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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 와이프.... 정상인가요?

면죄자 작성일 13.04.13 23:53:00
댓글 43조회 21,978추천 11

3년 연애

결혼 1년

아직 아이 없음

맞벌이 저32 와이프30

 

와이프는 연애할 때부터 워낙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인데다 정리벽이 심한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정리정돈을 워낙 못하는 성격이라 와이프의 그런 면을 장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결혼해서 같이 살다보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서 톡커님들께 여쭙니다.

 

1. 욕실에 수건

와이프 같은 경우는 수건을 신문 말듯이 돌돌 말아서 세워서 넣어두는데요.

빨강 핑크 흰색 빨 핑 흰 빨 핑 흰 이런 순서대로 꼭 놓습니다.

중간에 한 색이 빠지거나 해서도 절대로 안되고, 접어 놓은 크기도 같아야 합니다.

(신행 다녀와서 급한대로 이마트에서 산 수건이

하필이면 빨핑흰 세가지 색이 같이 들어있는 세트였던지라...

그때 많이 사다놓지만 않았어도 자기는 한가지색(빨강)으로만 맞추려고 했답니다.

이제와서 그 많은 수건을 버리고 다시 살 수 없으니, 나중에 수건 바꾸기 전까지는 무조건 빨핑흰으로 맞춰놓아야 한답니다.)

 

2. 부엌에 식기 건조대

설거지 하면서 그릇도 일정하게 크기 순으로 말려놓아야하고

건조대에 수저통이 달려있는데, 그 수저통에 숟가락은 왼쪽 젓가락은 오른쪽으로 향하게 놓습니다.

 

3. 가스렌지

간단한 거 하나를 조리하더라도 항상 닦습니다.

다른집 가보면 음식물이나 기름으로 덕지덕지 지저분하지만

저희집은 와이프 덕분에 항상 반짝반짝 빛이 나지요.

 

4. 거실 탁자, 거실장, 식탁, 책상 위 등등에 물건 올려놓는 걸 싫어합니다. (동전 영수증 약봉지 등등)

쌀 한톨이라도 올려져 있으면 안됩니다.

전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주머니에 있는 것들을(껌, 열쇠, 카드, 영수증 등) 아일랜드식탁이나 거실 테이블에 대충 올려놓는 성격인데

와이프의 성격을 안 이후로는 마땅히 놔둘 곳이 없어서 서랍장 밑이나 책장 구석 등 안보이는 곳에 숨겨놓게 되네요.

 

5. 냉장고

반찬통도 같은 브랜드에 같은 색만 쓰고 크기별로 쌓아놓습니다.

제가 가끔 불가리스나 우유 같은걸 사와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담날 마시려고 냉장고 열어보면

그것마저도 일자로 쫙~ 브랜드 이름이 보이게 정렬이 따다닥~ 되어있습니다. 

 

6. 화장대 화장품도 브랜드 보이게 길이별로 정렬.

어쩌다 와이프 로션 한번 바른 날에는 와이프가 딱 알아챕니다.

자기 내 로션 발랐지? ^^ 하면서요.

 

7. 욕실

비누를 쓰고 반듯하게 다시 놓아야 합니다.

바디샤워젤 바디로션은 꼭 같은 제품으로

샴푸 린스 내용물 나오는 입구도 같은 방향으로

치약은 꼭 끝에서부터 짜서 쓰고

세면대나 샤워대 같이 스테인레스로 된 부분을 매일매일 매직블럭으로 반짝반짝하게 닦아놓습니다.

덕분에 전 세수할때마다 스뎅 부분에 비눗물 튈까봐 은근 조심하게 되고요. 

 

8. 꽃이나 화분을 집에 두는 것을 싫어합니다.

꽃은 꽃잎 떨어질까봐 싫고 화분은 흙에서 벌레 나올까봐 싫답니다.

 

9. 깔맞춤에 상당히 예민합니다.

저희집 부엌은 매트, 도마, 고무장갑, 행주, 주방 타올, 수세미, 퐁퐁 통 등등 다 그린톤입니다.

절대로 다른 색을 끼워넣지 않습니다.

설거지 할 때 손시려울까봐 자기 생각해서 수면고무장갑 주문했더니만 빨강색이라고 쓰지도 않고 넣어뒀더라고요.

안방은 핑크, 거실은 블랙 앤 화이트, 드레스룸은 화이트, 서재는 브라운, 양쪽 화장실은 레드... 하아.

 

 

문제는 와이프가 와이프의 저런 정리벽을 저에게 전혀 강요하지 않는데도

저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지요.

집에 군더더기 하나 없이 항상 깔끔하게 정리정돈 되어 있어 결과적으론 참 좋습니다만...

둘 다 맞벌이기 때문에 집안일은 거의 반반씩 하고 있기에 제가 너무 힘듭니다. ㅠ

설거지 할 때 그릇도 대충 대충 말려놓고 싶고 계란프라이 해먹고 가스렌지 닦기도 귀찮습니다.

빨래 널을때에도 양말은 짝대로, 속옷은 1층, 수건은 2층, 기타 다른 것들은 3층에 널기도 너무 귀찮고요.

제 맘대로 대충 해놓고 싶어도 와이프가 다시 해놓을 거 알기 때문에 그럴 수 없습니다.

 

최근 가장 불만인 것은

며칠전에 회사에서 수건 몇개를 받아왔는데

지금 집에서 쓰는 빨핑흰 수건보다 훨씬 두툼하고 좋아보여서 쓰려고 걸어놓았더니만

이름이 새겨져 있어서 안된다. 색이 달라서 안된다 하면서 창고에 넣어두었네요.

이 부분은 참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수건도 내 맘대로 못 쓰는 이런 제 고충을 아실리 없으니

깔끔한 와이프 둬서 좋겠다고 항상 칭찬만 하시네요.

저희집에 한두번 와본 제 친구들도 다들 자기 와이프와 비교해가며 저보고 부럽다고 하고요.

생각해보면 와이프도 정리정돈을 즐기며 하는 것 같고 그걸 저에게 단한번도 강요 한 적도 없는데

저는 스트레스를 왜 받고 있는걸까요?

 

혹시 제 와이프처럼 정리벽이 심하신 분이나, 그런 분이랑 같이 사시는 분들 계시면 얘기 좀 나눠보고 싶습니다.

제가 와이프를 이해할 수 있게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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