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검색 결과(19,702);
-
-
-
-
-
-
-
[TV·연예] 15시간 넘는 아육대 녹화에 팬들 배고플 틈 없이 준비했었던 신인 아이돌 역조공 리스트
= 뉴비트 한 휀걸이 올린아육대 시간표,,5시 20분 집합종료 시간은,, 새벽 1시,,, 그리고 개뚱중한 뉴비트 휀걸들 해야할 일 자세히 보면 먹고 응원하기 뿐임,, https://x.com/2OO2O727/status/1959712527186841725 https://x.com/2OO2O727/status/1959778913124843729 https://x.com/2OO2O727/status/1959801058492121360 https://x.com/2OO2O727/status/1959802640679784934 https://x.com/2OO2O727/status/1959844850557165675 https://x.com/2OO2O727/status/1959898411601453402 https://x.com/2OO2O727/status/1959910365837599180 https://x.com/2OO2O727/status/1959930976861376727 https://x.com/2OO2O727/status/1959963646353653876 이렇게 주면서 화이트 보드로 한다는 말이 겠냐고 ㅋㅋㅋㅋㅋㅋ 텍스트로 정리한 뉴비트 아육대 역조공 리스트 https://x.com/boyzmixxx/status/1960015534726201599 감동 개껴,, 합정 왕복 셔틀팬들 귀가까지 신경 써주는 내돌,,최종 감동은 웰컴키트,, https://x.com/rrgorange/status/1959712741331227051 집에서도 자기들 가까이서 보라고 VR기기ㅠㅠ늅수종 맞으시다,,
-
[영화] 서영춘 주연 '살사리 몰랐지' (1966) 공개 중 ft. 엘 산토 (1917~1984)
* 본래 2023년(서영춘 탄생 95주년)에 맞춰 준비했던 내용을 일부 수정한 글입니다. *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부탁 드립니다. 실존 레슬러 '엘 산토'가 큰 인기를 끌자 레슬러 캐릭터로 직접 수많은 영화들에 출연해 좀비, 여성 뱀파이어, 사이클롭스,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미라, 늑대인간, 외계인 포함 다양한 소재가 사용된 '엘 산토' 시리즈 (다른 배우가 산토 역으로 출연해 스파이더맨과 겨루는 '3 Dev Adam' 등 비공인 작품도 존재), SNL 스케치에 출연한 캐릭터들이 인기를 끌자 해당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극장 영화로 각색한 '블루스 브라더스' 시리즈, '여로'의 등장인물 '영구'를 '유머1번지' 출연 코미디언 '심형래'가 패러디한 것이 큰 인기를 끌자 영화 시리즈로도 제작된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 등 실존 인물이 연기한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 이를 영화화한 작품들은 과거부터 여럿 있었습니다. 살사리 몰랐지(007 폭소판 살사리 몰랐지?)Salsali, You Didn't Know ( Salsali Mollatji ) ㆍ 1966 년 1960년대에 데뷔해 큰 인기를 얻었으나 안타깝게도 음주로 인한 간암으로 단명한 코미디언 '서영춘' (1928~1986)이 출연한 코미디 영화 작품들 중 하나로, 서영춘의 별명이기도 한 살사리 (살살이) + 007 시리즈 패러디 요소를 전면으로 내건 작품이며 이 글을 올린 시점 기준으로 KMDB에서 VOD로 무료 공개 중입니다. https://www.kmdb.or.kr/db/kor/detail/movie/K/01292/own/videoData 아래 내용은 KMDB에서 인용한 작품 소개입니다. 보석상 점원인 박광식(서영춘)은 007시리즈의 열혈 애독자로, 소설속 주인공을 동경하고 그들의 행동을 따라하다 주인(양훈)에게 핀잔을 듣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한 사기꾼 선자(도금봉) 일당에게 95만원 상당의 다이아 반지와 진주 목걸이를 사기 당한다. 범인을 잡기 위해 대구로 내려가는 광식은 얼떨결에 위조 지폐단을 검거하고, 핸드백을 소매치기 당한 명자(주연)을 도와주다 그녀와 동행하게 된다. 중국집에서 무전취식을 하고 자금마련을 위해 복싱대회에 참여해 상금을 타는 등 우여곡절 끝에, 그는 여자로 변장하고 캬바레의 여급노릇을 하며 범인(허장강)들의 동태를 파악해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부산에서 억대 사기범 체포'라고 신문에 대서특필된다. 화환을 들고 공항에 마중나온 주인은 앞으로는 근무하면서 007 책을 읽어도 된다며 동행했던 명자에게 키스를 하는 살살이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등급정보(1) 심의일자 1966-03-07 심의번호 방제3806호 관람등급 미성년자관람불가 상영시간 94분 개봉일자 1966-03-17내용정보-개봉극장아세아삽입곡(주제곡)서영춘 (작사,작곡:서영은)로케이션대구역노트■ 007 시리즈가 당시 얼마나 인기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플롯이 다소 엉성하기는 해도, 초콜릿으로 만든 권총을 들고 다니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건을 해결하고 나서 그때마다 '007 살살이 요건 몰랐지?'라며 너스레를 떠는 서영춘의 연기가 연신 웃음을 유발한다. 007영화의 기본구도에 TV를 통해 살사리로 더욱 유명했던 서영춘의 코믹 캐릭터를 결합한 이 영화는, 도입부와 몇몇 장면에선 정극 첩보영화의 분위기가 느껴지고, 음악 또한 스릴감있게 사용되고 있다.
콩라인박작성일
2025-08-26추천
0
-
[짱공일기장] 나도 존잘남이 되어보자-6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설현에게서 전화가 왔고 받질 않자 문자가 왔다. [오빠, 미안해. 언니가 이상한 말 했지? 신경 쓰지 마요. 이따가 언니 가면 다시 전화할게.] 답장을 하지 않고 이번엔 내가 간단히 짐을 챙겨 부모님 집으로 들어갔다.무슨 일 있냐며 걱정하는 부모님에게 별일 아니라고 둘러대고 주말만 여기 있을 거라고 하니 그러라고 했다.휴대폰 전원을 꺼놓은 채 주말 내내 집에 있는 내가 걱정됐는지 엄마가 슬쩍 떠 보기도 했다. “진짜 무슨 일 없는 거 맞아?”“응, 별일 없어. 이제 좀 내가 정신 차린 거 같아서.”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한 엄마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지만 더 자세하게 묻지 않았다.일요일 저녁까지 휴대폰을 꺼놓았다가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켰을 때 설현과 채린의 문자 메시지가 들어와 있어 마음이 불편했다. ‘조금 전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으니 맘이 편했는데 진짜 이젠 안녕이다.’ 설현의 문자는 애타게 나를 찾는 문자 내용이었고, 채린의 문자는 욕설이 섞인 자신의 분함과 다른 남자 만나러 간다고 일러주는 문자 내용이었다.마지막으로 채린에게 전할 말이 있어 전화를 걸었고 신호가 몇 번 울리던 중 종료버튼을 누르는 듯 그냥 끊어져 버렸다.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전화는 받았지만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다. 그러나 분명 듣고 있을 거라 생각해 조용히 말했다. “이틀 전엔 내가 미안했다.” 예전처럼 숙이고 들어가는 줄 알고 채린은 신경질적으로 대꾸를 했다. “전화 하지 마! 아무 말도 듣기 싫어!” 채린의 짜증에 이제는 이런 모습에서 해방 될 거란 생각에 나도 몰래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 이젠 전화 안할 거야.” 드디어 사과를 할 줄 알았던 내가 오히려 웃으면서 연락을 안 한다고 하니 이상한 낌새를 느끼는 듯 했다. “그래 잘됐네!” 해야 할 말도 하지 못했는데 짤막한 한마디로 전화가 끊겨버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왜 자꾸 전화를 하는데!” 전화기 옆으로 웬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개의치 않고 말했다. “이제 전화 안 한다니깐! 한마디만 하려고.”“무슨 할 말?”“나 1년 동안 지방에 출장을 가기로 했어.” 물론 지방 출장 그런 거는 없이 오직 다이어트만 할 것이었지만 혹시나 또 집으로 쳐들어 올 수도 있을 것 같아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 채린은 예상과 다른 사과가 아닌 출장을 간다는 말에 또 화를 내며 짜증을 냈다. “그래서? 어떡하라고?”“우린 이젠 헤어졌으니 찾아오지 말고 그 동안 다른 남자 만나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뭐야? 참나, 누가 보면 내가 매달린 줄 알겠네. 너도 참 너그럽다. 헤어지는 마당에 내 걱정도 해주고. 이제 살 뺀다고 했으니 그 살에서 사리가 나오겠네?” 좋은 말로 좋게 끝내고 싶었지만 그녀의 비아냥거림에 더 독기가 올라 나 역시 비아냥거렸다. “그럼 그 동안 즐거웠고 다음 달 네 생일 잘 보내. 생각나면 택배로 선물이나 하나 보내줄게. 생각날지 모르겠지만.”“지라알하네! 네가 얼마나 나 없이…….” 그리고 그 동안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먼저 전화 끊기를 해버리자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이제 남은 설현에게도 미안하지만 마무리를 지으려 전화를 했고 내 번호를 확인하고 받았는지 밝고도 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현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밝게 들려오자 미안한 마음에 쉽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오빤데…….”“오빠! 어제 언니가 이상한 말 안했지?”“응, 별 말 안했지.”“참! 전에 무서운 언니도 이제 안 만나는 거죠?”“응, 안 만나.” 내 대답이 기분이 좋아졌는지 한층 더 밝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이제 나랑 본격적으로 만나면 되겠네, 오빠.” 목소리가 떨려 들리는 것이 나름 용기를 냈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설희와의 약속 때문이라도 이제는 더 이상 가까이 할 수가 없어 단호하게 말했다. “글쎄? 오빤 당분간 출장 갈 것 같은데 어쩌지?” 이젠 만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 채라고 일부러 딱딱하게 얘기를 했던 거지만 설현은 이상하다는 듯 되물었다. “출장 갔다 오면 만나면 되잖아.”“1년 동안 출장을 가거든……. 거의 타... 지역 발령이지.” 말을 더듬거리며 한 거짓말은 설현이의 힘없는 목소리로 돌아왔다. “어디로 가는데?”“그냥 먼 곳으로. 오랫동안…….”“오빠 올 때까지 기다리면 그 땐 내 옆에 있을 거지?” 듣기만 하고 대답이 없자, 언니와 무슨 일이 있었던 걸 눈치 채고 울먹거리며 말했다. “오빠……. 자주 전화해도 되지?”“그래…….” 여운이 남는 대답에 여전히 울먹거리는 설현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다음날 출근해서 오전에 잠시 시간을 내어 통신사에서 휴대폰번호를 바꾸었다.부모님과 회사 동료에게만 번호를 가르쳐 주었고 동훈이에게는 한참을 망설이다 가르쳐주지 않았다. ‘훈이에게 번호를 가르쳐주면 설현이가 알게 될 거고 그럼 번호 바꾼 의미가 없을 것 같아.’ 퇴근 전까지 휴대폰은 잠잠했다. 이 세상에서 잠시 사라진다는 느낌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퇴근을 하려고 회사를 나설 때 입구 쪽에서 익숙한 여성의 모습이 보여 자세히 보니 쓸쓸한 표정의 설현이가 서 있었다.그 모습에 화들짝 놀라 건물 옆 틈새에 숨어 옆으로 스쳐지나가는 지원팀의 정보람 사원을 살짝 불렀다. “보람씨!” 뒤를 돌아보던 보람은 웃음을 띠며 내 앞으로 걸어왔다. “여기서 뭐하세요?”“저기 앞에 여자 보이시죠?” 내가 손짓으로 가리키자 보람은 그 방향으로 보며 덤덤히 말했다. “보이는 데 왜요?”“내가 아는 여자애인데 날 찾아왔나 봐요. 나 멀리 출장 갔다고 하고 돌려보내줄래요.”“우와! 강과장님 그렇게 안 봤는데 아가씨 나오는 술집에서 외상 달고 숨어있는 거예요?”“그런 거 아니고 나 따라다니는 여자인데…….” 내 말도 끝나지 않았는데 보람이는 입을 손으로 가리고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하하하, 강과장님! 요즘 너무 웃긴 거 같애. 보니깐 20대로 보이는 여성분이 강과장님을? 내가 가서 확인하면 되죠, 뭐.” 내 앞에서 한참을 웃던 보람이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설현이 앞으로 걸어갔다.보람이는 설현이 등 뒤로 걸어가 어깨를 톡톡 건들었고 뒤돌아 선 설현과 인사를 하고는 몇 마디 주고받았다.보람의 얼굴은 여전히 웃음이 머물러 있었고 무슨 말을 건넸는지 설현이의 표정은 금세 일그러져버렸다. 축 처진 어깨로 설현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보람은 다시 내게로 다가와 엄지를 척 올려 세웠다. “우와, 내가 모르는 과장님의 매력이 뭘까나? 저 여자분 과장님 멀리 출장 갔다고 하니깐 닭똥 같은 눈물을 막 흘리는데 얼마나 안쓰러운지.”“다른 말은 없던가요?”“술값 얘기는 안하던데요? 호호호, 농담이고요 다른 말은 없고 그냥 인사만 꾸벅 하고 가던데요? 하여튼 오늘 도와드렸으니깐 나중에 맛있는 거 사 주세요. 그럼 오늘 수고하셨고 조심히 들어가세요.”“네, 그래요.” 보람은 내 앞으로 먼저 걸어가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뒤돌아 나를 쳐다봤고, 나랑 눈이 마주치자 다시 가벼운 목례를 하고 회사를 빠져나갔다. 퇴근 후 집에 들어서자마자 냉장고 안에 가득 찬 맥주와 냉동식품들을 모조리 챙겨 차에 싣고 부모님에게 드렸다.그리고 동네에 눈여겨보았던 복싱 체육관에 등록을 했다. 이날을 시작으로 정말 이를 악물고 음식 조절과 운동을 병행했다.평소에는 7시에 기상을 하던 내가 이제는 5시30분에 일어나서 1시간 30분 동안 유산소 운동을 했다.퇴근하면 복싱 체육관으로 향했고 끝나면 마무리로 헬스장에서 근력 운동을 했다. 그리고 다시 잠들기 전 1시간 정도 러닝머신을 하고 쓰러지듯 잠에 들었다.이런 일과를 매일 하다 보니 처음에는 무리가 갔는지 앞 발목에서 묵직한 통증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사라지고 몸은 무척이나 가벼워 졌다. 살이 빠질수록 거울을 볼 때마다 예전의 꿈에 그리던 그 모습의 윤각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살 빼는 중에 출근과 퇴근을 할 때 누군가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갑자기 살이 빠져서일까, 기가 약해져서 그런가보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중에 퇴근할 때 멀리서 훔쳐보는 설현이를 보게 되었다. ‘내가 출장을 간다고 말했을 때부터 거짓말인 걸 알고 있었구나. 그래도 나를 이렇게 좋아해주고 멀리서 나를 지켜봐 준 건가?’ 살이 조금 빠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그 누구도 만날 생각이 없었고 특히 설현이는 설희의 부탁으로 더더욱 만날 생각이 없었다.시간이 지나 몇 달 전까지 느껴지던 설현의 시선도 이젠 느껴지지 않는 걸 보아 대학교를 졸업하고 이사를 한 것 같았다.설현을 떠올릴 시간도 없이 운동에만 전념을 했고 예상보다 빨리 8개월 만에 43키로가 빠졌다. 허리 38인치가 30인치 입어도 될 만큼의 허리와 배에도 얼핏 복근이 보였고 턱 주위의 둥글둥글한 살들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갸름한 얼굴로 변해있었다.10년 가까이 끼던 안경도 렌즈로 바꾸면서 거울을 보면 나도 몰라볼 만큼 변해 있었다.변한 건 외모뿐이 아니라 성격도 여유로워졌고 자연스레 자신감도 점점 높아져갔다 이젠 출근을 하면 각 부서의 몇몇 여직원들이 몰라보겠다며 관심을 보였고 특히 정보람이 내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여느 때처럼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출근을 하던 중에 날 발견한 정보람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좋은 아침이에요. 강과장님.”“보람씨도 좋은 아침.” 예전에는 그렇게 날 뚱땡이로 보던 보람이는 언제부터인가 내 주위에서 맴돌고 있었고 한 번씩 뱉은 재미없는 말에도 자지러지게 웃으며 내 어깨를 툭툭 건들며 은근히 스킨쉽을 하고 있었다.옆 부서라서 종종 보기는 했던 보람이었지만 요즘은 자주 눈에 띄었다.매일 집에서 가져온 단백질 위주의 도시락 음식을 먹다가 이젠 회사 구내식당에서 종종 밥을 먹고 있었다.오늘도 회사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식판에 음식을 받고 자리에 앉았을 때 누군가가 내 옆에 앉았다. 고개를 돌려 누군가 봤을 때 반짝이는 금목걸이가 눈에 잘 보이도록 셔츠 단추를 하나 푼 보람이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다. “강과장님도 식당에서 점심을 먹네요? 진짜 처음 보는 듯.”“요즘은 귀찮아서 도시락 안 챙기고 그냥 식당에서 먹어요.”“요즘은 다이어트 열심히 안 하시나 봐요?”“그냥 조금 해요.”“그냥 조금 하는데 이렇게 빠지셨데? 예전에는 이런 분 인줄 몰랐는데. 전에 젊은 여자가 따라다닐 때 이런 매력이 있으니 따라다닌 건가요?”“아, 글쎄요?” 짧게 대꾸를 하고 빙긋 웃어보이자 보람이는 내 팔뚝을 은근슬쩍 가볍게 건들면서 말했다. “어떻게 살을 많이 빼셨어요? 비결이 뭐죠?”“그냥 적게 먹고 매일 달리면 빠져요. 근데 보람씨는 뺄 살도 없는데?” 이 말이 그리 재미있었는지 보람이는 입을 손으로 막고 크게 웃었다. “아니에요. 저 은근히 숨겨진 살이 많아요.” 보람이는 밥을 먹기보다 나와 대화를 계속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그런 그녀를 잠시 쳐다보다 셔츠 단추 하나가 풀린 사이로 깊게 패인 쇄골이 보여 손가락으로 살짝 건들며 말했다. “봐봐, 보람씨도 이렇게 뼈 밖에 없는데 무슨 숨겨진 살이 있어요?”“하하하하, 우와 강과장님 너무 재미있으세요.” 한동안 입을 막고 웃던 보람이는 그제야 밥을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내게 꼬리치는 것이 너무 훤하게 보이는 보람에게 전혀 모르는 것처럼 물어보았다. “내가 보람씨 이름은 자주 불러서 아는데 성은 어떻게 되요?”“우와, 너무 하신 거 아녜요? 치, 제 성도 모르시고…….” 당연히 알지만 관심이 없는 척 하기 위해 일부러 물어보았고 삐친척하는 그녀에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이제 기억 할 테니 성이?”“치! 정보람이에요.”“아! 맞다, 정보람. 정보람씨였지.”“너무한 거 아니에요? 제가 입사한 지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름도 모르고 너무 서운해요.” 투정부리는 보람의 등을 토닥이며 달래듯 말했다. “보람씨, 저녁에 살 빼는 진짜 비법 가르쳐 드릴 테니 술 한 잔 할래요?”“강과장님이 술을 사셔야 해요.”“당연하죠. 전에 신세 진 것도 있기도 하고 이렇게 미인에게 술을 대접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긴장이 되네요. 전에 맛있는 거 사주기로 한 거 맛있는 술로 갚는 걸로.”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는 보람에게 농담 섞어 말했고 그 농담이 재미있는지 즐겁게 웃었다. “에이, 맛있는 거는 따로 한 번 더 사주셔야죠.”“좋아요, 그럼 우리 보람씨를 한 번 더 보는 걸로.”“하하하하, 네. 그리고 오늘 꼭 다이어트 비법 가르쳐 주셔야 해요.”“네, 뼈밖에 없는 보람씨지만 뼈까지 쫙 빠지는 비법까지 가르쳐드리는 걸로.” 보람이의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식판을 들고 구내식당을 나섰다.퇴근 후, 차에 시동을 걸고 있으니 보람이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듯 두리번거리며 내 차를 향해 손을 낮게 흔들며 다가와 조수석에 탔다. “저녁은 뭐먹을까요? 보람씨.”“강과장님 드시고 싶은 거 드시면 되요.”“나 그럼 진짜 얼큰하고 이빨에 고춧가루 끼고 그런 거 먹으러 갈 거 같은데?”“그런 거 나도 좋아해요. 얼큰하고 이빨에 고춧가루.” 서로 주고받는 대화에 마주보며 크게 웃었다. 불현 듯 헤어진 채린이와 데이트 할 때가 생각났고 그때 그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 “오빠는 나에 대해 아는 게 뭔데?”“미안해.”“뭐가 미안한데?”“분위기가 안 좋은 이런 식당 온 거 미안해.”“또? 더 없어?” 아무거나 먹자고 말해놓고 식당에 들어서면 이런 식당 말고 자기가 원하는 거는 분위기라고 말하던 채린이.신경질을 내며 말도 하지 않고 눈치 보게 만들었던 기억에 쓴웃음이 났다. 하지만 옆에 있는 보람이는 진짜 날 사랑할 사람일 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보람이라는 이 여자애는 시작과 첫인상은 안 좋았지만 잘 웃고 내 말도 잘 들어주고 어쩌면 나와 잘 맞을 수도…….’ 회사 근처에 깔끔한 갈치 정식 식당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내리자 보람이는 내 팔짱을 자연스레 끼웠다.그녀가 내게 관심을 가진 후부터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내 마음에 너무 들었다. 식당은 전체가 각각의 방으로 되어있어 오붓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식당이었고 마주 앉아 다정하게 바라보는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러 가지 칭찬으로 그녀의 입가에 웃음이 계속 머물게 했다. 갈치조림이 나오자 그녀는 갈치를 접시에 덜어 뼈까지 발라 살만 담긴 접시를 내게 내밀었다. “맛있게 드세요, 강과장님. 참! 그리고 이제 오빠라 부르면 안 돼요?”“맘대로 하세요, 보람씨. 오빠라 불러도 되고 자기라 불러도 되고 미국식으로 베이비라 불러도 되요.” 보람이는 또다시 크게 웃으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강과장님.. 아니 우리 베이비가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인 줄 몰랐네요.”“음, 듣다 보니 베이비는 아닌 걸로.”“하하하하, 네. 그리고 오빠도 저 부를 때 그냥 보람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리고 말도 편하게 하시구요.” 둘이 마주보며 얘기를 하다 보니 서로 대화가 오갈 때마다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내가 그 동안 보람이를 오해했나 싶기도 했다. “오빠, 오빠가 여기 쏘면 2차는 제가 잘 아는 술집에서 제가 살게요.” 저녁을 먹고 식당 밖으로 나오자 밖은 이미 깜깜하게 어두워져 있었다.다시 운전을 하고 얼마가지 않아 보람이가 말한 술집 건물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건물 2층 간판을 보니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이름의 바(bar)였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양옆으로 하늘색 불빛이 은은하게 켜져 있었고 술 마시기엔 이른 시간이라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그리 밝지 않은 술집 안에서 주인인지, 바텐더인지 모를 사람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자리에 앉은 보람이는 많이 와본 것처럼 주문을 했다. “오빠, 오해하지 말구요. 여기는 친구들과 한 번씩 왔고 남자랑 온 건 오빠가 처음이에요.”“남자랑 왔었으면 어때? 앞으로 남자는 나하고만 오면 되지.” 곧 주문했던 술이 나왔고 웨이터가 불을 붙이니 파란색 불이 은은하게 불타는 그런 술이었다.바텐더의 불쇼를 하는 동안엔 대화가 멈췄다가 바텐더가 술잔을 넘기고 사라지자 보람이는 술을 한 모금 마신 후 내게 물었다. “그런데 오빠는 장가 안 가세요?” 나 역시 술을 한모금하고 대답했다. “곧 가겠지. 아니 갈 것 같은데?”“어? 지금 만나는 사람, 아니, 애인은 있으세요?” 슬쩍 떠보려는 보람이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옆자리에 바짝 붙어 앉아 손을 잡았다. “곧 생길 것 같은데?” 보람이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 후 마른침을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긴장을 하고 있는 보람의 턱을 살며시 잡은 채 키스를 하려는 포즈로 서로의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말했다. “내 앞에 앉아있네?”“강과.. 아니 오빠가 이리 잘 생겼는지 몰랐네. 근데 오빠 너무 바람둥이 같애.”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 나지막하게 말하던 보람이는 살며시 눈을 감고 있었다.
진짜킹카작성일
2025-08-24추천
0
-
-
-
-
[짱공일기장] 나도 존잘남이 되어보자-5
두 번의 입맞춤에 심장은 터질 듯 쿵쾅거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 “그래, 성인끼리 술 한 잔 더 하자. 그러고 보니 오빠가 너 술도 제대로 사준 적이 없었네?”“오빠랑 같이 있으니깐 아니 오빠랑 같이 술 마시니깐 너무 좋아요.”“너두 어릴 때처럼 말 편히 해.”“웅, 오빠.” 아직 어려서 그런지 아님 술 마실 기회가 없어서 그런지 설현이는 자제를 하지 못하고 주는 대로 다 받아마셨다.취한 듯 보이는 설현에게 어릴 때 이야기를 꺼내며 술보다 대화를 하려했다.어릴 때 이야기를 한참을 주고받으며 같이 웃고 맞장구 쳐주며 이야기하던 중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어서 넌지시 물어보았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 줄은 몰랐네. 어떻게 딱 설현이가 그 호프집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을까? 그것도 진짜 오랜만에 간 호프집이었는데?” 설현이는 연분홍빛으로 변한 얼굴로 귀엽게 웃으면서 말했다. “정말 우연이었을까요? 아님 인연이었을까요? 알아맞혀보세요.” 술버릇이라고 하기엔 너무 귀여운 행동을 말없이 지켜보는 중에 설현은 말을 이었다. “사실 동훈이 오빠한테 오빠가 연락 오면 전화 달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그 호프집에 급하게 가서 잠시 아르바이트 하는 척 했던 거구.”“아! 그래서 그때 동훈이가 1시간만 있다가 온다고 했구나. 근데 거기서 아르바이트 시켜주더나?”“거기 예전에 언니랑 몇 번 간 적이 있어서 부탁을 하니깐 공짜 알바 쓴다고 좋아하던데? 저녁 한 타임 하고 나왔지만 일 잘한다고 더 하라고 그러더라구. 나 완전 고급인력이야, 오빠. 히히.”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술을 더 마시다보니 설현이가 너무 취해있었다. ‘설현이는 진짜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는구나. 날 맞춰주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마신건가?’ 걱정이 되어 눈이 풀려있는 설현이를 일으켰다. “설현아 많이 취했네. 이제 그만 집에 가자.”“네…….” 비틀거리는 설현이를 한 팔로 안은 채로 술집 문을 열었고 설현이가 앞으로 넘어지려했다.화들짝 놀라 뒤에서 안았는데 의도치 않게 백허그의 모양새가 되어버렸다.내 양손이 설현이의 가슴에 닿았지만 손을 급하게 떼며 모른 척 했다. “괜찮아?”“아뇨……. 안 괜찮아요.” 설현이는 뒤에 서 있는 내게 돌아서서 안기며 여전히 혀가 꼬인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오빠 나두 성당동에 사는데…….”“성당동? 같은 동네로 이사왔네?” 도로가에서 택시를 잡고 성당동으로 가는 길에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던 설현이 말했다. “진짜 우연이라도 오빠랑 볼 수 있을까 봐. 그리고 학교도 가깝고 해서…….”“그래서 이사했다고? 너 이제 24살이면 대학교 졸업하지 않았어?”“졸업했어야했는데 예뻐지는 기간이 1년이 넘게 걸렸어.”“성형 말하는 거야?” 부끄러운 듯 내 팔을 부여잡고 깊게 안기면서 말했다. “오빠도 참. 그냥 예뻐지는 기간이라고 해. 그게 더 듣기 좋아.” 택시에서 내려도 여전히 비틀거리는 설현이를 등을 받치며 부축을 하자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어릴 때처럼 집까지 업어주시면 안될까요? 여기서 안 멀어요.”“업어 달라고?”“나 보기보다 가벼워, 오빠.” 가볍지 않아 보였고 5분만 걸어도 힘들어 죽을 것 같았지만 제대로 걷지 못하기에 앉아서 등을 내밀었다. “그래, 업혀.” 설현은 앞으로 털썩 쓰러지듯 업혔고 제법 무거웠다.업힐 때 벗은 하이힐을 내게 건네주고 내 목을 양손으로 감싸며 귀 가까이 입을 대고 살며시 말했다. “오빠 나 가볍지? 히히. 이러니깐 어릴 때 생각나네. 한 번씩 오빠가 업어줬었는데.”“그땐 내가 세상물정을 몰랐나 보다. 진정 네가 가볍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이게 가벼운 거면 도대체 무거운 기준이 뭔데?” 등 뒤에서 내말을 들은 설현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진짜 나 무거워?” 한손엔 하이힐 한 쌍을 뭉쳐들고 몇 걸음 걷다 일부러 낮은 신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어? 응……. 가볍네. 네가 등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꾸 업혀있는 설현이는 미끄러지듯 내려와서 엉덩이를 잡고 다시 등 위로 밀쳐 고쳐 업었다. “지인짜 가볍네, 가벼워. 에구, 힘들어.”“치, 오빠 말하는 게 너무 얄미워.”“사실 가볍진 않아. 살려줘.” 웃으면서 장난치는 것이 재미있는지 한참을 웃다가 웃음을 멈추었다.그리고 업혀 있는 중에 내 등에 가만히 뺨을 대었고 묘한 느낌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진짜 꿈꾸는 거 같아, 오빠. 지금 이게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내 귀에는 엄청 크게 들렸다. “집에 계란도 있고 대파도 있고…….” 자꾸만 취한 중에 헛소리하는 것 같아 대꾸도 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엄마가 나보고 라면 잘 끓인다고 칭찬하던데. 오빠, 우리집에서 라면 먹고 갈래?”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었지만 육성으로 빵 터져버렸고 웃음소리가 가라앉을 때쯤 또다시 말했다. “아까 통화 했던 사람 애인이지……?”“응.”“앞으로 저 만나실 거예요? 진짜로?”“글쎄.”“오빠가 진짜로 내 오빠였으면 좋겠다.”“나 친오빠처럼 생각한다며?”“그런 오빠 말고 좋아할 수 있는 오빠.” 술버릇인지 반말과 존댓말을 현란하게 섞어가며 말하던 설현은 잠시 동안 말이 없었고 설현이 가르쳐준 위치에 거의 다 왔을 때 저 멀리서 익숙한 형체가 보였다.어둑해진 밤이라 잘 보이진 않았지만 설현을 업은 채로 천천히 걸어갈수록 채린의 모습이 선명해지고 있었다.채린은 진짜로 우리 동네로 온 것이었다. ‘어? 우리 집은 뒤쪽인데 채린이가 왜 저 여기에 있을까?’ 채린은 술집에서 통화 후 나를 찾는다고 이 동네에서 여기저기 다니다가 나를 발견 했던 것이었다.그러던 중 설현이를 업고 있는 날 발견하고는 어두워서 내가 맞는지 아닌지 다시금 확인을 하려고 천천히 내게 걸어왔다. “야! 지금 뭐하는 거야!” 업혀있는 설현이를 보고 화가 폭발했는지 조용한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그러자 설현이는 취한 와중에도 화들짝 놀라 내 등에서 황급히 내려왔다.채린은 자기 것을 빼앗긴 억울한 사람의 표정을 하고는 설현이에게 사납게 달려들었고 난 그 앞을 막아서며 채린의 팔을 잡았다. “채린아! 쫌! 그만 좀 해!” 설현은 겁을 먹고 내 등 뒤에 숨어 있었고, 채린은 여전히 머리채라도 잡을 듯 손을 사납게 내밀었다.그 앞을 막아서며 가까스로 떼어내자 채린은 울먹거리며 말했다. “요즘 왜 이래? 내 말이면 껌뻑하던 오빠가……. 왜 말을 안 들어!” 날 사랑해서 배신당했다고 우는 것 같진 않았다.아마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하니 속상하고 자존심이 상해 우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너 나 사랑하지 않는다며.”“내가 언제!”“며칠 전 내가 나 사랑하는 거 맞냐고 물었잖아.”“그걸 말을 해야 알어?”“말을 안 하는데 어떻게 아냐? 맨날 다른 남자 만나고 만날 때는 연락도 안 되고.”“그래서 지금 복수 하는 거야?”“복수는 무슨, 나도 속상해서 그런다! 내가 듣기 싫어하는 거 알면서도 맨날 돼지라 놀리고.” 계속 매몰차게 대꾸하자 그녀도 더 이상 자존심을 굽히기 싫었는지 언제부턴가 흐르던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래!! 이제 우리 그만하자! 앞으로 절대 나에게 연락하지 마!”“그 말도 너한테 수십 번은 더 들었다.”“진짜로 연락하지 마, 돼지새끼야!!”“자꾸 돼지, 돼지 그러지 마라.”“그럼 살을 빼던가! 미친 돼지 새끼!” 날 화나게 하려던 말인 걸 알고 있었지만 막말이 이어지자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 살 빼고 만다! 너 같은 년한테 돼지라는 소리 안 들으려고 살 빼고 만다!” 화가 난 표정과 외침에 설현은 내 뒤에서 한 걸음 떨어져 서 있었고 그런 설현의 손목을 끌고 채린의 옆을 지나갔다.채린은 아무런 미동도 없이 시선만 내 얼굴에 두고 있었고 한참 걸은 후 뒤를 봤을 때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서 있는 채린의 어깨가 이 거리에서도 심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그 모습을 같이 본 설현은 내 눈치를 보며 슬쩍 말했다. “저 언니 우는 거 같은데 가야되는 거 아니야?” “분해서 우는 거 같으니깐 신경 안 써도 돼. 그리고 너도 봐서 알겠지만 지금 내 상태가 영 좋지 못해서 라면은 다음에 먹자, 계란도 넣고 대파도 넣어서.” 내 말에 설현은 대답 대신 위로를 해주었다. “나는 오빠가 지금보다 더 뚱뚱해져도 좋아할 것 같애. 그러니깐 살 안 빼도 돼…….”“그렇게 나 좋아해줘서 고마운데 약속은 약속이니 살은 뺄 거야. 살 빼고 남들처럼 예쁜 옷 입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싶어. 예전처럼…….” 내 표정을 조심스레 살피던 설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 오빠. 내가 말실수 했나보네? 앞으로 나랑 같이 매일 걷기 운동하면 되겠다. 집도 근처니깐…….”“아니, 실수 한 거 없어. 내가 그 동안 너무 한심했던 것 같아.” 설현이를 집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가는 길에 아직까지 채린이가 있을까 그 앞으로 가봤다.하지만 이미 그 자리엔 없었다.집에 도착해 누워서 생각해보니 그 동안 내가 너무 한심하게 살아왔던 것에 너무 화가 났다. 며칠 사이에 채린이와 불화, 뜬금없는 설희의 여동생, 그리고 다이어트 결심 등 많은 변화가 생겼다.다음날부터 설현은 자주 전화와 문자를 했었고 한 번씩 채린에게 전화가 왔었지만 전화를 피하며 내 인생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하려고 맘을 독하게 먹었다. 퇴근 후에는 설현과 같이 동네를 걸으며 다이어트를 빙자한 데이트를 하다 보니 살이 그렇게 많이 빠지지는 않았다.설현과 자주 만나면서 모르고 만났다면 좋았겠지만 설희 동생이란 걸 알고 나서부터 이성이라기 보단 동생이라는 감정이 앞섰다.매일 체중을 체크하며 시간이 제법 지나도 언제나 그 자리였고 이대로 괜찮을 지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금요일 밤에 시원한 맥주라도 마실까 싶어 한참을 고민 후 꺼냈다가 다시 넣어두고 억지로 잠을 청하려 침대에 누웠다. 설핏 잠이 들었을 때 초인종 벨소리와 현관문을 발로 차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야! 문 열어 문 열라고!” 무슨 일인가 싶어 현관문을 열었을 때 술에 잔뜩 취한 채린이가 보였고 날 올려다 본 그녀는 내게 폭 안겼고 술 냄새를 풍기며 말했다. “다른 남자들은 술 마시면 전화하던데, 오빤 술도 좋아하면서 그 동안 술도 분명히 마셨을 거면서 왜 전화를 안 해…….” 잠결에 지금 이 상황이 난감했어도 내 앞가슴에 묻힌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달랬다. “우린 헤어졌으니깐, 우린 인연이 아니니깐…….” 내말을 들은 채린은 들고 온 핸드백을 내 등 뒤로 던지듯 내려놓고 신발을 벗으며 들어오려 했다.집안으로 들어온다면, 잠을 재워준다면, 또 밤을 같이 보내게 된다면, 무르기만 한 내 결심이 허물어 질 것 같아 안으로 들어서려는 채린을 막아섰다. 날 밀치는 힘이 점점 약해지다 두 팔을 축 늘어트린 채 채린은 말했다. “나 자존심 다 내려놓고 다시 얘기하는 거야. 살 안 빼도 되니깐 그 이상한 년 만나지 말고 내 옆으로 다시 와. 나도 많이 노력할게.”“그냥 그만하자, 채린아. 그 동안 내 옆에 있어줘서 많이 고마웠어.” 내 말을 들은 채린은 나를 밀쳐내고 아무 말도 없이 현관문을 닫고 나가버렸다.채린의 갑작스런 방문 후 싱숭생숭해진 맘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아침이 되었고 잠이 오지 않아 혼자라도 걷기 운동이라도 하려 집을 나섰다. 혹시나 설현이를 볼까 싶어 그 집 앞을 지나다 잠시 서 있었다. 휴대폰에 토요일 7시 50분이라는 시간을 보며 전화를 할까 고민하다 그냥 지나쳤을 때 등 뒤에서 익숙했지만 이젠 익숙하지 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현아! 거기 서!” 화들짝 놀라 앞에 있는 원룸 건물 주차장에 숨어 그쪽을 쳐다봤다.캐리어 가방을 끌고 나오는 설현의 모습이 보이고 뒤에는 꿈에서 그리던 설희의 모습이 보였다.10년 전과 크게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셜현의 뒤따르며 옷자락을 잡으며 소리쳤다. “아침부터 어디 가는 거야?”“언니랑 말이 안 통하는데 계속 있어서 뭐해?”“그럼 언니가 싫다 해도 승훈이랑 계속 만나서 연애라도 하겠다는 거야?”“응, 연애할 거야! 오빠랑 같이 살 거라구.” 날 발견하지 못하고 둘이서 마주보며 실랑이를 벌이는 중에 자리를 뜨지도 못한 채 계속 둘을 지켜봤다. “설현아, 제발 그만 좀 해. 차라리 너랑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를 만나.”“다른 남자는 필요 없어, 언니. 내가 어떻게 오빠를 다시 만났는데. 이제 못 잡으면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것 같단 말야.”“알았어, 알았어. 집에 들어가서 얘기하자.” 설희는 설현을 달래면서 둘은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무슨 상황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지만 아마도 나 때문에 벌어진 일 같아 혼란한 마음에 아침 운동을 포기하고 다시 집에 들어갔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아마도 나랑 만나는 걸 설현이 반대하는 거겠지? 당연하겠지. 나이차에 의지가 약한 뚱보에 나 같아도 반대를 했을 거야.’ 씁쓸한 생각을 하며 샤워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있을 때 설현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 뭐해요?” 목소리는 젖어 있었지만 일부로 명랑하게 말하는 것을 눈치 챘다. “방금 샤워하고 텔레비전 보는 중이야.”“나 가출했는데 오빠 집에 가도 돼?”“가출? 다 큰 성인이 무슨 가출?”“오빠 만나서 얘기해줄게.”“그래, 지금 와. 아침 같이 먹자.” 급하게 전화를 끊고 토스트기로 빵을 구우면서 식탁에 딸기잼을 올려놓고 계란프라이도 몇 개 굽다보니 현관 벨소리가 들렸다.현관문을 열어보니 설현이가 빨간 눈을 한 채 캐리어 가방을 들고 서 있었고, 가방을 들어 안으로 옮길 때 설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오빠, 어떡해……. 난 오빠가 많이 좋은데 언니가 오빠랑 만나지 말라고 해.”“왜?”“몰라, 지는 여태껏 연애하고 잘 놀았으면서 이제 언니 행세하는 게 너무 짜증나.”“무슨 이유가 있겠지.”“무슨 이유가 있어! 오빤 언니 편들지 마, 그냥 내 편해줘.” 내게 소리치는 설현을 달래며 식탁으로 손목을 끌었다.식탁에 같이 앉아 컵에 우유를 채워 설현 앞으로 밀어주고 빵에 잼도 발라 건네주었다.설현은 훌쩍거리며 건네준 빵과 우유를 먹었고 나 역시 빵과 계란프라이를 먹을 때 설현의 휴대폰이 울렸고 번호를 확인하고는 전원을 꺼버렸다. “안 받아도 돼?”“안 받아도 되는 전화야.” 자초지종을 듣다보니 어제 설희가 혼자 사는 동생이 걱정되어 집으로 왔었고 설현은 나랑 만나는 걸 설희에게 얘기를 했었다고 한다.설희는 그 얘길 듣고는 나랑 만나는 걸 반대하며 밤새 다투다 아침에 가방을 싸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설현의 얘기를 한참을 듣고 있던 중에 내 휴대폰으로도 처음 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내 번호를 모르는 설희의 전화인지. 채린이 다른 사람 폰으로 내게 전화를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계속 늘어지는 벨소리에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자 설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승훈이니?”“설희야,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어?”“동훈이에게 물어보면 바로 알 수 있는데 뭘. 그건 그렇고 내 동생 거기 있니?” 빵을 먹고 있는 설현을 한번 쳐다보고 나서 대답했다. “응, 여기 있어.”“알았어, 옛날 그 집에 사는 거 맞지?”“응.”“너네 집 앞으로 갈 테니깐 지금 나와 봐.” 설현은 내 통화를 듣고 언니인 걸 눈치 채고는 나가지 말라며 붙잡았고 그런 설현을 또다시 달래며 밖으로 나갔다.10년 만에 보는 전 여친이라는 생각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저 앞에서 차가운 얼굴로 다가오는 설희의 모습이 보였고 내 앞에 서자마자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 “오랜 만이네, 승훈아.”“그러게…….” 설희의 시선은 내가 사는 빌라 2층으로 향했고 창문으로 쳐다보는 설현을 발견하고는 화를 내며 말했다. “너 정신이 있니? 없니? 내 동생인 걸 알면서도 집에 들린 거야? 같이 살림이라도 차리려고?”“너 왜 이리 변했어? 예전에 내가 사랑하던 설희 맞니”“헛소리 하지 말고! 너 여친도 있었는데 내 동생 만난다고 헤어졌다며? 이제 보니 너 욕심 너무 많은 거 아냐?”“무슨 얘기를 어떻게 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10년 만에 만나서 이렇게 화만 낼 거야?”“내 동생 데려오라고! 빨리!” 설희와 재회를 하고 싶었어도 이런 만남을 바란 건 아니었는데 너무나 변해버린 모습에 너무 슬펐다. “알았어, 알았으니깐 진정 좀 해.” 설희의 고함소리에 설현도 어쩔 수 없었는지 다시 캐리어 가방을 이끌며 밖으로 나왔다. “현아! 넌 지금 집으로 가, 이따 보자.” 설현이 축 처진 어깨로 저만치 걸어가는 걸 본 설현은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어려 있었다. “미안해, 화내서……. 일부러라도 화를 내야만 설현이가 나올 것 같아서 말야. 진짜 오랜 만이다. 그치?”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려는 설희와 결국 집 앞에 있는 작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승훈아, 이제 다리는 괜찮은 거야?”“응, 이제 괜찮아.” 괜찮다고 말을 꺼내자마자 설희는 울음을 터트렸다. “미...안해, 정말 미안 해. 너한테 상처 줄 생각 없었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네. 그 땐 나 너무 힘들었거든.” 한참을 울다 진정한 설희에게 넌지시 물었다. “너 요즘 힘들다면서? 사귀던 남자와 잘 안됐다고 들었거든.”“설현이가 별 이야기를 다 했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 오히려 개운해.” 설희의 얼굴을 한참을 쳐다보다 주저주저 하며 항상 궁금해왔던 것을 물었다. “너 그 때…… 왜 날 떠났니?” 내 질문에 설희의 눈가에 또다시 눈물방울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 땐 네가 다리를 이렇게 다 나을 줄 몰랐으니깐. 평생 다리를 절면서 살아갈 줄 알았으니깐……. 그래서 더 좋은 남자 만나는 게 뭐가 이상해?”“다른 남자 만난 거 탓 안 해. 그냥 늘 궁금했거든 날 왜 떠났는지.”“내가 미안하니깐, 진짜 미안하니깐 내 동생은 안 돼. 미안한데 예전에 정말 날 사랑했다면 네가 내 동생 좀 끊어주라.”“그래, 나도 동생이란 걸 알고 나서 상처 안 받게 정리하려던 중이었어. 그리고 너무 걱정 마. 네 동생한테 아무런 실수를 한 게 없으니깐.” 이제 할 말을 다하고 들을 걸 다 들었다고 생각한 설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악수를 청했다.그 손을 잡으며 조금 전부터 담아놨던 말을 지금 꺼내지 못하면 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용기 내어 말했다. “너 지금 애인 없잖아. 우리 다시 시작하는 건 어때……?” 한참을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던 설희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니, 나 이제 너랑 자신 없어. 너도 앞으로 좋은 사람 만날 거야. 우리가 만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어.”“내가 여전히 뚱뚱해서 같이 있으면 창피할 것 같아서 그래?”“그냥 좀 그래.” 나와 다시 만날 생각이 없다는 걸 단호하게 말하고 설희는 저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 설희의 뒷모습을 보며 입술을 꽉 깨물고 스스로에게 약속을 했다. ‘인생이 부서지나, 다리가 부서지나, 둘 중에 하나라면 다리가 부서지자.’ 살만 빠지면 진짜 내 인연을 만나 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그리고 보여지는 외모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았던 지난 과거가 너무 후회스러웠다. ‘그래! 세상이 그런 걸 원하는 거라면 죽더라도 다이어트 하면서 죽자.’ 가슴 한 곳에 늘 품었던 설희의 속마음을 알고 나니 쓸쓸한 결심을 하는 중에도 자꾸 눈물이 나오려 했다.
진짜킹카작성일
2025-08-22추천
0
-
[짱공일기장] 나도 존잘남이 되어보자-4
갑작스런 고백에 주위 젊은이들의 시선이 우리 둘에게 향했고 웃음소리가 섞인 여러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고백하나봐.” “오, 대박! 남자가 좀 그런데?” “거절당하는 거 직관 각인가?” 나를 비웃는 웅성거림 사이로 고백을 들은 채린의 욕설이 휴대폰 너머에서 아주 크게 울려왔다.그녀는 갑작스런 고백 후의 어수선한 분위기. 그리고 내 손에 들린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어느 여자의 욕설에 많이 당황한 것 같았다.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손에 쥐고 있는 휴대폰으로 향하고 있었고, 여전히 욕설이 난무하는 휴대폰의 종료 버튼을 누르고 자리에 앉았다.자리에 앉자마자 테이블 위에 놓인 소주잔을 들어 한 번에 들이켜고 자리에서 일어나 맞은편에 앉은 이름도 모르는 그녀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다시 고백했다. “이름이 뭔지도 모르겠고 누군지도 모르지만 저랑 한 번 만나 봐요. 만나보고 아니라면 그냥 차버려도 되요. 그런 거에 익숙해서 미안해할 것도 없으니까요.” 무릎 꿇은 모습을 지켜보는 주위의 시선이 민망한지 그녀는 일어서서 내 손을 잡고 일으키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요?”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귀에 닿을 때쯤 그녀의 눈가에 천천히 눈물방울이 스며드는 것이 보였다. “네. 진심이에요.”“저 누군지도 모르면서?”“누군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만나면서 천천히 자세하게 알아갈게요.” 내 앞의 그녀는 크게 숨을 내뱉고 내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려했다. “오빠 제가 누구냐 하면요…….” 그녀가 말을 꺼내려고 할 때 테이블 위에 올려둔 휴대폰이 또다시 울리기 시작했고 액정 앞으로 채린의 이름이 보였다.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니 전화를 받으라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채린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지금 오빠 집으로 갈 테니깐 빨리 와라!”“나 지금 안 들어간다.”“오빠 올 때까지 기다릴 테니 빨리 와라!”“내가 가고 싶을 때 갈 거니깐 기다리던지 말든지 알아서 해라!” 언성을 높여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본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불안한 표정으로 내 눈치만 살피다 자리에 다시 앉아 그녀 역시 소주를 들이켰다.나 역시 자리에 앉아 비어진 그녀의 잔에 소주를 채워주며 말했다. “갑자기 만나서 이런 말해서 뭐한데……. 정말 잘 할 테니 저랑 만나줘요.” 그녀는 결심한 듯 방금 따라 준 소주를 또다시 한 번에 들이켜고 말했다. “오빠를 만나는 건 좋은데요. 저 사실 설현이에요.”“설현? 누군지 모르겠는데 정확히 누구?” 설현이라고 소개한 그녀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내 오른손을 양손으로 잡으며 빙긋 웃었다. “예전에 오빠가 꼬맹이라 부르던 설현이라고요. 입술이 석류처럼 예쁘다고 그랬던 옆집 꼬맹이 기억 안나요?”“혹시 설희 동생?” 설현은 손을 잡은 채 내 얼굴을 보며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네 설희 동생 설현이 맞아요. 오빠의 첫 키스였던 그 꼬맹이 맞답니다.” 내 기억과 전혀 다른 얼굴을 한 설현의 모습에 갑자기 머리가 혼란스러웠고 옛날 꼬맹이라 부르던 17년 전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그 당시 발전이 더뎠던 대구 대현동에 작은 화단이 있는 한옥 집에 살았는데 바로 이웃에 설희가 살았었다. 볕이 잘 드는 화단에 아무것도 없이 휑하다고 아버지가 석류나무 4년생 묘목을 사가지고 와서 심었었다.혼자서는 힘들었는지 평소에 약주를 같이 하시던 옆집에 사는 설희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그 때 구경 온 설현을 처음 봤었다.나무 심는 것을 뒤에서 구경하던 엄마는 설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쟤는 설현이라고 하는데 막내 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잘 챙겨줘라.” 그 당시 설현이는 그렇게 예쁜 아이는 아니었지만 단발 곱슬머리에 정말 활발하고 잘 웃는 6살 꼬맹이였다. “오빠는 몇 살이야?”“언니랑 똑같은 13살이야. 그리고 같은 반이야.” 처음 나눈 대화는 나이를 묻고 대답하는 거였고 설희, 설현 두자매만 있는 집에서 설현은 오빠가 생겼다며 무척이나 나를 따랐었다. “언니는 좋겠다. 오빠 맨날 보고. 언니도 오빠라 부르는 거야?”“아냐, 언니랑 나는 친구니깐 그냥 이름을 불러.”“그렇구나.”“그리고 설현이도 오빠가 학교 끝나면 놀아 줄 테니깐 매일 놀러와.” 여자아이는 여자아이끼리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무를 심은 후부터 설현이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내 여동생을 제쳐두고 내게 달려와 묻곤 했다. “오빠, 저 나무 뭐야?”“저거 석류나무야. 이번에 심어서 가을 되면 열매도 열릴 걸?”“먹을 수 있는 거야?”“그럼, 열매가 얼마나 예쁜데. 설현이 입술 색깔처럼 빨간 구술 같은 열매인데 정말 맛있을 거야. 그 때 오빠가 따줄게.”“정말?” 설명할 때도 내게 눈을 안 떼던 설현이와 손가락을 걸며 약속까지 했었다.그 후로 6살 설현이는 대문 앞에 쪼그려 앉아 나를 매일 기다리기 일쑤였다.그러던 어느 날 설희와 같이하는 하굣길에 언니보다 내게 양팔을 벌리고 달려와 내 양 허벅지를 힘껏 안았었다.그 때 설현이의 달달한 땀 냄새가 풍겨왔고 눈높이를 맞춰 쪼그려 앉아 눈을 맞췄었다. “오빠 많이 기다렸어?” 고개를 힘껏 끄덕이는 설현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익지도 않은 파란 방울토마토를 한손 가득 내밀었다. “오빠, 이거 먹어.”“이거 파란색이라 먹으면 오빠 죽을지도 몰라.”“안 돼, 오빠 죽으면 나도 죽을 거야.” 죽는 게 뭔지도 모를 설현의 말에 설희와 나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었다.그러자 설현은 설익은 토마토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발로 밟았었다.아마 자기 집 화단에서 키우는 토마토일 것 같았다. 얼굴과 손이 흙투성이라 우리 집 화단 옆 수돗가에서 설희와 같이 설현의 얼굴과 손을 씻겼었다.설희가 수건을 챙기려고 자리에 없었을 때 같이 쪼그리고 앉은 설현은 순식간에 일어나 내 입술에 입을 맞추었었다. “난 오빠가 세상에서 젤 좋아. 내 입술도 예쁘다고 해주고. 그래서 크면 오빠랑 결혼 할 거야.”“나도 설현이가 좋은데 언니는 더 좋아.” 내 말을 들은 설현이의 눈가에 감당 못할 눈물이 터질 것 같아 달래 듯 말했다. “그래도 오빤 설현이와 결혼할게. 울면 안 돼, 알았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 이듬해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학교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됐었다.이사를 하던 날 나와 떨어지지 않으려하는 설현을 달래면서 했던 말들도 생각났다. “오빠는 멀리 안가니깐 자주 설현이와 설희를 보러 자주 놀러올게.” 고개를 크게 흔들던 설현이와 손가락까지 걸면서 약속을 했었다.그리고 약속했던 것처럼 시간이 될 때마다 설희집으로 자주 놀러갔었다.설희와 자주 만나면서 우리는 성인이 되자마자 연인이 되었었다.군대를 입대했을 때도 설현은 중학생이었지만, 설희와 같이 면회를 와서는 울먹거렸었고 군 전역을 할 때도 설희와 함께 축하해주었었다.그 후론 설희와 사귀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지, 나이가 들어서 철이 들었는지, 예전만큼 내게 애정을 표현하지 않았었다.전역을 한지 6개월이 지났을 때 부모님의 지원으로 학교 근처에 빌라를 얻었다.그리고 복학 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었다.퇴근을 하고 설희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걷던 중, 신호등 파란불을 확인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급브레이크 소리를 들었고 감당 못할 다리 통증에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장기간 입원에 다리 골절 수술은 잘되었지만 앞으로 제대로 걸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성격은 예민해지고 쌓인 스트레스는 먹는 걸로 풀었었다.설희의 병원 방문은 점차 주기가 길어지고 조금씩 서운함이 깊어질 때 뒤늦게 내 소식을 접한 설현이 여동생과 함께 방문했었다.내 상태를 묻는 무덤덤한 여동생과 달리 설현은 소리 내어 크게 울음을 터트리며 여동생에게 원망하듯 말했었다. “언니는 친동생인데 왜 그래? 오빠 걱정 하나도 안 돼?”“설현아, 나도 처음엔 많이 걱정했지. 지금은 수술도 잘되고 했으니깐 너무 걱정 안 해도 돼.”“아냐! 걱정 돼! 우리 오빠 이제 못 걷는 거야?” 교복을 입은 설현이는 깁스가 되어있는 내 오른쪽 다리를 끌어 앉고 대성통곡을 하고 난 후 잠시 진정이 됐는지 말했다. “오빠, 걱정하지 마. 목발이면 내가 평생 부축하고 휠체어를 타면 내가 평생 밀어줄게. 우리 오빠 아파서 어떡해…….” 그 후 매일 찾아와 하루 일과부터 사소한 하나까지 얘기해주는 설현과 달리 대학생이었던 설희는 더 이상 방문하지 않았다.그러던 중 심란한 얼굴로 병원에 방문한 설현이 주저주저하다 어렵게 말을 꺼냈다. “오빠, 언니 새 애인 생긴 거 같아.” 설현의 말에 적잖게 충격을 받았지만 날 보러 병원에 방문을 오랫동안 하지 상황이라 어느 정도 예측은 하고 있었다.설희 동생과 만남이 계속 이어진다면 후에 서로가 진짜 미워하는 사이가 될 것 같아 한참을 고민하고 말했다. “꼬맹아, 자꾸 찾아오면 이제 공부에 지장이 있을 것 같은데 너도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난 이제 다 필요 없어. 오빠만 내 옆에 있으면 돼.”“그러지마, 오빤 이제 괜찮아. 나중에 다 나으면 오빠가 연락할게.”“나 어릴 때 오빠랑 당연히 결혼하는 줄 알았어. 친구가 없어서 유일한 친구가 오빠였고 아빠보다 오빠가 더 좋았고 당연히 오빠가 친오빠 같았어. 그러니깐 오지 말라는 말은 하지 말란 말야. 그저 오빠는 내가 뻗으면 닿을 수 있을 만큼만, 딱 그 정도 거리에만 있어도 난 괜찮아.” 절절한 고백 같은 말을 듣고도 며칠을 고민하다가 여전히 부담이 되는 설희 때문에라도, 설현을 위해서라도, 사라지는 게 맞는 거 같았다.그 후 어느 정도 몸이 나아졌을 때 여동생과 동훈이에게 내 얘기는 그 누구에게도 절대 하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성당동의 빌라가 아닌 부모님 집으로 들어갔었다.휴대폰 번호를 바꾸고 복학 전에는 늘 집에만 있었으며 그렇게 하루하루 살이 쪄 갔었다.그렇게 기억을 지운 채로 살아가던 중 우연이라고 할까, 인연이라고 할까, 또다시 설현이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그것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새로운 얼굴로……. 내가 기억하는 설현이는 아빠를 닮아 그렇게 예쁜 편이 아니었고 젖살 때문인지 조금 통통한 외모로 기억되는데 지금 내 앞에 있는 설현은 내 기억속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갑자기 반말을 해야 할지 존댓말을 해야 할지 어색해졌다. “많이 예뻐졌네...요?”“오빠, 그냥 말 편히 하세요.”“응, 그럴까?” 떨떠름한 내 표정을 보며 설현이는 웃어 보이며 대답을 했다. “네, 오빠는 웃는 모습이랑 남자답게 말하는 게 너무 근사하거든요.”“내가 너 앞에서 남자다웠던 적이 있었나?”“언제나 오빤 내겐 남자였어요. 첫키스 할 때부터.”“야, 그 건 뽀뽀고 그것도 손 씻기다가 강제로 내가 당한 거잖아.” 민망한 웃음을 섞어 말하는 중에 어릴 적 설현의 달달하던 땀 냄새는 옅은 향수 냄새로 바뀌어 있음을 깨달았다.어릴 때 내 허벅지를 안으며 날 따르던 설현이는 이제 서로의 어깨를 보듬을 수 있는 그런 성숙한 여인이 되어있었다. “오빠는 너 잊고 살았는데 우리 설현이는 오빠 안 잊고 살았네?”“오빠가 내 입술이 석류 같다고 해서 석류만 보면 오빠 생각이 나는데 어떻게 잊어? 아까 그렇게 까지 말했는데 눈치 못 채고. 미엉.”“언니는 요즘 잘 지내?” 갑자기 꺼낸 언니의 얘기가 그리 기분이 좋지 않은지 대꾸도 하지 않고 앞에 놓인 술을 들이켰다. “오빠 예전에 되게 잘생겼는데. 그래서 오빠 몰래 많이 좋아했었어요.”“아닌데? 대놓고 좋아했었는데?” 내 대답을 예상 못했다는 듯이 설현이는 또 크게 웃은 후 말을 이었다. “그래서 심술 나서 언니랑도 많이 싸웠고 예전에 언니 샤워할 때 내가 전화 받아서 언니 휴대폰 놓고 나갔다고 거짓말 한 적도 있었어요.”“하하하, 정말?”“네!”“그럼 그 샤워하던 언니는 요즘 어떻게 지내?” 설현은 한참을 주저하며 망설이다 힘겹게 입을 열었다. “얼마 전에 남친이랑 헤어졌어요. 에이, 더 묻지마요. 얘기하기 싫어. 지금 우리 얘기만 해요.” 궁금한 건 더 많았지만 설현이가 얘기를 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 화제를 돌리려 설현의 얼굴을 한참을 쳐다보고는 말했다. “그런데 너 몰라보게 예뻐졌네?”“앗! 몰라보게 예뻐진 건 아닌데. 원래 좀 예뻤지 않았나? 히히, 사실 그냥 쪼금 고쳤어요.”“고쳐? 뭘 고쳐?”“그냥 성형 조금 했어요. 오빠를 다시 보면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안 했어도 매력 있었을 건데.”“봐봐! 예쁘다는 말이 아니고 매력 있었을 거래. 칫! 뭐 소개 받을 때 얘는 착해 하고 비슷한 거 아닌가?”“근데 오빠도 왜 이렇게 달라졌어요? 몰라 볼 뻔 했잖아요.” 몰라 봤다는 말에 살이 너무나 쪄버린 자신이 자기관리를 못한 것처럼 비춰질 것 같아 주눅이 들어서 목소리가 작아졌다. “오빠가 살이 많이 쪄서 보기 싫지?”“살은 쪘지만. 음, 외모만 달라졌을 뿐 나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고 그 때랑 같은 사람이니깐요. 괜찮아요.” 이젠 훌쩍 커버린 설현이었지만 괜히 옛 여친의 여동생에게 몹쓸 짓을 한 것 같은 죄책감에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까 내가 흥분해서 헛소리 했는데 이해해주라.”“무슨 헛소리요?”“오빠가 설현이랑 사귀자고 한 말 말야…….” 내 말을 들은 설현의 얼굴이 빨갛게 변하면서 당황한 목소리를 내었다. “아니에요, 오빠. 그냥 저랑 만나요.” 여전히 어릴 적 꼬맹이로 느껴지는 설현에게 눈웃음을 지으며 나긋하게 말했다. “사귄다는 게 어떤 건지나 알고 말하는 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설현이는 소파에서 일어나 앞에 앉아 있는 내게 얼굴을 내밀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주위에서 우리 상황을 틈틈이 지켜보며 언제 거절당하나 지켜보던 젊은이들이 [우워-] 라는 낮은 소리를 내었다. 설현의 돌발 행동에 눈이 커졌고 그 모습을 본 설현은 웃으면서 사랑스럽게 보고 있었다.어리둥절히는 내게 다시 한 번 입을 맞추며 설현은 말했다. “오빠 저 그 때 그 중딩 아니랍니다. 저두 이제 성인이에요.”
진짜킹카작성일
2025-08-22추천
0
-
-
-
-
[TV·연예] 팬들 건강 생각해서 수제 저당 쿠키 만들어 나눠준 신인 남돌
지난주 첫 팬콘한 누에라…!첫 팬콘인만큼 팬들한테 주려고 직접 쿠키도 만들엇슨,, https://x.com/nouera_official/status/1956269152479666406 근데 그게 저당 쿠키였다면,,?건강 생각해서 저당으로 만들어주는 아이돌 어떤데,, https://x.com/jyuniee2/status/1957596818398990545 https://x.com/booo6o7/status/1957074154764808425 수제 쿠키 이벤트는 자기들이 해줬는데팬들이 어디 안 가고 자리 지켜준 거에 감동해서 우는 거,,진짜 신인의 맛,, https://x.com/my_fav03/status/1957307741275664612 1:45초부터 보면 오열 중 ㅠㅠ 단체 사진 보면 전부 물만두 된 누에라 보고 입덕하세요
-
-
[영화] 너무 많이 안 사나이 1934년판 공개 중 ft. 알프레드 히치콕 (1899~1980)
*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부탁 드립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1899~1980)은 엄격한 분위기의 엄벌주의 학교에서 채벌에 시달리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등 어린 시절부터 몸도 마음도 상처를 입어왔으나, 소설 및 영화에 매료되어 영화계에 뛰어들어 1920년대에는 젊은 나이부터 소설이 원작인 '하숙인' 실사판, 연극 작품들이 원작인 '다운힐', '협박' 등 직접 연출도 담당한 장편 영화 작품들도 나왔습니다. '너무 많이 안 사나이', '너무 많이 아는 남자', '나는 비밀을 알고있다', '나는 비밀을 안다' The Man Who Knew Too Much (1934) 히치콕의 초기 작품들 중 G. K. 체스터턴의 단편집에서 타이틀 등 일부 영향을 받은 작품인 '너무 많이 안 사나이'는 주인공 부부가 우연히 살인 사건을 목격한 주인공 부부가 딸을 납치당해 협박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다뤄 평론적으로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이 글을 올린 시점 기준으로 흑백 원판 및 컬러 복원판 양쪽 모두 한국어 자막과 함께 감상 가능합니다. 아래 내용은 TMDB에서 일부 인용한 작품 소개입니다. 로런스 가족은 스위스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다. 스키트 선수인 아내 질 로런스(에드나 베스트)는 경쟁 선수인 레이먼 러빈(프랭크 보스퍼)와 상대도 하고 스키점프 선수인 루이 베르나르(피에르 프레즈나이)와 교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질과 같이 춤을 추던 루이가 갑자기 총에 맞고, 루이는 질에게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고 죽는다. 질로부터 소식을 들은 밥(레슬리 뱅스)은 루이의 방으로 들어가 그가 남긴 메모를 찾아낸다. 한편 이 음모에 연루된 레이먼은 밥과 질의 딸인 베티(노바 필빔)을 유괴해 인질로 삼고, 밥과 질은 음모를 막는 동시에 딸을 되찾아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 작품은 훗날 히치콕 본인이 리메이크한 버젼도 1956년에 나와 동일인물이 리메이크한 작품들 중 하나가 됐으며, 이와 관련해서는 아래 KMDB 칼럼 링크도 참고해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https://www.kmdb.or.kr/story/178/3797
콩라인박작성일
2025-08-17추천
0