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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화장실에서 발생한 엽기적인 사건 (펌)

키지마코이치 작성일 09.07.05 1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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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비위가 약한 노약자나 여자분들은 글 읽는 것을 삼가해 주세요!  

 

벌써 14년이 지난 이야기네요.

제가 군 입대하기 얼마 전 20대 초반이던 1995년 일어났던 사건으로 기억합니다.

살인적인 대구의 여름을 온 몸으로 부딪히며 더위를 식힐 겸 친구와 함께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멀티 복합 상영관이 없었고 대부분이 단편 영화관이 주를 이루던 시절이었습니다.

영화제목은 "사망하드3"  영화관도 제법 냉방이 잘 되서 시원했고 영화도 부루스 윌리스

액션이 시원하게 빵빵 터져서 재미있게 봤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그 해 여름 개봉작 중 가장 흥행이 잘 되었던 영화였었지요.

영화의 유명 인지도에 상영관은 당연히 거의 매회 매진이었습니다.

주말 낮 무렵 미리 저녁 시간표를 예매해 놓고 친구와 함께 쇼핑도 하고 음식도 먹고

패스트푸드점에 들러 후식으로 팥빙수도 먹고 난 후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렇게 영화가 끝나갈 무렵, 영화관 들어오기 전 더위를 식히려 먹었던 그 팥빙수가 화근이었는지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기에 타이밍상 참을 수 있겠다 싶어 그냥 참았습니다.

드디어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인내의 한계를 느낀 저는

친구에게 몸짓으로 의미를 전달하고 바로 우사인 볼트가 되어 화장실로 내달렸습니다.

다행히 영화가 끝난 직후라 화장실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아무칸이나 문을 열고 들어가서 얼른 바지를 내렸습니다.

쌍바위골에선 괭음(?)이 발산되며 쌓였던 근심의 묽은 황금덩어리들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아~ 이, 시원한 안도감이여...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갔습니다. 휴지가 없었던 것이지요.

저는 찬찬히 마음의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 보았습니다.

오~ 신이시여! 역시 당신은 정녕 저를 버리지 않으셨나이다.!!! 

다행히도 누군가 쓰다 반쯤 남기고 간 여행용 휴지가 제 레이더망에 포착 되었고

다시 한번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저를 버리지 않으신 신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고...

이제 편안하게 볼 일을 보고 나가는 일만 남았다, 생각하며 차분하게 마무리 단계에 돌입하고 

있을 때 영화를 다 본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로  몰려 들어오는 소리가 나더군요.

양측 옆 사로(칸)에 사람들이 들어차는 소리가 들리고..

이 때 발견한 화장실 문 잠금고리의 고장!!!

그래서 저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경우없는 사람의 행동에 대비하고자 

나무문의 손잡이를 오른손으로 꼭 붙잡고 볼 일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대구극장의 그 당시 화장실을 이용해 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쪼그려 앉는 변기에 앉은 자세에서 우측 측면에 위치해 있던 나무문,

그 나무문에 달려있던 고리 파지형 손잡이를...    

아랫배에선 다시 신호가 왔고 전 온 신경을 집중하여 이 고행의 끝을 보기 위해 회심의 필살기인

끊어치기로 마지막 근심의 증거물을 밀어내려 할 때,

아~ 제가 혹시나 하고 우려하던 대형사고가 결국 터지고 말았습니다.

21세기 첨단문화시대를 향해 달려가던 그 시점에 화장실 사용의 기본 에티켓인 노크도 하지 않은 채 

화장실 문을 마음대로 벌컥벌컥 열어 제치는 어느 매너없는 사람의 어처구니 없는 만행에 그만,

저는 선의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모든 신경을 뒤쪽에 쏟고 있었기에 화장실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의 당김은 당연히 느슨해지기 마련이죠.

절묘한 타이밍에 노크도 없던 그 무례한 사람이 밖에서 도란스포머보다 더 강력한 힘으로 화장실 문을

벌컥 열어버렸고 막 근심의 마지막 증거물들을 배출하고 있던 저로선 별 다른 저항을 할 수도 없이

거대한 힘에 이끌려 화장실 여닫이문의 손잡이를 잡은 채 맨살의 하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문이 열리는 바깥방향으로 끌려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타의적으로 끌려나온 저는 무릎까지 내린 바지가 장애물이 되어 어처구니 없이 넘어지며

화장실 바닥에 주저 앉았고 그 절묘한 타이밍과 충격에 마지막 질주를 준비중이던 

묽은 근심의 증거물들이 쌍바위골을 타고 흘러내려 제 다리와 바닥을 흥건히 적셨습니다.

밖으로 끌려나온 저를 맞이한 것은 그 무매너남의 놀란 눈빛과 큰일,작은 일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안타까운 탄식, 불쌍히 여기는 사람들의 수근거림과 슬랩스틱코미디 보다

더 코미디 같은 저의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의 키득거림이었습니다.

이 상황에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사고의 원흉인 제 나이또래로 보이는 이 무매너남이 멈칫하는 순간

빛의 속도로 줄행랑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빠르게 사라져가는 그 사람의 뒷모습을 망연자실 바라보며 황급히 바지를 수습하고 저는 다시

화장실칸으로 들어 갔습니다. 

바지와 속옷을 벗고 다리에 묻은 그 증거물들을 휴지로 대충 닦아내고 사람들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렸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고 화장실은 인기척이 없이 조용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때 밖에서 들려오는 어느 여자분의 목소리,

어느 * 놈이 화장실 바닥에 x을 싸질러 놨어? 에이 썅!!

청소하는 아주머니의 목소리였습니다.

구세주였습니다. 아주머니께 안에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밖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친구를

찾아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핸드폰이 상용화 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아주머니가 복도와 휴게실에서 이름을 크게 불러 친구를 찾아주셨고 결국 친구가 화장실로 왔습니다.

아주머니가 화장실 외부 출입문을 봉쇄해 주신 후 저는 세면대에서 빠르게 노폐물들을 씻어 냈습니다.

속옷을 입지 않은 채로 아주머니꼐서 빌려주신 남성용 작업복 바지를 빌려 입고

공공화장실 세면대에서 처량하게 오물을 씻어내며 친구를 기다리는 비참한 제 모습이란...

경험 안해 보셨죠?  안해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ㅡ.ㅡ;    

그 사이 친구는 영화관 근처 옷가게 노점 좌판과 속옷가게에 가서

싸구려 반바지와 트렁크 팬티를 사왔습니다.     

오물이 묻은 바지와 속옷을 버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저를 보며 아주머니와 친구는

배를 잡고 눈물까지 흘리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도 혹시 냄새가 날까 노심초사 했었지요.

 

저의 95년 여름은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친구는 그 이야기를 지금까지도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친구들 와이프들과 함께 하는 부부동반 모임자리에서 말입니다.

여러분!

혹시 공공 화장실 이용하실 때 잠금장치 없거나 고장난 문 주의 하시구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두번 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혹 이 이야기가 글을 읽는 여러분의 비위를 상하게 했다면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 드립니다.

너그럽게 용서하시길...

더운 여름! 건강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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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 펌이었습니다. 졸라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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