경우엔 되게 민감하더라.' 재찬이를 곤경에 빠뜨렸던 여자는
분명, 재찬이의 등에서 신음도 하 고, 꿈틀거렸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도 프런트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꼼짝도 하지 않는 여자 를 업고 나가면 빨간 머리는 어떻게 할까?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남자의 등에 업혀 나가는 여자... 이것만큼 이상한 광경도 없을 것이다. 희미하게 보이던 빛이 사라져
버렸다. 이대로 여기서 끝나는 것인가. 난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체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영화나 소설에서 보니까, 마법사들이나 주술사들이 시체를 소생시키 는 마법을 쓰던데, 내게 지금 그런
힘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이 시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면 되는데...
가만, 가만... 이거 흥미로운걸... 데리고는 못
나가지만, 가지고 나갈 순 있다. 그래, 어차피 이 여자는 지금 시체가
되어 있고, 시체란 건 결국 고깃 덩어리하고 마찬가지다. 그럼, 가지고 나가면 된다. 난 시체의
허벅지, 팔을 만져 보았다. 마 치 살아있는 사람의 근육과 같은 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목욕을 한다고 욕탕 안에 온수를 받아 놓아서 욕실의 온도가 따뜻해 아직 체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워 있는 시체를 돌려 등을 살펴보았다. 혈액응고가 시작되면 나타나 기 시작하는
시반(屍班)도 보이지 않았다. 사후경직도, 혈액응고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나에겐 정말 큰 행운
이다. 그리고, 나의 해부학 성적이 A+라는 것도. 열심히 공부하길 잘 했다니까. 이
시체를 분해한 다음, 큰 가방에 담아 가지고 천연덕스럽게 나가면 된다.
혹시 프런트에서 빨간 머리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여자 분은요?' 이렇게 되면
곤란해진다. 이 모텔의 프런트는 현관의 정면에 위치해 있고, 프런트의 눈을 피해 현관으로 나가는 건 불가능하다.
가지고 나간다는 것도 방법이 안 되었다. 결국, 이 큰 키의 시체가 일 어나서, 성큼성큼 걸어
나가주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는 것이다. 큰 키... 큰 키...
난 거울을 한 번 보았다.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룸으 로 들어가 모텔의 뒤쪽으로
나 있는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상가들만 좀 있을 뿐, 주택은 거의 없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내
예상 대로다. 모텔이란 곳은 건물의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쓴다. 이 '파라다이스'
모텔도 마치 궁전같이 보이게 짓느라 벽돌을 돌출 시키게 하는 형식으 로 지어져 있다.
내 머리 속은 퍼즐을 끼워 맞추듯 작전에 필요한 여러 조건을 검토하 고 있었고, 결론은 이 시체를
걸어나가게 할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는 것이었다. 자, 그러자면 일단 수술도구들이 필요한데...
어떤 것들이 필요하지? 톱과 여러 크기의 칼들, 남자용 가방과 여자용 쌕 몇 개, 그리고, 쓰 레기
봉지와 청테이프와 모자. 자, 그럼 모텔 탈출 작전을 시작하자.
준비는 끝났다. 상점들이
서서히 문이 닫기 시작하는 시내를 정신 없 이 돌아다녀, 겨우 장만할 수 있었다. 난 정말 천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기쁨보다도 더 나를 휘감 고 있는 건 이대로 달아나고 싶다는 욕망이다.
저 모텔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약해지는 의지를 붙잡았던 건, 해부학 첫 시간, 교수님이 해
주셨던 이야기였다. '의사는 인간이 아니다. 의사는 강철이다.'
그래, 나에게는 강철과 같은 의지가 있다. 이대로 달아난다면 난 평 생
파렴치한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야 할 것이다. 고작 이런 일로 핑크빛 미래를 어둡게 할 수는 없다. 난 당당하게
파 라다이스 안으로 들어섰다. 프런트 안에 있는 빨간 머리가 나를 보았다. 난 내 한 쪽 어깨에 들려
져 있는 좀 크다 싶은 쌕에 대해 녀석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뭇 궁 금했다. 이 쌕
안에는 여자용 쌕이 들어가 있고, 그 안에는 다른 도구들이 들 어가 있다. 키를 건네준 녀석은 도로
프런트에 있는 TV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 내 예상은 들어맞았다. 내가 왜 이런 걱정을 하느냐 하면,
모텔 같은 데서는 손님이 무거운 짐을 가지고 있으면 들어 주려고 할 수가 있다. 하지만, 빨간 머리는
이 정도 크기의 짐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룸으로 돌아온 나는 바삐 욕실로 들어갔다.
사람이란 참 간사한 생물이다. 욕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난 시체가 없 었으면 하는 어린아이 같은
상상을 했다. 하지만, 시체는 그 모습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쓰러져 있었 다. 그래, 현실은
받아들여야지. 난 작업에 착수했다. 욕실 안에서 작업에 필요 없는 모든 것들을 룸으로 옮겼다. 뭐, 비누
나 휴지, 샴푸, 타월, 어느 욕실에나 있는 그런 것들을 말이다. 그리고, 옷을 모두 벗은 채,
여자애가 하고 있던 브래지어로 시체의 양 발목을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시체를 물구나무 세운 뒤,
발목에 묶여있는 매듭을 욕실 벽 의 옷걸이에 걸었다. 옷걸이의 높이가 낮아서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었 지만, 그런
대로 만족할 만했다. 서서히 경직되기 시작한 무거운 시체를 거꾸로 세우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어차피, 좀 기다려야 하니까, 여유 있게 앉아서 담배 나 태우자. 담배 두 대를 태운 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온수를 틀었다.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우선,
온도의 문제. 어쨌든 시체가 경직이 되면 작업이 힘들어질 것이 다. 두 번째는, 소리의 문제.
방음시설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돌다리도 두들겨 가며 건너야 할 때니까. 세 번째는,
뒤처리의 문제다. 욕실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으면 습도 가 높아 피나 오물이 튀어도 쉽게 응고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밑
준비는 모두 끝났다. 나는 톱을 들었다. 이런 젠장,... 이제 와서
손이 떨리다니... 해부학 시간이라고 생각하자. 지금은 해부학 시간이다. 하지만,
떨림은 좀처럼 멈추려 하지 않았다. 그래, 엄마와 정화를 생 각하자. 엄마의 화난 얼굴과 정화의
실망한 얼굴을... 나는 시체의 몸에서 목 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지금이 몇 시지?
새벽 세 시. 피비린내와 배설물의 냄새를 맡으며, 이 곳에서 다섯 시 간이나 있었구나.
내 온몸은 피와 오물로 가득했다. 어서 빨리 끝내고 목욕이나 했으면 좋겠다. 우선은 좀 쉬자.
내가 지금까지 도대체 뭘 했지? 시체의 머리는 미장원에 있는 가발 마 네킹처럼 세면대 위에 잘 모셔
놓았고, 그 뒤에 어깨와 대퇴부에 있 는 경동맥에서 피를 대충 뽑아냈다. 부피를 최대한 줄여야
하니까... 그리고, 지금 욕실 바닥엔 인간의 것 이라고 볼 수 없는 고깃덩이와 뼈들이 늘어져 있다.
자꾸 바닥이 미끌거려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자칫하면 여자애가 그랬듯, 내가 뇌진탕으로 죽었을
지도 모른다. 자, 다시 시작하자. 난 피로 물들어 있는 커터를 들었다. 그리고, 얌 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머리를 집었고, 두피를 벗기기 시작했다.
어깨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
하긴, 10kg이 넘는 쓰레기 봉지를 수백 바퀴는 돌렸으니... 뼈는 의외로 차지하는 부피가 적다.
문제는 피와 수분을 잔뜩 머금고 있는 내장들. 구멍을 뚫은 쓰레기 봉지에 그것들을 넣고 쥐불놀이를
하듯이 돌린 탓 에 욕실의 천장이고, 바닥이고 할 것 없이 온통 피가 튀었다. 원심력의 원리를 이용한
인간탈수기가 된 것이다. 진짜 탈수기가 있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기야, 탈수기가 있었다고 해도 이런 것들을
넣고 돌릴 순 없는 일이지. 나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두 개의 쌕에 들어가기에는 부피
가 커 보인다. 피나 오물들은 배수구나 화장실 변기에 쏟아 버리면 그만이지만, 내장 은
그럴 수도 없다. 결국, 그 방법까지 써야 한단 말인가. 피하고 싶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천국으로 비상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쌕. 사람의 위는 상당히 많은 양을 담을
수가 있다. 난 두 눈을 감고, 한 손으로 코를 막았다. 그리고, 쓰레기봉지에 손을 넣었다. 물컹한
것을 한 웅큼 집어냈다. 느낌으로는 간(肝) 같은데... 얼마큼 내 위에 담을 수 있을까.
새벽 다섯시. 욕실 청소를
끝냈다. 선반과 세면대, 욕조, 구석구석 단 한 방울의 피도 남기지 않기 위해 서 닦고 또 닦았다.
이 곳에서 인체 분해가 일어난 것은 나와 시체만이 알 것이라는 확신 이 들었을 때, 청소를 멈추었다.
그리고, 피바다에서 헤엄이라도 치고 나온 듯한 내 몸을 씻었다. 피비 린내와 구역질나는 냄새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몇 번이고 비누칠 을 했다. 그리고, 양치질도... 상쾌하게 샤워를 끝낸 나는 룸으로
돌아왔다. 엄 마의 품같이 한없이 편해 보이는 침대가 나를 유혹했지만, 아직 할 일 이 많았다.
우선, 여자애가 하고 있던 커다란 링 귀걸이를 이용해 귀를 뚫어야 했 다.
언젠가 한 번은 귀를 뚫어보고 싶었는데, 그걸 이런 식으로 하게 되다 니... 날카롭게 갈긴 했지만,
귀를 뚫는 순간, 너무나 아파서, 눈물 이 나왔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되다니. 거울에 비치는
커다란 링 귀걸이를 한 내 모습은 처량 맞기 짝이 없었다. 이 다음에 할 일은... 화장대 위에 곱게
올려진 천연 가발. 시체의 머 리에서 벗겨낸 두피를 머리에 써 보았더니, 약간 작긴 했지만, 그런 대로 괜찮아
보였다. 이것이 바로 시체를 걸어나가게 하는 방법이다. 내 천재적인 머리가 어떻게 이런
작전을 생각해 냈는가 하면, 그녀의 키가 나만큼이나 크다는 것에서 시작했다. 사람의 눈과 기억은 참
편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눈은 피사 체의 특징적인 부분만 잡아내고, 기억은 그 특징적인 부분만 자신의
뇌에 각인시켜 둔다. 데자뷰(dejavu)라는 현상 역시 이런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처음 접하는 것을 보고,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은 그것과 비슷한 것을 보고 인간의
뇌가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모텔에 들어올 때, 빨간 머리는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내 뒤에 멀
찍이 서 있던 여자의 무엇을 보았을까, 첫째는 큰 키다. 둘 째는 긴 머리칼, 세
번째는 눈에 띄는 귀걸이. 이 세 가지라고 난 확신한다. 그리고, 난 이 세 가지로 빨간 머리의 눈을 속일 것이다.
여자의 키가 커서, 분해하는데는 힘이 들었지만, 그것은 나에게 유리 한 점이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엄마의 노력이 크다. 워낙 곱게 자란 탓인지, 내 피부는 여자 못지 않다. 철없던 대학 1학 년 때,
잠깐 머리를 기른 적이 있었다. 그 때, 참 이런 경우를 많이 당했다.
'영숙아, 어디 가니?'
'예?' '어머,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봤어요.' 그 때는 여성스런 내 외모가 불만스러웠지만, 지금 나는 그것
덕분에 탈출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두 개의 쌕에는 시체가
나뉘어져 담겨 있고, 귀걸이와 가발도 준비되 었다. 난 핸드백에서 루즈를 꺼내 처음으로 화장을 하는 여대생의 기
분으로 그것을 입술에 발랐다. 전체적으로 화장을 하는 게 변신에 더욱 유리하겠지만, 일단은 내가
화장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어설프게 되기가 십상이다. 그리고, 나중일도 생각해야 한다.
화장을 지울 일을... 그래서, 입술만 바르기로 했다. 강렬한 빨간 색 을 바르면, 시선은 그 곳으로
모아지기 마련이니까. 천연 가발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청테이프로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붙였다.
나중에 떼어낼 때, 얼마나 아플까. 모자를 썼다. 완벽하다. 자세히 보면 이런 어설픈 변장은 눈에 띄겠지만, 지금은
새 벽녘이고, 대개의 모텔과 마찬가지로 이 모텔의 조명도 그리 밝지는 않다. 그리고,
여자들이 이런 곳에 드나들면서 수줍어하는 건 당연한 일. 모 자를 눌러 쓰고, 고개를 숙이고 정문을 나간다 해도, 빨간 머리는 눈
치를 못 챌 것이다. 자, 이제 출동 준비 완료다.
복도를 걷는데, 자꾸 다리가
휘청거린다. 누가 하이힐이란 걸 만든 거 야! 그러고 보면, 여자들은 참 대단하다. 이런 걸 신고 잘도 걸어다니
니... 하이힐 뿐 만이 아니다. 키는 비슷했지만, 이 여자의 코트와 치마가 나에게는
맞지가 않았다. 하기야, 남자와 여자는 어깨, 골반의 뼈의 모습이 현저히 다르다. 하지만, 겨울이라는
계절이 그걸 막아줄 것이다. 코트로 감싼 몸을 보 고, 남자니 여자니 관찰해 내기는 쉽지 않다. 1층으로 내려 왔다. 심
장이 뛰기 시작한다. 쌕 안에 있는 것들은 터지지 않을까. 혹시, 넘어지기라도 해서 가발
이 떨어지면 어쩌지, 갑자기 옷이 투두둑 하며 뜯어지면 ...
아니야. 불길한 생각은 하면 안 돼.
프런트 앞을 지날 때, 빨간 머리가 고개를 내민다.
'저, 몇 호 손님이시죠?'
심장이 금새 폭발할 듯 뛴다. 대답을 하면 눈치를 채버릴 것이다. 내 가
여자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한 번 해 봐?... '아, 203호 손님이시죠?'
녀석은 다행히 기억을 하고 있었다. 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룸키는요?' 난 조심스레
오른손으로 계단 위를 가리켰다. 이 가리킴의 의미를 알 아야 할텐데...
'남자 분이 가지고 나오실 거지요? 예,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녀석은 다행히 손짓의 의미를 알아채 주었다. 허둥대지 않고 천천히
프런트를 지나, 현관을 향해 걸었다. 차가운 공기가 너무나 상쾌하게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내 애마가 있는 곳을 향해 갔다. 그리고, 차안에다 쌕과 코트, 그리고, 하이힐을 던져 넣었다.
그리고, 프런트에서 보이지 않는 쪽으 로 여관의 뒤로 돌아갔다. 울퉁불퉁한 벽돌을 잡고, 등반을
시작했다. 시간이 없어, 시간이. 하지만, 겨울의 한기에 얼어붙은 벽돌들은 너무나
차가웠고, 난 한 번 도 등반 따위를 해 본적이 없었다. 겨우, 창틀을 잡았고, 있는 힘을 다
내보았지만, 아까 쓰레기 봉투를 돌리느라 힘이 너무 빠져버렸다. 시간을 길게 끌면 안 된다. 아직은
새벽녘이라서 어둠에 쌓여있지만, 혹시 누군가가 이 장면을 본 다면,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엄마, 힘을 줘요. 정화야, 힘을 줘.
쿵하고 머리를 찧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우선, 청테이프를 뜯어내며,
가발을 벗었다. 투두둑. 이런, 젠장. 너무 따갑다. 다음은 귀걸이. 귀가 찢어지는 듯
아팠지만, 어쨌든 귀걸이 두 개도 무사히 빼냈다. 그리고, 난 입고 있는 옷 위로 내 옷을 겹쳐 입었다.
겨울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여름의 가벼운 옷차림으로는 절대 이런 트릭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화장도 지우고, 가발이랑 귀걸이, 이 따위 것들은 무스탕 안 주머니 에 쑤셔 넣었다. 완벽하게 다시
남자로 변신한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가방을 집어 들고 룸을 나왔다. 프런트가 보였다. 여기만
빠져나가면 완전한 탈출이다. 룸키를 프런트에 놓았다.
'수고하세요.' 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빨간 머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룸키를 받았다.
'다음에 또 오세요.' 다음엔
절대 안 올 거야. 이제 저 현관을 빠져나가면 다음엔 절대 안 올 거야.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현관을 응시하고 있는 나의 눈에 험상궂 게 생긴 남자가 갑자기 나타났다. 우리는 격렬히 부딪쳤고, 난
가방을 놓쳤다. 가방이 공중에 뜬 그 1초 도 안 되는 순간이 나에게는 10년처럼 느껴졌다. 저
가방이 땅바닥에 떨어져서 쓰레기 봉지가 터진다면... 그러면, 나 의 눈물겨운 노력도 모두 허사가 된다.
탁! 나와 부딪친 남자가
공중에서 가방을 낚아채 주었다. 그리고, 징그러 운 웃음을 띄며 그것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어이구, 이거 죄송합니다.'
그 남자는 나를 순식간에 지옥으로 끌고 내려갔다가 다시 천국으로 올
려주었다. 가방을 든 나는 종종걸음으로 현관을 빠져나왔다. 내 애마에 올라타자마자, 시동을 걸고
모텔을 빠져나왔다. 성공이다! 나의 완벽한 계획과 엄마와 정화의 정신적인 도움으로 자칫 망가질 뻔 한 내 인생을
지켜냈다. 눈물이 났다. 오늘 밤 나는 시체를 분해했고, 인육을 먹어야 했고, 귀 를 뚫어야 했고,
두피를 써야했다. 저 모텔 안에서 일어난 일은 아무 도 모를 것이다. 쓰레기 봉투에 담겨져 있는
시체는 어디 야산에라도 버려버리면 그만 이다. 워낙 산산이 분해를 해 놔서, 신원확인조차 어려울 것이다.
나의 모텔 탈출작전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저 사람, 왜 저렇게
허둥지둥 나가냐?' '이런데 오는 사람들이 다 그렇죠, 뭐.'
'그건, 그렇고 오늘은 돈 될만한 상품이 좀 있었어?'
'말도 마요, 나이 많은 아저씨, 아줌마들만 버글거렸다니까요.'
'에이, 오늘도 공쳤네.'
'아, 방금 나간 저 남자 손님이랑 같이 온 여자가 끝내 주더라구요.
키도 훤칠한 게, 재미있게 찍혔을 거예요.' '너도 아직 못 봤어?'
'예. 좀 바빠서요. 근데, 저 사람들 룸이 없어서 203호에 묵게 했거든요. 203호에는 카메라가
모자라서 욕실에만 설치를 했잖아요. 그게 좀 아쉽네요.' '괜찮아, 괜찮아.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어서 한 번 확인해 보자. .."
9038작성일
2012-11-01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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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B29의 위엄 첫번째 이야기
---모든 내용은 2차세계대전 갤러리 쉬발라 님 글 퍼온겁니다.
짤방내용> 사카이:57% 파괴 도쿄 86% 파괴 나고야 77% 파괴 오이타 40%파괴 아츠타 항공기 공장 65% 파괴 요코하마 해군기지 100% 파괴 오타키 정유소 45% 파괴 고치 51% 파괴 (출처; 라이프 2차 세계대전사. 이 글도 그 책 칸츄린 이에요~♡)유서깊은 2대갤에 글을 올리면서 말투가 너무 경박해서 미안해요. 이젠 3살 연하 이쁜이 여동생의 사근사근 어체를 쓸테니까 우리 이쁜이들 기대해주세요~♡자, 3월 9일에 도쿄가 개관광당한 데까지 얘기했쬬? 사람들 존내 많이 데어죽었쬬. 전쟁은 잔인한 거에요. 담배빵만 당해도 눈 뒤집히게 쓰린데 네이팜 뒤집어쓰고 불타 죽는다고 생각하니 진짜 덜덜덜이야.( T -˘)리메이 햏도 그런 전쟁의 참혹함이 가슴아프긴 했지만 도쿄를 그렇게 성공적으로 지져버린 작전 성공의 기쁨이 더 컸어요. ( 그 전까진 B29 패밀리가 계속 개 삽햏을 거듭하고 있었거든요 )- 쉬발라바라바... 도시를 네이팜으로 지져버리는 게 젤 남는 장사구나.... 계속 지지자. (*'-⌒*)v ~♡자신감을 얻은 리메이 햏은 신나게 다음 스케줄들을 짰어요 .3월 11일 나고야 지지기3월 13일 오사카 끓이기3월 16일 고베 태우기3월 19일 나고야 또 지기기3월 11일의 나고야 공습은 도쿄 공습에 참가한 마지막 비행기가 기지로 돌아온 후, 29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뛰었어요. 리메이 햏이 이번엔 욕심을 좀 내서, 15m 간격으로 던지던 소이탄을 이번에는 30m 간격으로 던지도록 했죠. 음~ 그러면 더 많이 태울 수 있짢아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요?나고야 시민들한테는 천만 다행으로, 소이탄 한발이 30m 거리를 다 커버하지 못했고 바람도 도쿄 공습때보다 적게 불어서 도쿄 공습때와 같은 불의 쓰나미는 일어나지 않았어요 ~♡리메이 햏도 아까비~ 실수를 인정했어요" 아... 쒸발라발라바디바라바...도쿄에서는 소이탄을 너무 빽빽히 떨어뜨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오사카에 던질 때는 다시 15m 간격으로 던져라."조선소, 공작기계, 전기장비 제조공장들, 그리고 육군 병기창이 자리잡은 세토나카이의 요항인 오사카 항에 대한 3월 13일의 공격은 리메이 햏 맘에 쏙 드는 폭격이었어요. 오사카 항만 지역의 20평방km가 불관광 당해버렸쩌요 ㅠㅠ.폭탄이 오사카 육군 병기창에 명중했을 때, 병기창의 화약들이 대폭발을 일으켜 2000m 상공을 비행하던 Topsy Turby 라는 이름의 B29를 3600m 상공까지 냅다 집어 던졌어요! 그 뱅기는 거꾸로 뒤집힌 상태로 천천히 공중제비를 돌며 3000m 까지 하강한 후 다시 600m 상공에서 정상 비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3월 16일 고베 관광을 나서려는데, 네이팜 탄이 다 떨어졌어요. 그래서 그냥 모든 폭탄- 2355톤을 전부 마그네슘 테르밋 소이탄으로 적재했죠. 소이탄 3종 세트 설명에서도 봤겠지만 사실 저게 젤 더러운 넘이에요. 저건 순간 온도 1260도C로 불을 뿜는 놈이거든요. 그 공습으로 고베시가의 5분의 1인 약 8평방km가 싸그리 타버리고 항구 시설이 개박살 났쬬. 항공기 공장과 기관차 제작소도 녹아버렸고, 결정적으로 일본 해군의 수많은 잠수함들을 건조했던 가와사키 조선소가 문을 닫게 되었어요 (닫을 문도 안 남아있었지만) ㅠㅠ 3월 19일. 저번에 실패했던 나고야를 다시 지지기 위해 B29가 다시 떴어요. 이 1차 작전의 마지막 목표이니 만큼, 남아있는 마그네슘 테르밋탄, 네이팜탄, 그리고 일반 폭격용 230kg 고성능 폭탄들까지 모조리 쓸어다 싣고 출격했어요.....( ノº Д º)ノ나고야 시민들은 오늘날 까지 그 날을 잊지 않고 있죠. ~ベ(ㅠ_ ㅜ へ) 도시 중심 8평방km가 까맣고 평평하게 변해버렸거든요.1차 작전을 다 마치고 나서 리메이 햏은 의기양양하게 씨부렸어요." 이제 폭탄을 다 써버렸네~"(*'-⌒*)v ~♡그는 앞으로 자기 전투원들의 비행시간을 월 60시간에서 120시간으로 올릴거라고 괌 주재 해군 병참 장교들한테 선언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전력을 기울인 공습에 사용할 소이탄을 니들이 빨리 내놓으라고 떼를 썼죠." 만일 보급품이 바닥나면 난 낚시나하러 갈꺼야. 해군 장성들 존내 낚을 거라니까? 합동 참모본부에 내 말을 그대로 직접 전해주셈~"ㅇ(≥ㅁ ≤; )ㅇ해군은 저 불벼락 제왕에게 폭탄, 보급품을 날라주기위해 육군으로 갈 보급선까지 돌려빼 납품 기일을 대줬답니다. 그 후로는 폭탄이 바닥나는 일은 없었지만, 우리 리메이 햏이 워낙 깐득한 햏자라서 외교 수완도 없고해서 병참과의 관계는 전쟁 끝날 때까지 계속 찌뿌둥~ 한 관계였답니다.(|| ̄ㄷ ̄)/~그리고 마침내 정찰기들이 1차 작전 결과의 사진들을 가져왔고, B29를 어떻게 사용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지 만천하에 알릴 수 있게 되었어요. 1차 작전 열흘동안 총 1595대의 B29가 5회에 걸쳐 출격하여 9400톤의 소이탄을 섬나라에 퍼부었고 이로 인해 일본제국의 4개 주요도시 중심부 82평방km가 말 그대로 불타 없어진 거에요 (여의도 면적의 10배).수십 군데의 1급 공업 목표물들이 작살났고 수백 군데의 하청 부품 공장들도 동반 작살 남으로 인한 결과가 바로- 미군의 항공이 손실율로 나타났어요. 1개월 전까지만 해도 5.7%였던 항공이 손실율이 이제는 1.3%로 떨어진 거에요. 일본의 방어능력 자체가 폭격으로 크게 하락한 거지요.이 불의 쓰나미가 일본인들에게 미친 영향은 전후, 제임즈 보일 소령이 일본인들을 인터뷰해 작성한 문서에 잘 드러나 있어요." 일본 국민들의 사기가 점차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다시는 올라가지 않았다. 공장은 갑자기 가동을 멈추거나 크게 감축 운영되었다. 너무나 놀라고 당황한 주민들은 주요 도시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군수 산업체의 장기 결근율이 놀랍도록 상승했다. 도쿄의 인구는 1945년 1월 1일 500만명 이상에서 8월 1일에는 230만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다행스럽게도 1차 도쿄 공습 이후에는 민간인 사상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그건 사람들이 전부 도시에서 내뺐기 때문이에요~(º∇º)v워싱턴의 軍師들은 저 끔찍한 폭격 결과 보고서를 보고, 일본을 정신차리게 할 방법은 바로 저거여쿠나~! 무릎을 쳤죠. 8개 도시의 33개소 공업 목표물의 리스트가 작성되어 괌으로 전달되었고 리메이 햏의 제21폭격 사령부에 공급될 소이탄들이 미군의 모든 수송 순위에서 최우선 순위에 놓이게 되었어요.근데 다음 폭격을 한창 준비하던 리메이 햏한테 니미츠 오빠가 전화를 했어요. (우리 이쁜이들 니미츠 오빠가 누구인지는 다 알지? 존내 쿨하고 니트한 오빠잖아~♡)저 망할놈의 가미카제 스컬지 때문에 오키나와에 발을 못 디밀겠다고, 니 베틀 크루저좀 빌려다고. 그걸로 가미카제 비행장들좀 개작살 내버려야 속이 시원하겠다라고. (っ  ̄ ∼ ̄)づ 계급이 왕이잖아요? 비록 지휘 계통상 제21폭격 사령부가 합동참모본부 직할로 들어가있긴 하지만 , 태평양 바다의 왕자 니미츠 오빠가 뱅기 좀 풀어보라는 데 리메이 햏이 아무리 불의 제왕이라도 찍소리 할 수 있겠어? 모기 잡으려고 야구 방망이 휘두르는 꼴이라고 씨부렁 거리긴 했지만 아무튼 B29들로 일본군 비행장들을 때리기 시작했죠. ~ベ(ㅠ_ ㅜ へ)규슈의 비행기 뜰만한 평지처럼 보이는 곳은 눈에 띄는 족족 죄다 큼지막한 폭탄 구멍들을 만들어 줬어요. 근데 오키나와 상륙이 순조롭게 진행된 이후에도 니미츠 햏이 리메이 햏을 그 임무에서 안 풀어주는 거에요. " 우리가 비행장을 철저하게 부술 때마다 그들은 파괴되지 않은 비행기들과 철사로 이어 붙이고 조립해서 다시 쓸수 있는 비행기는 1km고 2km고 질질 끌고가서 숲속에 숨겼다. 그리고 삽을 들고 달려들어와서 우리가 파뒤집은 큰 폭탄 구덩이들을 양동이로 흙을 날라 메꾼 다음에 하루에 한 두대 씩의 비행기를 그 풀밭에 끌어내어 이륙시키곤 했다...... ㅅㅂㄹㅁ들....."( ノº皿º)ノ4월 중순에 리메이 햏은 자기 빽인 아놀드 장군한테 사정 사정하니까, 아놀드 장군이 결국 니미츠 햏의 상관인 해군 참모총장 어네스트 자지 킹 대장 (이름 멋지죠?)한테 가서 쇼부를 칠라고 했죠. 하지만 이 멋진 이름의 해군 참모총장은 이름답게 오만하고 무뚝뚝하게- " 지금 육군 항공대가 해군을 도울 마음이 없다면 언젠가는 해군이 육군을 돕고 싶지 않을 때가 반드시 올 것이여~."s(  ̄ 3 ̄)z결국 리메이 햏은 하릴없이 비행장들이나 계속 때리고 있어야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미카제는 계속 악다구니로 기승을 부렸고 , 리메이 햏은 저 가미카제를 근절시킬 방법이 비행장 폭격이 아니라, 저걸 찍어내는 항공산업 자체를 박살내는 데에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어요.( ノº皿º)ノ니미츠 햏은 이제 비행장 폭격 말고도 벼라별 잡다한 일을 다 시키기 시작했어요. 일본의 보급품 수송을 막기 위해 시모노세키 해협등의 연안 수로에 기뢰들을 떨궈달라질 않겠어요?리메이 햏은 속을 부글 부글 끓이면서도 , 맡은 일은 열심히 하는 모범적인 군인이라서 제313 비행단 전체를 그 작전에 투입시켰어요 . 그 작전 이름은 '굶기기 작전'이었어요 (공식 명칭임)근데 이 '굶기기 작전'은 예상외로 대히트작이되었어요. 일본은 개전 당시 가졌던 600만톤의 수송선단이 작금에 이르러서는 200만톤으로 줄어있었어요. 그리고 47개의 호송항로중 12개밖에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 아시아로부터 일본으로 반입되는 중요한 물자수송의 항로는 대부분이 세토내해의 서부 관문인 시모노세키 해협을 통해 내해의 항구들로 들어오게 되있었어요. 그런 좁은 시모노세키 항로에 3월 27일에 1000개에 이르는 중자기 기뢰와 음향 기뢰를 부설했고, 차츰 일본의 여러 항구와 진입로에 확산해 깔기 시작했어요. B29에서 낙하산으로 바다에 휙휙 던지는 거죠.고베, 오사카, 구레, 히로시마, 사세보, 도큐야마, 나고야, 도쿄 등의 항만언저리에 기뢰들이 쫙 깔리고 드디어는 부산과 여수에까지 기뢰가 깔렸어요. 4월에만 18척의 일본 선박이 기뢰에 의해 침몰당했고, 5월이 되자 그 누계가 85척이 되었고 총 21만 3천톤의 선박이 침몰하거나 기능을 상실했죠. 6월에는 추가로 83척 16만 3천톤을 가라앉혔어요. 일본군은 349척의 선박과 2만명의 인원을 기뢰 제거 작업에 투입했지만, 기뢰 제거 작업이 끝나자 마자 B29는 밤에 돌아와 다시 기뢰를 던져놓고 갔지요. (|| ̄ㄷ ̄)/~일본 항구들은 한번 기뢰가 뿌려질 때마다 5일에서 10일간은 완전히 기능이 정지되버렸고 5월에 들어서는 매일 평균 80척이 움직이지 못하고 항구에 묶였어요. B29는 총 1528대가 출격하여 1만2천 53개의 기뢰를 부설했죠. 8월초가 되자 시모노세키 해협의 선박 왕래량이 3월의 10분의 1로 줄어든게 아니겠어요~ 기뢰로 일본의 밥줄이 완전히 끊겨 버린 거에요. 사실 전쟁을 몇 개월만 더 끌었어도 몇천만명이 굶어 죽게 되었을 거에요. 결과적으로는 B29는 소이탄보다 기뢰로 훨씬 많은 일본인들을 죽였다랄 수 있는 거죠.( ノº Дº)ノ그리고 5월 11일에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니미츠 오빠가 리메이 햏을 풀어줬어요. (˙▽ ˙ㆀ)v풀려나자마자 리메이 햏은 신나게 작전을 재개했어요. (º∇º)v5월 14일에 2515톤의 소이탄을 472대의 B29에 싣고 나고야로 날려보내서 (리메이 햏은 나고야를 왜 그렇게 싫어한 걸까요...) 7평방km를 불태워 버렸어요. (*'-⌒*)v ~♡그래도 그것은 아직 리메이 햏 마음에 흡족한 게 아니었어요. 이틀밤이 지난 후 최고 기록인 3609톤의 소이탄을 적재한 457대를 날려보내자, 결국 나고야는 리메이 햏 앞에 무릎 꿇고 말았어요, 10평방km의 면적이 까맣게 지져졌는데- 그 속에는 일본 최대의 미츠비시 항공기 조립 공장도 포함되어있었더랬지요. 그제서야 리메이 햏은 자비롭게도 나고야를 리메이 리스트에서 제외시켜 주셨어요.~ベ(ㅠ_ ㅜ へ)다음은 도쿄 차례였어요.사실 아까 말 안했지만, 니미츠 햏한테 붙잡혀 있는 동안에도 리메이 햏은 남는 B29들을 총동원해서 4월 내내 도쿄를 굽고 있었거든요.4월 13일에 327대가 2139톤의 소이탄과 82톤의 고성능 폭탄을 퍼부어 황궁의 서북쪽에 있던 군수품 공장 지역을 박살냈고 그 화염이 번져 28평방km 넓이가 폐허로 변했어요.이틀 밤이 지난 후 303대의 B29가 다시 1930톤의 소이탄을 선사하여 도쿄만 서쪽 항만 시설 15평방km를 불태워 버렸고 도쿄의 남쪽 가와사키의 공장지대 9평방km와 요코하마를 3평방km 정도 끄슬렸지요.4회에 걸친 소이탄 공격으로 도쿄의 3분의 2가 잿더미가 되었지만 리메이 햏은 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놓고 싶었어요.(*'-⌒*)v ~♡ 5월 23일 밤 520대의 하늘의 요새가 도쿄 상공에 등장해 도쿄 항구의 동쪽, 황궁의 남쪽인 공장 주택 밀집가에 3646톤의 소이탄을 퍼부었어요. 근데 이날은 날씨가 나빠서 구름이 낮게 깔려있었고 탐조등, 연기, 심한 대공포화등으로 아래가 전혀 안보였더랬지요. 게다가 야간 전투기들이 사방에서 벌떼처럼 공격해오고 탐조등의 불빛이 너무 번쩍거려서 B29 기총수들의 시야를 자주 가렸어요.이때 드디어 일본군의 '바카스' 라고 불리는 인간 비행 폭탄이 등장해요. 본래 미군 군함에 대한 자살 공격용 로켓 추진 체인데, 母 기에서 공중에서 발사하게 되있는 거였죠. 거의 음속에 달하는 속도로 B29를 향해 돌진해 날아왔는데 ... 1대밖에 못 떨어뜨렸죠. ((ιご,.ご) 이날 공격으로 도쿄는 13평방km가 다시 불의 쓰나미에 휩쓸려가 버렸고.... 이틀후 또다시 520대가 날아와서 긴자 쇼핑 지역을 포함, 수도의 금융기관과 상업, 정부기관이 집중된 중심지역을 강타했어요. 이날은 날씨는 좋았지만 대공포화가 유난히 격렬해서 26대나 되는 B29가 격추되었고 100대가 손상을 입었어요. 그러나, 지상에서의 파괴의 참상은 그만큼 더 엄청난 것으로서 44평방km가 활활 타오르며 사라져 갔어요. 이날 공습 때, 하마터면 히로히토 천황도 인간 바베큐가 될 뻔 했어요. 황궁이 불타버렸거든요. 원래는 정책적인 배려로 황궁은 건드리지 않게 되있었는데- 그 이유는 - 천황이 현재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니며, 나중에 유익한 자산이 될지도 모른다- 라는 정책적 판단 때문이었죠. 아무튼 황은 초기 공습 이래로 주궁과 멀리 떨어진 황실 도서관 지하 대피소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텐노 헤이카 반자이에요.( v⌒ ∼˚) thx이제 도쿄는 그 절반 이상의 면적인 145평방km가 잿더미가 되었기에 (안구에 쓰나미가 밀려오네요 ㅠㅠ), 리메이 햏은 자비롭게도 리메이 리스트에서 도쿄를 빼주는 아량을 베풀었답니다. ( T -˘)이후의 폭격5월 29일 요코하마 - 아오지마의 머스탱들이 B29를 호위. 150대의 미츠비시 A6M 제케스 전투기가 대항하러 뜸. 일본기 26기 격추, 머스탱 3기 격추. B29 5기 격추 175기 손상. 2600톤의 폭탄투하, 26평방km 산화.( T -˘)관동 도시지역 초토화.6월 1일 오사카 13만 6107동의 가옥 손실, 4222개 공장 파괴, 3960명 사망,행불.(*'-⌒*)v ~♡6월 5일 고베주간 473기 공습 3077톤의 소이탄 투하 10평방km 산화. 도시 56% 파괴. 리스트 제외( ̄皿 ̄)v아 그런데 이 고베 공습때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으니- B29 승무원들은 35회의 출격을 채우면 임무에서 제외되게 되있었어요. 쇼티 헐 소령도 출격을 다 채워 출격에서 제외되었었는데, 아내의 출산 소식을 듣고 마음이 붕붕 떠서 고베 폭격에 참여하기를 간청해 겨우 참가하게 됬어요. 그런데 헐의 뱅기는 격추당하고 헐 소령과 승무원들은 낙하산으로 떨어져 일본군에 체포당하게 되어 즉결 군법회의에 회부당하고는... 전쟁 범죄 행위자라는 죄목으로 전원 그날로 목이 잘렸어요.( ノº Дº)ノ6월 7일 , 6월 15일 오사카10평방km 소각. 오사카를 끝으로 일본 대도시들에 대한 소각작전은 일단 마무리 되었고, 이후로는 지방 중소 도시와 공업 목표물들에 대한 정밀 폭격이 주를 이루게 되요.ㅇ(≥ㅁ ≤; )ㅇ 14주동안 17회에 걸쳐 소이탄 불벼락을 일본 6개 주요 도시에 던진 결과, 전체 도시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270평방km를 산화시켰으며 , 연 6690 회의 출격에 136대의 폭격기를 잃었고 , 4만 1592톤의 소이탄을 투하해 수백의 군수산업지역과 수천의 부품 공장들을 지워버렸어요. 수백만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도시의 생산 기능은 무력화되었어요. 국민들의 사기는 한계점에 이르렀고 지도자들에 대한 국민의 신임도 추락했죠.리메이 햏은 6개월만 시간을 주면 B29만으로 일본을 항복시킬 수 있다고 큰소리 쳤고, 사람들은 그 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답니다.(*'-⌒*)v ~♡ 다음에는 일본측의 B29에 대한 추억을 짚어 보도록 해요~ To be continued....
킬링필작성일
2012-01-01추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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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글터] 황금문학수상작
.. .. 이건 정말 큰일이다.
초등학교 때,
엄마가 아끼던 200만 원 짜리 도자기를 깼을 때보다 더 혼이 날 것 같다.
물론, 그 도자기보다 비싼 건 아니지만,
욕실에 나뒹굴고 있는 이 육체는 자칫하면
내 인생을 망쳐버릴수도 있다.
어쩐지 너무 쉽게 모텔까지 데리고 오나 했는데,
사람일이란 새옹지마라고 말도 안 되는 일이 터져 버린 것이다.
엄마의 화난 얼굴과 이제 한 달 후면 결혼하게 될 나의 피앙세(fiance),
정화의 실망한 얼굴이 오버랩 되기 시작한다.
두 시간 전, 채팅에서 만난 가출소녀와
20만원으로 밤을 같이 보내기로 하고, 약속장소로 갔다.
자동차의 히터를 틀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내 키 정도 되 보이는 훤칠한 여자애가 나타났다.
여자애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링 귀걸이를 하고 있었고,
그것이 더욱 그 애를 섹시하게 보이게 했다.
차에 여자애가 타자마자, 요즘 성업중인 신도시 주변의 모텔들을 찾았지만,
룸이 없어 한참이나 헤맨 후,
허름한 '파라다이스'라는 이름의 모텔 203호로 들어왔다.
그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먼저 샤워한다며 욕실로 들어간 애가 한 시
간이 넘어도 나오지 않아 들어가 봤더니,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게 아닌가.
인공호흡도 10분이나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의학도인 내가 보았을 때, 완전한 사망이었다.
전혀 가망이 없는... 사인은 후두골(後頭骨) 함몰로 인한 뇌진탕으로 보였다.
바닥에 미끄러져 세면대에 부딪친 것 같았다.
뭔가 소리가 났겠지만, 난 그 때 방에서 한창 에로비디오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욕실 바닥에 주저앉아
이 이름도 모르는 여자애의 시체를 망연히 바라보고 있다.
처음엔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애는 미성년자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원조교제에 대해 말이 많은데,
큰 종합병원 원장의 아들인 의대생이 그랬다는 게
언론에라도 나오게 된다면, 내 앞날은 끝장이다.
그리고, 엄마는 얼마나 화를 낼 것인가, 금이야, 옥이야 키워놓은 아들이
이런 쓰레기와 밤을 보내려고 했다는 걸 아신다면...
생각만 해도 몸서리 쳐진다. 그리고, 정화.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결혼 준비가 착착 진행중인데, 신랑 될 사람인 내가 다른 여자랑 모텔
에 들어왔다는 걸 안다면 우리의 혼사는 그걸로 끝장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하자, 생각을...
명석한 두뇌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내가 아닌가.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욕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며, 30분쯤 고민하니,
흥분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생각을 정리해 보자.
우선, 이 파라다이스란 모텔의 위치는 신도시이다.
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초저녁이었지만, 인적도 드물었고, 내가 아는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물론, 나와 이 여자애가 모텔로 들어서는 걸 본 사람이 있다.
모텔 프런트에 혼자 앉아있던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빨간 머리의 20대 초반의 청년.
그 녀석도 잠시동안 나를 본 걸로 내 얼굴을 완전히 기억하지는 못할것이다.
그래, 달아나자. 이대로 시체를 두고 달아나 버리면 되는 일이다.
시체를 발견한다고 해도 같이 투숙했던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잠시 동안 생각한 후 나온 대답은 '찾을 수 있다'였다.
난 빨간 머리에게 주차를 맡겼었다.
자동차 키를 건네주는 나에게 녀석은 분명 이렇게 말했다.
'와우, 저 빨간색 재규어가 정말 손님 차예요? 한 번 꼭 몰아보고 싶었는데.'
'조심해서 다뤄 줘요.'
'마음 푹 놓으세요.'
빨간 머리는 내 차를 기억하고 있다.
내가 왜 나의 귀중한 애마를 녀석에게 맡겼을까?
정말 땅을 치며 후회 할 일이었다.
빨간 색의 재규어를 가지고 있는 20대 후반의 청년은
국내에 몇 명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대로 시체를 두고 달아난다면 분명 잡히고 말겠지.
다른 방법은 없을까?
그래, 업고 나가면 된다.
어디가 갑자기 아픈 것같이 해서 급하게 업고 나가면...
갑자기 우리 클럽 멤버중의 한 명인 재찬이의 말이 떠올랐다.
작년 겨울인가, 재찬이가 여자를 꼬셔서, 러브호텔에 갔었는데,
그때, 그 여자애가 갑자기 복통을 일으켜서
급하게 응급실로 데리고 간적이 있다고 했다.
'와, 말도 마. 진땀 뺐다니까. 옷을 벗기고, 침대에 눕히는데,
갑자기 배를 잡고 뒹구는데, 환장하는 줄 알았어.'
'하하, 재미보러 갔다가 그게 웬 봉변이냐.'
'급하게 들쳐업고 모텔을 빠져 나오는데, 프런트에서 나를 막 붙잡는거야.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말이야. 나더러 주민등록증을 내 놓으라고.'
'아니, 왜?'
'생각해봐라. 그 여자애가 죽기라도 하면, 내가 죽였는지,
아니면 진짜 아파서 죽었는지 모르잖아.
모텔 같은 숙박업소에선 살인사건도 많이 일어나고, 도피중인 수배자
들도 많아서 그런지 그런 경우엔 되게 민감하더라.'
재찬이를 곤경에 빠뜨렸던 여자는 분명,
재찬이의 등에서 신음도 하고, 꿈틀거렸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도 프런트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꼼짝도 하지 않는 여자를 업고 나가면 빨간 머리는 어떻게 할까?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남자의 등에 업혀 나가는 여자...
이것만큼 이상한 광경도 없을 것이다.
희미하게 보이던 빛이 사라져 버렸다. 이대로 여기서 끝나는 것인가.
난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체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영화나 소설에서 보니까, 마법사들이나 주술사들이
시체를 소생시키는 마법을 쓰던데,
내게 지금 그런 힘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이 시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면 되는데...
가만, 가만... 이거 흥미로운걸...
데리고는 못 나가지만, 가지고 나갈 순 있다.
그래, 어차피 이 여자는 지금 시체가 되어 있고,
시체란 건 결국 고깃덩어리하고 마찬가지다.
그럼, 가지고 나가면 된다. 난 시체의 허벅지, 팔을 만져 보았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의 근육과 같은 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목욕을 한다고 욕탕 안에 온수를 받아 놓아서 욕실의 온도가 따뜻해
아직 체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워 있는 시체를 돌려 등을 살펴보았다.
혈액응고가 시작되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반(屍班)도 보이지 않았다.
사후경직도, 혈액응고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나에겐 정말 큰 행운이다.
그리고, 나의 해부학 성적이
A+라는 것도. 열심히 공부하길 잘했다니까.
이 시체를 분해한 다음, 큰 가방에 담아 가지고 천연덕스럽게 나가면 된다.
혹시 프런트에서 빨간 머리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여자 분은요?'
이렇게 되면 곤란해진다. 이 모텔의 프런트는 현관의 정면에 위치해있고,
프런트의 눈을 피해 현관으로 나가는 건 불가능하다.
가지고 나간다는 것도 방법이 안 되었다. 결국, 이 큰 키의 시체가 일어나서,
성큼성큼 걸어 나가주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는 것이다.
큰 키... 큰 키...
난 거울을 한 번 보았다.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룸으로 들어가 모텔의 뒤쪽으로 나 있는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상가들만 좀 있을 뿐, 주택은 거의 없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내 예상 대로다.
모텔이란 곳은 건물의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쓴다. 이 '파라다이스'
모텔도 마치 궁전같이 보이게 짓느라
벽돌을 돌출 시키게 하는 형식으로 지어져 있다.
내 머리 속은 퍼즐을 끼워 맞추듯
작전에 필요한 여러 조건을 검토하고 있었고,
결론은 이 시체를 걸어나가게 할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자, 그러자면 일단 수술도구들이 필요한데... 어떤 것들이 필요하지?
톱과 여러 크기의 칼들, 남자용 가방과 여자용 쌕 몇 개, 그리고,
쓰레기 봉지와 청테이프와 모자. 자, 그럼..
모텔 탈출 작전을 시작하자.
준비는 끝났다.
상점들이 서서히 문이 닫기 시작하는 시내를
정신 없이 돌아다녀, 겨우 장만할 수 있었다.
난 정말 천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기쁨보다도 더 나를 휘감고 있는 건
이대로 달아나고 싶다는 욕망이다.
저 모텔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약해지는 의지를 붙잡았던건,
해부학 첫 시간, 교수님이 해 주셨던 이야기였다.
'의사는 인간이 아니다. 의사는 강철이다.'
그래, 나에게는 강철과 같은 의지가 있다.
이대로 달아난다면 난 평생 파렴치한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야 할 것이다.
고작 이런 일로 핑크빛 미래를 어둡게 할 수는 없다.
난 당당하게 파라다이스 안으로 들어섰다.
프런트 안에 있는 빨간 머리가 나를 보았다.
난 내 한 쪽 어깨에 올려져 있는 좀 크다 싶은 쌕에 대해
녀석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뭇 궁금했다.
이 쌕 안에는 여자용 쌕이 들어가 있고, 그 안에는 다른 도구들이 들어가 있다.
키를 건네준 녀석은 도로 프런트에 있는 TV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 내 예상은 들어맞았다.
내가 왜 이런 걱정을 하느냐 하면, 모텔 같은 데서는
손님이 무거운짐을 가지고 있으면 들어 주려고 할 수가 있다.
하지만, 빨간 머리는 이 정도 크기의 짐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룸으로 돌아온 나는 바삐 욕실로 들어갔다.
사람이란 참 간사한 생물이다. 욕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난 시체가 없었으면 하는 어린아이 같은 상상을 했다.
하지만, 시체는 그 모습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쓰러져 있었다.
그래, 현실은 받아들여야지. 난 작업에 착수했다.
욕실 안에서 작업에 필요 없는 모든 것들을 룸으로 옮겼다.
뭐, 비누 나 휴지, 샴푸, 타월, 어느 욕실에나 있는 그런 것들을 말이다.
그리고, 옷을 모두 벗은 채,
여자애가 하고 있던 브래지어로 시체의 양 발목을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시체를 물구나무 세운 뒤,
발목에 묶여있는 매듭을 욕실 벽의 옷걸이에 걸었다.
옷걸이의 높이가 낮아서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었지만,
그런 대로 만족할 만했다.
서서히 경직되기 시작한 무거운 시체를 거꾸로 세우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어차피, 좀 기다려야 하니까, 여유 있게 앉아서 담배나 태우자.
담배 두 대를 태운 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온수를 틀었다.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우선, 온도의 문제. 어쨌든 시체가 경직이 되면 작업이 힘들어질 것이다.
두 번째는, 소리의 문제. 방음시설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돌다리도 두들겨 가며 건너야 할 때니까.
세 번째는, 뒤처리의 문제다. 욕실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으면
습도가 높아 피나 오물이 튀어도 쉽게 응고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밑 준비는 모두 끝났다.
나는 톱을 들었다.
이런 젠장,... 이제 와서 손이 떨리다니...
해부학 시간이라고 생각하자. 지금은 해부학 시간이다.
하지만, 떨림은 좀처럼 멈추려 하지 않았다.
그래, 엄마와 정화를 생각하자.
엄마의 화난 얼굴과 정화의 실망한 얼굴을...
나는 시체의 몸에서 목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지금이 몇 시지?
새벽 세 시. 피비린내와 배설물의 냄새를 맡으며,
이 곳에서 일곱 시간이나 있었구나.
내 온몸은 피와 오물로 가득했다. 어서 빨리 끝내고 목욕이나 했으면 좋겠다.
우선은 좀 쉬자.
내가 지금까지 도대체 뭘 했지? 시체의 머리는 미장원에 있는 가발 마네킹처럼
세면대 위에 잘 모셔 놓았고, 그 뒤에 어깨와 대퇴부에 있는
경동맥에서 피를 대충 뽑아냈다.
부피를 최대한 줄여야 하니까... 그리고,
지금 욕실 바닥엔 인간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고깃덩이와 뼈들이 늘어져 있다.
자꾸 바닥이 미끌거려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자칫하면 여자애가
그랬듯, 내가 뇌진탕으로 죽었을 지도 모른다.
자, 다시 시작하자. 난 피로 물들어 있는 커터를 들었다. 그리고, 얌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머리를 집었고, 두피를 벗기기 시작했다.
어깨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
하긴, 10kg이 넘는 쓰레기 봉지를 수백 바퀴는 돌렸으니...
뼈는 의외로 차지하는 부피가 적다. 문제는 피와 수분을 잔뜩 머금고 있는 내장들.
구멍을 뚫은 쓰레기 봉지에 그것들을 넣고 쥐불놀이를 하듯이 돌린 탓에
욕실의 천장이고, 바닥이고 할 것 없이 온통 피가 튀었다.
원심력의 원리를 이용한 인간탈수기가 된 것이다. 진짜 탈수기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기야, 탈수기가 있었다고 해도
이런 것들을 넣고 돌릴 순 없는 일이지.
나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두 개의 쌕에 들어가기에는 부피가 커 보인다.
피나 오물들은 배수구나 화장실 변기에 쏟아 버리면 그만이지만,
내장은 그럴 수도 없다.
결국, 그 방법까지 써야 한단 말인가. 피하고 싶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천국으로 비상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쌕. 사람의 위는 상당히 많은 양을 담을 수가 있다.
난 두 눈을 감고, 한 손으로 코를 막았다.
그리고, 쓰레기봉지에 손을 넣었다. 물컹한 것을 한 웅큼 집어냈다.
느낌으로는 간(肝) 같은데... 얼마큼 내 위에 담을 수 있을까.
새벽 여섯시. 욕실 청소를 끝냈다.
선반과 세면대, 욕조, 구석구석
단 한 방울의 피도 남기지 않기 위해서 닦고 또 닦았다.
이 곳에서 인체 분해가 일어난 것은 나와 시체만이 알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청소를 멈추었다.
그리고, 피바다에서 헤엄이라도 치고 나온 듯한 내 몸을 씻었다.
피비린내와 구역질나는 냄새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몇 번이고 비누칠을 했다. 그리고, 양치질도...
상쾌하게 샤워를 끝낸 나는 룸으로 돌아왔다.
엄마의 품같이 한없이 편해 보이는 침대가 나를 유혹했지만, 아직 할 일이 많았다.
우선, 여자애가 하고 있던 커다란 링 귀걸이를 이용해 귀를 뚫어야 했다.
언젠가 한 번은 귀를 뚫어보고 싶었는데, 그걸 이런 식으로 하게 되다니...
날카롭게 갈긴 했지만, 귀를 뚫는 순간, 너무나 아파서, 눈물이 나왔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되다니.
거울에 비치는 커다란 링 귀걸이를 한 내 모습은 처량 맞기 짝이 없었다.
이 다음에 할 일은... 화장대 위에 곱게 올려진 천연 가발.
시체의 머리에서 벗겨낸 두피를 머리에 써 보았더니,
약간 작긴 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이것이 바로 시체를 걸어나가게 하는 방법이다.
내 천재적인 머리가 어떻게 이런 작전을 생각해 냈는가 하면,
그녀의 키가 나만큼이나 크다는 것에서 시작 했다.
사람의 눈과 기억은 참 편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눈은 피사체의 특징적인 부분만 잡아내고,
기억은 그 특징적인 부분만 자신의 뇌에 각인시켜 둔다.
데자뷰(dejavu)라는 현상 역시 이런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처음 접하는 것을 보고,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은
그것과 비슷한 것을 보고 인간의 뇌가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모텔에 들어올 때, 빨간 머리는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내 뒤에 멀찍이 서 있던 여자의 무엇을 보았을까,
첫째는 큰 키다.
둘째는 긴 머리칼,
세 번째는 눈에 띄는 귀걸이. 이 세 가지라고 난 확신한다.
그리고, 난 이 세 가지로 빨간 머리의 눈을 속일 것이다.
여자의 키가 커서, 분해하는데는 힘이 들었지만, 그것은 나에게 유리
한 점이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엄마의 노력이 크다.
워낙 곱게 자란 탓인지, 내 피부는 여자 못지 않다.
철없던 대학 1학년 때, 잠깐 머리를 기른 적이 있었다.
그 때, 참 이런 경우를 많이 당했다.
'영숙아, 어디 가니?'
'예?'
'어머,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봤어요.'
그 때는 여성스런 내 외모가 불만스러웠지만, 지금 나는 그것 덕분에
탈출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두 개의 쌕에는 시체가 나뉘어져 담겨 있고, 귀걸이와 가발도 준비되었다.
난 핸드백에서 루즈를 꺼내 처음으로 화장을 하는
여대생의 기분으로 그것을 입술에 발랐다.
전체적으로 화장을 하는 게 변신에 더욱 유리하겠지만, 일단은 내가
화장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어설프게 되기가 십상이다.
그리고, 나중일도 생각해야 한다.
화장을 지울 일을... 그래서, 입술만 바르기로 했다.
강렬한 빨간 색을 바르면, 시선은 그 곳으로 모아지기 마련이니까.
천연 가발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청테이프로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붙였다.
나중에 떼어낼 때, 얼마나 아플까. 모자를 썼다.
완벽하다. 자세히 보면 이런 어설픈 변장은 눈에 띄겠지만, 지금은 새
벽녘이고, 대개의 모텔과 마찬가지로 이 모텔의 조명도 그리 밝지는 않다.
그리고, 여자들이 이런 곳에 드나들면서 수줍어하는 건 당연한 일.
모자를 눌러 쓰고, 고개를 숙이고 정문을 나간다 해도,
빨간 머리는 눈치를 못 챌 것이다.
자, 이제 출동 준비 완료다.
복도를 걷는데, 자꾸 다리가 휘청거린다. 누가 하이힐이란 걸 만든 거야!
그러고 보면, 여자들은 참 대단하다. 이런 걸 신고 잘도 걸어다니니...
하이힐 뿐 만이 아니다. 키는 비슷했지만, 이 여자의 코트와 치마가
나에게는 맞지가 않았다.
하기야, 남자와 여자는 어깨, 골반의 뼈의 모습이 현저히 다르다.
하지만, 겨울이라는 계절이 그걸 막아줄 것이다. 코트로 감싼 몸을 보고,
남자니 여자니 관찰해 내기는 쉽지 않다. 1층으로 내려 왔다.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쌕 안에 있는 것들은 터지지 않을까.
혹시, 넘어지기라도 해서 가발이 떨어지면 어쩌지,
갑자기 옷이 투두둑 하며 뜯어지면 ...
아니야. 불길한 생각은 하면 안 돼.
프런트 앞을 지날 때, 빨간 머리가 고개를 내민다.
'저, 몇 호 손님이시죠?'
심장이 금새 폭발할 듯 뛴다. 대답을 하면 눈치를 채버릴 것이다.
내가 여자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한 번 해 봐?...
'아, 203호 손님이시죠?'
녀석은 다행히 기억을 하고 있었다. 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룸키는요?'
난 조심스레 오른손으로 계단 위를 가리켰다.
이 가리킴의 의미를 알아야 할텐데...
'남자 분이 가지고 나오실 거지요? 예,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녀석은 다행히 손짓의 의미를 알아채 주었다.
허둥대지 않고 천천히 프런트를 지나, 현관을 향해 걸었다.
차가운 공기가 너무나 상쾌하게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내 애마가 있는 곳을 향해 갔다.
그리고, 차안에다 쌕과 코트, 그리고, 하이힐을 던져 넣었다.
그리고, 프런트에서 보이지 않는 쪽으로 여관의 뒤로 돌아갔다.
울퉁불퉁한 벽돌을 잡고, 등반을 시작했다.
시간이 없어, 시간이.
하지만, 겨울의 한기에 얼어붙은 벽돌들은 너무나 차가웠고,
난 한 번도 등반 따위를 해 본적이 없었다.
겨우, 창틀을 잡았고, 있는 힘을 다 내보았지만, 아까 쓰레기 봉투를
돌리느라 힘이 너무 빠져버렸다. 시간을 길게 끌면 안 된다.
아직은 새벽녘이라서 어둠에 쌓여있지만, 혹시 누군가가 이 장면을 본
다면,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엄마, 힘을 줘요. 정화야, 힘을 줘.
쿵하고 머리를 찧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우선, 청테이프를 뜯어내며,
가발을 벗었다. 투두둑. 이런, 젠장.
너무 따갑다.
다음은 귀걸이. 귀가 찢어지는 듯 아팠지만, 어쨌든 귀걸이 두 개도
무사히 빼냈다. 그리고, 난 입고 있는 옷 위로 내 옷을 겹쳐 입었다.
겨울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여름의 가벼운 옷차림으로는 절대 이런
트릭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화장도 지우고, 가발이랑 귀걸이, 이 따위 것들은 무스탕 안 주머니
에 쑤셔 넣었다. 완벽하게 다시 남자로 변신한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가방을 집어 들고 룸을 나왔다.
프런트가 보였다. 여기만 빠져나가면 완전한 탈출이다.
룸키를 프런트에 놓았다.
'수고하세요.'
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빨간 머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룸키를 받았다.
'다음에 또 오세요.'
다음엔 절대 안 올 거야. 이제 저 현관을 빠져나가면 다음엔 절대 안올 거야.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현관을 응시하고 있는 나의 눈에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갑자기 나타났다.
우리는 격렬히 부딪쳤고, 난 가방을 놓쳤다.
가방이 공중에 뜬 그 1초도 안 되는 순간이 나에게는 10년처럼 느껴졌다.
저 가방이 땅바닥에 떨어져서 쓰레기 봉지가 터진다면...
그러면, 나의 눈물겨운 노력도 모두 허사가 된다.
탁!
나와 부딪친 남자가 공중에서 가방을 낚아채 주었다.
그리고, 징그러운 웃음을 띄며 그것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어이구, 이거 죄송합니다.'
그 남자는 나를 순식간에 지옥으로 끌고 내려갔다가 다시 천국으로 올려주었다.
가방을 든 나는 종종걸음으로 현관을 빠져나왔다.
내 애마에 올라타자마자, 시동을 걸고 모텔을 빠져나왔다. 성공이다!
나의 완벽한 계획과 엄마와 정화의 정신적인 도움으로
자칫 망가질 뻔한 내 인생을 지켜냈다.
눈물이 났다.
오늘 밤 나는 시체를 분해했고,
인육을 먹어야 했고,
귀를 뚫어야 했고,
두피를 써야했다.
저 모텔 안에서 일어난 일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쓰레기 봉투에 담겨져 있는 시체는 어디 야산에라도 버려버리면 그만 이다.
워낙 산산이 분해를 해 놔서, 신원확인조차 어려울 것이다.
나의 모텔 탈출작전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저 사람, 왜 저렇게 허둥지둥 나가냐?'
'이런데 오는 사람들이 다 그렇죠, 뭐.'
'그건, 그렇고 오늘은 돈 될만한 상품이 좀 있었어?'
'말도 마요, 나이 많은 아저씨, 아줌마들만 버글거렸다니까요.'
'에이, 오늘도 공쳤네.'
'아, 방금 나간 저 남자 손님이랑 같이 온 여자가 끝내 주더라구요.
키도 훤칠한 게, 재미있게 찍혔을 거예요.'
'너도 아직 못 봤어?'
'예. 좀 바빠서요. 근데, 저 사람들 룸이 없어서 203호에 묵게 했거든요.
203호에는 카메라가 모자라서 욕실에만 설치를 했잖아요.
그게 좀 아쉽네요.'
'괜찮아, 괜찮아.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어서 한 번 확인해 보자. ..
황금가지 문학상 수상작이라네요
겁나 오래된 중복임 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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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글터] 모텔에서 생긴 일
오래전에 재밌게 봤던 글입니다.^^
모텔에서 생긴일.
이건 정말큰일이다.
초등학교 때,
엄마가 아끼던 200만 원 짜리 도자기를 깼을 때보다 더
혼이 날 것 같다.
물론, 그 도자기보다 비싼 건 아니지만,
욕실에 나뒹굴고 있는 이 육체는 자칫하면
내 인생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
어쩐지 너무 쉽게 모텔까지 데리고 오나 했는데,
사람일이란 새옹지마라고 말도 안 되는 일이 터져 버린 것이다.
엄마의 화난 얼굴과 이제 한 달 후면 결혼하게 될 나의 피앙세
(fiance), 정화의 실망한 얼굴이 오버랩 되기 시작한다.
두 시간 전,
채팅에서 만난 가출소녀와 20만원으로 밤을 같이 보내기로 하고,
약속장소로 갔다.
자동차의 히터를 틀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내 키 정도 되 보이는 훤칠한 여자애가 나타났다.
여자애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링 귀걸이를 하고 있었고
그 것이 더욱 그 애를 섹시하게 보이게 했다.
차에 여자애가 타자마자,
요즘 성업중인 신도시 주변의 모텔들을 찾았지만,
룸이 없어 한참이나 헤맨 후,
허름한 '파라다이스'라는 이름의 모텔 203호 로 들어왔다.
그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먼저 샤워한다며 욕실로 들어간 애가 한 시간이 넘어도 나오지 않아 들어가 봤더니,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게 아닌가.
인공호흡도 10분이나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의학도인 내가 보았을 때, 완전한 사망이었다.
전혀 가망이 없는...
사인은 후두골(後頭骨) 함몰로 인한 뇌진탕으로 보였다.
바닥에 미끄러져 세면대에 부딪친 것 같았다.
뭔가 소리가 났겠지만,
난 그 때 방에서 한창 에로비디오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욕실 바닥에 주저앉아 이 이름도 모르는 여자애의 시체를 망연히 바라보고 있다.
처음엔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애는 미성년자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원조교제에 대해 말이 많은데,
큰 종합병원 원장의 아들인 의대생이 그랬다는 게
언론에라도 나오게 된다면, 내 앞날 은 끝장이다.
그리고, 엄마는 얼마나 화를 낼 것인가,금이야, 옥이야 키워놓은 아들이
이런 쓰레기와 밤을 보내려고 했다는 걸 아신다면...
생각만 해도 몸서리 쳐진다.
그리고, 정화.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결혼 준비가 착착 진행중인데,
신랑 될 사람인 내가 다른 여자랑 모텔 에 들어왔다는 걸 안다면
우리의 혼사는 그걸로 끝장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하자, 생각을...
명석한 두뇌라면 누구에게 도 지지 않는 내가 아닌가.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욕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며, 30분쯤 고민하니,
흥분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생각을 정리해 보자.
우선, 이 파라다이스란 모텔의 위치는 신도시이다.
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초저녁이었지만, 인적도 드물었고,
내가 아는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물론, 나와 이 여자애가 모텔로 들어서는 걸 본 사람이 있다.
모텔 프런트에 혼자 앉아있던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빨간 머리의 20대 초반의 청년.
그 녀석도 잠시동안 나를 본 걸로 내 얼굴을
완전히 기억하지는 못할것이다.
그래, 달아나자.
이대로 시체를 두고 달아나 버리면 되는 일이다. 시체를 발견한다고
해도 같이 투숙했던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잠시 동안 생각한 후 나온 대답은 '찾을 수 있다'였다.
난 빨간 머리에게 주차를 맡겼었다.
자동차 키를 건네주는 나에게 녀석은 분명 이렇게 말했다.
"와우, 저 빨간색 재규어가 정말 손님 차예요? 한 번 꼭 몰아보고 싶었는데."
"조심해서 다뤄 줘요."
"마음 푹 놓으세요."
빨간 머리는 내 차를 기억하고 있다.
내가 왜 나의 귀중한 애마를 녀석에게 맡겼을까?
정말 땅을 치며 후회할 일이었다.
빨간 색의 재규어를 가지고 있는 20대 후반의 청년은 국내에 몇 명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대로 시체를 두고 달아난다면 분명 잡히고 말겠지.
다른 방법은 없을까?
그래, 업고 나가면 된다.
어디가 갑자기 아픈 것같이 해서 급하게 업고 나가면...
갑자기 우리 클럽 멤버중의 한 명인 재찬이의 말이 떠올랐다.
작년 겨울인가, 재찬이가 여자를 꼬셔서,
러브호텔에 갔었는데, 그때, 그 여자애가 갑자기 복통을 일으켜서 급하게 응급실로 데리고 간적이 있다고 했다.
"와, 말도 마. 진땀 뺐다니까. 옷을 벗기고, 침대에 눕히는데, 갑자
기 배를 잡고 뒹구는데, 환장하는 줄 알았어."
"하하, 재미보러 갔다가 그게 웬 봉변이냐."
"급하게 들쳐업고 모텔을 빠져 나오는데,
프런트에서 나를 막 붙잡는거야.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말이야
나더러 주민등록증을 내 놓으라고."
"아니, 왜?"
"생각해봐라.
그 여자애가 죽기라도 하면, 내가 죽였는지,
아니면 진짜 아파서 죽었는지 모르잖아.
모텔 같은 숙박업소에선 살인사건도 많이 일어나고,
도피중인 수배자들도 많아서 그런지 그런 경우엔 되게 민감하더라"
재찬이를 곤경에 빠뜨렸던 여자는 분명,
재찬이의 등에서 신음도 하고, 꿈틀거렸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도 프런트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꼼짝도 하지 않는 여자를 업고 나가면 빨간 머리는 어떻게 할까?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남자의 등에 업혀 나가는 여자..
이것만큼 이상한 광경도 없을 것이다.
희미하게 보이던 빛이 사라져 버렸다.
이대로 여기서 끝나는 것인가.
난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체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영화나 소설에서 보니까,
마법사들이나 주술사들이 시체를 소생시키는 마법을 쓰던데, 내게 지금 그런 힘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이 시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면 되는데...
가만, 가만... 이거 흥미로운걸...
데리고는 못 나가지만, 가지고 나갈 순 있다.
그래, 어차피 이 여자는 지금 시체가 되어 있고,
시체란 건 결국 고깃덩어리하고 마찬가지다.
그럼, 가지고 나가면 된다. 난 시체의 허벅지, 팔을 만져 보았다. 마
치 살아있는 사람의 근육과 같은 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목욕을 한다고 욕탕 안에 온수를 받아 놓아서 욕실의 온도가 따뜻해
아직 체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워 있는 시체를 돌려 등을 살펴보았다.
혈액응고가 시작되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반(屍班)도 보이지 않았다.
사후경직도, 혈액응고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나에겐 정말 큰 행운이다.
그리고, 나의 해부학 성적이 A+라는 것도. 열심히 공부하길 잘했다니까.
이 시체를 분해한 다음, 큰 가방에 담아 가지고 천연덕스럽게 나가면된다.
혹시 프런트에서 빨간 머리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여자 분은요?"
이렇게 되면 곤란해진다. 이 모텔의 프런트는 현관의 정면에 위치해
있고, 프런트의 눈을 피해 현관으로 나가는 건 불가능하다.
가지고 나간다는 것도 방법이 안 되었다.
결국, 이 큰 키의 시체가 일어나서, 성큼성큼 걸어 나가주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방법이없는 것이다.
큰 키... 큰 키...
난 거울을 한 번 보았다.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룸으
로 들어가 모텔의 뒤쪽으로 나 있는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상가들만 좀 있을 뿐, 주택은 거의 없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내예상 대로다.
모텔이란 곳은 건물의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쓴다.
이 '파라다이스' 모텔도 마치 궁전같이 보이게 짓느라 벽돌을 돌출 시키게 하는 형식으로 지어져 있다.
내 머리 속은 퍼즐을 끼워 맞추듯 작전에 필요한 여러 조건을 검토
하고 있었고, 결론은 이 시체를 걸어나가게 할 기적을 일으킬 수 있
다 는 것이었다.
자, 그러자면 일단 수술도구들이 필요한데...
어떤 것들이 필요하지?
톱과 여러 크기의 칼들, 남자용 가방과 여자용 쌕 몇 개, 그리고, 쓰
레기 봉지와 청테이프와 모자. 자, 그럼 모텔 탈출 작전을 시작하자.
준비는 끝났다.
상점들이 서서히 문이 닫기 시작하는 시내를 정신 없이 돌아다녀, 겨우 장만할 수 있었다.
난 정말 천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기쁨보다도 더 나를 휘감고 있는 건 이대로 달아나고 싶다는 욕망이다.
저 모텔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약해지는 의지를 붙잡았던건,
해부학 첫 시간, 교수님이 해 주셨던 이야기였다.
'의사는 인간이 아니다. 의사는 강철이다.'
그래, 나에게는 강철과 같은 의지가 있다.
이대로 달아난다면 난 평생 파렴치한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야 할 것이다.
고작 이런 일로 핑크빛 미래를 어둡게 할 수는 없다.
난 당당하게 파라다이스 안으로 들어섰다.
프런트 안에 있는 빨간 머리가 나를 보았다.
난 내 한 쪽 어깨에 들려져 있는 좀 크다 싶은 쌕에 대해 녀석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뭇 궁금했다.
이 쌕 안에는 여자용 쌕이 들어가 있고,
그 안에는 다른 도구들이 들어가 있다.
키를 건네준 녀석은 도로 프런트에 있는 TV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
내 예상은 들어맞았다.
내가 왜 이런 걱정을 하느냐 하면, 모텔 같은 데서는 손님이 무거운
짐을 가지고 있으면 들어 주려고 할 수가 있다.
하지만, 빨간 머리는 이 정도 크기의 짐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룸으로 돌아온 나는 바삐 욕실로 들어갔다.
사람이란 참 간사한 생물이다. 욕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난 시체가 없었으면 하는 어린아이 같은 상상을 했다.
하지만, 시체는 그 모습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쓰러져 있었
다. 그래, 현실은 받아들여야지. 난 작업에 착수했다.
욕실 안에서 작업에 필요 없는 모든 것들을 룸으로 옮겼다. 뭐, 비누
나 휴지, 샴푸, 타월, 어느 욕실에나 있는 그런 것들을 말이다.
그리고, 옷을 모두 벗은 채, 여자애가 하고 있던 브래지어로 시체의
양 발목을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시체를 물구나무 세운 뒤,
발목에 묶여있는 매듭을 욕실 벽의 옷걸이에 걸었다.
옷걸이의 높이가 낮아서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었지만,
그런 대로 만족할 만했다.
서서히 경직되기 시작한 무거운
시체를 거꾸로 세우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어차피, 좀 기다려야 하니까, 여유 있게 앉아서 담배나 태우자.
담배 두 대를 태운 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온수를 틀었다.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우선, 온도의 문제.
어쨌든 시체가 경직이 되면 작업이 힘들어질 것이다.
두 번째는, 소리의 문제. 방음시설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돌다리도 두들겨 가며 건너야 할 때니까.
세 번째는, 뒤처리의 문제다. 욕실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으면 습도
가 높아 피나 오물이 튀어도 쉽게 응고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밑
준비는 모두 끝났다
나는 톱을 들었다.
이런 젠장... 이제 와서 손이 떨리다니...
해부학 시간이라고 생각하자. 지금은 해부학 시간이다.
하지만, 떨림은 좀처럼 멈추려 하지 않았다.
그래, 엄마와 정화를 생각하자.
엄마의 화난 얼굴과 정화의 실망한 얼굴을...
나는 시체의 몸에서 목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지금이 몇 시지?
새벽 세 시. 피비린내와 배설물의 냄새를 맡으며,
이 곳에서 다섯 시간이나 있었구나.
내 온몸은 피와 오물로 가득했다.
어서 빨리 끝내고 목욕이나 했으면 좋겠다. 우선은 좀 쉬자.
내가 지금까지 도대체 뭘 했지? 시체의 머리는 미장원에 있는 가발
마네킹처럼 세면대 위에 잘 모셔 놓았고,
그 뒤에 어깨와 대퇴부에 있는 경동맥에서 피를 대충 뽑아냈다.
부피를 최대한 줄여야 하니까...
그리고, 지금 욕실 바닥엔 인간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고깃덩이와 뼈들이 늘어져 있다.
자꾸 바닥이 미끌거려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자칫하면 여자애가
그랬듯, 내가 뇌진탕으로 죽었을 지도 모른다.
자, 다시 시작하자. 난 피로 물들어 있는 커터를 들었다. 그리고, 얌
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머리를 집었고, 두피를 벗기기 시작했다.
어깨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 하긴,
10kg이 넘는 쓰레기 봉지를 수백 바퀴는 돌렸으니...
뼈는 의외로 차지하는 부피가 적다.
문제는 피와 수분을 잔뜩 머금고 있는 내장들.
구멍을 뚫은 쓰레기 봉지에 그것들을 넣고
쥐불놀이를 하듯이 돌린 탓에 욕실의 천장이고, 바닥이고 할 것 없이 온통 피가 튀었다.
원심력의 원리를 이용한 인간탈수기가 된 것이다.
진짜 탈수기가 있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기야, 탈수기가 있었다고 해도 이런 것들을 넣고 돌릴 순 없는 일이지.
나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두 개의 쌕에 들어가기에는
부피가 커 보인다.
피나 오물들은 배수구나 화장실 변기에 쏟아 버리면 그만이지만,
내장 은 그럴 수도 없다.
결국, 그 방법까지 써야 한단 말인가. 피하고 싶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천국으로 비상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쌕. 사람의 위는 상당히 많은 양을 담을
수가 있다. 난 두 눈을 감고, 한 손으로 코를 막았다.
그리고, 쓰레기봉지에 손을 넣었다. 물컹한 것을 한 웅큼 집어냈다.
느낌으로는 간(肝) 같은데... 얼마큼 내 위에 담을 수 있을까.
새벽 다섯시. 욕실 청소를 끝냈다.
선반과 세면대, 욕조,
구석구석 단 한 방울의 피도 남기지 않기 위해서 닦고 또 닦았다.
이 곳에서 인체 분해가 일어난 것은 나와 시체만이 알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청소를 멈추었다.
그리고, 피바다에서 헤엄이라도 치고 나온 듯한 내 몸을 씻었다.
피비 린내와 구역질나구역질나는 냄새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몇 번이고 비누칠 을 했다.
그리고, 양치질도... 상쾌하게 샤워를 끝낸 나는 룸으로 돌아왔다. 엄마의 품같이 한없이 편해 보이는 침대가 나를 유혹했지만,
아직 할 일 이 많았다.
우선, 여자애가 하고 있던 커다란 링 귀걸이를 이용해 귀를 뚫어야 했다.
언젠가 한 번은 귀를 뚫어보고 싶었는데,
그걸 이런 식으로 하게 되다니...
날카롭게 갈긴 했지만,
귀를 뚫는 순간, 너무나 아파서, 눈물이 나왔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되다니.
거울에 비치는 커다란 링 귀걸이를 한 내 모습은 처량 맞기 짝이 없었다.
이 다음에 할 일은... 화장대 위에 곱게 올려진 천연 가발. 시체의 머
리에서 벗겨낸 두피를 머리에 써 보았더니,
약간 작긴 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이것이 바로 시체를 걸어나가게 하는 방법이다.
내 천재적인 머리가 어떻게 이런 작전을 생각해 냈는가 하면,
그녀의 키가 나만큼이나 크다는 것에서 시작했다.
사람의 눈과 기억은 참 편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눈은 피사체의 특징적인 부분만 잡아내고,
기억은 그 특징적인 부분만 자신의 뇌에 각인시켜 둔다.
데자뷰(dejavu)라는 현상 역시 이런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처음 접하는 것을 보고,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은
그것과 비슷한 것을 보고 인간의 뇌가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모텔에 들어올 때, 빨간 머리는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내 뒤에 멀
찍이 서 있던 여자의 무엇을 보았을까,
첫째는 큰 키다.
둘 째는 긴 머리칼, 세 번째는 눈에 띄는 귀걸이. 이 세 가지라고 난
확신한다. 그리고, 난 이 세 가지로 빨간 머리의 눈을 속일 것이다.
여자의 키가 커서, 분해하는데는 힘이 들었지만,
그것은 나에게 유리한 점이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엄마의 노력이 크다.
워낙 곱게 자란 탓인지, 내 피부는 여자 못지 않다.
철없던 대학 1학 년 때, 잠깐 머리를 기른 적이 있었다.
그 때, 참 이런 경우를 많이 당했다.
"영숙아, 어디 가니?"
"예?"
"어머,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봤어요."
그 때는 여성스런 내 외모가 불만스러웠지만,
지금 나는 그것 덕분에 탈출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두 개의 쌕에는 시체가 나뉘어져 담겨 있고,
귀걸이와 가발도 준비되었다.
난 핸드백에서 루즈를 꺼내 처음으로 화장을 하는
여대생의 기분으로 그것을 입술에 발랐다.
전체적으로 화장을 하는 게 변신에 더욱 유리하겠지만, 일단은 내가
화장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어설프게 되기가 십상이다. 그리고,
나중일도 생각해야 한다.
화장을 지울 일을... 그래서, 입술만 바르기로 했다. 강렬한 빨간 색
을 바르면, 시선은 그 곳으로 모아지기 마련이니까.
천연 가발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청테이프로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붙였다. 나중에 떼어낼 때, 얼마나 아플까. 모자를 썼다.
완벽하다.
자세히 보면 이런 어설픈 변장은 눈에 띄겠지만,
지금은 새벽녘이고, 대개의 모텔과 마찬가지로
이 모텔의 조명도 그리 밝지는 않다.
그리고, 여자들이 이런 곳에 드나들면서 수줍어하는 건 당연한 일. 모자를 눌러 쓰고, 고개를 숙이고 정문을 나간다 해도,
빨간 머리는 눈치를 못 챌 것이다.
자, 이제 출동 준비 완료다.
복도를 걷는데, 자꾸 다리가 휘청거린다.
누가 하이힐이란 걸 만든 거야!
그러고 보면, 여자들은 참 대단하다.
이런 걸 신고 잘도 걸어다니..
하이힐 뿐 만이 아니다. 키는 비슷했지만, 이 여자의 코트와 치마가
나에게는 맞지가 않았다. 하기야, 남자와 여자는 어깨, 골반의 뼈의
모습이 현저히 다르다.
하지만겨울이라는 계절이 그걸 막아줄 것이다.
코트로 감싼 몸을 보고, 남자니 여자니 관찰해 내기는 쉽지 않다.
1층으로 내려 왔다.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쌕 안에 있는 것들은 터지지 않을까. 혹시, 넘어지기라도 해서 가발
이 떨어지면 어쩌지, 갑자기 옷이 투두둑 하며 뜯어지면...
아니야. 불길한 생각은 하면 안 돼.
프런트 앞을 지날 때, 빨간 머리가 고개를 내민다.
"저, 몇 호 손님이시죠?"
심장이 금새 폭발할 듯 뛴다. 대답을 하면 눈치를 채버릴 것이다.
내가 여자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한번해봐?...
"아, 203호 손님이시죠?"
녀석은 다행히 기억을 하고 있었다. 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룸키는요?"
난 조심스레 오른손으로 계단 위를 가리켰다.
이 가리킴의 의미를 알아야 할텐데...
"남자 분이 가지고 나오실 거지요? 예,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녀석은 다행히 손짓의 의미를 알아채 주었다.
허둥대지 않고 천천히 프런트를 지나, 현관을 향해 걸었다.
차가운 공기가 너무나 상쾌하게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내 애마가 있는 곳을 향해 갔다. 그리고, 차안에다 쌕과 코트,
그리고, 하이힐을 던져 넣었다.
그리고, 프런트에서 보이지 않는 쪽으로 여관의 뒤로 돌아갔다.
울퉁불퉁한 벽돌을 잡고, 등반을 시작했다.
시간이 없어, 시간이.
하지만, 겨울의 한기에 얼어붙은 벽돌들은 너무나 차가웠고,
난 한 번도 등반 따위를 해 본적이 없었다.
겨우, 창틀을 잡았고, 있는 힘을 다 내보았지만, 아까 쓰레기 봉투를
돌리느라 힘이 너무 빠져버렸다. 시간을 길게 끌면 안 된다.
아직은 새벽녘이라서 어둠에 쌓여있지만,
혹시 누군가가 이 장면을 본다면,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엄마, 힘을 줘요. 정화야, 힘을 줘.
쿵하고 머리를 찧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우선, 청테이프를 뜯어내며,
가발을 벗었다. 투두둑. 이런, 젠장.
너무 따갑다.
다음은 귀걸이. 귀가 찢어지는 듯 아팠지만, 어쨌든 귀걸이 두 개도
무사히 빼냈다. 그리고, 난 입고 있는 옷 위로 내 옷을 겹쳐 입었다.
겨울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여름의 가벼운 옷차림으로는 절대 이런
트릭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화장도 지우고, 가발이랑 귀걸이,
이 따위 것들은 무스탕 안 주머니 에 쑤셔 넣었다.
완벽하게 다시 남자로 변신한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가방을 집어 들고 룸을 나왔다.
프런트가 보였다. 여기만 빠져나가면 완전한 탈출이다.
룸키를 프런트에 놓았다.
"수고하세요."
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빨간 머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룸키를 받았다.
"다음에 또 오세요."
다음엔 절대 안 올 거야.
이제 저 현관을 빠져나가면 다음엔 절대 안올 거야.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현관을 응시하고 있는 나의 눈에 험상궂
게 생긴 남자가 갑자기 나타났다.
우리는 격렬히 부딪쳤고, 난 가방을 놓쳤다.
가방이 공중에 뜬 그 1초도 안 되는 순간이 나에게는 10년처럼 느껴졌다.
저 가방이 땅바닥에 떨어져서 쓰레기 봉지가 터진다면...
그러면, 나의 눈물겨운 노력도 모두 허사가 된다.
탁!
나와 부딪친 남자가 공중에서 가방을 낚아채 주었다.
그리고, 징그러운 웃음을 띄며 그것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어이구, 이거 죄송합니다."
그 남자는 나를 순식간에 지옥으로 끌고 내려갔다가
다시 천국으로 올려주었다.
가방을 든 나는 종종걸음으로 현관을 빠져나왔다.
내 애마에 올라타자마자,
시동을 걸고 모텔을 빠져나왔다. 성공이다!
나의 완벽한 계획과 엄마와 정화의 정신적인 도움으로
자칫 망가질 뻔 한 내 인생을 지켜냈다.
눈물이 났다. 오늘 밤 나는 시체를 분해했고,
인육을 먹어야 했고, 귀를 뚫어야 했고, 두피를 써야했다.
저 모텔 안에서 일어난 일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쓰레기 봉투에 담겨져 있는
시체는 어디 야산에라도 버려버리면 그만
이다. 워낙 산산이 분해를 해 놔서, 신원확인조차 어려울 것이다.
나의 모텔 탈출작전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저 사람, 왜 저렇게 허둥지둥 나가냐?"
"이런데 오는 사람들이 다 그렇죠, 뭐."
"그건, 그렇고 오늘은 돈 될만한 상품이 좀 있었어?"
"말도 마요, 나이 많은 아저씨, 아줌마들만 버글거렸다니까요."
"에이, 오늘도 공쳤네."
"아, 방금 나간 저 남자 손님이랑 같이 온 여자가 끝내 주더라구요.
키도 훤칠한 게, 재미있게 찍혔을 거예요"
"너도 아직 못 봤어?"
"예. 좀 바빠서요. 근데, 저 사람들 룸이 없어서
203호에 묵게 했거든요. 203호에는 카메라가 모자라서 욕실에만 설치를 했잖아요. 그게 좀 아쉽네요."
"괜찮아, 괜찮아.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어서 한 번 확인해 보자"
준비운동작성일
2011-07-01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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