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 들리는 기분나쁘고 끈적거리는 여인의 목소리에 생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공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건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두려움이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 덜컥!! 덜컥!! 덜컥!!
현관물을 잡고 흔드는 소리에 그 자리에 기절을 하고 말았다.
***
눈을 떴을때는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의 벨소리 때문이었다.
현관문 앞에서 기절한 나는 힘을 내어 핸드폰을 찾아보았다.
오후1시.
다행히 주말이라 상관없는 시간이었지만 어제의 기억으로 진이 모두 빠진 것처럼 힘이 나지 않았다.
무리해서 출장과 운전으로 인해 심신이 약해져서 괜히 헛것을 본걸로 단정 짓고는 씻고 밥을 챙겨먹었다.
이상하게 몸도 피곤하고 집에서 쉬다가 왠지 혼자 자면 안된다는 알 수 없는 생각에 친한 친구에게 주말이니 우리집에서 맥주나 한캔 하고 같이 자자고 연락을 했다.
친구는 흔쾌히 수락했고 10시쯤 도착한다고 했다.
밤 10시.
마트에서 맥주도 넉넉히 사놓고 안주거리도 사오고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띵동. 띵동.
벨소리에 인터폰을 보자 아무도 없었지만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야. 문열어.'
아무 생각없이 현관문을 열려고 걸어가는 사이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 야! 나 갑자기 못갈거 같아! 미안. 다음에 보자!
방금 전 인터폰으로 문을 열라고 한 남자는 누군인가? 잠시 패닉에 빠지게 되었고 현관문으로 천천히 걸어가 구멍으로 밖을 보았다.
아무도 없는 컴컴한 복도에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또 다시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
- 쾅!
누군가가 현관문을 주먹으로 내려 친것처럼 큰소리가 났고 또 다시 현관문을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문 열어!! 열란 말이야!!!!! 꺄하하하하하하하하~~'
어제의 환청이 또 다시 들리기 시작했고 너무 놀란 마음에 또 다시 졸도를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