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라는 단어에서 설렘을 느낀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희미하네요. 변화보단 반복, 새로움보단 익숙함에 안주해버린 지금의 시장은 무거운 갑옷을 입고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흐름에 조용히 균열을 낸 티저 영상 하나. ‘이클립스: 더 어웨이크닝’은 별다른 과장 요소 없이도 단 몇 초 만에 기존의 흐름과는 다른 결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티저 영상을 본 뒤에 소감은 다음과 같았는데요. 어딘가 부서진 성소, 바닥에 흩어진 잔해, 그리고 석상들 사이를 스치는 고요한 침묵. 하늘 위, 해와 달이 하나가 되는 순간 공간 전체가 멈춘 듯한 느낌. 단지 멋을 위한 연출이라기보단, 무언가 잊혀진 존재가 다시 깨어나는 서막처럼 느껴집니다.
말로 설명하는 대신, 무게감 있는 연출로 방향성을 암시한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단순히 '잘 만든 영상'이라는 평가만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카메라의 속도, 장면 간 전환, 그리고 빛의 움직임까지. 전부 의도를 담고 있는게 아닐까 싶어요. 이 게임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달할 준비가 되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언리얼 엔진5를 활용한 시각적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장면을 구성하는 명암과 색감, 그림자의 디테일은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 감정선까지 유도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같은 밀도 높은 설계가 실제 게임 플레이에 그대로 이어진다면 어떨지, 잠시 상상해볼 수 있었네요.
이클립스: 더 어웨이크닝의 개발사는 엔픽셀로, 그랑사가를 통해 기술력과 콘텐츠 감각을 입증했던 곳 중 하나입니다. 퍼블리셔는 스마일게이트가 맡았네요. 로스트아크라는 게임으로도 유명한 스마일게이트는 대형 MMORPG의 글로벌 서비스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죠. 이런 점이 실질적인 완성도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드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 크로스플랫폼을 지원한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단순히 PC와 모바일을 모두 지원한다는 수준이 아닙니다. 기기 간의 경계를 없애고, 동일한 콘텐츠 경험을 보장하는 설계일테죠. 특히 요즘 시대에는 크로스플랫폼이 거의 기본 옵션으로 자리잡고 있기에 해당 부분도 놓치지않고 적용해주었다는 점이 마음에 드네요.
티저 하나만으로 이토록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건 현재의 MMORPG 시장이 얼마나 고여 있었는지를 방증한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현재 게임 시장을 채운 건 자동화된 시스템, 도식화된 전투, 그리고 익숙함의 반복이었죠. 하지만 이클립스: 더 어웨이크닝은 그러한 침묵 속에서 과감하게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아직 전투 시스템나 캐릭터 등 기타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티저 하나로 남긴 여운은 분명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랜만에 어떤 게임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았지만, 그 ‘전조’ 하나만큼은 뚜렷하게 남았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