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문

천안함 상영중단, 이게 '문화융성'인가?

가자서 작성일 13.09.10 17:41:35
댓글 53조회 2,162추천 20

천안함상영중단, 이게 '문화융성'인가?   [오주르디님 글]

 

 

 

522E60813C4728001B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개봉 첫날부터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 1위, 전체 11위를 기록하며 흥행 성공을 예고했던 ‘천안함 프로젝트’가 개봉 하루 만에 상영이 중단됐다. 개봉관 측이 밝힌 상영 중단 이유가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

 

흥행 포기하고 불법 행위에 굴복한 메가박스

 

이 영화는 2010년 3월 초계함 PPC-772(천안함)가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한 사건을 다루면서 북한의 폭침에 의한 침몰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제작됐다. 영화인만큼 얼마든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다룰 수도 있다. 이게 표현의 자유다.

 

메가 박스 측은 상영 중단이 “일부 단체의 강한 항의와 시위 예고로 관람객 간 현장 충돌이 예상돼 관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협박한 단체와 구체적인 협박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함구했다.

 

흥행 성공이 가능한 영화를 중단하라고 협박을 가했다면 일종의 범죄행위다. 항의하고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게 메가박스가 취할 상식적인 행동일 것이다. 돈 벌이를 포기하고 불법적 행동에 굴복해야만 했던 진짜 이유가 뭘까.

 

522E61BD345785001B

 

대단한 ‘협박자’, 대체 누굴까?

 

메가박스는 상영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을 벌이면서도 쉬쉬할 뿐 사태의 전모가 밝혀지는 것을 극히 꺼려한다. 말 못할 복잡 미묘한 사정이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권력기관의 ‘압력설’이 제기되는 거다.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만 늘어 놓았다. 메가박스는 “상영 중단을 요구한 단체 이름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익명의 단체가 전화를 걸어왔으며 애당초 신상을 밝히지 않았다”고 둘러댔다. “배급사와 협의해 상영을 중단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지영 감독과 제작사인 아우라픽처스는 “그 어떤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상영 중단을) 통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원의 결정에 의해 개봉된 영화다. 사법부의 결정을 무색하게 만든 ‘협박자’는 대체 누굴까. 얼마나 대단한 힘을 가졌기에 사법부의 판결문을 휴지 조각으로 만든 걸까.

 

지난 달 7일 해군과 천안함 유가족들은 “영화 내용이 사실을 왜곡하고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을 낸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들어 이들의 청구를 기각함으로써 5일부터 상영에 들어갔던 것이다.

 

외신도 주목, 창피한 나라 대한민국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영화인들은 긴급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를 규탄했다. 이들은 ▲메가박스가 상영 중단 협박을 한 보수단체의 이름을 밝히고 수사기관에 고발할 것과 ▲문화관광부에게는 ‘천안함 프로젝트’ 재상영에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외신도 이번 사태에 주목했다. AFP 등 주요외신들은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해 “천안함 사건을 다룬 영화가 정치적인 이유로 상영이 중단됐다”고 보도하며 법원의 가처분 금지 판결문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522E621A3C4A32001C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해 보도한 AFP>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사법부의 결정이 무용지물이 돼 버린 사건이다. 반드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국회가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누가 왜 어떻게 외압을 가했는지 밝혀내야 한다. 이번 사태 역시 ‘국정원의 작품’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3대 국정 지표 ‘문화융성’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소수 의견이 담긴 영화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더 수상하다. 네티즌들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정부와 보수단체들이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문화융성’은 새빨간 거짓말인가.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상태에서 ‘문화융성’은 불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정의 3대 지표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내세웠다.

 

박 대통령은 ‘문화융성’을 언급하며 “문화의 가치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다양한 장르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토양 없이 불가능

 

정부 대표 블로그인 ‘정책공감’은 ‘문화융성’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창조와 혁신’과 ‘갈등을 없애는 문화’ ‘정신적 만족과 정서적 충만’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522E609D3A11A50018

<18대 대통령 취임식.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창작, 창의적 사고를

강조한 '문화융성'을국정의 3대 지표 중 하나로 내세웠다.> 

 

창조, 창작, 혁신, 갈등 해소, 정신적 만족과 충만... 이런 것들이 ‘문화융성’의 기본 요소들이라면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 토양이 더 더욱 잘 갖춰져야만 한다. 소수의 의견과 정서가 보호받지 못하고 표현되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문화융성’은 가짜일 수밖에 없다.

 

소수를 무시하고 다수만을 인정하는 획일적 분위기에서 창의적 발전은 불가능하다. 보수만 창궐하는 사회는 앞으로 나갈 동력을 잃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수의 창의력과 진보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은 반드시 실패로 끝나고 말 것이다.

 

보수 하나만 자라는 밭, 이게 ‘문화융성’?

 

‘문화융성’은 3대 국정 지표 중 하나다. 박근혜 정부가 이를 제대로 추진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있다면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법원의 결정을 무력화 시킨 만행이 누구의 소행인지 수사해서 밝혀내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가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이 어떤 것인지 알 게 해줄 단초를 제공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이번 사태에 등을 돌린다면 스스로 ‘문화융성’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박근혜식 문화융성’이란 게 뭘까. 일그러진 보수의 가치 하나만 무성하게 자라도록 돕는 대신 그 이외의 가치와 사고들은 죄다 고사시키려는 게 아닐지 저어될 뿐이다.

 

 

가자서의 최근 게시물

정치·경제·사회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