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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전쟁 당일 대한민국 여성들의 하루

검선 작성일 13.03.29 01:24:55
댓글 19조회 8,105추천 5


전쟁 당일, 여자들의 하루

 

 

 

느즈막히 정오가 되서야 눈을 떠, 늘어지게 하품 한 번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니 머리가 띵~ 하다.

 

 

 

'어제 너무 많이 마셨나...양주를 막 퍼주던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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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돈은 가진 것 하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학벌이 좋은 것도 아니고..계약직 경리지만...

 

나름 성형도 했고~ 가슴수술도 했고..그래도 자기관리는 철저히 한거잖아?

 

 

 

덕분에

 

나이트클럽에 가면 공짜로 양주도 마시고 춤도 추고...

 

이게 바로 수지맞는 장사지.

 

하지만, 첫 만남에 잠자리까지는 가지 않는다.

 

난 싸구려가 아니니까.

 

 

 

두세번 만나서 밥좀 얻어먹고..차도 좀 타고..

 

 

 

'어제 그 오빠 돈 많은 것 같은데..오늘 만나자고 연락해볼까?'

 

 

 

휴대폰을 집어들어

 

'오빠~~ 어제 잘 들어갔어? 나아~ 파스타 먹고싶다! 해장파스타 ㅎㅎ'

 

하고 카톡 대화창에 쓰는데,

 

 

 

갑자기 밖에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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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애애애애애애애앵~~~~~~~~국민여러분 지금 현재..."

 

 

 

'어우 시끄러워...'

 

밖에 내다볼 생각도 않고 일단 카톡 먼저 보낸다.

 

 

 

사이렌 소리를 뒤로하고

 

떡진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방 안에 널브러진 옷가지를 발로 슬슬 밀어가며

 

오로지 디자인이 이뻐 부모님을 졸라 산 맥북 에어를 켜, 인터넷 기사를 본다.

 

 

 

순간 눈에 들어온 충격적인 기사.

 

 

 

'북한 핵실험' 바로 위에 있는

 

'이니스프리 50% 할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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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맛!!! 이거 사야지!!!"

 

 

 

그러나 바로 나갈 준비는 하지 않고, 일단 트위터로

 

"이니스프리 50% 할인한다네요~ 아직 못지르신 분들은 고고!!!" 트윗을 날린다.

 

할인도 놓치지 않고 챙기는 이쁘장한 개념녀로 이미지 메이킹을 완성하는 순간이다.

 

 

 

'아~ 목말라~'

 

냉장고를 열어 딱히 먹지는 않지만 홈쇼핑을 통해 산 다이어트 식품 사이로

 

'에비앙' 생수를 꺼내 한 모금 마신다.

 

 

 

'할인 상품 다 떨어지기 전에 얼른 가 보자'

 

대충 세수를 하고

 

'꾸미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캐쥬얼하고 귀여운 의상 스타일' 을 연출하기위해 1시간가량 이것저것 뒤적거린다.

 

 

 

수십벌을 깔아놓고 입어보다가

 

결국은 흔한 야구모자와 후드티에 패딩을 걸치고 집 문 밖을 나선 여자.

 

 

 

그런데 밖을 나와보니 온통 군인들에 군용 트럭에...

 

'어머..이거 뭐야..훈련인가?'

 

하면서 잽싸게 휴대폰으로 인증샷.

 

 

 

연동된 페이스북에 인증샷을 올리며

 

'오늘 무슨 일 났나봐요~ 아시는 분? 군인들과 한 컷!'

 

 

 

이왕 스마트폰 본 김에 아까 아침에 보낸 카톡 메세지를 확인해본다.

 

없어지지 않은 숫자 1

 

'뭐야..아직 확인도 안 해봤나..'

 

 

 

전화를 할까, 다시 카톡을 할까 고민하면서 잠깐 서 있는데

 

갑자기 다가온 군인 한 명.

 

"저기요!! 지금 여기 계시면 안됩니다. 얼른 피하세요!!!"

 

하면서 팔을 붙잡는데

 

 

 

"어후 뭐야!! 무슨 전쟁이라도 났어? 왜 날 막 만져!!!!, 냄새나!!!"

 

 

 

어이없는 군인.

 

 

 

'너 죽었어, 내 팔을 막 만져?' 하는 마음으로 트위터를 하려는데.

 

스마트폰을 슬쩍 보니 페이스북에 얼마전 같이 성형받은 친구가 댓글로

 

'전쟁터졌데!! 얼른 피하삼 ㄷㄷㄷ'

 

 

 

'전쟁 나긴 했나보네...'

 

고개를 홱 들어 아까 그 군인 보고

 

"저기요, 군인이면 국민을 보호해야하는거 맞죠?"

 

"...네"

 

"저..짐이 좀 있는데 좀 도와주세요!! 따라와요!!"

 

 

 

뭐라 말하기도 전에 휙 돌아서 먼저 올라가버리는 여자.

 

 

 

집채만한 캐리어에 각종 신상 백과 부츠, 코트 등등을 주섬주섬.

 

그 외에도 에센스를 비롯한 고급 화장품들을 꾸역꾸역 쑤셔넣는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모자 위에 척~ 얹고

 

밖에 얼레벌레 따라온 군인에게 캐리어 손잡이를 턱 넘겨주며

 

"아무데나 막 던지지 말아요."

 

 

 

밖으로 나오니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2돈반 군용 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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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람들은 바글바글.

 

아이들은 울고불고 난리인데

 

 

 

최소 BMW나 벤츠만 '얻어' 타고 다녔던 여자.

 

"..다른 차 없어요?"

 

 

 

말 없이 조용히 캐리어를 트럭위에 집어넣는 군인.

 

"어후. 정말 불친절해...우리나라 군인들이란..."

 

 

 

엉거주춤한 자세로 2돈 반에 탑승한 여자.

 

 

 

옆에 한 사람정도 앉을 공간이 있지만 잽싸게 캐리어를 위에 올려놓는다.

 

내 캐리어는 이런 사람들보다 소중하니까.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와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를 뒤로하고

 

이번에 새로 나온 아이돌들의 노래를 듣기 위해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곧 출발한 2돈반 트럭.

 

순간 여자가 '아차' 하는 표정으로 급히 이어폰을 빼더니

 

운전석을 향해 소리친다.

 

 

 

"저기요!! 이니스프리 매장 잠깐 들렀다 가면 안돼요!? 사거리에서 좌회전만 하면 나오는데? 저기요!!!!"

 

 

 

...2돈반은 그저 말 없이 매캐한 연기만을 내뿜으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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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된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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