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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글터] [이벤트]군대 목격담입니다.
저는 헌병대 수사과 출신이라 군대에서 나는 사고를 많이 봤습니다. 그 중에 기억나는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사고가 일어난 시기와 장소는 보안상 적지 않으며, 끔찍한 장면에 대한 묘사도 있을 수 있으니 양해바랍니다.1. 제가 후반기 교육을 받고 사단 보충중대로 갔을 때, 우리보다 며칠 먼저 와 있던 신병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그 아저씨는 설연휴가 끼어서 자대배치가 늦어졌고, 저랑 같은 날 자대 배치를 받아서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1년 반이 넘게 흐른 것 같습니다. 평소처럼 수사과 업무를 하고 있는데, 부대가 뒤집혔습니다. 의무대대에서 총기사망사고가 났기 때문이었습니다. 대낮에 위병소 근무를 서다가 자기 목 부위에 총구를 대고 당긴 것입니다. 저는 의무대에 전화해서 사망자 개인정보를 조사하고, 그 사람 생지부를 받아서 검토했는데, 보충중대에서 만났던 그 사람이더군요... 저희 둘 다 상병 말호봉이었고, 자살할 이유가 뚜렷하지 않아서 루머가 좀 많았던 사고였습니다. 그 후에는 위병소 근무에 실탄을 배제하게 되었죠. 그 전에 있었던 자살 사고는 제가 모르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감정적인 변화가 없었는데, 제가 얼굴을 알고, 같은 곳에서 생활도 했었고, 얘기도 해봤던 사람이 죽어서인지 납덩이를 삼킨 것 같았습니다... 19금 : 총알 구멍은 하나였으며, 머리 안에 총알이 남지도 않았습니다. 눈알이 튀어나와 있었기 때문에 부검결과 총알이 목으로 들어가서 눈을 통해 나왔다는 결론입니다.2. 이번에는 교통사고입니다. 군용 5톤트럭 뒤에 포가 달려있었고 내리막길을 가던 중이었습니다. 경사는 10도정도였고, 내리막의 끝에는 사거리가 있었으며 사거리 교차지점에서 5톤트럭 + 알파의 무게와 민간인 승용차 대우 토스카(검은색)이 부딪혔습니다. 토스카 운전석은 완전히 패여서 움푹해져있고, 차량은 사고지점에서부터 17미터가량 밀려나 있었습니다. 민간인 차량에는 운전자와 보조석 탑승자는 주부이고 뒷좌석에는 아이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군용트럭 운전자는 이등병이었으며, 하사가 선탑으로 있었으나 사고를 방지하지는 못했습니다. 민간인 피해자 중 운전자를 빼고는 모두 가벼운 타박상 정도에서 끝났지만, 운전자의 상태는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급히 병원으로 이송시키고, 군트럭 운전자, 선탑자, 부대 관계자 등을 헌병대로 데려와 조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조사과정에서 운전자의 운전미숙으로 갈피가 잡혀가고 있었고, 피해자의 생사가 중요한 상황이었으나, 약 두 시간 후 민간인 운전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어왔기 때문에 군트럭 운전자인 이등병을 구속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책임을 피하려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동정론까지 일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사망자 가족이 장례식을 마치고 며칠을 구속돼 있던 이등병에게 선처해 줄 것을 군검찰에 요구했고, 다행히 재판까지 가지 않고 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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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글터] [펌] 그 곳의 기묘한 이야기 7~9
7: 부적 나의 물음에 그녀는 잠시동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나 또한 그녀의 답변을 기다리며 그녀의 눈동자에 시선을 맞추었다. 잠시 후 그녀는 상의 깊숙히 숨겨두었던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도는 붉은빛의 주머니였다. "뭡니까?" "부적일세." "부적?" "삶과 죽음의 경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라네." '삶과 죽음의 경계?' 순간 나는 얼마 전 전상병이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정한수 어머니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니까 그 늙은 무당이 하는 말이..부적을 몸에 지니는 순간부터 귀신을 보게 될거라는거야.] 헉...어찌 이런 일이 나에게..... 머릿속에 저장된 여러가지 정보가 길을 잃은 듯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그리고는 이내 허탈감을 이기지 못한 듯 조용히 말이 튀어나왔다. "귀...귀신을 본다는 그 부적?" 작은 나의 목소리에도 그녀는 크게 놀라는 눈치였다. "그 걸 어떻게 아는가?" "아드님이 죽기 전에 제 고참한테 그 부적이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말해줬답니다." 나의 대답에 그녀는 또 한번 눈물을 글썽거렸다. "미안하네....정말로 미안하네....흑흑.." "아드님도 찾고 저 뿐만 아니라 부대원들 목숨까지 건질 수 있다는데 뭐가 어렵겠습니까..." 그녀는 이내 다시 한번 눈물을 쏟아냈다. 나는 개의치않고 그녀 손에 쥐어져 있는 주머니를 빼앗듯 집어들었다. "이제..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눈물을 거둔 그녀는 내가 해야 될 행동들을 나열하듯 설명했다. "그 주머니 안에는 빨간색과 노란색 두 종류의 부적이 있다네. 오늘 밤 해시에 노란색 부적을 태우고 그 재를 물에 타서 마시게." "해시라면...?" "오늘밤 9시에서 11시 사이일세. 그리고 빨간 부적은 네 장이 있는데 하나만 남겨두고 몸이 닿는 곳에 가까이 두게." "그...그러면 그 때부터 뭐가 보이는 겁니까?" "그렇진 않다네. 효력이 언제부터 발생할지는 나도 모른다네." 그녀는 잠시 숨을 돌리더니 말을 이었다. "행여 귀신을 그 때부터 보더라도 놀라지 말게나. 아는 척도 하지 말 것이며, 절대로 말을 걸어서도 안되고, 눈을 맞추어서도 안된다네. 자네가 귀신을 볼 줄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네 몸을 빌어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네." 그녀의 말에 갑자기 싸늘한 한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그럼 아드님은 어떻게 찾습니까?" "남은 한 장의 붉은색 부적을 넘겨주게. 그리고 이 어미의 말을 전해주게....흐흐흑...." 서글픔과 서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오는지 그녀는 연신 닭똥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이제 살아있는 사람에서 더 이상 해를 입히지 말고 떠나달라고...어미가 간절히 바란다고.. 그리고 짧은 인연이지만 이승에서나마 부모 자식으로 만나줘서 고마웠다고......흐흐흑 이승의 연이 길지 않았지만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오랫동안 행복한 삶을 살아달라고 전해주게...흐흐흑" 그녀의 울음에 나 또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런데 전..아드님 얼굴을 모릅니다." "주머니에 작은 사진이 들어있네...." 근무가 끝난 후 나는 내내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주머니를 매만졌다. 도대체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걸까? 아니...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 것인가? 두려움, 공포, 무력감, 후회...또는 기대...하나로 정할 수 없는 여러가지 감정들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그나저나 어제 이후로 전상병이 조금씩 이상해져 가고 있었다. 식사 시간에도 초점을 잃은 눈으로 밥이 코에 들어가는지 입에 들어가는지 관심도 없는 듯 숟가락을 뜨고 있었다. 근무시간이 한 시간 가량 남았음에도 근무 복장을 챙기고 밥을 먹고 있었다. 나는 그의 눈치만 살필 뿐 아무런 안부나 위로의 말도 던질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저러는거지? 그리고 복장은 왜 저래?' 내가 여러 생각에 잠겨 있을 쯤 선임하사가 앞에 나서 무언가를 하달했다. "밥먹고 나서 오늘밤 8시부터 9시 반까지 야간 침투훈련 실시한다." 여기저기서 허탈감에 빠진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내일 하기로 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내일 하루종일 비가 온단다. 비 맞으면서 훈련하고 싶은 놈은 내일 해도 돼. 그리고 취사반은 훈련 열외니까 그렇게들 알고 있어." 선임하사의 말에 더 이상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했다. "밥먹고 나서 고양이 올가미 설치해라." 이 와중에도 김병장은 고양이 죽이기에 여념이 없는 것 같았다. 갑자기 김병장이 내 앞에 나타나 말을 걸었다. "또..말입니까?" 순간 아차 싶었지만 김병장은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취사장 뒷편에서 나는 올가미를 만들 철사 줄을 계속해서 만지작거렸다. 잡힌 고양이들은 지금 어디 있는걸까? 김병장이 삶아 먹었나? 아니면 오늘 고깃국에 넣은 걸까? 여러가지 생각에 올가미 설치가 늦어질 쯤 서서히 땅거미가 취사장 주변을 휘감고 있었다. 나는 결국 김병장의 명령대로 다시 잔밥통 주변의 개구멍에 올가미를 설치했다. 취사장 일이 끝나고 나는 아무도 없는 내무반에 앉아 그 무당이라는 여자가 주고 간 부적을 계속해서 만지작거렸다. 드디어 그 여자가 말한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심장은 터질 듯 쿵쾅거렸지만, 나는 조용히 내무반을 빠져나와 내부반 뒷편 으쓱한 곳에서 조심스레 주머니 속에 감추어 두었던 물건을 꺼내 들었다. [오늘 밤 해시에 노란색 부적을 태우고 그 재를 물에 타서 마시게.] 시간이 아홉시가 넘었음을 확인한 나는 주변을 조심스레 살피며 그 노란 부적에 불을 붙였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난 이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 부적이 나와 부대원의 목숨을 구하고, 이 부대의 알 수 없는 비밀을 풀어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바닥에 깔아놓은 하얀 종이 위에 회색빛으로 노란색 부적의 재가 모아졌다. 나는 물이 담긴 컵에 그것을 털어넣고 한모금에 마셔버렸다. '이제...뭐가 보인단 말이지?' 그 여자도 확신하지 못하는 결과를 나는 이미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붉은색 부적을 온 몸 이곳저곳에 쑤셔넣었다. 이 때 내무반과 붙어있는 행정반에서 요란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 개,새끼야!! 실탄이 든 탄창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해!!" 누군가와 전화상으로 얘기하는 것으로 보아 근무자가 틀림없었다. "뭐? 실탄?" 불현듯 낮에 그녀가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그 아이를 찾지 못하면 부대원들이 죽어 나갈 것이네.] "씨,발...귀신이 실탄을 가져갈 일도 없고......" 그 순간 저녁 시간 때 넋을 잃은 모습으로 밥을 먹던 전상병이 떠올랐다. "전대웅!!!" 나는 야간 침투 훈련이 실시되고 있는 취사장 뒷편의 야산을 향해 미,친 듯이 뛰었다. 취사장 쯤 도달하자 올가미가 설치된 잔밥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누군가 낯선 이도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어둠 속에서 총을 메고 썩은 내가 진동하는 잔밥통 앞에서 허겁지겁 숟가락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누...누구...?" 그 순간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행여 귀신을 그 때부터 보더라도 놀라지 말게나. 아는 척도 하지 말 것이며, 절대로 말을 걸어서도 안되고, 눈을 맞추어서도 안된다네] 미,친 듯이 숟가락질을 하던 그가 잠시 행동을 멈췄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헉....씨,발...' 삼장이 터져나갈 듯 요동치고 있었다. 전기에 감전이 된 듯 오금이 저리로 발을 한걸음도 뗄 수가 없었다. 나는 눈을 맞추지 않기 위해 애써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그리고 죽을 힘을 다해 후들거리는 다리를 들어 한걸음씩 그의 옆을 스쳐 지나기 시작했다. 곁눈질이었지만 그는 전쟁 중인 군인 같았다. 땀인지 피인지 모르는 검은 액체가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듯 보였다. 무서워서 도저히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수미터 이상을 더 걸었다. 그제서야 내 뒤편에서 바쁜 숟가락질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수십미터 앞에 구름 사이로 비친 어슴푸레한 달빛 아래에서 훈련 중인 부대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야간 침투 훈련이라 모두 자세를 낮추고 매우매우 느린 속도로 산정상을 향해 걸어나갔다. 풀섶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감췄다를 반복하며 부대원들은 천천히 앞으로 전진했다. 그런데 부대원들이 너무 많아 보였다. 8: 살귀 나는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그들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제촉했다. 양쪽에 검은 산능선을 끼고 억새풀과 잡초로 우거진 평지에서 부대원들이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었다. 누가 누군지 잘 구분되지 않았지만 나는 어둠속에서 그들을 뒤따르며 숨죽인 목소리로 선임하사를 불렀다. "선임하사님...." 나의 목소리가 작았는지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나는 누구라도 나를 돌아볼 수 있도록 조금 가까이 접근하여 그를 불렀다. "선임하사님...?" 그러나 이내 그 부름을 멈춰야만 했다. 내 앞에서 산정상을 향해 소리없이 전진하는 그들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소리없이 전진하는 그들.......정말로 억새풀 스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어디서 그렇게 뒹굴다가 왔는지 하나같이 흙투성이가 된 옷을 입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두 다리가 덜덜 떨려왔다. 누군가 뒤돌아 보기를 바라며 선임하사를 불렀지만, 지금은 누군가 뒤돌아 볼까봐 가슴을 졸여야 했다. "너...이창훈 아냐?" 순간 내 등 뒤에서 나를 알아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빠르게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선임하사였다.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부릅 뜬 눈으로 선임하사를 쳐다보았다. "너 이 자식...여기서 뭐하는거야?" 나는 다시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있던 자리에서는 억새풀 사이를 스치는 싸늘한 바람 소리만이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등골을 찢는 듯한 공포가 밀려왔다. 나는 힘겹게 마른 침을 한 번 삼켰다. "야..임마. 여기서 뭐하는거냐니까?" "다...다들 어디 갔습니까?" "이 자식이 귓구멍에 전봇대를 박았나...아까 훈련한다고 했잖아." "그런데 다 들 어디에 있습니까?" "매복 중이잖아." 그제서야 나는 선임하사 뒤 풀숲 사이에서 나를 쳐다보는 여러 개의 눈을 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저 앞에 가던 부대...." 나는 고개를 돌려 그들이 있던 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무슨 부대?" 역시 선임하사는 그들의 존재를 모르는 것 같았다. ".....전대웅 상병 어딨습니까?" "전대웅? 전대웅은 왜?" 그 순간 어둠에 묻힌 풀숲 사이에서 누군가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선임하사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무시한 채 풀숲을 헤치고 그를 향해 걸어갔다. "야! 이창훈!! 저 새끼가 미쳤나?" 선임하사의 욕설과 분노는 이 상황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전상병의 앞에 서자마자 나는 그가 들고 있는 소총의 총부리와 개머리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전상병은 내게 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나보다 더한 힘을 주어 움겨 쥐었다. 나 또한 이제 질세라 입을 굳게 다물고 그가 다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더욱 세게 총을 움켜 쥐었다. 나의 손과 팔은 힘에 겨워 떨림을 멈추지 않았지만, 그는 전혀 힘들어 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내게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물었다. "너...뭐하는 새끼야?" 그의 부릅 뜬 두 눈과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정은 그가 제정신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 순간만큼은 나 또한 제정신이 아니다. "너....너 누구야? 총 이리 내.." 나의 물음에 그는 살기가 묻어나오는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두려움을 느낄 새도 없이 재빨리 그의 총에서 탄창을 분리하였다. "퍽" 그와 동시에 그가 휘두른 소총의 개머리판이 내 가슴에 떨어졌다. 나는 수미터 뒤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으으..윽...." 탄창을 손에 쥔 채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나에게 선임하사가 달려왔다. "이 개,새끼들!! 뭐하는거야!! 또 쌈질이야!!" 선임하사의 호통 소리에 짙은 어둠 속에서 매복해 있던 십수명의 부대원들이 풀숲 사이에서 일어나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창훈..너 이 새끼 훈련장 와서 뭐하는 짓이야?" 가슴을 찢는 듯한 고통이 몰려오고 있었지만, 나는 오른 손에 쥐고 있던 탄창을 확인해야만 했다. 예상대로 빈 탄창이 아닌 실탄이 들어있는 탄창이었다. "뭐야 이거......" 내 오른손에 쥐어있는 탄창을 본 선임하사는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실탄 분실을 방지하기 위해 실탄을 끼워넣는 자리에 붙여놓은 봉인딱지가 보이지 않았다. "헉....한 발이 장전되어 있어...." 그 말과 동시에 나는 용수철에서 튕겨 나가 듯 전상병을 향해 몸을 던졌다. "이~~야아아아아!!" "탕!!!" 눈이 멀 것 같은 섬광과 함께 고막을 파열시킬 듯한 천둥소리가 내 머리를 때렸다. 그리고 주변의 산능선을 타고 총소리의 메아리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희뿌연 영상에서 소란스런 주변의 목소리들이 자그맣게 들려왔다. 밤하늘을 배경으로 선임하사가 나를 향해 뭐라고 큰소리로 외치는 것 같았지만 그 소리는 고막을 진동시키지 못하는 것 같았다. 초첨을 맞추려고 애를 썼지만, 내 눈앞의 영상은 서서히 어둠속에 묻히고 있었다. "이창훈 일병? 정신이 드나?" 의사 복장을 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힘없는 눈으로 주변을 조심스레 살펴보니 이 곳이 의무대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나를 깨운 사람은 군의관이었다. "천만 다행이네. 총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어. 1센치만 안으로 들어가 스쳤어도...자넨 죽은 목숨이었을거야." 몸을 일으키자 잠시 오른쪽 이마 부분이 욱신거렸다. 붕대 대신 커다란 반창고가 이마에 붙여져 있었다. 군의관은 병실에 있던 전화기를 이용해 누군가에게 내가 깨어났음을 알렸다. 그리고는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부대로 복귀해도 되네. 그런데 먼저 헌병대를 들렀다 가야겠네." "헌...헌병대 말입니까? 헌병대를 제가 왜 가야 합니까?" "총기 사고는 일단 헌병대 조사를 받게 되어 있어. 수사관이 사건 경위에 대한 조서를 꾸밀 수 있도록 진술을 해야 돼." ".........." 군의관은 잠시 내 머리맡에 있는 작은 봉투를 들어 보였다. "이거 자네건가?" "뭐..뭡니까?" "부적 같아 보이던데...자네 옷에서 나왔네." "네...." "후후...부모님이 주신 건가 보지?" "........" 군의관은 봉투를 나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하여튼 다시는 의무대에 올 일이 없길 바라네." 태어나서 처음 대면하는 군수사관이라 논리적인 진술을 하려는 생각보다 두려움이 먼저 밀려왔다. "음...그러니까 전대웅 상병이 다음 근무자에게 넘겨줘야 할 실탄이 든 탄창을 숨기고 빈 탄창을 넘겨줬다?" "네. 그렇습니다." 수사관은 연신 손가락 사이로 펜을 돌리며 치켜 든 눈으로 힐끔힐끔 나의 표정을 살폈다. "아무도 전대웅 상병일거라고 생각을 못했다는데 넌 그 걸 어떻게 알았지?" "그..그냥 수상했습니다." "....." "그냥 낮부터 넋이 나간 사람처럼 이상해 보였습니다." "....뭐야? 그게 다야?" 나는 모든 걸 부정하고 싶어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럴 것 같았습니다. 그냥 직감적으로...." 수사관은 펜을 입에 물고는 나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전대웅은 군검찰로 이송되서 재판을 받을거야. 혹시 군검찰에서 소환명령이 떨어져서 증언을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돼. 전대웅도 지금 자신이 한 일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 조금이라도 제 3자가 믿을 만한 말을 해야지. 안 그래?" "......" "음...좋아. 일단 여기까지 하자." 수사관은 조서 작성을 마쳤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다. "날 따라와. 전대웅이 너하고 면담을 원한다." "절 말입니까?" "너 한테 사과를 하고 싶단다." 유치장의 철창살을 가운데 두고 전상병과 나는 마주 앉았다.우리는 한참 동안을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기만 하였다. "미안하다..." 전상병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까맣게 그을린 두꺼운 살더미 사이에, 있는지 없는지 조차 분간하기 힘든 눈시울에 작은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나 또한 어렵게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까?" "그 걸 왜 나한테 물어? 다친 건 너잖아..." 나는 이마에 붙여진 커다란 반창고를 만지작거리며 조심스레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에 전상병도 눈물어린 표정의 미소로 답하였다. 어젯밤에 보았던 그 살기어린 눈빛은 온데간데 없고 , 지금 내 앞에는 장난끼 가득한 어린 아이가 있었다. "너...사회에서 만났으면 그냥 좋은 친구였을텐데....어쩌다가 군대에서 고참 쫄따구로 만나서 이 고생이냐.." "......." 나는 잠시 말없이 머리를 긁적였다. 수미터 떨어져 우리를 지켜보던 수사관이 자신의 시계를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난 밖에 나가서 담배 한대 피고 올테니까, 얘기 잘 마무리 해라." 수사관이 자리를 비운 걸 확인한 전상병은 잠시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입가의 미소를 지우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내 얘기 잘 들어...." 9: 과거 "나와 김창식 병장, 그리고 최병희 병장은 OO공수여단에서 사병으로 근무했어." "..선임하사에게 얘기 들었습니다." "그래...알고 있었군. 원래 공수여단은 부사관으로 꾸려지지만, 전산이나 행정같은 업무는 주로 사병들이 맡아. 그런데 TO가 다 차면 전입한 사병들도 어쩔 수 없이 부사관들과 훈련을 같이 받지. *** TO(티오) : TO는 table of organization의 약자로서 정원(일정한 규정에 의하여 정한 인원)을 뜻한다.*** 우리 세 명은 TO가 차는 바람에 모두 부사관들과 같이 내무반 생활을 하며 훈련을 받았던 거야. 그 와중에 김창식 병장이 낙하산 강하훈련 중에 허리와 골반을 다쳤어. 얼마 뒤 김창식 병장은 취사반에 배정 받아서 그 때부터 취사일을 배우게 된거야. 그 부대엔 최병희 병장보다 고참인 한동철이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칼을 엄청나게 잘 다루는 사람이었어. 김창식 병장도 그 사람한테 칼질을 배운거야. 굉장히 우직하고, 말이 없는 성격이었어. 훈련이고 뭐고 맡겨진 일은 철두철미하게 수행했지. 그래서 간부들이 항상 부사관들 못지 않다며 항상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었어. 게다가 우리들에게도 훈련비법 같은 것을 항상 전수해 주며 부사관들보다 뒤쳐지지 않도록 도와줬어. 사병들이 훈련에서 부사관들보다 뒤쳐지는 것을 한동철은 죽기보다 싫어했지. 그런데 문제는.........한동철이란 그 사람은 조울증인지 뭔지 알 수없는 정신병 같은게 있었어. 한 번 머리가 돌아버리면 습관적으로 칼을 던져. 지금의 김병장이 하는 것처럼 말야. 그런데 김병장도 따라할 수 없는 더 섬찟한 것은 사람을 세워놓고 칼을 던지기도 한다는거야. 서커스에서 사람 세워놓고 빈 자리에 칼을 던져서 맞추는 것처럼 말야. 그럴 때는 미,친 놈이 따로 없었어. 나는 졸병이어서 당한 적이 없었는데 김창식 병장과 최병희 병장은 많이 당한 것 같았어. 너도 알다시피 김창식과 최병희도 보통 성격이 아니잖아.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한동철 앞에서는 꼬리내린 강아지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고 나는 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한동철한테 길들여졌었는지 알 수 있었지. 나도 언제 당할 지 몰랐어. 너무나 무서웠던 나는 부사관이나 부대 간부들에게 이 사실을 말할까도 했지만, 솔직히 한동철을 처벌하기도 전에 한동철의 대검을 먼저 맞을 것 같았어. 조금만 버티면 됐었어. 6개월만 버티면 그 놈은 제대하거든... 그런게 그렇게 좋으면 부사관으로 지원해서 빡세게 군대생활 하든지 그랬어야 하는데, 자기는 재수가 없어서 이런데 배치 받았다며 늘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지. 게다가 한동철은 부사관들을 너무 싫어했어. 자기보다 나이 어린 하사가 계급이 높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반말을 하는 걸 굉장히 혐오스러워 했지. 늘 어떤 아무개..아무개 놈들을 내 손으로 죽여버릴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곤 했어. 그래서 한동철은 부사관들에게 지지않기 위해 그렇게 기를 쓰고 훈련을 받았는지도 몰라. 고등학교도 간신히 졸업한 한동철은 학력 컴플렉스까지 있었어. 대학물을 먹은 나같은 애들을 쓸데없이 갈구기도 했었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나는 처음 듣는 괴담같은 얘기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니가 말한 김선호...김선호라는 신입병이 들어왔는데, 이 자식도 TO가 차는 바람에 같이 내무반 생활을 하게 된거지.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 김선호는 내무반 생활을 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녀석이었어. 덩치도 크고, 우람했지만 친구도 없어서 하루종일 pc방에서 게임을 하든가, 아니면 프라모델 장난감이나 혼자 조립하고 있을 그런 어리숙하고 착하게 생긴 계집애 같은 성격의 녀석이었지. 목소리도 여자 같아서 부사관들이 항상 '우리 선숙이..선숙이..' 이러면서 엉덩이를 툭툭 치며 여자처럼 대하기도 했어. 낙하산 강하, 천리 행군, 생존 훈련....김선호는 도저히 이런 것들과 어울리지 않을만큼 체력적으로도 약했어. 간단한 구보만 해도 뒤쳐지기 일쑤였어. 늘 부사관들의 놀림거리가 되었지. 부사관들의 놀림거리가 된 그런 김선호를 한동철은 너무나도 싫어했어. 게다가 김선호는 한동철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인 유명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었거든. 어쩌다 그런 녀석이 공수부대에 오게 되었는지 당최 알 수 없었지. 나중에 알고 보니까 여단본부 전산 특기병으로 오게 된거야. 그런데 TO가 다 차서 당분간만 내무반 생활을 같이 하게 되었던거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지. 지상공수훈련이 있었던 날이였어. 부사관들과 내무반 소속 사병들은 단 한명의 열외도 없이 막타워에서 줄을 메고 강하훈련을 하고 있었지. 그런데 김선호 차례가 된거야. 어땠겠냐? 응?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난리가 난거야. 막타워 점프대 입구에서 울고불고... 김선호 입장에서는 줄 하나에 목숨을 맡기고 막타워에서 뛰어내린다는게 얼마나 공포스러웠겠냐? 말도 마라. 조교들은 정신봉이란 죽도를 들고 다니거든? 훈련에서 뒤쳐지거나 지시에 잘 따르지 않으면 그 죽도로 사정없이 내려쳐. 물론 외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지. 그냥 정신차리라는 신호 중의 하나야. 김선호는 조교가 죽도를 미,친듯이 내리쳐도 뛰어내리지 않는거야. 점프대 아래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부사관들은 배꼽을 잡으며 다들 뒤집어졌지. 어떤 부사관들은 '선숙이'를 외치며 환호를 보내기도 했어. 그런데 거기에는 무표정한 얼굴의 한동철도 있었어. 결국 조교가 발로 차버리면서 김선호는 계집애 같은 비명소리와 함께 그 날 막타워 훈련을 마치게 될 수 있었지. 저녁이 되자 한동철이 사병들을 집합시켰어. 그 날도 대검을 들고 말이야. 우리는 10분이 넘도록 얼차려를 받았어. 나와 김창식 병장, 최병희 병장은 우습게 끝낼 수 있는 정도였는데 김선호가 문제였어. 푸시업 10개도 제대로 못하는 거야. 한동철이 그랬지. 죽고 싶지 않으면 똑바로 하라고... 그런데 김선호가 그런거야.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한동철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어. 신병이 하늘같은 고참한테, 그것도 제대를 몇 개월 남기지도 않은 병장한테, 그것도 정신병자 같은 한동철한테.... 그런 말을 했으니 그걸 듣고 있던 우리 심정이 어땠겠냐? 한동철은 한 동안 할 말을 잃고는 김선호를 내려다 봤어. 한동철은 김선호의 머리를 대검으로 톡톡 치며 김선호를 일어나라고 명령했지. 그리고 벽에 기대고 세워져 있는 합판 앞에 서라는거야. 그 때 말렸어야 했어...흑흑.." 전상병은 입술을 깨물며 갑자기 눈물을 쏟아냈다. "........" 나는 말없이 측은한 표정으로 어린 아이처럼 소매자락으로 눈물을 닦는 전상병을 바라보았다.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는 김선호는 병신같이 멀뚱멀뚱 서 있다가 몇 대 처맞고 그 앞에 선거야. 한동철은 김선호에게 눈감고 가만히 서 있으라고 했지. 그런데 사람이 어디 그러냐? 무슨 일인지 궁금하니까 김선호는 눈을 감은 척 하더니 실눈으로 한동철의 행동을 본 거야. 칼을 던지는 모습.....본능적으로 김선호는 몸을 돌리며 옆으로 수그렸어. 그런데 한동철의 손을 떠난 대검이 목표를 잃어버린 채 김선호의 왼쪽 어깨에 꽂혔버린거야. 난 처음으로 사람의 몸에서 심장박동에 맞춰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것을 보았어. 동맥이 끊어진거야. 늦었지만....너무나도 늦었지만...그제서야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한동철에게 달려 들었지." 전상병은 그 때 상황이 아직도 생생한지 깍지 낀 두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전상병에게 물었다. "김선호라는 사람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죽었어." 그랬다. 내가 근무지에서 전상병과 뒤엉킨 날 나는 김선호를 보았던 것이다. 갑자기 등골을 따라 한기가 내려앉았다. "한동철은 군교도소에 수감됐어. 징역을 사는 기간이 몇 개월인지 몇 년인지 우리는 관심이 없었어. 우리가 제대하는 동안만 다시 돌아오지 않길 바랬지. 남은 우리는 김선호가 죽던 그 현장에서의 기억 때문에 미칠 것 같았어. 한동철의 살인 행각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하루하루가 지옥같은 삶을 사는 것 같았지. 불면증은 물론이고, 우울증까지 걸릴 것 같았어. 어느 날 나는 휴가를 나와 부모님께 이러한 사실을 말했어. 그랬더니 아버지 말씀이 먼 친척 중에 보병부대 사단장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거야. 나는 아버지께 사정했지. 그 분한테 말을 해서 제발 부대를 옮기게 해달라고..... 그리고 난 부대에 돌아왔어. 그런데 또 다른 이상한 상황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거야." "무슨 상황 말입니까?" "김창식 병장이 이상해진거야. 고양이만 보면 죽여." 나는 갑자기 김병장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알 수없는 공포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미,친 것 같았어. 이유도 없이 그냥 고양이만 보면 죽이는거야. 그런 사실을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최병희 병장이 얘기를 해준거야. 만일 부사관들이나 간부들이 봤다면 당장 어느 정신병원에 수감시켰을거야. 이유를 물으면 그냥 고양이가 싫다는거야. 그런데 내가 보기엔 그렇지가 않았어. 무슨 이유가 있는 것 같았지. 그러나 김병장은 절대로 이유를 말하지 않았어. 얼마 뒤 여단본부에서 전출 명령이 떨어졌어. 아버지가 힘을 썼는지 나는 이 곳으로 전입오게 되었지. 천국 같았어. '같았어'가 아니라 그냥 천국이었어. 모든 것을 잊고 나는 새로 시작할 수 있었어. 누구도 내 과거를 알 지 못한다는게 나는 너무나도 좋았어. 죽은 김선호에 대한 죄책감도 많이 수그러들었지. 며칠간은 잠도 잘 잘 수 있었고.... 그런데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어. 원래 부대 입장에서는 김병장과 최병장이 남아 있는 것을 껄끄러워 했나봐. 그 둘을 함께 묶어 이 곳으로 보내버린거야. 두려웠지만 우린 서로를 무시했지. 그 어떤 합의도 하지 않았지만, 서로 그렇게 사는 것이 편할거라는 걸 우린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 그리고 실제로 편했어. 김병장이나 최병장이나 얼굴색이 변할 만큼 행복해 했어. 그러던 어느 날 우리가 이 곳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 신병이 한 명 들어왔어. 후반기 교육을 받고 자대배치를 받은 나보다 고참인 신병.....정한수를 만나게 된거야. 죽었다는 무당의 아들..... 그를 만나면서 잠시나마 안정을 되찾았던 우리의 군대 생활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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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유머] 국방부가 보는 관점과 현실이 다른 이유
(사진은 그냥;; 보기좋으라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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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장으로 장성 진급 심사를 앞둔 이아무개(육사 38기) 대령의 공금횡령 비리를 담은 A4용지 5장 분량의 익명 투서가 육군 중앙수사단장 앞으로 보내졌다. 구체적인 횡령 시기와 방법, 액수 등이 적시됐다. “1억여원 상당 공금을 횡령, 자신의 진급 로비를 위해 영향력 있는 인물들에 대한 선물 및 향응 접대비 등으로 유용했다”는 폭발력 큰 예민한 내용이 담겼다. 이런 사람이 헌병 병과장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충정” 때문이라고 제보자는 적었다. 육군 중앙수사단 승장래(육사 37기) 단장은 이 대령의 범죄 혐의를 조사하기보다는 제보자 색출에 나섰다. 그러는 사이 이 대령은 별을 달아 준장이 됐고, 승 단장에 이어 육군 중앙수사단장 자리를 꿰찼다. 이에 제보자는 이듬해 1월 김관진 국방부 장관 앞으로 또다시 투서를 보냈다. 국방부 조사본부장(소장)으로 진급한 승 본부장은 형사처벌할 수준의 사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처벌을 피한 이 준장은 전역 지원서를 냈다. 대신 제보자 색출은 성과를 냈다. 이 전 준장의 비자금 조성 지시를 받았던 박아무개 소령의 하소연을 듣고 대신 투서를 보낸 황아무개 중령이 걸려들었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 지난해 4월 이 전 준장의 횡령 혐의를 군이 덮으려 했다는 언론 보도가 터져나오자 김 장관의 재조사 지시가 떨어졌다. 두 달 뒤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 결과는 황 중령의 제보 내용이 상당 부분 사실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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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검찰이 밝혀낸 이 전 준장의 혐의 내용은 이렇다.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장(대령)으로 부임하자마자 이 전 준장은 헌병단 예산 가운데 ‘현금화’가 가능한 항목들을 부하 실무자들에게 지정해줬다. 심지어 현금화할 구체적인 금액과 방법까지 알려줬다. ‘돈을 만들어내라’고 지시한 항목들을 보자. 병사 부식용 빵 구입비, 방탄모 도색비, 사무기기 유지비, 주방용품비 ,병사 격려금, 사건처리비. 쪼잔하기 이를 데 없는 항목들이지만 쥐어짜니 돈이 나왔다. 병사 부식용 빵 구입비 횡령 방법을 보자. 이 대령은 빵 공급업체를 친분이 있는 이가 운영하는 업체로 변경해, 빵값을 높게 책정한 뒤 나중에 이를 돌려받는 수법을 썼다. 빵 운송도 업체가 직접하는 대신 부대 차량을 이용해 운임료를 빼돌렸다. 부대 차량은 연간 60여 차례나 빵을 실어날랐다. 이렇게 해서 1200만원이 쌓였다. 납품업체에 비품을 의뢰한 것처럼 속이거나, 비품 수를 부풀린 뒤 납품대금을 돌려받기도 했다. 이렇게 800만원을 빼돌렸다. 명절과 연말연시 경호·경비 행사에 동원된 병사들에게 쓰라고 상급부대에서 내려온 격려금 일부도 중간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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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516449.html
좋은자리 꾀차려는 꼼수라면....
과연 육군 중앙수사단장직만 그럴까??
PD수첩에 나왔던 해군중령도 비슷한 폭로를 했었지요.
....
어디 해쳐먹을게 없어서 사병들 빵주는걸 해쳐먹었는지... ㅉㅉㅉㅉ
고인물은 썩을 수 밖에 없나봅니다.
황제네로작성일
2012-01-30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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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글터] 군대괴담] 기지 살인사건 (완결)
괴이한 소리에 군단수사관이 뒤를 돌아봤다.
"으힝.....으힝......"
연신 아랫턱을 좌우로 채던 병사가 또다시 알 수없는 종류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구어어어얼..거어어어얼..."
"아니 이새끼 왜 이래?"
나는 즉시 손에 들고 있는 손전등을 그 병사를 향해 비추었다.
동그란 모양의 손전등 빛에 비추어진 그의 얼굴에 모두들 놀라 뒤로 물러섰다.
간질 환자처럼 눈은 돌아가 흰자위만 보였고, 입에서는 연신 거품을 쏟아냈다.
"총 뺏아..."
갑작스런 내 말에 군단 수사관이 되물었다.
"뭐라구요?"
"우리 모두 죽어요!! 총 뺏으라구!!!"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 병사는 갑자기 목을 이리저리 꺽더니 우리를 향해 미소지었다.
"어라? 정신이 돌아왔네."
군단 수사관은 신기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안돼!!! 총 뺏으라구!!!"
나는 잽싸게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군단수사관이 나를 몸으로 막더니 부릅 뜬 눈으로 노려보았다.
"어허...대위님, 이거 왜 이러실까? 어디로 튀실려고? 꼼짝하지 마쇼."
나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몸부림을 치며 울부짖었다.
"야! 신발 우리 다 죽는다고!!!!"
나의 미 친 듯한 행동에 나를 붙잡고 있던 군단 수사관이 소리쳤다.
"야!! 뭐해? 이 사람 붙잡아!!"
양쪽의 두 병사가 재빨리 다가와 나의 양 팔을 움켜잡았다.
그 순간........
"철커덕!!!!!"
소총의 장전소리에 우리는 모두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리고 모두들 나에게 집중되어 있던 시선을 천천히 돌려 그 병사를 바라보았다.
빗소리 외에는 그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적막감과 극도의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와함게 연신 빗줄기를 쏟아내고 있는 그 병사의 우의가 막대로 걷어올려지듯이 천천히 올라갔다.
걷어올려지는 우의의 끝자락의 움직임과 함께 우리의 시선도 같이 따라 움직였다.
우의가 걷어올려지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우리를 향하고 있던 것은 소총의 총구였다.
총알이 빠를까? 내 몸이 빠를까?
순간 말도 안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극도로 긴장된 상황에 모두들 굳어버린 자세를 풀지 못했다.
"너...씨.신발...새끼... 뭐하는거야?"
나를 붙잡고 고개를 뒤로 돌린 채 그를 바라보던 군단 수사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에게 총을 겨누고 있던 그 병사는 갑자기 모든 치아가 다 보일 정도로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다리가 후들거렸고. 오금이 저렸다.
전에 몇 번 금속성 물질이 내 몸을 관통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 한 적이 있다.
대포 구멍처럼 확대되어 보이는 나를 향한 총구를 보는 순간, 그 게 미 친 상상이었음을 느꼈다.
갑자기 그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워버리더니 병사가 입을 열었다.
"그런다고 모든 게 끝나지 않아......"
"뭐..뭐라고?"
그리고 그 병사는 무슨 결심을 한 듯 입을 굳게 한 번 다물더니 마지막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군바리 새끼들...다 죽여버리겠어..."
"안돼!!!!!!!!!!!"
"탕!! 탕!!"
두 발의 총성과 함께 그 병사를 바라보고 있던 세 사람이 뒤엉켰다.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모를 정도로 어둠과 폭우와 소름끼치는 공포속에 우리는 서로 뒤엉켜 있었다.
그 병사가 흥건한 흙바닥에 넘어진 것을 확인 한 군단 수사관이, 그에게 달려들어 총을 뺏고 무자비한 주먹질을 얼굴에 퍼부었다.
"이 강아지! 미 친 새끼!!"
몇 차례의 주먹을 허용한 후 그 병사가 실신한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병사의 움직임이 없자 군단 수사관은 헉헉대면서 오른 주먹을 높이 쳐들고 그를 노려보았다.
넘어진 자세로 그 병사의 다리를 잡고 있던 나도 그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내 앞에 넘어져 있던 수사관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껄떡대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가 미 친 병사를 향해 수사관이 소리치며 달려든 것이다.
손전등에 비추자 그의 주변으로 원형의 피바다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수사관님!!!!!!"
"야!! 최상사!!!!!!!!"
군단 수사관과 나는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우의를 벗겨내자 그의 왼쪽 복부 아래에서 피가 토하듯이 뿜어져 나왔다.
발사된 총탄 두 발 중에 한 발을 맞은 것이다.
"뭐해!! 새끼들아!! 의무대 연락해!!!!!!!!!"
군단 수사관의 외침에 무슨 해괴한 상황이 벌어진 건지 감도 못 잡고 안절부절 하던 남은 두 병사가 대문밖으로 뛰었다.
"야!! 최상사!!!!!!! 정신차려!!!!!!!!!"
"지혈시켜야 돼요!!"
이 말과 함께 나는 우의를 벗어제끼고 이빨로 갈기갈기 찢기 시작했다.
품 속에 감추어져 있던 사건서류가 바닥에 떨어져 물속에 잠겨 젖어가고 있었다.
서류는 흙탕물 속에 파묻혀 훼손되어가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그의 피가 새어나는 왼쪽 하복부에 찢긴 우의를 접어서 덧대고 그 위에 길게 찢긴 우의로 하복부를 감아 돌렸다.
그 순간 부릅 뜬 눈을 유지한 채, 숨을 껄떡이던 수사관이 천천히 오른팔을 움직여 뭔가를 들어올렸다.
소나타 차량 열쇠였다.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지 않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나는 금방 알수 있었다.
나는 그의 손과 열쇠를 동시에 움켜쥐고 조용히 열쇠를 뺏아 들었다.
"죽지마요...꼭 다시 만납시다."
이에 옆에 있던 군단 수사관이 부릅 뜬 눈으로 노려보며 나에게 물었다.
"지금 뭐하는거요?"
이에 나는 경멸하는 듯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닥치고 있어요."
나는 천천히 일어서 아기 시체가 있는 작은 방으로 뛰었다.
나의 무서운 기세에 주눅이 들었는지 군단 수사관이 더 이상 나를 제지하지 못했다.
작은 방 구석에 놓인 아기 시체를 싸고 있는 담요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소름끼치는 전율을 느꼈지만 시간이 없었다.
나는 그 시체가 담긴 담요를 들고 빗속을 뛰었다.
그리고 노인이 그려 준 약도를 따라 나는 차를 몰고 미 친 듯이 달렸다.
억수같이 퍼붓는 비가 나의 시야를 방해하고 있었다.
자칫하면 내가 먼저 저 세상 사람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10분 여를 미 친 듯이 달려 나는 아기 엄마의 무덤으로 올라가는 야산 입구에 도착했다.
간혹 내려치는 번갯불에 조명탄이 터진 듯 야산 전체가 환하게 밝혀졌다.
우의도 없는 상태로 나는 아기를 품에 안고 야전삽 하나를 든 채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입구까지는 오기에는 수월했지만, 산 속 100여미터를 올라가는 길은 만만치가 않았다.
거의 물반 흙반이라고 해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땅이 질퍽거렸다.
몇 차례 미끄러짐을 반복하며, 나는 아기 엄마가 있는 무덤으로 거의 기듯이 올라갔다.
헐떡이는 숨소리에 맞추어 빗물이 내 입속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침인지 빗물인지 입 속에서 쏟아지는 분비물이 턱을 따라 흘러내렸다.
드디어 노인이 말 한 그 곳에 도착했다.
정말로 비석 하나 없이 동그란 낮은 봉분 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관리가 있었는지 주변엔 잡초나 나무가 자라지 않고 있었다.
아기가 담긴 담요를 오른팔로 감아 안은 채, 숨을 헐떡이며 나는 그 무덤 앞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깊은 밤, 산속에 비까지 내리고, 어느 이름 모를 여자의 무덤 앞에 지금 나는 서 있다.
그 무엇이 나를 이 곳으로 이끌고 왔는지 기억조차 정리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20년 넘는 세월 동안 나를 이 자리에 세우기 위해 그 수많은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른다.
수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면서 나는 깊은 상념에 빠졌다.
어느 정도 잡스러운 생각들이 정리되자, 나는 지금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20년 넘게 내려 온 이 피비린내나는 저주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아이요...."
그녀가 듣고 있는지 아닌지 나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눈물을 거두고 이 아이를 데려가시오."
나는 아기를 조용히 내려놓고 봉분 옆을 야전삽으로 파헤치기 시작했다.
빗물을 먹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흙이 쉽게 파헤쳐졌다.
어느 정도 적당한 깊이가 되었다고 판단이 서자, 나는 아기가 든 담요를 들고 와 그 구덩이 속으로 가만히 내려놓았다.
물끄러미 몇 초간, 검은 미이라가 되서 어미 품으로 돌아온 아기를 쳐다 보았다.
"이젠 엄마하고 편히 잠들거라."
야전삽이 아닌 두 손으로 정성스레 흙을 채워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내 주변을 너무나도 작은 아기 울음 소리가 맴돌았다.
"응애...응애....응애..."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고 흙을 채워나갔다.
이젠 이 소름끼치도록 지겨운 환청과 이별하고 싶다.
두려움 때문인지, 서러움 때문인지, 이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인지....이유 모를 눈물이 내 두눈에서 쏟아졌다.
흙을 다 채운 나는 천천히 일어서 그녀의 무덤 앞에 다시 섰다.
그리고 조용히 흙으로 범벅이 된 오른손을 들어 그녀에게 예를 갖추었다.
마음이 정리되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아기엄마의 배려인가......이젠 아기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나는 다시 야전삽과 손전등을 들고 산을 내려갔다.
미끄러운 산을 내려오는 것은 올라가기보다 더 힘들었다.
수없이 넘어짐을 반복한 후 나는 산을 내려왔다.
온 몸에 흙탕물을 뒤집어 쓴 채 차를 다시 사건현장으로 몰았다.
멀리서 의무대 응급차량이 떠나는 것이 보였다.
그 집 대문앞에 도착하자 군단 수사관과 남은 병사 두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아무 말없이 몇 초간 서로를 바라보았다.
"최상사..어떻게 되었소?"
나는 마지막 퀴즈 문제의 정답을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괜찮소..."
그제서야 내 온 몸의 긴장감이 스르르 풀리면서 너무나도 무거운 피로감이 몰려왔다.
나는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고 주저앉고 말았다.
"일어서시오. 이제 갑시다."
군단 수사관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를 잠시 올려다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흥....이제 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군 수사관이 총에 맞았소...큰 바람이 불거요. 그런데 아까 대위님이 들고 뛴 것이 뭐요?"
"20여년 전에....이 곳에서 죽은 아기라오..."
"아기?"
사단 헌병대로 돌아온 나는 피의자처럼 유치장에 감금당하였다.
아침에 눈을 뜨자 나를 감시하던 병장을 달고 있는 헌병이 괜찮냐고 안부를 물었다.
밤새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잠들었다고 한다.
아침 식사를 조용히 내 밀며 헌병이 말을 걸었다.
"조금 있다가 사단본부에 들러야 하십니다."
"그래?"
"식사를 마치시고 정복으로 갈아 입으시기 바랍니다."
"사단장님이 그러래?"
"군검찰에서 대위님을 소환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사단장님 면담이 끝난 후 바로 가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밤 동안 대위님 정복을 세탁하고 다림질해놨습니다."
사단 본부로 향하는 차량 안에서 나는 사단장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무엇을 말해야 할지 순서가 정해지지 않았다.
사단장실에 들어섰을 때 이미 몇 개의 담배를 피워댔는지 실내가 연기로 자욱했다.
나의 경례에도 사단장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연신 담배만 피워댔다.
그런데 평소와 다른 점이 눈에 하나 들어왔다.
어느 기관에서 호출 명령을 받았는지, 사단장이 전투복이 아닌 정복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왜 내 명령을 어겼나?"
사단장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
"그럴만큼 그 사건이 가치가 있었나?"
"........."
"이젠 나조차 감당할 수 없을만큼 사건이 커져버린 것 같아. 군인에 의해 민간인이 죽고, 어제는 군 수사관이 총에 맞고..."
"면목이 없습니다."
"같은 집에서 20여년 동안 1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어....옛날 같으면 감추고도 남았을 일인데..
세상이 변했다네....더 이상 감출 것이 없어.."
"...........?"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최중사 사건을 전면 재조사 하겠다더군....그러면 20년 동안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다 파헤쳐질거야....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인데 말야...."
이번 두 사건이 그의 진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서일까?
사단장의 미세한 손 떨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고 명색이 사단장이라는 사람이 그런 일로 손을 떨 정도인가?
사단장이 이렇게 형편없는 새가슴을 한 장성이었단 말인가?
사단장은 자신의 진급 외에는 그 무엇도 관심조차 베풀 자비도 없는 사람인가?
그리고............
수사관이 비밀스럽게 조사한 자료의 내용을 어떻게 알고 있는걸까?
어젯밤 그 서류는 흙탕물 속에 잠겨, 엄천난 빗줄기 때문에 물에 풀어지듯 사라졌을텐데...
나의 이런 의문에 사단장은 답이 될만한 질문을 던졌다.
"그 아기는 잘 묻었나?"
"네?"
"군단 수사관이 그러더군.....아기를 하나 묻고 오더라고..."
"그런데 사건 서류의 내용은 어떻게 아신 겁니까?"
그제서야 사단장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소름끼치는 생각이 내 뇌리를 스쳤다.
"호..혹시? 20년 전 그 대위?"
사단장은 음흉스런 미소를 풀지 않았다.
"미소만 지어도 알아차리다니 대단하구만.
그래...아기를 찾아내 어미 무덤까지 가서 묻어 주었겠지? 그 정도면 모든 걸 알았을거라 생각했네."
열중쉬어 자세로 서 있는 내 허리 뒤의 두 손이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그래서 저에게 따로 사건 조사를 맡기셨던 거군요....
관할 경찰서나 헌병대에서 어떤 조사가 이루어졌는지 알고 싶은셨던 겁니다."
사단장은 입을 굳게 한 번 다물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그 동안 20여년 동안 벌어진 사건들을 대략적으로나마 듣고 있었지.
젊은 날의 한 때 불장난으로 인해 지금 이 때까지 나는 무거운 죄책감에 시달려 왔네.
다시는 이 곳으로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운명의 장난처럼 이 곳에 사단장으로 부임해 올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나?
내가 여기 있는 동안만큼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길 바랬는데 결국 최중사 사건이 터졌으니...
어떤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솔직히 두려웠지.
그렇다고 헌병대에 세세한 상황까지 캐묻고 다니는 건 무리였어.
국방 장관에까지 보고된 사건에 내가 자꾸 관여하는 모습이 좋아보이지 않았거든.
사건을 은폐 조작하려 든다는 느낌을 주지 않겠나?
그래서 자네를 내 대리로 이용한 걸세.
그런데 헌병대 조사가 끝났는데도 자네가 더 사건을 파헤치려고 하는거야.
그냥 둘 수가 없었어.
조금만 있으면 진급시즌이 다가오고 나는 이번 진급이 결정되면 여기를 떠날 상황이었지.
그런데 지금은 진급은 커녕 현재 보직도 유지할 지 걱정이야.
새벽에 사건 보고를 받고 그 현장에 직접 갔었지.
난 20여년 만에 돌아와, 나의 경솔한 언행 때문에 일어난 그 참혹한 사건의 현장에 서 있던 내 심정이 어떠했겠나.
늦었지만 그들에게 마음 속으로 조용히 사죄를 했지...."
사단장은 들고 있던 담배를 재털이에 짓이겼다.
나는 웬지 모를 분노감이 치밀었다.
"정말로 죄책감이 드십니까? 진심으로 사죄를 하셨습니까?"
사단장은 대답을 거부한 채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서 정복 모자를 갖추어 쓰고, 뚜벅뚜벅 문 쪽으로 걸음을 향했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고 열려는 순간 그 자리에 멈춰서 뒤돌아보며 나에게 물었다.
"아참....군검찰로 소환되면 어디까지 얘기할텐가? 내 얘기를 할텐가?"
"......."
"내 얘기를 하든 안하든 사건조사에는 큰 영향이 없을 텐데...단지 나에게 도덕적인 책임만 물을거야.
내가 총질을 한 건 아니거든"
이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단 말인가?
터질 듯한 분노와 증오가 밀려왔다.
"필요하다 판단이 되면 진실을 밝힐 것입니다."
"훗......도대체 왜 자네는 안전한 길을 놔두고 자꾸 이런 위험을 자초하나?"
나는 열중쉬어 자세를 풀지 않은 채 등 뒤에서 들리는 사단장의 말에 대답을 했다.
"사관생도 훈에 보면 '귀관이 정의를 행함에 있어 닥쳐오는 고난을 감내할 수 있는가?' 라는 귀절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따를 뿐입니다."
"훗...오랜만에 들어보는군"
한 번 가소로운 듯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사단장은 말을 이었다.
"...그런다고 모든 게 끝나지 않아......"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사단장은 조용히 문을 열고 빠져 나갔다.
사단장실을 빠져 나왔을 때 밖에서 나를 기다리는 헌병대 호송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운전병으로 보이는 친구가 차량 옆에 서서 말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게 어제밤 일로 끝난 것 같았는데, 이 편치 않은 마음은 무엇이란 말인가?
순간 내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진동을 알렸다.
"네?"
"대위님...최상사입니다."
"수사관님!!!"
기쁨의 함박 웃음을 지었다.
"괜찮으십니까? 수사관님?"
"크크...살아있으니까 전화질 하는거 아니오?"
"수사관님...미안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그런 말 마쇼. 내가 좋아서 한 일인데... 후회는 없소."
"그런데 웬 전화이십니까?"
"그냥 그 애기 잘 묻어줬나 궁금해서 말이죠...."
"네..잘 묻어주고 왔습니다."
"이제 모든 게 끝난건가요?"
"저....그게 말입니다..."
나는 찝찝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왜요? 뭐 걸리는 거라도 있어요?"
"정말로 아기 영혼이 우리를 다치게 한 걸까요?"
"그게 무슨 말이오?"
"아기가 아니라 그 애 아빠의 영혼이 우리를 괴롭혔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 애는 단지 이런 살육을 막기 위해 울음소리로 우리에게 알린 거라면?"
"설..설마요..."
"예전에 죽은 소대장이 밤마다 가위에 눌렸을 때, 피범벅이 된 무장한 군인이 나타났다고 그러지 않았나요?
어젯밤 아기를 들어내는 작업할 때 제가 목격한 것도, 얼굴이 온통 피로 덮여있는 낮선 남자였습니다.
귀신 씌인 병사가 한 말 기억나요? 군바리 새끼들 다 죽여 버리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기가 어떻게 군바리라는 말을 알죠?"
"대위님....."
불현 듯 내 머릿속을 스치는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잠시 멍하니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대위님......듣고 계시나요?"
나의 대답이 없자, 수사관이 아픈 몸으로 힘겹게 불러댔다.
"대위님...듣고 있어요?"
나는 온 몸이 오그라드는 소름끼치는 전율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어제 그 병사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뭐였죠?"
"예?"
"어제 총을 쏜 그 병사가 마지막으로 한 말!!!!!!"
"군바리 새끼들 다 죽여버린다고 그랬잖아요."
"그..그거 말고, 바로 전에 말...."
"음....뭐더라...아.....그런다고 모든 게 끝나지 않는댔나?"
동시에 나는 조금 전 사단장이 마지막으로 한 말을 조용히 읊조렸다.
"그런다고 모든게 끝나지 않아...."
나는 그 자리에 휴대폰을 떨구고 말았다.
사단본부 주변으로 보이는 드넓은 산악지형이 무섭게 느껴졌다.
그리고 헤어날 수 없는 깊고 어두운 숲속에 나 홀로 남겨진 듯한 두려움과 공포감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끝-
이 글의 출처는 웃대입니다.
새터데이작성일
2010-06-19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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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글터] 군대괴담] 기지 살인사건5
사진주의
사단장은 무시무시한 눈빛을 풀지 않은 채 나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건조사는 오늘 부로 접는다.
이번 사건에 대한 일체의 어떠한 행동이나 말도 금한다.
그리고 나를 모욕한 댓가로 일주일 내에 넌 다른 사단으로 전출될 것이다."
머리에 총을 맞은 듯 나는 순간 현기증을 느끼며, 멍한 표정으로 사단장의 얼굴을 지켜 보았다.
사단 본부를 등지고 나와 나는 한 참을 걸었다.
많은 생각들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
너무나도 나약한 , 최중사에게 아무 것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싫었고 미웠다.
예전 공수부대에 있을 때 낙하산 강하 도중 대퇴부 관절을 다쳐 2개월 넘게 치료를 받았다.
병원에 있으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더 이상 강하 훈련을 할 수 없다는 군의관의 말과
그로 인해 매일같이 온 몸에 젖어오는 무기력감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그 때의 고통보다 더 한 것이 나를 힘들게 하고 있다.
그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에 반기를 들 수 있는 힘조차 나에겐 없다라는 사실이다.
군인으로서 내가 지켜야 할 정의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이젠 뭐가 정의인지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사단장의 말이 정의인지도 모른다.
혹시나 내가 흐르는 물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막는다고 해서 물이 거꾸로 흐르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대로 뜨내기 생활 끝에 진급도 못해 보고 제대하는 것은 아닌가?
내가 먹여 살릴 처자식이 없어서 이런 막가는 행동을 하는 것일까?
서로 상반된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순간 또 하나의 생각이 그 사이를 가로질렀다.
'그래....사건현장에 가서 더 늦기 전에 거기를 파보자.'
이 때 내 주머니 속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진동을 일으켰다.
"여보세요."
"어이쿠...박대위님. 저 헌병대 수사관입니다."
비아냥거리는 듯한 그의 목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어..이거 어떡하나? 방금 전에 사단에서 연락이 왔는데, 당분간 저하고 같이 다니셔야 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단장님 명령으로 박대위님을 근접 호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뭐요?"
"지금 이 순간부터 박대위님은 헌병대에서 생활하셔야 합니다. 지금 어디 계시죠? 제가 모시러 가지요."
"젠장 미치겠구만."
"사단장님 명령인데 불응하면 곤란해지십니다."
나는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사단장은 나를 밑바닥까지 밀어넣는 듯 보였다.
헌병대로 호송된 나는 행정실에 앉아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내가 어디를 가든 항상 수사관과 그의 부대원들이 번갈아 가며 나를 뒤따랐다.
내가 무슨 커다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나를 비참하게 만들다니........
오후에는 내 숙소에서 간단한 옷가지와 생활도구들이 헌병대로 옮겨졌다.
나에겐 아무런 일도 주어지지 않았다.
하루종일 하는 것이라고는 자고 먹고, TV보고, 책 읽는 일 뿐이었다.
벌써 이틀을 여기서 보냈다.
나는 좀이 쑤셔서 미칠 것 같았다.
점심을 마치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행정실에서 한동안 팔짱을 낀 채 넋나간 사람처럼 내가 앉아 있자 수사관이 말을 걸었다.
"힘드시죠? 껄껄껄...대위 정도 되시는 분이 무슨 사고를 치셨길래..."
나를 위로하는건지 놀리는 건지는 모르지만 나는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3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상사를 달고 있는 수사관은 연신 나의 눈치를 살피더니 다시 말을 걸었다.
"며칠만 참으십시오. 자리가 나는 대로 곧 다른 부대로 배치 받으실 겁니다."
그제서야 나는 입을 열었다.
"여기 대대장이나 수사과장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주로 작전실에 계시고, 행정실에는 거의 오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
"수사관 일 오래 하셨나요?"
"이제 7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보람 차시겠습니다. 범죄자들 잡아들이고 있으니..."
내 말에 수사관은 손을 가로 저으며 대답했다.
"에이...보람차다니요.
이거 막말로 할 짓 없어서 이런 일하는거지 기회만 되면 당장이라도 다른 병과로 옮기고 싶다니까요.
처자식만 아니었어도 군복 벗고 사회생활 좀 해보고 싶었는데.."
"왜요? 수사관이면 파워도 세고, 다들 겁내하는 직책 아닙니까?"
"허허..천만의 말씀입니다. 수사과장 정도는 되야 어디서 손가락질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니까요.
그리고 수사과장은 아무나 합니까?
나머지는 생노가다하는 겁니다. 군대 사건 현장 가보세요.
대위님도 사단장 명으로 사건조사하면서 가보셨지 않습니까?
어이쿠..참혹해서 말이 안나옵니다."
"저도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내 말에 수사관은 잠시 긁적이던 볼펜질을 멈추고 무용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수사관 일을 시작하고 처음 접한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전차대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죠.
부대 체육대회였는데 팀별로 전차 끌기 종목이 있었나 봅니다. 기어를 풀어놓은 전차에 줄을 연결해서 일정 거리까지
먼저 끄는 팀이 이기는 경기였는데 모두들 포상휴가 가겠다는 일념하에 무지하게 열심히 끌었나 봅니다.
그런데 한 팀의 줄을 당기던 부대원이 그만 미끄러져 넘어진 겁니다.
그런데 움직이는 물체는 관성이라는게 있잖아요.
모두들 당기던 줄을 놓았는데도 전차가 넘어진 그 친구를 덮쳐버린거죠."
"오...이런.."
"피해자를 확인하러 저는 후송된 의무대로 갔습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습니다.
복부부터 하반신이 모두 으깨져있는 겁니다. 내장이고 근육이고, 뼈까지....
그런데 저를 더 경악하게 만든 건 그 친구가 살아서 눈을 부릅뜨고 헐떡이고 있다는 것이었죠.
저는 자리를 가리지 못하고 거기서 토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간신히 진정한 후 수술을 집도하던 군의관들을 쳐다보았죠.
젠장 그런데 이게 웬 걸? 수술하는 척 하더니 으깨진 내장을 살가죽으로 덮어 그냥 꿰매버리더군요.
제가 보기에도 이건 살아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더 웃긴 게 뭔지 아십니까?"
"...?"
"젠장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그 피해자가 의식을 잃고, 숨이 멎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겁니다.
뭐하는 거냐고 물으니까 군대에서는 기본적으로 호흡이나 심박이 멈춘 환자에게 30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해야 된다고 하더군요.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나는 수사관의 말이 그림처럼 그려지는 것 같아 영 속이 편치 않았다.
"또 한 번은 뭐더라 5년 전인가?
우울증을 앓고 있던 이등병이 부대 내무반에서 총기를 난사한 겁니다.
그 때 7명이 죽고, 5명이 반신 불수가 되었죠...사건현장에 갔더니 아이고..........이건 말이 아니었습니다.
내무반 침상과 바닥에 벌건 피가 소방 호스로 뿜어낸 것처럼 뿌려져 있더라니까요
진짜 농담이 아니라 사건 현장 조사하는데 담요를 밟으니까 젖은 빨래처럼 핏물이 쏟아져 나오더란 말입니다.
게다가 여기저기 떨어져 나간 살점들이 벽에 오물처럼 붙어있더라니까요."
내 속이 편치 않음을 알기나 하는지 수사관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죽은 애들만 불쌍한 거지요.
나라 지키겠다고 군대와서 그게 웬 날벼락이란 말입니까?
부모들 심정이 어땠는지 상상도 안갑니다."
나는 간신히 거북한 속을 달래고 있었다. 죽은 김병장 말대로 나는 비위가 많이 약한 듯 했다.
"이 생활 하다보면 회의감도 많이 느끼지요.
전에는 군납 비리 사건에 연루된 중대장 한 명이 자살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건을 파헤치는데 이건 도저히 수사할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뭔데 말입니까?"
"그 비리에 군단장까지 연루가 되어 있더란 말입니다.
군검찰은 물론 수사관들까지 혀를 내두룰만한 초대형 비리커넥션이 포착되었던거죠.
그런데 어느 날 알 수 없는 이유로 육군본부에서 사건을 종료하라는 명령이 하달된 겁니다.
항간에는 그 중대장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일 수도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었죠.
죽기 전 그 중대장은 의외로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습니다.
자신이 군납비리에 관한 거의 모든 서류를 관리하고 있음을 폭로했죠.
그런데 군검찰로 소환되기 전날 자살한 겁니다.
부모님과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구요.
유서가 조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너무나도 수상한 냄새가 많이 났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토록 협조적이던 사람이 처자식을 놔두고 갑작스레 자살한단 말입니까?
결국 그 사건은 그 중대장이 비리사건 수사에 대한 압박을 못 이기고 자살한 것으로 수사가 종결되었죠.
지금도 생각하면 참 아쉽습니다.
그 중대장에게 미안하기도 수사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죄책감도 들고요."
"씁쓸한 얘기군요."
"X파일처럼 군대에도 여러가지 의문스런 사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대부분의 사건들이 인위적으로 덮어진 것입니다.
정말로 덮어서는 안될 것들이 덮어졌을 때는 뭔지 모를 분노와 배신감이 치밀었었죠.
간부 사건도 그 정도인데 사병들 사건은 오죽하겠습니까?
평균을 내보면 1년에 군인들이 약 500명 넘게 죽습니다.
1개 대대병력이 1년 하나씩 사라지는 꼴이죠.
권력자들은 이렇게 생각하나 봅니다.
500명 중의 몇 명 정도는 그냥 넘어가자고.
군대 의문사라는 게 다 그런거죠.
그 만큼 군대가 폐쇄적인 곳이라는 상징이기도 하지요."
수사관은 잠시 볼펜을 쥔 손을 턱에 받치며, 감상에 잠기는 듯 했다.
"처음엔 미연방수사관 FBI처럼 정말 멋진 수사관 생활을 상상하며 의욕적으로 덤볐었죠.
멋진 롱코트를 입은 사복경찰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빳빳하게 풀먹은 군복으로 입고 사건현장에 '쨔잔~~'하고 나타났을 때는
나름대로 뽀대도 나고 멋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저는 수없이 많은 무소불위의 권력자들의 노리개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았죠.
수사관이 아닌 그 들의 입 맛에 맞는 시나리오를 쓸 줄 아는 작가였다고나 할까요?
입을 다무는 댓가로 저는 승진을 했고,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렇게 다시 돌아갔습니다."
나는 수사관의 얘기를 들을 수록 의외로 그가 생각이 넓고 속이 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들은 얘기들은 못 들은 걸로 하십시요.
그냥 제 무용담이려니 생각하시고, 그냥 넘겨 버리세요.
괜히 수사과장이나 대대장님 아시면 잔소리 듣습니다."
진지하게 얘기를 듣고 있던 나는 꼭 묻고 싶었던 것을 그에게 던졌다.
"최중사 사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말에 수사관은 멈추었던 볼펜질을 다시 시작하며, 나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그 얘기 하지 마십시요. 사단본부에서 함구령이 내려졌습니다."
종이서류에 볼펜을 긁적이며 시선을 맞추지 않는 수사관에게 나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수사관님도 그 날 들었지 않습니까? 최중사가 애기 울음소리 들었다고, 그리고 자신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수사관은 대답을 거부한 채 무슨 서류를 작성하는지 연신 볼펜질을 해댔다.
나도 역시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어차피 최중사는 죽을 목숨입니다. 이젠 제가 그를 살릴 수도 없습니다. 그럴 힘도 없구요.
단지 알고 싶은 건 최중사 사건 뒤에 숨어있는 내막이 궁금할 뿐입니다.
수사관님도 알고 싶은 것 아닙니까? 입 다물고 있는 게 정의입니까?
저를 좀 도와주십시요.
제가 전출을 가면 모든 게 끝입니다. 사건을 파헤칠 시간도 3~4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수사관은 시선을 피한 채 대답을 거부했다.
나는 잠시 말을 멈 춘 후 굳은 결심을 하고 그에게 말을 건넸다.
"김석우 병장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아십니까?
제가 따로 사단장에게 제출한 보고서의 내용은 제가 수사관님께 진술한 내용과 완전히 다릅니다."
그제서야 수사관의 볼펜질이 멈추었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아무말 없이 응시했다.
나는 이 때다 싶어 계속 말을 이었다.
"그 친구는 졸음운전이나 운전미숙으로 죽은 게 아닙니다. 저를 도와 주신다면 진실을 말해 드리죠."
그러나 나를 잠시 동안 응시하던 수사관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볼펜질을 시작하였다.
"대위님이 죽인 게 아니라면 그냥 덮어두십시요. 그러는 게 대위님 신상에 좋습니다. 이젠 다 끝났습니다. "
나는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며, 조용히 속삭였다.
"솔직히 수사관님도 일련의 사건 내막을 알고 싶죠?
알고 싶은데 위에서 내리는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거죠?"
나는 볼펜질을 하는 그의 오른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의 숨소리가 불규칙해지고 거칠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때 행정병 몇 명이 행정실로 들어왔다.
무슨 업무를 보려고 하는데 수사관이 그들을 잠시 내보냈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고 눈만 치켜뜨며 나를 응시했다.
무섭게 노려보는 그의 눈빛은 무슨 일을 낼 것처럼 보였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지만 상처로 만신창이가 된 나의 얼굴을 한참 동안 관찰하던 수사관이 입을 열었다.
"오늘 밤 대대장과 수사과장이 군단 기무대장의 회식 자리에 참석기 위해 멀리 떠날 것이오.
당신 대타로 한 놈을 숙소에 박아놓을테니 오늘 저녁 8시에 차량고 앞에 서 있는 소나타 차량을 타시오."
-계속-
새터데이작성일
2010-06-19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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